최*미 입주지원 23-2 "길을 잃었네요"
오늘은 증평 여성회관으로 에어로빅 가는 날. 처음으로 전담직원이 아닌 나와 동행했다.
전담직원이 해준 말은 *미 씨가 버스 타는 연습을 하고 있고 내리는 곳은 정확히 알고 길도 잘 찾는다고 했다.
8시 40분 현암 정류장에서 105번을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배차 간격이 길다. 버스 앱을 보니 28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그사이 111번 105번 급행이 지나가는데 *미씨가 직원을 슬쩍 쳐다본다.
아직 번호 구분이 어려운것 같다.
못 본척 했더니 버스를 세운다. 그래서 일단 버스 기사님께 타지 않는다는 신호를 했다.
105번 버스가 왔는데 멈칫하기에 직원이 손을 들고 버스에 탔다. 연습을 하는 거라서 *미 씨가 버스를 잡지 못한다면 그냥 보낼까도 생각했는데 그럼 수업에 너무 늦을 것 같아 직원이 신호를 했다.
"저는 길을 아예 몰라요. 처음 가는 거라서... *미 씨가 절 잘 데리고 가줘야 해요"
"어. 길 알어"
버스에서 *미 씨는 머리를 빼꼼 내밀며 내릴 위치를 놓치지 않으려 내내 긴장했다.
"*미 씨 우리 언제 내려요?"
"어 어"
"지금요?"
"어"
일단 증평 베르힐아파트 건너편에 하차했다.
그리고 *미 씨는 익숙한 듯 증평 여성회관쪽으로 걸었다.
직원은 뒤따랐는데 *미 씨는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잘 갔다. 최대한 비슷하게라도 함께 걷지 않으려고 간격을 뒀다.
증평 여성회관 앞에서 회원 한 분과 인사하고 4층으로 수업 받으러 갔다. 직원은 들어오면 안된다 해서 1층에서 한 시간 기다렸다.
수업 끝나고 다시 집으로 오는 길
오던 길을 똑같이 걸었다. 그런데 한참을 걷다 아까 오던 길을 지나쳐 계속 걸었다. 직원은 어차피 길을 모르는척 했으니 가만히 있었다.
이제 막다른 길.
*미 씨가
"몰라!"
"길을 잃었어요?"
"어"
"음... 길을 잃었네요. 우리 어떻게 집에 가요?"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던 동네어르신들이 껄껄 웃으시며 어딜 찾느냐고 물었다.
*미 씨는 당황한 듯 아무 말 없고, 직원이 정류장 찾는다고 했더니 저기 큰길로 가라고 했다.
사실 큰길은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직원이 살짝 힌트를 줬다.
아는 길로 들어서니 *미 씨가 이제 알았다는 듯 앞서 걸었다.
"*미 씨 잘 기억해요. 요기 교회, 요기 가게, 간판 보이죠 노란 간판"
"어"
이제 다시 아까 내렸던 정류장
우리는 건너편으로 가야 한다. *미 씨는 건너편 정류장을 가리키며 그냥 그 자리에 서있다.
"우리 여기서 타요?"
건너편을 손짓한다.
"그럼 우리 여기 기다려요?"
또 옆에서 듣고 있던 사람들이
"여기서 기다리면 어떻게? 건너가야지 저기 육교 있잖어 건너가"
"*미 씨?"
"어"
육교를 건넜다. 건너면서 *미 씨에게 여긴 횡단보도가 없으니 육교를 건너면 된다고 설명했다.
평소의 *미 씨라면 상황판단을 못 할리 없는데 오늘 좀 낯설다.
길을 잃어서 일까? 아니면 아직 지리 파악이 안된걸까? 아니면 동행한 직원의 도움을 믿었을까?
횡단보도나 육교 정도는 건널텐데 그마저도 편치 않았던건 당황했던 쪽이 더 맞을까?
내일도 *미 씨와 함께 증평 여성회관에 간다.
내일은 더 멀리 떨어져 걸어야겠다.
내일은 수업에 늦더라도 정류장에서부터 *미씨의 실수할 기회를 주어야겠다.
내일은 집에 돌아올 때 더 멀리 돌아오게 될지 모르겠다.
2023년 3월 08일 수요일 남궁인호
길을 잃은 *미 씨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동네 어르신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도우시네요. -다온빌
김*도 입주지원 23-1 "이럴 땐 미리 이야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