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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내 딸아! ( 42회 )
심수경은 그런 남편의 태도가 더욱 이상하다.
“여보!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그렇게 힘이 드십니까?
우리가 모르는 커다란 비밀이라도 있다는 것인가요?“
답답하다는 듯 채근을 한다.
“우선 결론부터 말을 하리다.
한검사와 우리 아이들은 모두 같은 핏줄이오.“
”............................“
모두 아버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멍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심수경은 남편의 말을 더욱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즉, 한검사는 내 딸이오.”
“...............................”
“..................................”
아무도 입을 열고 묻지도 못하는 청천벽력의 말이다.
“실은 나도 모르던 일이었소.
당신과 결혼을 하기 전에 사귀던 여자가 있었던 것이오.“
민회장은 기영에 대한 말을 간략하게 한다.
숨을 쉬는 사람도 없는 것처럼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심수경의 안색은 점점 더 파리하게 변해간다.
남편의 말이 마치 먼 허공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조차 아무런 감각이 없다.
민우성 역시 아버지의 말이 청천벽력이다.
누군가 둔탁한 둔기로 뒤통수를 때리고 있는 것처럼 머리가 띵하고 멍멍해지고 숨을 쉴 수조차 없다.
민회장은 그런 아내와 아들의 표정을 본다.
자신의 말이 지금 얼마나 큰 충격으로 아내와 아들에게 다가가고 있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민회장은 말을 멈추지 않고 이어나간다.
한기영이 기억상실증에 걸려 그 머나먼 남쪽의 작은 섬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을 찾아낸 것도 자신이 사람을 시켜서 찾아낸 것임을 말을 한다.
“그만..........그만 하세요.
더 이상 들었다가는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요.“
심수경은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간다.
“아버지!
지금까지 생각하고 보아왔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닙니다.
한검사가 누나라고요?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이건 절대로 받아드릴 수도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우성이 역시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버린다.
우희만 멀거니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다.
민회장은 아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모두 받아드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만 가슴은 무거운 납덩이를 얹어 놓은 것처럼 무겁고 침울해진다.
심수경은 안방의 문을 잠근다.
그리고는 며칠을 방안에서 나오지도 않고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문을 두드려 봐도 아무런 반응도 없다.
민회장은 조용히 기다려보기로 한다.
우성이 역시 아버지와 눈도 마주치려하지 않고 우희 역시 아버지를 피하는 듯 귀가 시간이 늦곤 한다.
가족이 서로 얼굴을 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처럼 제 각각의 행동을 한다.
민회장은 자신의 서재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회사의 모든 것들을 당분간 사장단에게 일임을 하고 두문불출을 하고 있다.
심수경은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주일 째 방문을 열지 않는다.
민회장 집이 그런 속에서 겉으로는 조용한 나날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폭약을 서로 각자의 가슴에 안고 있는 살얼음판이다.
이제 기영은 많은 회복을 보이는 듯 하지만 여전히 기억은 되돌아오지를 않고 기영의 가슴은 더욱 답답할 뿐이다.
“기영아!
밥을 좀 더 먹어라!“
늘 먹는 것이 시원찮은 기영이를 보면서 김윤희는 끼니때마다 성화를 한다.
어린아이만도 못하게 밥을 먹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가져다주어도 먹는 것에는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영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자신의 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지만 떠오르지 않고 있는 것이 답답하기만 한 기영이다.
자신이 사랑했고 그래서 아이를 만들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지만 누구인지조차 전혀 기억에
없다.
“민영진!”
하루에도 수없이 송이가 알려준 이름을 되뇌어 본다.
떠오를 듯 다가오는 듯하면서도 전혀 다가오지 않는 이름이다.
그런 엄마를 보는 송이는 그저 마음만 안타까울 뿐이다.
송이는 이제 세상이 잠잠해지는 것을 느낀다.
기자들이 아무리 캐내려고 해도 더 이상 나오는 것이 없음을 알았는지 더 이상 매스컴에 오르지 않고 있다.
다만 송이가 타고 간 고급승용차의 차주로 되어 있는 임주형과는 이따끔 만나는 사이로 발전을 하고 있다.
임주형은 학교 선배로서 민회장이 이미 모든 일의 앞을 내다보고 그의 승용차를 내어 준 것이다.
또한 임주형은 세진의 민회장의 사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 그룹의 총수의 사조직을 이끌어 가면서도 그룹 속에 깊숙이 연관이 되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임주형은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재원이기도 하다.
그런 임주형이 한송이 검사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미 민우성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포기를 한 한송이검사다.
그런 한검사의 보디가드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그것도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미 임주형은 한송이 검사가 민영진회장의 핏줄임을 알고 있기도 하다.
그것 또한 민회장의 입으로 들은 임주형이다.
그 정도로 임주형은 민회장의 대단한 신임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민회장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임주형의 겉으로의 직함은 중소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기업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보다 더욱 소중한 업무는 민회장의 모든 것을 살펴가며 세진의 비밀문서들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임주형 또한 머리가 비상한 수재인 것이다.
또한 임주형의 야망은 대단한 것이고 그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자신을 낮추고 최대한 자신을 나타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임주형은 당당하게 한송이검사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곤 한다.
이미 언론에 모두 노출이 된 두 사람이기에 감추려고 하지 않아도 편안해지는 두 사람의 관계가 되어간다.
한송이는 처음과는 달리 임주형을 만나면 만날수록 참으로 많은 호감이 가고 마음이 이끌리는 기분이 된다.
참으로 정답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주말이라 다른 날보다 조금은 일찍 퇴근을 하며 이미 청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임주형을 본다.
임주형은 송이를 보며 반가움을 표시하며 차의 문을 열고 송이가 타기를 기다리며 환한 얼굴이 된다.
“어서 오시오.”
“언제 오신 거예요?”
“그리 오래 기다린 것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 검사님의 퇴근시간을 알아보고 나서 온 것이니까요.“
”고맙습니다.“
송이는 그가 열고 기다리고 있는 차안으로 들어간다.
송이가 타고 나서 문을 닫고는 되돌아가 운전석으로 가서 타는 임주형의 모습을 지켜보는 송이는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어디로 모실까요?”
“글쎄요?
가시고 싶으신 곳이 있으면 가시지요.“
”그럼 제게 시간을 주시는 것인가요?“
”후후후..........
이미 그러길 바라고 기다렸던 것이 아닌가요?“
임주형은 차를 출발시키며 가벼운 농담으로 송이의 마음을 풀어준다.
그러고 나서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교외로 빠진다.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서 쏟아져 들어온다.
“아, 참으로 시원하네요.”
“도심을 벗어나기만 해도 바람이 다르더라고요.
텁텁하고 더운 바람이 아니라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라 그런지 몸이 상쾌해지는 기분도 들지요?“
”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주 시원하고 상큼한 맛도 풍겨오고요.“
”가끔은 이렇게 시원한 바람도 쏘이며 기분전환도 필요한 것이지요.
오늘은 우리 검사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호호호.............
오늘은 시간이 매우 한가하신 모양입니다.“
”검사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시간은 만들어야지요.
바쁘신 우리 검사님의 시간을 멋지게 해드리고 기분전환도 시켜드리려면 제가 바빠서는 안 되겠죠?“
송이는 어느 사이에 그와 말을 맞추어가면서 편안한 마음이 되어간다.
임주형은 송이이 마음을 참으로 편안하게 해 주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서울 도심을 벗어나 시원한 교외로 나와 연인들이 즐겨 찾는 고급스럽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분위기는 참으로 조용하면서도 그런대로 멋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임주형은 송이를 위해서 그날의 특별한 스페셜 요리를 주문한다.
“너무 그렇게 과용을 하지 마세요.”
“절대로 과용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소중한 검사님을 이곳까지 모시고 왔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요.“
임주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는다.
요리가 나오고 그들은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음식을 먹는다.
늘 그렇듯이 임주형은 모든 것을 송이에게 맞추어 나간다.
“참, 요즘 민회장님 댁 소식을 듣지 못했지요?”
“네!
서로 연락을 하는 것을 꺼리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우성이에게도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고 있어서 그나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할까요?
그 댁에 무슨 일이 있어요?“
”아마 사모님께서 생각보다 상당히 심각하신 모양입니다.“
”그러실 것입니다.
워낙에 민회장님을 믿고 계시고 사랑하고 계시기 때문에 극복하시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것을 알고 있기에 민회장님께서 입을 다무시고 계셨으면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것이 입을 다물고 계실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물론 민회장님 스스로가 하신 일은 아니라 해도 사모님의 입장에서는 배신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이니까요.“
”제 어머니의 생사만 알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덮고 싶었지요.
생부라는 생각도 하지 않아도 제겐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니까요.“
”송이씨!
피는 물보다 진합니다.
생부가 그렇게 눈앞에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은 송이씨가 그러고자 하는 마음일 뿐입니다.“
”........................“
“사모님께서 벌써 열흘 째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버티고 계시는데 아무래도 조만간 병원으로 모셔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별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걱정입니다.
제가 중간에서 나설 수도 없는 일이고 보니 마음이 편치 않고요.
우성이가 마음을 추슬렀는지도 실은 많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우성이는 별 말이 없지만 심한 마음의 상처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젊은 사람답게 잘 버티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것이 빨리 수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송이는 진정으로 민회장 님 댁을 걱정하고 있다.
“어머닌 요즘 어떠십니까?”
“건강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은데 과거를 되찾지 못하고 있으시고 그것에 매달리고 계신 모습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기억을 하시는 거 아닌가요?”
“그렇기는 하지만 정작 자신이 누구였는지 모르고 계신 것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고 그럴 때마다 민회장님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조금만 생각을 하려고 하면 두통이 심해지는 것이 왜 그런 것인지 원인을 알 수가 없어서 더욱 안타깝지만 현대의학으로도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하니까 그저 바라봐야 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지요.“
”참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을 겪고 계신 어머님이나 가족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송이씨!
이제 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면 어머님을 집으로 모시고 가셔서 조용하게 지내게 하시는 것이 더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네요.“
”네!
아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병원에 계셔도 치료를 받을 것이 없다고 봐야지요.
그러지 않아도 일간 담당 교수님을 만나서 퇴원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송이씨가 마음고생이 많습니다.
어머니의 일과 민회장 님 댁의 일로 송이씨가 편안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제 마음이 많이 아파집니다.
그러나 반드시 모든 것이 편안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민회장님이나 사모님께서 참으로 좋으신 분들이고 그분들이 이 모든 문제들을 결코 복잡하거나 힘들지 않게 해결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임주형의 휴대폰이 울린다.
민회장님 사조직의 요원이다.
임주형은 잠시 송이를 보며 휴대폰을 받는다.
“왜?”
“사장님!
방금 사모님을 병원으로 후송중입니다.“
”뭐야?
상태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혼절한 상태여서 병원에 도착해야만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
내가 바로 병원으로 가지.“
송이는 직감으로 사모님의 위급함을 전하는 것인 줄 알아차린다.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상태는 어떤가요?”
“아마 염려하던 대로 탈진이 되셨나 봅니다.
지금 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다고 하니 별 염려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모처럼의 좋은 시간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아무런 일도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고요.“
”걱정하지 마시고 기다려주십시오.
만일 급한 일이 생기거나 다른 변수가 있으면 바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송이는 엄마가 있는 병원으로 가지 않는다.
그 병원으로 사모님이 가신 것을 알고는 편안한 마음으로 엄마를 볼 수가 없을 것만 같아서 그대로 집으로 간다.
“병원에 가지 않았니?”
문정숙은 예상보다 일찍 들어오는 송이를 보며 묻는다.
“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바로 집으로 오는 길입니다.“
송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하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만일 사모님께 불상사가 생긴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민회장님의 가정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한다.
민회장은 아내의 상태를 보고 받는다.
오랜 시간 식음을 전패한 아내는 결국 탈수현상을 보이며 혼절을 했다.
그 정도로 아내의 충격은 대단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더욱 마음이 아파진다.
무엇으로 아내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가 있을 것인가?
자신을 믿고 순종하며 가정을 지키고 내조를 한 아내다.
무슨 얼굴로 아내를 마주 대할 수가 있을 것인가?
민회장은 더욱 초조하고 힘든 마음의 갈등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한기영의 상태 또한 매일 보고를 받으면서도 죄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아내마저 쓰러지고 보니 더욱 견디기 힘이 든다는 생각뿐이다.
이 고비를 어떻게 넘겨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즐감
감사합니다 ㅡㅡㅡㅡ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