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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스크랩 벽화에 세 들어 사는 남자/ 정훈교
지중해 추천 0 조회 18 14.01.07 22:2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벽화에 세 들어 사는 남자/ 정훈교

 

방천시장, 김광석 벽화거리

사람들이 흘리고 간 지문을 지우며 비가 온다

 

나른한 오후에 나무가 된

사내는, 가을을 지나 나뭇잎 다 떠나보내고

 

어느 봄, 꽃이 되어

아파트 열기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골목은

사내가 빠져 나간 것과

상관없이 낡아갈 것이고 점점

무덤의 곡선을 닮아갈 것이다

 

서른 즈음의 휴식도

잠깐 동안의 불륜이거나

짧은 사랑으로 끝나는 것이다

 

어쩌면 사내는 시를 낳기도 전에

꼬리 없는 온음표로 태어나, 어느 새벽 내리는 비처럼

모든 것을 지우며 돌아갈 것이다

 

많이 가벼워진 것들이

종국엔 떠나거나

 

무너지는 것처럼

 

-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김광석 벽화거리에서

..................................................

 

 김광석은 대봉동 방천시장 번개전업사 집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이곳에서 5살 때까지 살다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서울 창신동으로 이사했다. 어제 하루 어린 시절 살았던 시장통 주택가 골목에는 온종일 1천여 명의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새로 만들어진 김광석의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고 골목 곳곳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김광석을 추억했다. 길이 350m의 좁은 골목 벽면은 김광석의 사진과 벽화, 그의 노랫말 등으로 빼곡하다. 정훈교 시인의 이 시도 그림을 곁들여 벽에 새겨져 있다.

 

 그의 18주기를 맞은 이날은 대구는 물론 서울과 광주 부산 등 먼 곳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광주에서 온 한 30대 부부는 최근 방영된 JTBC의 ‘히든싱어2’ 김광석 편을 보고 그 감동을 잇고자 찾았다며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으며, 이곳이 두 번째라는 서울에서 온 40대 남성은 역시 지난 해 인기몰이를 했던 '응답하라 1994'의 배경음악을 통해 새삼 그가 그리웠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았다고 했다. 지난해 그의 노래를 엮어 만든 뮤지컬도 세 편이나 나오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김광석 감성의 열풍을 더했다. 

 

 그리 멀지 않기에 그동안 나도 두어 번 찾은 적이 있지만 김광석 길이 이토록 부쩍 관광명소로 뜨고 있을 줄은 몰랐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다문다문 발길을 볼 수 있었을 뿐인데 지난해부터 관광객이 급증하여 다 죽어가는 전통시장의 경기마저 살려냈다. 어제의 추모 콘서트는 중구청이 후원하고 시장 상인회에서 감사의 뜻으로 주최하면서 관객들을 위해 떡과 과자를 장만하고 뜨끈한 어묵과 막걸리 등을 무료로 제공하였다. 행사지원을 위해 아예 문을 닫아건 가게도 있었다. 그리고 뒤풀이를 위해 찾은 식당들은 거의 손님들로 꽉꽉 들어찼었다.

 

 '나른한 오후에 나무가 된 사내는' '벽화에 세 들어' '나뭇잎 다 떠나보내고' '낡아갈 것이고 점점 무덤의 곡선을 닮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김광석 나무는 가지가 점점 자라 잎과 꽃을 다시 피우며 아름드리가 되었다. 어제의 콘서트에서 지역 아마추어 음악인 ‘다락팀’의 엔딩 곡이기도 하고 김광석 자신이 작사 작곡한 '일어나'의 노랫말처럼 '가볍게 산다는 건 결국은 스스로를 얽어매고 세상이 외면해도 나는 어차피 살아있는걸.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가고 햇살이 비추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하지만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따라 부르는 관객과 함께 완벽히 소생하였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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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4.01.08 10:17

    첫댓글 감사합니다 ^^*

  • 14.01.08 13:38

    요즘 대구에서 방천시장이 유명해지고 있어요...우리 카페에서 대구방천시장이 나와서 반갑네요..항상 감사드립니다. 지중해님~ 내내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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