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때만 해도 양반과 상놈을 많이 따졌다.
밥 먹을 때 암소리 않고 묵묵히 밥만 열심히 퍼 먹고 일찍 숟가락 놓고
일어서면서 두 손을고 "이또 만세!"를 부르면 양반이라는 소릴 들었다.
밥 먹을 때 칭얼대거나 울거나 하면 부모님들은 대개 "순사가 잡으러 온다"고 겁을 주었다.
어린애가 순사를 본 적도 없지만 부모님들은 왜정시대 일본순사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 말씀을 고분고분 잘 듣지 않거나 하면 상놈된다고 했다.
양반과 상민이라는 계급이 사라진지는 꽤나 오래된다.
인도에서도 공식적으로는 카스트제도가 사라졌지만 아직까지도 관습적으로 남아있다.
간혹 불가촉천민중에서 공부를 해서 학자나 고급 공무원이 된 사람도 있긴 하지만 아직도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은 돈 있으면 다 양반행세를 한다.
엊그젠가 전 연세대교수인 마광수교수가 우울증으로 목을 매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때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을 써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던 사람이다.
우리가 어릴 때 상놈의 대표 성이라면 '천방지추 마골피'라고 들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중에는 천씨 성을 가진 사람도 있고 방씨, 지씨,추씨는 있어도
마씨,골씨,피씨 성을 가진 사람은 알지 못한다. 다만 책이나 언론에서 피천득씨나 마광수씨를 알게 됐다.
천씨 성을 가진 친구나 방씨, 추씨 성을 가진 친구들은 하나 같이 한자로는 다른 글자라고 하면서 한글로는 같지만 성씨가 다르다고 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양반이나 상놈으로 갈라서 태어나지는 않는다.
자신의 행실에 따라 양반이 되고 상놈이 되는 것이다.
양반행세만 하고 품행이 따르지 않는다면 탈춤에 나오는 양반타령의 주인공과 다름없다.
양반이 되려면 양반으로서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그것이 바로 선비정신이다.
아무리 돈이 있어도 선비정신이 없으면 양반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