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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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상민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토크온을 켰다. 토크온이란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할 때 자주 이용했던 음성 통화 프로그램이었다. 그곳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방을 만들어 제 목소리를 드러내며 수다를 떨었다.
운이 좋으면 여자와 1 대 1로 통화도 가능했다. 조금만 머가리를 굴리면 쉽게 야한 이야기로 빠질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이 상민을 채웠다.
접속한 토크온에서 곧 방 하나가 눈에 띄었다.
무서운 이야기 나누실 분 (1/2) - 국자 씨
왠지 여자 이름 같아 방에 접속했다. 미자, 은자, 옥자 같은…… 아, 옥자는 아닌가? 그건 돼지니까. 순자, 공자, 맹…… 아, 얘들은 남자지. 여자와 대화할 생각에 들떠 미쳐 버린 상민이었다.
"하이?"
상민이 방에 접속해 인사했다. 상대방이 묵묵부답이길래 채팅으로 몇 마디를 치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알림이 떠 상대가 볼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일틱훈남: ㅇ
일틱훈남: ㅇ
일틱훈남: 님아
일틱훈남: ?
국자 씨: 안녕하세요
상민의 추접한 추근댐 끝에 상대가 인사했다. 마이크 ㄴ? 물어보자 이내 지지직거리는 끓는 소음이 들렸다.
[반가워요.]
예상과는 다르게 남자였다. 에이, 씨발. 잘못 걸렸네. 인상을 찌푸리며 방을 나가려는데, 국자 씨가 말했다.
[무서운 이야기 많이 알아요?]
상민은 퉁명스레 답했다.
"알면 어쩔 건데."
[대결해요.]
"푸하! 심판도 없이 뭔 대결?"
[목소리가 있잖아요, 우린. 떠는 사람이 지는 걸로 하면 되죠. 아무리 노력해도 공포는 못 숨긴대요.]
국자 씨의 목소리는 저음도 아니었다. 오히려 앵앵대는, 쉰 목소리에 가까웠다. 얻을 거 없으면 안 한다, 새끼야. 상민의 말에 국자 씨는 오만 원을 내걸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요즘 세상에 인터넷 어그로들이 한둘이어야지, 원.
[믿지 못하겠다면 선입금을 해 줄게요. 삼만 원.]
그러나 국자 씨는 끈질겼다. 어차피 인터넷 어그로들은 다 속고 속이는 거다. 상민은 질 수 없다는 듯 계좌를 쳐서 보냈다. 그리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입금됐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입금자명, "대결해요". 네 글자에 왠지 이 방을 탈퇴해선 안 될 듯한 묘한 압박이 들었다.
[상민 씨부터 하는 거예요.]
"잠깐만. 이름은 어떻게 알았냐?"
[입금자명 보고요.]
아하. 민망해진 상민이 억지로 웃었다. 너무 예민하게 군 것 같았다. 돈도 받았겠다, 마침 심심했겠다, 상민이 속으로 이죽거렸다. 그래, 이 형님이 제대로 놀아 주마. 상민은 군대에서의 각종 일화로 무서운 이야기라면 일가견이 있던 참이었다.
"오줌 지리지 마라. 시작한다."
[좋습니다.]
"이 형이 군대에 있을 때 이야기거든? 너 고라니 알지. 씨발, 형이 근무하는 소초 근처에 고라니가 존나 많았어. 야간 서면 고라니 소리가 한 번씩 울리는데, 와. 웬 미친년이 나사 빠져서 외치는 소리 같은 거야."
상민의 이야기는 바로 윗선임에게 들었던 것이었다. 고라니가 밤새 울어 조치를 취하고자 주변을 수색하자 죽은 지 며칠은 된 고라니 시체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소대 녀석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고라니가 영물이라는 말이 진짜였을까. 그 소대원들이 제대하고 난 뒤 나쁜 일에 휘말려 결국 불구가 되거나 남자에게 강간을 당해 미쳐 버렸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었다. 상민은 그것을 마치 제가 겪은 이야기인 것처럼 꾸며 말했다.
한참 듣던 국자 씨는 반응이 없었다. 맞장구도 치지 않았다. 정적 속에서 이야기를 마친 상민이 머쓱하게 헛기침을 했다. 여보세요? 끊겼나 싶어 괜히 확인하는 말을 뱉자,
[꿰에엑!]
이상한 소리가 돌아오는 게 아닌가. 어후, 놀래라! 저도 모르게 심장을 붙잡고 헉헉대니 몇 차례 더 궥궥대던 국자 씨가 낄낄 웃었다.
[상민 씨, 뭘 그리 놀라요! 이거 고라니 소리잖아요. 저 고라니 소리 아주 똑같이 내거든요. 제 장기예요.]
"재수 없게, 미친."
[그런데 이거, 미친년 소리보다는 씹새끼 울음에 더 가깝지 않아요?]
국자 씨의 말 하나하나마다 소름이 돋고 기분이 상한다. 상민이 토크온을 종료시켰다. 새벽에 잠 안 온다고 뻘짓했다가 이게 뭐람. 오늘은 아예 날밤을 까게 생겼다. 고작 새벽 두 시였다.
"그래도 삼만 원 벌었으니 됐다."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상민에게,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내 차례죠?]
국자 씨의 것이었다.
왘ㅋㅋㅋㅋㅋㅋ존잼ㅋㅋㅋㅋㅋㅋ
개존잼쓰 ㅠㅠ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자마자 한남국자 떠올랐는데 ㅅㅂ맞나보넼ㅋㅋㅋㅋㅋㅋ
살남마여시야?? 개좋아
기대기대^^7
아앀ㅋㅋㅋㅋㅋㅋ국잨ㅋㅋㅋㅋㅋㅋ리플보고알았네
아 ㅅㅂ 개꿀잼유잼 꺄아아아앙 개무서벙
ㅁㅊ 존잼 낮에 봐서 다행..
ㅋㅋㅋ나만 꿰에엑에서 놀란줄ㅋㅋㅋㅋㅋㅋㅋㅋ아 존나 존잼이다 하편 보러 총총..^^777
ㅋㅋ ㅅㅂ 일틱에서 ㅋㅋㅋㅋ
ㅋㅋㅋㄱ앜ㅋㅋ존잼!!!
악 재미써...!!!!
일틱훈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틱훈남ㅅㅂ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