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설과 설
설날은 정월 초하루. 전날인 섣달그믐은 까치설을 일컫습니다.
까치설은 '작은설'인 아찬설, 아치설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그럴듯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과 까치, 뭔가 절묘하게 잘 어울리잖아요.
조왕신은 부엌(주방)에 사는 신입니다. 불씨가 귀하던 시절엔 아궁이와 부뚜막을 지켰다지요.
그래서 부뚜막신, 조왕할머니라고도 부릅니다. 조왕신은 이맘때 가장 바쁘지요.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한테 식구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보고를 한다네요.
길이 멀어서 섣달 스무나흘에 갔다가 그믐밤이 되어서야 돌아옵니다.
섣달그믐날 집집마다 불을 환하게 밝히고 밤을 지새우는 이유입니다.
그날 조왕신을 기다리지 않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고 믿었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지요.
섣달그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밤을 새우는 집은 지금도 꽤나 많을 겝니다.
한 해가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해지킴’ 풍습이기도 합니다.
정이 넘실대던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섣달그믐은 몹시 바쁜 날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온 가족이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었습니다.
저녁엔 달걀 등 작은 선물 꾸러미를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빌려 쓴 물건을 돌려주고 꾼 돈도 갚았지요.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새해 첫 해가 뜨기 전에 모든 일을 매듭지었지요.
섣달그믐, 까치설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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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28일, 갑진년 섣달 그믐날, 까치설입니다
내일부터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출발한다는 설날이라는 말입니다
올해는 설 전에 임시공휴일을 끼워넣었기에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먼저 집에 들러 며칠 동안 함께 지냈습니다.
첫째 아니는 입시준비생 고2의 학원가는 일로 함께하지 못했고, 둘째는 3박 후에 서울로 돌아갑니다
어제 저녁 무렵에 막내가 처갓집 먼저 들렀다가 본가에 들어섰으니 모초럼 아이들 부산스러움에 웃게 됩니다
미리 세배를 같이 하고 세뱃돈을 나누어 주고 받았습니다
일어나는대로 둘째네는 서울로 돌아갈 것이고, 막내네와 차례를 준비할 것입니다
갑진년에 그러했듯이 을사년에도 함께 하는 시간이 잦기를 소망하며 건강과 행복하기를 축원하는 까치설입니다
하룻길 천천히 걸으며 조왕신 서운하지 않게 맞으시고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