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두 편의 글을 읽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아낌없이 몽땅 투자해도
주식과 달리 손실이 생길 일이 없으니
주식을 부업으로 하면서 전업인 사랑을
많이 많이 하도록 노력합니다!
☆사랑에도 기적이 있었으면 ☆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며
우리 인생의 기적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기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몇 해 전 가을, 라디오 작가로 일할 때 일이다.
매일 오후 4시에 소소한 일상을 전하며 노래를 틀어주는 방송이었는데
한 청취자가 진지한 사연을 보냈다.
저에게는 5년 사귄 남자 친구가 있습니다.
5년 동안 만나면서 한 번도 안 싸울 정도로 마음이 잘 통했습니다.
사귄지 5년째 되던 날 남자 친구는 프러포즈를 했고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결혼 날까지 잡았는데, 제가 최근
소화가 잘 안 돼서 병원에 갔다가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대장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가족을 부둥켜안고 울었고 남자친구도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좌절감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지만 남자 친구가 희망을 주는 말을 많이 해준
덕분에 방사선 치료를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힘든 시간을 잘 견딘 덕분인지 “상태가 좋아졌다”는 기적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고생해준 남자 친구가 너무 고마웠고, 우린 예전처럼 데이트를
즐기고 연애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결혼 이야기가 나와 날짜도 정하고 예삭장도 예약 했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암이 재발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름 착하게 살았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저는 사람도 안 만나고 방구석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냈는데 또 한번
남자 친구는 나에게 용기를 줬습니다.
딱 한번만 더 해보자는 말에 저는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항암치료가 별로 효과가 없었고 지쳐갔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옆에서 고생하는 남자 친구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남자 친구를 놓아주기로 결심하고 그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남자 친구와 만나는 5년 동안 따뜻한 밥 한번 차려준 적이 없어 못하는
요리지만 밥도, 국도 하고 그렇게 밥상을 차렸습니다. 밥을 다 먹을 때 즈음
그에게 이별을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태연하게 밥이랑 국까지
다 먹더니 “결혼해서 단 하루를 같이 살더라도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우리 결혼하자!”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했습니다.
이 바보 같은 남자와 곧 결혼하는데 남자 친구가 매일 운전하면서 이 방송을
자주 듣는다고 해서 방송을 통해 축하받고 싶습니다.
저희 결혼 축하해주세요.
사연을 소개하는 동안 DJ였던 김창열 씨는 눈시울이 벌게질 정도로 눈물을 흘렸고
그녀의 결혼을 축하하는 청취자 문자가 쇄도했다.
그날 라디오 초대가수가 바비킴이었는데 두 사람의 사랑 얘기에 감동 받았다며
그 자리에서 라이브로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를 불러줬다.
이날 방송은 많은 사람에게 회자 됐고 유명 아나운서가 두 사람의 결혼식
사회를 봤으며 가수 DJ DOC가 축가를 불렀다. 방송의 인연으로 두 사람은
가끔씩 방송에 문자를 보냈고 1년 넘게 소식을 전한 걸로 기억한다.
살아서 다시 만나는 게 기적처럼 느껴지는 이 시대에 두 분도 여전히 기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 부부란? ☆
백건우 그리고 윤정희 이야기
어둑한밤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이 스며듭니다.
일흔을 훨씬 넘은 피아니스트(백건우)가
슈베르트 즉흥곡을 연주합니다.
여리고 잔잔한 선율에
빛과 어둠이 엇갈립니다.
아내(윤정희)없는 삶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음악가 남편이 지켜봅니다.
"여보 소금통이 비었네"
그러나 아내는 초점 잃은 눈으로
식탁만 내려다 봅니다.
"여보,나야나,
왜그래? 무슨 일이야?"
"여보,제발...
얼능 내 얼굴을 좀 봐"
영혼마저 잿빛으로 시드는
치매 앞에서
남편은 영원할 줄 알았던 것이
영원히 사라졌음을 깨닫습니다.
이 익숙한 멜로디는
''리스트''가 연인에게 바친
"사랑의꿈" 입니다.
언젠가 피아니스트 백건우 독주회에서
아내 윤정희가 남편을 바라보며
남편 백건우의 연주에 맞취
낭랑힌 목소리로 읇었던 그 노래 입니다.
당대 최고의 명배우 윤정희
별처럼 빛났던 정상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와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아내로 살아온지 43년
윤정희는 웬만해선 미용실에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40년을 넘게 이렇게
남편이 잘라주고 매만져 줬습니다
부부는
백건우를 뺀 윤정희
윤정희 없는 백건우를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늘 함께 다녔기에
휴대전화도 한 대를 같이 썼다고 합니다.
언젠가
남편은 아내를 가리켜
"평생 꿈만 꾸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아내도
"삶의 마지막 모습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꿈꾸며 가고싶다"고 했지요
그랬던 그 아내가
5년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남편은 밝혔습니다
공교롭게도
윤정희의 마지막영화 "시"에서 연기한 주인공 역이
치매를 앓는 할머니 역 이었지요
그녀는 이제 딸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딸에게 "오늘 촬영은 몇시냐고" 묻곤 한다는 말에서는
슬프게도 인생은
"Sad Movie(슬픈영화)"라고 했던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많은 대중이 사랑했던 여배우가
어둠에 갇힌 모습을 생각하면
늦가을 찬바람처럼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하고 스산하기 까지 합니다
하지만
"아내가 아프고 난 뒤
피아노 소리도 달라졌다"는
남편의 말에서
그나마 따스한 위안을 받습니다.
어둠 속 아내에게 남편은
한줄기 빛이 되어 줄겁니다
부부는 이런건가 봅니다.....
부부란 그런것인가 봅니다....
첫댓글 그 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천연 인것같습니다
너무 감동적인 사연이군요
부디 건강을 회복하시고 이쁜 아이도 낳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네~~ 감동입니다. 제 옆지기에게도 오늘 만나면 사랑한다고 말해 줄까요? ㅎ
덧글 쓰신 님들은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하니 표현만 더 하시면 더욱 사랑이 넘치겠습니다.
사랑하면서도 표현하기를 쑥서러워하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