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내복까지 꺼내 입었는데 동쪽으로 앉은 우리학교는 참 춥습니다. 요 며칠 하는 일도 없는데 좀 피곤하네요. 그러니 마음까지도 오그라드는것 같습니다.
몇일 전 학교에서 오니 우리딸이 아이스크림 먹었다고 자랑을 해요. 그날도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조금 신경이 쓰였어요. 우리딸은 체질이 저랑 비슷해요. 기관지가 약하고 장이 조금 안좋고. 찬걸 먹으면 별로 안좋아요. 저도 한여름에도 아이스크림같은건 한개도 잘 못먹거든요.
그러더니 어제새벽에 결국은 탈이 났어요. 새벽에 자고 있는데 정민이가 엄마를 불러서 일어나보니 열이 나요. 물을 먹이고 옷을 벗겨서 재우고 어머니께 병원에 데려가보라하고 학교에 왔지요.
저녁에 집으로 가니 헬로팬돌이음료수병이랑 야쿠르트병이 있어요.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감기초기라서 괜찮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어머니는 정민이가 사달라고 졸라서 그 찬 음료수를 샀대요.
"한번 사 달라고 하면 안 사주고 돼나?"
이러시는데 갑자기 그때부터 짜증이 나요.
저녁을 먹는데 형준이가 또 온 방을 돌아다니며 밥을 안 먹네.
"코코볼이랑 떡이랑 먹었더니 배가 부른 모양이다."하시길래
"그럼 저녁은 먹지마라" 그랬더니
"아로 밥을 안 멕이모 되나?"하시며 밥을 먹이네요.
형준이는 온갖 짓을 다하며 꾸역꾸역 받아먹네요.
밥을 안 먹고 이렇게 딴 짓하고 다니면 과자안사주고 아무 것도 먹을 건 안주겠다고 협박을 했더니
"할머니 엄마말 듣지마"한다.
할머니는 또 아이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고.
형준이는 엄마가 낮에는 학교에 가기때문에 아무 힘이 없다는걸 압니다.
저녁을 먹고 정민이가 또 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아이를 안고 누워 있는데 어머니 아버님 목소리가 드립니다.
"뭐하러 큰아 의료보험에 넣을라하노?" 아버님은 얼마전에 회사청소하고 허드렛일하는 일을 그만두고 집에 계십니다.
"큰아밑에 올려놔야 당신이 병원을 가면 보험 혜택을 받지."
"그냥 큰아 보험카드가지고 가서 우리 아들이요. 하면 병원에서 보험해준다 안하나?"
우리 아버님은 언제나 이런 식입니다.
그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오늘은 들어주는게 싫습니다.
씻을라고 화장실에 들어갔어요.
어른 변기위에 얹어주는 아이들 변기가 나와 있습니다.
오줌이 말라 얼룩이 지고 똥도 구석에 묻어 있습니다.
수세미를 꺼내 문질러 씻었습니다.
오늘은 왠지 모든일이 짜증이 납니다. 정민이도 굳이 그아이스크림이 아니라도 감기에 들었을테지만 자꾸 어머니가 원망이 됩니다.
잘라고 누웠습니다.
형준이는 벌써 잠이 들었습니다.
정민이는 자꾸 열이나서 해열재를 먹였습니다.
"엄마, 기분이 없어?"
우리 아이들은 기분이 안좋으냐는 말을 꼭 이렇게 합니다.
"아니, 정민이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엄마, 나 인제 열 안나지?"
정민이를 꼭 안고 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