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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지원 허용은 활동지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법은 장애인과 그 가족의 생업을 지원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 규정으로 얼마전 시각장애인 한 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활동지원사에게 일부 업무의 도움을 받다가 의정부시로부터 환수조치에 대한 경고를 받고, 부정수급자가 된다는 것을 견디지 못하였다고 기사는 전한다.
이 사건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울분을 토했고 정부를 규탄했다. 국회의원들이 이에 호응했다. 김예지의원은 국정감사에서 “5인 미만 사업장까지는 예외를 갖고 생업 일부로라도 활 동지원을 지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요구했고 장관은 “중증장애인은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복지부가 민관협의체를 통해 해당 사건과 관련한 제도개선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부실한 제도로 명을 달리하신 분이 겪었을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국회와 정부에서 대책으로 나오는 생업지원 허용은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다. 애초에 이 사건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채 이용자와 협의하여 정하도록 한 제도의 문제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의 자립과 일상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좋은 정신을 구현하는 것은 시스템이어야 하지만 지금은 단지 활동지원사를 통해서 구현되고 있을 뿐 이다.
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의 정함이 없다. 형식적으로 무엇을 할지 정하지만 사전에 정하지 않은 일을 장애인이 원할 경우 거 절할 수 없다. 일을 시키는 사람이나 지시를 받는 사람이나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가능한 업무범위인지 알지 못한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지금도 이렇게 정함이 없는 업무로 인해 노동에 대한 자존감 상실을 수시로 경험한다. 시각장애인만이 문제가 아니다. 모센터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한 이용자와 연결된 활동지원사는 이용자를 대신해서 회계업무를 해야했다. 이 활동지원사에게는 이용 자가 아니라 센터 직원이 업무를 직접 지시했다. 길거리에서 좌판을 여는 이용자를 케어한 활동지원사는 호객행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했다.
비단 생업지원만이 문제이겠는가? 의료행위, 가족을 위한 노동, 차량을 이용한 서비스 제공 등 법과 제도가 금하는 일들이 활동지원사들에게는 당연한 듯 요구되는 노동들이다. 이 런 일들로 장애인이 고통을 호소할 때마다 허용하겠다고 할 것인가?
활동지원서비스에 생업지원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지금도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 정함이 없는 업무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활동지원사에게 문제해결을 전가하는 것일 뿐이다. 서비스 제공계약 체결 시 업무를 명확하게 정 하고 그 외 업무에 대해서 사업기관의 승인 없이 진행할 수 없게 해서, 업무범위에 대한 혼란을 해소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활동지원은 생업지원을 허용하는 사례가 없다. 김예지의원이 국정질의에서 “보호작 업장 등에서 근로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예외규정”을 허용의 근거로 들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보호작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일 중에서 생업과 관련되어서 는 활동지원이 허용된 적이 없다는 것이 복지부 관계자의 발언이다.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한 책임은 귀책 당사자에게 물어야 한다
언론이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 어디에서도 2억을 환수당하는 주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마치 장애인이 환수를 당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환수는 부당하게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서 국가가 회수해가는 것이 원리이다.
이미 사용한 바우처는 활동지 원기관에 돈으로 지급되었고, 기관은 그것의 일부를 임금으로 주었다. 그러므로 환수를 당하는 주체는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이며, 활동지원사는 받은 임금을 활동지원기관에 돌려주어 야 하는 것이다.
의정부의 사건이 만일 예고된 대로 환수조치가 취해질 경우 바우처급여의 75% 이상은 임금으로 받았을 것이므로 활동지원사는 1억5천만원 이상을 기관에 돌려주어야 할 수도 있다. 일은 일대로 하고 돈은 토해내고, 어쩌면 자격정지도 당하는 것이 활동지원사의 처지 다.
드러난 사건은 소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어마어마한 금액의 환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생업지원이나 단순대기와 같이 급여원칙을 벗어나는 서비스에 대해서 환수한 금액이 매년 늘고 있다.
2021년 150,644,582원, 2022년 756,568,723원, 2023년 1,252,889,489원에 이른다. 2024년은 7 월 기준으로 1,072,744,362원에 이른다. 이 자료대로면 활동지원사들은 일을 하고도 수십 억을 토해내는 억울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사망한 시각장애인은 생업지원이 부정수급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전안내나 교육을 받지 못 했다고 했다. 이는 활동지원사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사건 직전에도 경기도 양주시에서 생업지원에 대한 환수조치가 있었다. 이용자가 건물 방역·소독을 직업으로 갖고 있 는 시각장애인이었고 그 일을 활동지원사가 대신했다. 양주시는 천만원이 넘는 급여를 환 수하고 활동지원사에게는 자격정지 8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활동지원사는 자신이 하는 일을 꼬박꼬박 업무일지에 적어서 제출했지만 기관으로부터 이를 금하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지원한 활동지원사가 있었다. 그는 이용자의 업장 청 소, 손님 명단 정리, 침대 정리 등의 일을 해야 했다. 애초에 계약에 없던 일이라 기관에 문의했는데 기관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이 현장의 실상이다. 이용자와 활동지원사도 부정수급의 내용 중에 생업지원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장애인활동지원 지침에는 “부정사용 등 불법행위가 적발된 경우 활동지원 기관의 고의 및 중과실, 관리감독 소홀로 발생한 것일 때에는 활동지원기관이 부정사용액 의 환수책임을 져야함”이라고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고지를 받지 못한 활동지원사와 장 애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지침에도 맞지 않다.
노동자 의견을 묻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상황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의견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생업지원 부정수급의 당사자는 장애인만이 아니다. 활동지원사야말로 당사자 중의 당사자다.
생업지 원을 허용할 경우 늘어나는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활동지원사다. 처음 이 사건을 접하 고 전국활동지원사노조는 상황이 생업지원 허용으로 흘러갈 것을 우려해 서둘러 보건복위 원회 의원들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안타깝게도 성사되지 않았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업무를 특정하기 힘들게 만들어진 것은 제도의 취지에 기인하는 바 가 있다. 장애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에 받기를 바랬고, 그것이 제도가 만들어지는데 중요한 정신으로 작동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해서는 생각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고 관련자들은 말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금도 노동자의 처우를 제도 밖의 문제로 볼 때가 많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일들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태도도 문제다.제도 가 바뀔 때는 수급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현장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의 입장과 의견에 대해 경청하고 숙고 하기를 바란다.
2024년 10월 25일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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