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도장애인복지관 평생교육원, 자원봉사 담당자 교육을 네 시간 반 동안 진행했습니다.
경기도에 위치한 장애인 시설에 근무하시는 20여명 선생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자원봉사', '자원봉사자'를 그 분들의 일에 한정하여 이야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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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는 인간적인 만남의 구실입니다.
얼마 전 저를 보고 싶어 하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식사하고 탁구도 11점 게임으로, 스무 게임도 넘게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제가 아내에게 친구를 위해 ‘자원봉사 했다’고 말했을까요?
아니죠.
그냥 친구로 만난 것이고, 식사한 것이요, 탁구 친 것뿐입니다.
만나서 식사했는데 한쪽이 자원봉사를 했다고 느끼고
다른 한 쪽 역시 자원봉사 받았다고 느낀다면,
이런 관계가 사람다운 관계입니까?
여러분의 지향은 무엇입니까?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관계가 특별한 관계여야 합니까?
자원봉사자와 장애인,
봉사자와 대상자,
그런 관계가 사람다운 관계일까요?
그런 특별한 관계를 주선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지향입니까?
그저 평범한 이웃으로,
가끔 왕래하고 안부도 전하고,
도움도 주고받는 사이가 사람다운 관계,
이것이 마땅한 사람살이 아닐까요?
그러나 처음부터 좋은 이웃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해달라기 보다는
처음부터 평범한 이웃으로 만나기를 부탁하겠습니다.
'자원봉사'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쉽게 참여합니다.
'자원봉사'는 이웃에 관심 갖고 무엇인가를 나누는 일의 진입 통로입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가 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자원봉사자와 대상자의 관계로 유지되면,
사람을 봉사의 대상으로 대하기 쉽습니다.
나와 다른 특별한 곳에 존재하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사회복지사는 자원봉사자를 많이 모집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웃이 되어 서로 살필 수 있게 주선하는 사람,
자원봉사를 구실 삼아 이웃과 인간적 만남을 이룰 수 있게 돕는 사람입니다.
사람다움을 생각하지 않고 사회다움을 내버려둔 채
자원봉사자의 효과적인 모집, 배치, 관리 등이
과연 기술로써 될 수 있는 일입니까?
따라서 우리는 자원봉사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마땅한 사람살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것을 바로 세우면 그 속에서 일의 실마리가 풀립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추창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름다운가게는 새로운 자원봉사자를 교육할 때
'그물코 정신'에 관해 집중적으로 설명한다고 합니다.
'그물' 처럼 사람들이 서로 얽혀 있고 서로 의지하는 관계,
우리는 그런 관계 속 한 오라기 실이며,
따라서 나눔이란 누군가를 위한 나의 희생이 아닌
결국 당신을 위함이 나를 위하게 되는 것,
이것이 '어울려 사는 사람의 마땅함'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가치를 이해한 뒤에야 자원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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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에 앞서 당사자에게 우선 묻고 상의해야 하는 일,
사소한 것도 당사자에게 설명하고 상의해서 결정해야 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책 <노인복지혁명>과 <똥꽃>을 소개했습니다.
자원봉사자와 대상자로 만났지만 이러한 만남이 평등한 관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소한 일도 여쭈고 상의해야 합니다.
관계의 왜곡을 막는 중요한 방법이 걸언, 즉 여쭈는 것입니다.
이후 '자원봉사 모집에서 핵심적 가치가 무엇일까',
'자원봉사자의 관계에서 평범한 이웃의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
에 관해 모둠을 이뤄 토론했고 발표했습니다.
모둠 별 토론 후 정리된 이 주제에 관한 발표내용은
인간적인 만남, 인간적인 관계, 서로의 입장 이해,
진정성, 뜨거운 마음 등이었습니다.
마지막 모둠 활동은 어느 사회복지사의 일기를 보고 오류를 찾는 것이었는데,
모둠 별 발표가 대체로 일치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장애인을 이미지로 만들어 상품으로 파는 사람이 아니다,
자원봉사는 거래가 아니다,
사회복자사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도 아니다.
당사자에게 우선 설명하고 묻고 상의해야 하고
가까운 이웃들이 참여할 수 있게 돌아다니며 부탁하고, 그렇게 주선해야 한다."
교육에 참여하신 선생님들이
자원봉사에 관해 스스로 이렇게 정의하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하실 수 있게 도왔을 뿐이고,
그것이 옳다고 용기를 드린 것입니다.
다음과 같이 말씀드리고 맺었습니다.
"이런 결과,
너무 당연한 것 아니냐고요?
그럼 이것 말고 또 무엇이 있습니까?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는 구실이 자원봉사인데,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 할 때 이것 말고 무엇이 있습니까?
친구를 사귀고 이웃을 만날 때,
진정한 마음을 접어두고
우리가 기술로써 다가가고 기법으로 잡아두려 한다면
그것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애정이 싹트고 우정이 생길 수 있을지요?
당장 급한 일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얼마나 지속될지, 다시 이룰 수 있을지...
무엇보다
내 마음이 떳떳할지 모르겠습니다.
오직 마땅함을 좇아 행해야 합니다."
수원역으로 향하는 길,
차 태워주신 선생님께서 질문하였습니다.
"이렇게 행하고 싶으나 기관의 요구가 있어 쉽지 않다.
특히 상사가 아는 분이라며 소개했는데,
그 분은 자원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한 봉사활동을 요청한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혼란스럽다."
"네, 어렵네요...
그런 부탁 또한 구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준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기준을 뚜렷이 하고
그 기준에 맞춰 상황을 판단해야 합니다.
떳떳할 수 있는 기준..."
첫댓글 서울에서 복지요결 강좌 참석하시는 엄미경 선생님께서 이 글을 읽고 제게 연락주셨습니다.
아이들과 자원봉사자와 만남을 인격적이고 인간적으로 주선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광활팀 면접과 방학활동 설명회 때 아이들이 차대접하는 사진을 보셨다고 합니다.
철암에서 자원봉사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저희는 자원봉사자 관리를 하지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아이들과 이웃께 묻고 부탁드립니다.
이웃관계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봉사자와 대상자가 아닌 평범한 이웃관계이길 바랍니다.
세진형 글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다음 강의 때 만나거나 전화로 여쭙고 싶다 하셨습니다.
"저희는 자원봉사자 관리를 하지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아이들과 이웃께 묻고 부탁드립니다. 이웃관계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고마워요 철암! 고맙습니다. 김동찬 선생님~
엄미경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을 원하는지 묻고, 모집을 했다고 합니다.
김종원 선생이 장애인복지관에서 당사자가 요청하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한 일과
특별한 간담회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김종원 선생이 홍보 사회사업 게시판에 공지글로 올린 원고를 알려드렸습니다.
관계를 살핀 간담회! 감동의 여운이 생생합니다.
동찬이형, 감사합니다. 뒤를 돌아봤을 때 주객전도를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지만 이웃관계로 만드는데 한계가 많았습니다. 당장 각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필요한 봉사자를 찾는데 급급했습니다. 혹,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부분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4~95년 자원봉사전산망(지금의 복지넷)을 만들었고, 자원봉사관리자교육에도 간여했고, 자원봉사자 활용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 약자를 위한 직접 대인 서비스에서는) 자원봉사자라는 용어조차 쓰기를 꺼립니다. 돌이켜볼 때 부끄러운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일까지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광활 섬활 초기의 경험에서도 부끄러운 점이 있으니까요. 스스로 반성하고 채찍질할 일이 많습니다.
전화로 말씀하셨지요.
선생님께서 비틀거리며 걸으셨던 길 조차 제자와 후배들에게 큰 공부이고 자산입니다.
토요일에 자원봉사 관련하여 발표가 있습니다. 자원봉사가 아닌 이웃관계에 대해 집중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세진이형의 글이 힘이 됩니다.
고마워요. 종원.
응원합니다. 지지합니다.
고수들만 계시는군요..^^ 늘 존경하며 그 발자취를 바라봅니다. 선생님들의 글을 보며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흉내라도 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늘 감사할 뿐입니다. / 아이들에게 묻고, 어르신에게 여쭙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도 여쭈어봅니다. 늘.. 생각처럼(그 생각이 옳은 것인지도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여쭈어봅니다. 되든 안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