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1 <음악교육신문사 시평>
한국 창작오페라
글 : 이영조 작곡가. 한국문화에술교육진흥원 이사장
근자에 들어 음악계에 보여 지는 바람직스럽고 반가운 모습은 음악분야 전반에 걸쳐 고른 발전 양상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기악분야에서 보면 과거 바이올린과 피아노에 집중 되었던 시대는 이미 지난지가 꽤 되었고 목관, 금관, 그리고 타악기 분야까지 전 분야가 교육과 실제 연주자 배출, 그리고 연주자들의 기량향상 및 참여하는 관객 수도 급증했다고 볼 수 있다.
인성분야에서 합창이 국내외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오페라 가수로 국제무대로의 진출과 활략 상은 두드러진다. 음악애호가들에겐 많은 메뉴가 생긴 셈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대중이 쉽게 즐기고 가까이 할 수 있는 음악장르로 오페라를 손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성악가인 테너 이인선 씨가 최초로 오페라 공연을 베르디의 ‘La Traviata’를 일본식 이름 ‘춘희’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렸다. 그 후 1950년 6·25 전쟁 발발 한 달 전인 5월, 현재명의 오페라 ‘춘향’이 공연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오페라로 기록을 남겼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많은 오페라단들이 매년 유명 오페라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예술의전당에서는 5월이면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도 개최된다. 대중친화적인 오페라를 음악 향유자 에게 제공하는 페스티벌이기에 우리는 거기서 ‘우리들의 정서와 삶의 애환’을 반추하며, 동감 하며 원하든 원치 않든 스스로 교육적인 가치도 얻는다. 대부분 잘 알려진 이탈리아 오페라 들이며 마치 구색 맞추기처럼 늘 한 편이지만 우리 창작 오페라도 끼어 있다.
이탈리아 오페라가 세계적인 이유는 삶 가까이 뒷골목의 이야기로부터 고급생활에 이르기까지 질박한 삶과 직접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음악이 사랑, 질투, 그리고 배신과 이에 따른 복수를 위한 음모, 살인과 파멸…. 이 과정에서 해학과 유머가 곁들여지는 극적 효과와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감상하는 사람 각자가 받아들이는 각기 다른 메시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의 우리나라 오페라 계는 서구 유럽의 그것을 받아들이고 감상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그 기간이 너무 길었고 침체도 있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서는 많은 오페라단이, 축제가 그저 그런 곡들을 돌려가며 순서를 채워 왔다. 창작 오페라의 경우 그 제목을 열거 해보면 다분히 역사적 인물에 치우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들의 정서와 삶의 애환…” 우리나라 창작 오페라가 거기 있을까….
역사적 인물의 갖는 국가적 정신적 이미지는 위대하지만 엇비슷한 충(忠), 의(義), 애(愛)의 고 답스러운 주제는 연주가들로부터 외면 되어왔고 따라서 동원된 사람들 이외엔 청중은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의 오페라가 소재 면에서 다양성에 눈을 돌려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창작 오페라만을 가지고 하는 오페라 갈라 무대를 꾸미기 위해 그간의 창작 오페라를 시대 별로 열거하고 그 오페라를 제작해본 오페라단 단장, 연출자 그리고 직접 노래 부른 가수와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에게 인상에 남는 곡이나 추천할 만할 곡에 대하여 의견을 물었다. 선뜻 추천할 만한 곡을 듣기가 어려웠다. 10곡 이내의 곡을 선정 하는 과정인데도 고심이 컸다. 어려움의 이유는 시장원리, 예술성 있고 재미있는 청중을 사로잡을 만한 곡이 없다는 것이었다. 연주자가 마다한다면 청중은 어떻겠는가.
일차적으로 대본가와 오페라를 쓴 작곡가들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필자는 아직 대본가라는 명함을 가진 분을 만나 본적이 없는 것이고 보면 우리나라 창작 오페라의 현주소를 가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의 부재 또한 거론되어야 한다. 오페라 가수들이 세계적인 작품을 들여와 영향을 받고 교육 받아 세계적인 연주가가 되는 동안에 대한민국도 세계 속의 일원인데 거기에 들 수 있는 한국의 정서와 애환을 들어 낼 수 있는 곡을 써 내는 작곡가의 교육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국제적 활동을 하는 한국의 작곡가도 우리 것에 대해선 관심이 별로 없는 경우를 많아 본다. 우리 것을 모르니 관심을 가질 수 없다. 그렇게 교육 받아 왔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한국적인 가락과 장단뿐만 아니라 내면세계를 통찰, 섭렵 하는 깊은 음악은 국악 전공이라는 이원화된 교육 제도 안에서만 배워야 했거니와 한편 이들은 국제화된 고도의 서양의 작곡 기법을 배우는데 한계가 있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즉, 서양음악 교육을 받은 이들과 국악교육을 받은 이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계적인 면에서 보면 반쪽씩의 교육을 받은 것이다.
창작 교육에 있어서 융합 교육이 필요한 것은 비단 오페라 창작에 있어서 뿐만이 아니거니와
우리 것을 정립하려면 우리와 세계를 동시에 녹여 낼 수 있는 작곡 기법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 것 없이 세계 속에 들어가려고 하면 흡수된다. 우리 속에 세계를 품고 세계 속에 우리가 들어가야 한다.
한국의 창작 오페라의 소재가 꼭 민속에 바탕 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예술은 자아의 발로이며, 타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서 발달하고 사회에 기여 한다는 것을 생각 할 때 자아에 대한 정체성 있는 작품 또한 필요 한 것이다. 자아가 없는 예술행위는 타 문화에 정복되고 종속된다.
이탈리아의 아리아 오페라-독일의 음악극-불란서의 스펙타클 오페라-영국의 담시적 오페라…. 이렇게 특징지어진다면 한국의 오페라는 어떻게 자기 모습을 갖출 것인가에 대하여 작곡가들뿐만 아니라 오페라 계, 나아가서는 음악계가 더 깊이 고민하여야 한다.
올해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단 한 편의 창작 오페라가 올랐다.
지금의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거처야 할 과정이겠지만 이탈리아 오페라 페스티벌에 불과하다. 이 과정을 넘어서야 한다.
작곡가 한 명을 키우는데 30년이 소요 된다고 계산한 학자가 있다.
국악과 서양음악의 융합 교육을 통해 균형 갖추어진 젊은 작곡가들을 키워 광복 100주년에는 남·북한의 각도를 대표하는 창작오페라와 함께 유럽 오페라 들을 손님으로 모셔와 함께 만나는 대한민국 국제오페라 페스티벌이 되는 꿈을 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