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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03
1. 도로 (낮)
강석호의 오토바이 달려간다.
2. 기봉 집 앞 (낮)
강 (산동네 걸어 올라와/손수건 꺼내 땀 닦으며 보면)
허름한 작은 나무대문에 <차기봉 수학교실> 판자에 손으로 쓴 간판 걸려 있다.
3. 산동네 마당 (낮)
좁은 마당에 허름한 집. 평상에 시래기 널어져 있고.
안방 댓돌엔 초딩들 낡은 운동화, 슬리퍼들 열 켤레 쯤 아무렇게나 벗어져 있다.
강 (들어오는데)
(e) 짝, 회초리 소리.
남자애(e) 으앙!
4. 기봉 안방 (낮)
윗목에 손들고 벌서는 초딩 2,3학년 아이들 겁에 질려 보고 있고.
남자애, 서당샘 같은 한복 차림의 차기봉에게 회초리 맞고 있다.
차기봉 (노려보다) 뭘 잘 했다고 울어! 구구단도 모르는 녀석이! (회초리 짝!)
남자애 으아앙!!!
차기봉 (회초리 짝! 때리며) 뚝!
남자애 끅.
차기봉 (윗목 아이들에게) 다음!
아이들 (완전 공포/덜덜덜)
차기봉 (회초리를 방바닥에 내려치며) 다음!
아이들 으아아아. (동시에/우르르 도망치는)
5. 산동네 마당 (낮)
아이들 (문 벌컥 열고 뛰어나와/신발도 못 꿰거나 신발 안은 채/강을 밀치고 줄행
랑)
차기봉(e) 이놈들!
강 (!!)
차기봉 (나오며) 게 못 서! (강을 보고 굳는)
강 (목례)
차기봉 (노려보다가) 안 한다고 했지!
강 선생님...
차기봉 (ol/문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강 (말하려는데)
차기봉(e) (ol) 팔 단 다시!
강 (멈칫)
남자애(e) (울먹이며) 팔일은 팔, 팔이 십육, 팔삼... 팔삼 삼십이...
차기봉(e) 또또!!!! (회초리 짝!)
남자애(e) 으아앙!
강 (표정 편안해지는)
6. 병문고 외경 (낮)
교사들(e) 이사장님!
7. 이사장실 (낮)
교사들 (원망의 눈초리로)
마리 또 뭐예요?
박귀남 서울대 특별반인가 뭔가, 저거 뭐하는 반입니까?
마리 네?
교감 그 난리를 쳐서 다섯명을 모아놓군, 하... 고작 자습을 시키고 있네요?
마리 ... 자습이요?
사/배 (끄덕)
8. 특별반 (낮)
쉬는 시간이라 몰려온 아이들, 교실 안을 엿보며 킬킬댄다.
특별반 아이들, 다른 책으로 덮거나 몸으로 잔뜩 가린 채 문제집 풀고 있다.
곽종민 오우, 썰대클라~~쓰! 좋은 것 좀 배웠냐?
박건태 오봉구 너 씨, 차돌백이 안 가져와서 발른 거지! 엉!
봉구 (기죽는)
찬두 (헤드폰 끼고 책상 돌려서 앉아 무시)
현정 뭐야... (얼굴 가리며)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
곽종민 야 길풀잎! 너 맨날 오봉구 편들더니 여까지 따라왔냐?
박건태 니네 사귀냐? 어울린다?
풀잎 야! (벌떡 일어나는데)
찬두 저게... (발끈/헤드폰 확 벗으며 일어나는 찰나)
백현 (그대로 유리창 휘릭 넘어가 날라차기)
9. 특별반 앞 복도 (낮)
날라리들 으아악! (도미노 쓰러지듯 넘어진다)
백현 (곽종민 등짝 콱 밟고) 자꾸 깝치지. (도망치는 박건태 나꿔채)
한 번만 더 얼씬대라. 발라버린다 아주.
사도철 (오며) 마! 황백현!
마리와 교감, 교사들 온다.
날라리들 (튄다)
사도철 이눔자식이. 여기까지 와서 주먹질이야? 어? (귀싸대기 날리는데/백현이 피
하자) 허! 피해? 이눔 자식! (때리려/백현 또 피하는 찰나)
수정 (달려오며) 백현아! (막아서며) 죄송합니다 선생님. 백현이 얼른 들어 가.
백현 (사도철을 슥 노려보고 들어간다)
사도철 어쭈. 저 자식 저거 눈 뜨는 거 봐?
교감 보십쇼 이사장님. 서울대반 결성한지 하루도 안 돼서, 아주 무법천지가 돼
버렸어요.
마리 (발끈해/교실로 확 들어간다)
10. 특별반 (낮)
마리 니들 지금 뭐 푸는 거야? (현정이 풀던 문제집 보려는데)
현정 (엎어지며) 안 돼요!
마리 (갸웃/봉구 꺼 보려고 하면)
봉구 으아... (가리지만)
마리 (봉구 겨드랑이 간지럼 태워서 문제집 홱 빼들고는) 5학년 수학? (백현이 꺼
휙 집어서 보고) 6학년? 하... 초딩 껄 왜 풀고 있어? 고3이?
백현 (찡그리며 딴 데 보고)
풀잎 오늘 안으로 (책상 아래에서 문제집 6권 올려 놓으며) 4,5,6학년 수학 문제
집 다 풀어 놓으랬어요.
교사들 에엥?!!!
찬두 (이마 짚으며) 쪽팔려.
마리 한수정 선생님, 어떻게 된 거예요?
수정 애들 수학 테스트를 했는데요 좀 부족해서... 일단 기초를 다져
야 한다구.
배영숙 강변호사가?
수정 (끄덕)
박귀남 하! 뭐나 있는 것처럼 큰소리 치더니. (귀여운 캐릭터 그려진 문제집 들어서
보이며) 초딩 수학? 니들 이런 거나 풀려고 나 배신하고 일루 왔냐?
아이들 (고개 푹)
마리 (부르르/수정에게) 강변호사한테 당장 전화 때려요.
수정 여러 번 했는데... 꺼 놨든데...
마리 뭐예요?
11. 기봉 마당 (낮)
강 (평상에 단정히 앉아있는데)
차기봉과 남자애, 방에서 나온다.
강 (일어나는)
남자애 (오른 손엔 엿 하나 들었고/울어서 얼굴은 꼬질/여전히 어깨 들썩들썩 느끼
는)
차기봉 오늘 외운 팔단 구단, 내일 또 대답 못하면 혼구녕 날줄 알어!
남자애 (끄덕/90도로 인사하며) 안녕히계세요.
차기봉 오냐.
남자애 (돌아서서 가는데)
차기봉 (버럭) 팔삼!
남자애 (기겁/자동) 이십사!!
차기봉 (빙그레/손으로 가라는 시늉하고/강을 못본 척 들어가려는데)
강 (막아서며) 선생님!
차기봉 (노려보다) 말 했지. 꼬맹이들 기 천명을 꽁짜로 가르칠망정, 머리
굵은 놈들 대학 넣을려고 가르치는 짓 안 한다고!
강 왭니까. 전설적인 수학의 신으로 그 많은 아이들을 서울대에 보내
놓고 왜 지금은 안 된다는 겁니까!
차기봉 에에이이이. (평상에 널어놓은 시래기를 던지며) 안 한 다면 안 하
는 줄 알지! 웬 말이 그렇게 많아 정신 사납게!
아줌마 (김치통 들고 들어오다 시래기 탁 받으며) 아우 샘! 먹는 걸 왜 던져요!
차기봉 뭐야!
아줌마 (김치통 보이며) 우리 진돌이 수업료요. 돈으로 드리면 역정만 내시니 원.
차기봉 (풀어지며) 이런건 뭣하러 자꾸 담궈 와.
아줌마 (뚜껑 열며) 잡숴보시기나 해요.
차기봉 크흠. (김치 집어서 맛 보며 끄덕이는데)
강 (노려보다가 휙 나간다)
차기봉 (먹으며 강을 슥 보고 피식/그럼 그렇지)
12. 교무실 (낮)
수정 (전화 받다 벌떡 일어나며) 네에?
교사들 (퇴근 준비하다가 일제히 보는)
수정 (교사들에게 히이 웃어주고 밖으로 나오며 작게) 저더러 그럼, 언제 퇴근하
란 얘기예요?
13. 거리 (낮)
강 (걸어가며 통화 중) 애들이 문제집을 다 풀면 퇴근하십쇼. 한 명도 빠짐없
이, 한 페이지도 빠짐없이 풀기 전엔 아무도 집에 보내지 마십쇼.
14. 교무실 앞 (낮)
수정 (기막혀) 거기 어디예요? 어딘데 나한테 다 떠넘기구 지금...
강 (ol) 책임 다 할 거라 믿습니다. (끊는)
수정 여보세요? 여보세요! (다시 걸지만 전원 꺼져 있는) 우씨...
교사들 (퇴근하며 나온다)
배영숙 한샘 퇴근하자.
사도철 단합대회 하기루 했어요. 삼겹살 예쁘게 궈 드리께요. (다정하게 보는)
수정 먼저들 가세요.
박귀남 (나오며) 오늘 야자 담당 아니잖아요.
수정 제가 특별반 부담임이라... 흐흐... (울상)
15. 고시원 건물 외경 (낮)
16. 고시원 안 (낮)
허름한 고시원. 강의 소지품들, 세간들, 박스들, 발 디딜 틈 없이 쌓여있다.
강 (낡은 박스를 뒤져서 뭔가를 찾는데/핸드폰 와서 보고/받는) 왜.
친구(f) 거기 어디냐?
강 ... 집.
17. 변호사 사무실 (낮)
친구 (통화하며) 나 참. 내가 여기 와 보고 얼마나 놀란 줄 아냐?
화면 빠지면 짐 다 들어내고 쓰레기만 뒹구는 휑한 사무실.
친구 황백현인가 걔 도와준 거, 니 사무실 뺀 돈이었냐?
18. 고시원 안 (낮)
강 나중에 얘기하자. 끊는다.
친구(f) 야!
강 (끊고/후 한숨쉬며 허름한 고시원 내부 둘러보다/다시 박스 뒤지는/깊숙이
에서 뭔가를 찾아내고 !!)
19. 특별반 (밤)
벽시계 열시 15분 넘었다.
아이들 (녹초가 돼 제각각 흐트러져 있다)
찬두 샘... 집에 좀 가게 해 줘요오오... 에?
수정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거 다 풀 때까진 안 돼.
현정 손이 떨려서 못 풀겠어요... (샤프 쥔 손 파르르)
봉구 초딩께 왤케 어렵냐...(머리 북북)
풀잎 샘이 말씀 잘 해 주시면 안 돼요? 내일 마저 한다구.
수정 나도 그러고 싶은데, (욱해) 그럼 또 얼마나 싫은 소릴 해 대겠... 큼..
백현 (!!)
수정 쫌만 참고, 얼른 하자. 분량 많지 않으니까 맘 독하게 먹으면 오늘 다 할 수
있어.
백현 그러자. 강석호한테 싫은 소리 듣느니 해 그냥. (푼다)
수정 (백현이 믿음직스럽고)
찬두 좋았어! 이판사판 파워~ 업! (눈 부릅뜨고 풀고)
아이들 (맘 다잡고 푸는)
수정 (한숨)
20. 기봉 마당 (밤)
어두운데. 마당으로 조용히 들어서는 구둣발.
21. 기봉 안방 (밤)
초딩용 문제집들로 방안 어수선하다.
차기봉 (한 가운데서 큰 대자로 코골며 자는)
문 조용히 열리고 들어오는 발, 살그머니 기봉에게로 다가오는 찰나.
차기봉 (벌떡 일어나 무사처럼 회초리 씽씽 휘두른다)
강 (손에 들고 있던 책으로 휙휙휙 요리조리 막는)
차기봉 이이이... (다른 쪽을 때릴 듯 하다가 정통으로 회초리 내리꽂는데)
강 (책으로 회초리 탁 막는 찰나)
책 정면, 낡디낡은 <기봉수학1>이 찬란히 보인다.
차기봉 (흠칫)
강 (노려보는)
시간경과.
차기봉 (낡은 기봉수학 1, 2를 후루룩 펼쳐본다. 하단에‘ 차기봉 저’./먼지 후루
루/손 때 묻어 나달나달) 이걸 여태 가지고 있었어.
강 제 목숨줄이었으니까요. 이걸 풀고 풀고 또 풀면서, 비로소 사람구실이란
걸 하게 됐으니까요.
차기봉 흥. 이 따우 고물책 간직하고 있었다고 내가 감동할 줄 알아?
강 학교 왜 떠나셨습니까. 왜 수험생을 가르치지 않으려는 겁니까.
차기봉 ... 죽도록 가르쳐서 명문대라는 데 보내 놓으면 뭐 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으면 죄다들 (머리 가리키며) 여기가 이상해져 버리는 걸. (고개 저으며)
헛짓이야. 그런 망종들 대학에 하나라도 들 보내는 게 세상 돕는 길이야.
강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차기봉 뭐?
강 (부르르 노려보다 홱 일어나 일각 낡은 문갑을 확 열어 옷가지를 확확 끄집
어낸다)
차기봉 뭐 하는 게야!
강 (깊숙이에서 커다랗고 낡은 명부를 휙 꺼낸다)
차기봉 너 이눔!
강 망종들만 세상에 내 놓으셨습니까. (먼지 날리는 누런 명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 사람들은 다 뭡니까!
차기봉 !!!
1975년 김성민 서울대 수석 합격. 1976년 최순희 서울의대 수석 합격... 등 연도별로 대학 합격생 이름이 붓글씨로 빼곡히 기록되어 있는 명부 속으로 화면 쑤욱 들어가면.
22. 몽타주 (밤)
* 골목... 70년대 교복 차림의 남학생들 패싸움한다. 1대5로 깡패들 때려눕히는 한 남학생. /
* 소년원 앞... 눈 내리는 날. 소년원을 출소하는 그 남학생. 둘러보면 아무도 없고 바람만 휭 부는데. 일각의 차기봉, 도포 휘날리며 서 있다. 예의 보자기 휙휙 열어 두부 슥 들이밀면. 홱 집어던지는 남학생. 뭉그러진 두부를 가만히 보는 차기봉 /
강(e) 아무런 목표도 없이, 희망도 없이 헤매던 아이들...
* 텅빈 옛날 교실 / 차기봉, 그 남학생에게 회초리를 친다. 부러져서 날아가는 회초리.
차기봉, 칠판 한 가득 수학 풀이하며 가르치고... 남학생 꾸벅꾸벅 존다. 남학생의 목덜미를 갈기는 회초리. 일각엔 부러져 나간 회초리 수북하고 / 남학생, 자세 가다듬고 수학 푼다 / 옛날식 동그란 탁상시계를 교탁에 놓으며 준비! 외치는 차기봉, 긴장하는 남학생 / 문제를 끊임없이 푸는 남학생, 또 다시 탁상시계를 셋팅하고 준비를 외치는 차기봉, 회초리를 맞는 남학생 모습이 되풀이된다. 고통에 땀과 눈물을 주륵 흘리는 남학생.
강(e) 차기봉 선생님의 그 혹독한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 차기봉, 아이들에게 불호령내리며 수학 가르치는데 / 그 남학생 문 왈칵 열고 들어와 서울대 의과대학 합격증 내민다. 큰 절을 하고 무릎 꿇은 채 울음이 터지는 남학생. 수업하던 학생들, 숙연해져서 보는데... 무표정하게 보면서도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차기봉.
강(e) 그 아이들이 어떻게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었겠습니까!
* 유능한 외과의가 되어 수술을 집도후 수술실 밖으로 나오자 그 남학생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울며 조아리는 환자의 가족들.
강(e) 선생님의 가르침은... 그들에게 구원의 빛이었습니다!
23. 기봉 안방 (밤)
강 수많은 아이들을 살렸습니다! 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차기봉 (끄응/눈감는)
강 저 또한... 그 중 하나였구요.
차기봉 (입 꾹 다문 채)
강 (다가앉아 무릎 꿇으며) 도와주십쇼. 선생님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차기봉 (고개 저으며) 음...요즘 애들한테 내 교육방식은 통하지 않아. 구닥다리
야.
강 그렇지 않습니다. (차기봉의 손을 홱 잡으며) 이 손! 여기에 걸려들었다 하
면, 반드시 서울대 합격생으로 만들어버리는 마이다스의 손 아닙니까. 차기
봉 선생은 죽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의 방식이 옳았다는 걸 다시 한 번 증명
해 주십쇼.
차기봉 (빤히 보고)
강 (지지 않고 노려보는)
차기봉 허면. 내 교육 방식을 전적으로 따르겠나.
강 ... 따르겠습니다.
차기봉 (얼굴 바싹 들이대고) 주입식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다! 이 사상을 절대적
인 정의로 존중하겠나!
강 존중하겠습니다.
차기봉 (날카로운 눈빛으로)
팽팽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에서.
24. 복도 (낮)
장마리와 교감, 나란히 걸어간다.
마리 또 자습을 시켜요?
교감 아무래도 이거, 시간을 벌기 위한 수작 같습니다.
마리 (서며) 네?
교감 (작게) 우리 학교가 자립형사립고로 전환되는 걸 막으려는 음모인 듯...
마리 음모요? 왜요?
교감 (은밀히) 우리 병문이 대박 패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아는, 제3의 세력이 존
재하는 거죠. 강변호사는 그 끄나풀이구요.
마리 (컥!)
수정 (오며) 이사장님!
마리/교감 (경계의 눈빛으로 휙 보고)
수정 ??
25. 계단 + 특별반 앞 복도 (낮)
장마리, 교감, 수정, 계단 올라온다.
마리 아우 다리야. 텅텅 빈 교실 다 놔두고 왜 이 꼭대기 교실을 줬어요?
수정 그러게요. (교감을 원망스레 보면)
교감 크흠.
강 (맞은편에서 오는)
마리 호오! 강변호사님! 이제야 코빼기를 보이시네요? 애들 팽개쳐두고 도대체
어딜 가셨던 거예요?
강 (ol) 마침 잘 오셨습니다. 특별반에 새로 오신 선생님을 소개해 드리겠
습니다. (복도 끝을 휙 보는)
일동 (복도 끝을 보고/특별반 아이들도 몰려나와서 보는)
(e) 고무신 찍찍 끄는 소리 멀리서부터 들려오다가.,..
차기봉 (모퉁이를 돌아 걸어온다/한손엔 두툼한 보따리/한손엔 회초리)
수정 으응?
마리 저 할아버지... 뭐예요?
강 대한민국 입시계, 전설적인 수학의 신. 차기봉 선생입니다!
일동 (으엥?)
차기봉 (걸어와) 차기봉이올시다. (날카롭게 바라보는)
26. 특별반 (낮)
아이들, 긴장해서 보고. 수정은 일각에 서 있다.
강 (기초테스트 시험지 건네며) 기초 실력 테스트 결괍니다.
차기봉 (기초테스트 시험지 첫 장을 보고) 음... (찡그리며 고개 설레설레/첫장 홱
던져버리고)
찬두 (팔랑 날아가 바닥에 떨어진 시험지 보고) 어! 내 꺼...
차기봉 (다음 장 보고) 에잉.. (홱 던지고/그 다음 장도 홱!홱! 다 던지고/애들 팍
노려보며) 전부들... 쓰레기 밥통들만 모였구나!
백현 (욱해서 말하려면)
현정 (붙들며/참으라고 눈 찡긋)
차기봉 (강에게) 이 지경으로 한심한 것들이란 말, 왜 안했어!
강 ...
차기봉 (고개 설레설레 저으며) 음~~~ 심각해 심각해 심각해. (교탁 위 보따리를 휙
휙 풀면 먼지 풀풀 날리는 누런 프린트 묶음 보인다)
아이들/수정 (먼지에 콜록콜록)
차기봉 (누런 프린트 홱 던지며) 나눠 가져!
봉구 (얼른 일어나 프린트 주워 나눠주고)
차기봉 바롯! 연필 잡아!
찬두 (한숨 쉬며 자세 바꿔 삐따닥 앉으면)
차기봉 (회초리를 찬두 책상에 내려치며) 바롯!!!
찬두 예! (바로 앉고)
차기봉 여기에 있는 계산 100문제를 10분 안에 푼다. (스톱워치 꺼내) 준비!
백현 에? 100문제를 어떻게 10분 안에 풀어요?
차기봉 (백현 눈 앞에 회초리를 쌩쌩 십자로 휘두르며) 잔말 말고 풀으라면 풀어!
백현 (깜짝)
차기봉 준비... 시작!
아이들 (풀기 시작한다)
수정 (긴장)
27. 특별반 앞 (낮)
마리와 교감, 창문으로 지켜본다. 마리, 기막힌.
28. 특별반 (낮)
(e) 초침소리와 함께.
아이들 (찡그리며/갸웃하며 푸는 모습들)
차기봉 (스톱와치 누르며) 그만!
아이들 으아아!
차기봉 (애들 책상마다 회초리 짝짝 내리치며) 그만! 그만! 그만!
아이들 (찡그리고)
차기봉 (시험지 보며) 음... 쯪쯪쯪쯪. 머릿속에 공식이 하나도 들어가 있질않아.
강 (다가와 심각하게 본다)
차기봉 (시험지 홱 집어던지고/아이들 휙 노려보면)
아이들 (움찔/시선 피하고)
차기봉 너희들의 성적이 곤두박질친 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였겠지.
봉구 (맞다고 끄덕)
차기봉 중고등학교 수학의 기초가 되는 초등학교 진도를 따라잡지 못 했으니, 당연
히 수학엔 점점 흥미를 잃었을 테고.
현정 수학 열라 싫어요~~
차기봉 (노려보다가) 모두 일어나 앞으로 나와!
찬두 또 왜...
차기봉 (버럭) 어서!!
수정 (깜짝야)
애들 (우루루 나오는)
29. 특별반 앞 (낮)
선생들 하나 둘 살그머니 모여들어 본다.
30. 특별반 (낮)
책상, 뒤로 밀어져 있고 아이들 서 있다.
차기봉 수학이 왜 싫어졌는지 아니?
봉구 흐흐. 수학이니깐.
차기봉 ... 공부라고 생각해서다.
풀잎 (?)
차기봉 수학이란... 게임이다!
백현 게임? (어이없는)
차기봉 니들이 좋아하는 콤퓨타 게임을 생각해 봐. 목표치에 도달했을 때 기분이
어떤가!
찬두 짜릿하죠. 아! 하고 싶다.
차기봉 수학도 마찬 가지! 수학도, 해답이라는 결과를 찾아내는 게임이다.
백현 (중얼) 말이 좋지...
차기봉 (백현을 휙 노려보는)
백현 (움찔)
차기봉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가 왜 플러스냐!
백현 (당황) 그건... 마이너스가... (갸웃)
차기봉 (ol) 뭘 복잡하게 생각해! 그냥 플러스면 플러슨 거야! 마이너스 곱하기 마
이너스는 플러스!
백현 ... 에?
차기봉 어느 천년에 그걸 논리적으로 따지고 앉아있냐! 왜 그런지는 처음부터 아예
생각지도 마!
아이들 (헐~~)
차기봉 수학은 말이다, 머리가 아니라 (봉구의 몸을 양손으로 확 잡으며) 몸!
봉구 (기겁) 으아아...
차기봉 이 몸뗑이로 외우는 거야!
현정 몸...?
차기봉 예를 들자면... (날렵하게 탁구 자세 취하며) 탁구!
아이들 엥?
차기봉 뭣들 해! 자세 잡어! (애들 사이 팍팍 돌아다니며 자세 잡아주며) 자세!
자세!
강 (능숙하게 자세 잡고)
차기봉 (수정에게) 자세!
수정 (어정쩡 자세 잡으면)
강 (홱, 수정의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
31. 특별반 앞 (낮)
훔쳐보던 교사들, 얼결에 탁구 자세 취하는.
32. 특별반 (낮)
아이들 (탁구자세 취하고 있다)
차기봉 (탁구자세 취한 채) 잘 들어라. 수학이란, 스포오츠다!
현정 (자세 취한 채 킥 웃는)
강 진지하게 해!
현정 (비쭉)
차기봉 국어나 영어는 대부분 문제 속에 답이 있어! 허나 수학은, 머리 속에서 짜
내야 하는 것! (강을 휙 보면)
강 기본 공식을 반사적으로 생각해 내서 문제라는 공을 쳐 낸다!
차기봉 자, 간다! (백현에게 공 치는 시늉) X은!
백현 (당황) 아...
강 (풀잎에게 공 치는 시늉) X!
풀잎 (당황) 저기...
차기봉 보다 많은 문제의 패턴과 답을 머릿속에 저장했다 끄집어내라! 그러기 위
해, 문제 처리 능력과 스피드를 확실히 몸에 새겨라! (찬두에게) X
!
X라 쓰인 탁구공 슝슝슝 날아오면서 가상의 공간으로 이동!
33. 탁구대 (가상의 공간)
탁구대 놓여있고 아이들, 탁구 선수복 입고 있다.
찬두 으아아! (슝슝 날아오는 탁구공을 피하다 엎어지고)
강 (봉구에게) X!
봉구 어어어... (뒤로 가서 점프해서 쳐 내며) 7!! (탁구채에 공이 딱! 맞는
다) 우와!!
차기봉 맞혔으면 쳐야지!
봉구 어... (수정에게 냅다 치며) 이루트삼 곱하기 이루트삼은? (공 슝슝 날아가
는)
수정 어어어 하지 마! (탁구공에 뺨 맞고) 윽!!
풀잎 (그 공을 쳐 내며) 12!!
차기봉 그렇지!
풀잎 (활짝 웃는)
점프. 아이들, 이번엔 복식조가 되어 탁구한다. 숫자와 답이 슝슝 날아다닌다.
강 (코치처럼 아이들 사이 왔다갔다 하며) 날아온 공에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
하도록 만들어라!
차기봉 생각 따윈 개나 줘버려! 쌔리 몸에 새겨 넣어!
아이들 (점점 익숙해져 신나서 하는)
차기봉 잊지 마라! 눈앞의 문제를 순간적! 자동적! 기계적! 노는 느낌으로 풀어
라!!
34. 특별반 (낮)
강 따라 해라! 순간적! 자동적! 기계적!
아이들 순간적! 자동적! 기계적!
차기봉 이게 바로 수학이닷!!!
35. 학생식당 앞 (낮)
점심 먹은 특별반 아이들, 식당에서 나오며.
현정 으... (머리 통통 치며) 아직도 골이 울려.
풀잎 (뒷목 주무르며) 아...
찬두 (탁구 자세로 슥 나서며) 삼루트이 곱하기 이루트오!
풀/현 (움찔)
풀잎 하지마아!
찬두 헤헤헤.
아이들 (웃고 장난치는 위로)
차기봉(e) 녀석들... 상태가 심각해.
36. 복도 (낮)
유리창으로 웃고 떠드는 특별반 아이들 모습 보이고.
차기봉과 강, 창가에 나란히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차기봉 상상했던 거 이상이야.
강 (수긍)
차기봉 역시... 그 방법을 써야겠어.
강 저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할까요.
차기봉 음. (끄덕이는) 빠를수록 좋지.
강 괜찮으시겠습니까.
차기봉 기왕 뛰어든 거, 끝장을 봐야지. (눈빛 빛나고)
강 (미소)
37. 교무실 (낮)
커피 마시거나 이 쑤시던 교사들, 정지된 채 기막혀서 보고 있다.
강 (담담히 보는)
사도철 하! 기어코 보시겠다?
수정 (들어오며 ?? 보고)
강 서울대 특별반이 결성되면 시험을 치르겠다고 여러분들께서 약속하시지 않
았습니까.
수정 (배영숙에게) 뭐를요?
배영숙 교사재고용시험 본다구.
수정 !!
박귀남 이야. 특별반만 결성돼 봐라, 니들 어디 두고 보자, 아주 단단히 벼르고 계
셨구만.
사도철 변호사님 뒤끝 무쟈게 있으시네!
강 사흘 후에 보면 되겠습니까.
배영숙 말도 안 돼. 3일 동안 무슨 준빌 해요.
강 준비는 필요 없습니다. 교사로서 여러분의 기본 소양을 테스트하는
거니까요.
수정 (발끈) 변호사님이 무슨 권리로 우리 소양을 테스트하죠?
사도철 (끄덕)
강 아시다시피 저는, 이사회를 통해 병문고 재건 임무를 위임받았습니다. 재고
용 시험도 승인 받았구요.
교감 그래도 사흘 후에 본다는 건, 너무 야박한 거 아닐까요? 마음의 준비란 것도
있고...
강 열흘 후는 어떠십니까.
교사들 (투덜투덜 웅성웅성)
강 그럼 사흘 후에 보죠.
교사들 (동시에) 열흘! / 열흘 있다 봐요! (움찔/자기들이 민망해 크흠)
강 ...
38. 교무실 앞 복도 (낮)
강 (가는데)
수정 (오며) 강변호사님!
강 (서는)
수정 재고용시험이요,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강 어떻게 감히 선생님들의 능력을 시험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 이겁니까.
수정 네.
강 한수정 선생님, 대학 때 끊임없이 시험을 치러 가면서 교직을 이수하지 않았
습니까. 아이들도 시험을 쳐서 대학에 갑니다.
수정 그거하곤 다르죠.
강 뭐가 다릅니까.
수정 교사란 신성한 직업이예요. 시험이라는 물리적인 가치로 평가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강 (ol) 그래서, 이 학교 선생님들은, 교사라는 신성한 직업에 정말로 신성하
게 복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수정 (흠칫)
강 어차피 안 되는 애들, 학교에 나와 주는 것만도 다행이란 생각으로 대충 진
도나 나가며 수업 시간을 메꾸고, 애들이 이해하건 말건 녹음 테이프 리플레
이하듯 기계적인 수업을 하지 않았습니까.
수정 ...
강 시험으로 어떻게 한 사람의 모든 걸 평가할 수 있냐고 하죠. 하지만, 다른
무엇으로도 그 사람의 모든 걸 평가할 수 없기는 마찬가집니다. 내가 아닌
타인을 제한된 시간 안에 어떻게 속속들이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수정 ...
강 시험이야말로, 그 사람을 가장 정확히,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시험이란, 그 사람에 대한 정보와 인간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거울과도 같으니까요.
수정 (하..) 저랑 진짜, 생각이 많이 다르시네요. 도대체 어떻게 반박을 해
야할지 모르겠네.
강 제 말이 옳기 때문에 반박을 못 하시는 겁니다. 저를 공격하기 위한 반박을
하고 싶은 거라면, 논리력을 좀더 기르십시오. 가시죠.
수정 (누르며) 저 수업 있거든요? (가는)
강 특별반 수업도 있잖습니까.
수정 그게 제 수업이예요? 참관이지? (간다)
강 (보는) ...
39. 3-2 교실 (낮)
강 (유리창 밖으로 슥 나타나서 교실 안을 본다)
수정 (칠판 가득 판서해 놓고 열심히 영어수업한다)
아이들 (졸거나/딴짓하거나/딴공부 하는)
수정 (앞 자리에서 조는 아이들 깨우고 어깨 주물러 주고/다른 학생 주의시켜 가
면서도 친절하게 수업하는)
강 (물끄러미 보며) ...
40. 특별반 앞 복도 (낮)
강 (오는데)
수정 (반대편에서 오다가 흠칫)
강 수업 잘 하셨습니까.
수정 네. 다행히 다음 시간엔 수업이 없어서요.
강 다행히 특별반 수업을 참관하실 수 있겠군요.
수정 (새침하게) 네.
강 어쩌죠. 애들 집에 갈 시간인데.
수정 ... 에?
41. 특별반 (낮)
강과 수정, 교실로 들어온다.
아이들 (움찔)
찬두 깜짝야! 아... 차기봉샘인 줄 알았잖아요.
강 너희들에게 긴급 공지할 사항이 있다.
아이들 (불안하게 보는)
강 ... 오늘부터... 열흘 간 스파르타 합숙 훈련에 돌입한다!
아이들 에엥?!!
수정 (놀라는)
찬두 하, 합숙이라고 하면... 여기서 먹고 자고 그... 합숙?
강 그렇다. 수학 기초 테스트 결과, 너희들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알았
을 거다. 따라서 이번 합숙은 수학 기초 완성을 목표로 한다. 수학을 반드시
잡아야만, 비약적인 성적 향상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아이들 (찡그리며 서로를 보는)
강 (가정통신문 보이며) 부모님께 보여드릴 합숙에 관한 가정통신문이다. (아
이들에게 가정통신문 나눠주며) 전원 의무 사항이므로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을 경우, 내가 직접 면담을 할 거다.
아이들 (가통 보며 웅성웅성)
강 집에 가서 합숙에 필요한 소지품들을 챙겨 저녁 일곱시까지 교실로 집합한
다. 저녁은 각자 집에서 먹고 온다. 이상! 지금 바로, 집에 다녀 와라.
아이들/수정 (얼이 빠진 듯 멍...)
강 (나가는데)
봉구 (손들며) 선생님...
강 뭐지.
봉구 ... 이불도 가져 와요?
강 (빤히 보다가) 이불은 됐다.
백현 (기막혀 픽 웃는)
강 아.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일러둘게 있다. ... 앞으로 나를... 선생님
이라고 부르지 마라.
찬두 이건 또 무슨?
현정 에이, 샘 교사 자격증 없죠.
수정 (그랬나?)
백현 훗. (중얼) 자격도 없는 주제에...
강 교사 자격증 있다. 원한다면 열람시키겠다. 하지만 선생으로
불리는 건 원치 않는다.
백현 변호사님으로 불러주길 바란다 이거지. 유세 쩔어요.
강 변호사라고도 부르지 마라. 너희들 앞에서 내가, 변호사일 필요는 없으
니까.
봉구 그럼 왜...
강 ... 선생님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감히 내가, 선생님이라고 불릴
자격은 없다.
수정 (찌릿/!!)
강 나는 오로지, 너희 다섯 명을 서울대에 반드시 합격시켜야하는... 입시 트
레이너일 뿐이다.
풀잎 그럼 뭐라고 불러요?
강 ... 맘대로 불러라.
아이들 (헉!)
42. 복도 (낮)
강 (가는)
수정 (가며) 저도 합숙에 참여하나요?
강 당연한 거 아닙니까.
수정 제가 특별반 부담임이니까요?
강 예.
수정 (기막혀 팍 서며) 그러면서, 어떻게 합숙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가 있어
요? 부담임인 저한테 사전 상의라도 했어야 하는 거 아니예요?
강 (ol) 커리큘럼상 원래부터 계획했던 일정입니다. 제가 드린 특별반 운영
계획안 아직 안 보셨죠.
수정 (찔끔) 아... 제가... 다른 일이 많아서 아직...
강 3학년 4반 담임이시고, 다른 반 영어수업도 맡고 계셔서요.
수정 네! 제가 진짜 얼마나 바쁜지 모르시죠! 내기에서 졌다는 죄루, 부
담임까지 떠맡고 증말...
강 (ol) 그래서...
수정 ??
강 지금부터 그 점에 대해 의논해 보려고 합니다. 오시죠. (간다)
수정 (갸웃/ 따라가는)
43. 이사장실 (낮)
수정/마리 (동시에) 네에? / 뭐예요?!!!
강 (태연히 본다)
수정 세~~상에... 아니, (말하려는데)
마리 (ol/나서며) 가만있어요. 후우우. 그니까 지금, 한수정선생님이 특별반 부
담임에 전념하도록, 나더러 3학년 4반 담임을 맡으란 거예요?
강 예. 한수정 선생님이 맡았던 다른 반 영어 수업도 맡아 주십쇼.
마리 (기막혀) 어떻게 감히, 이사장한테 담임을 맡으래요?
강 며칠 보니까, 이 학교에서 가장 한가한 사람이 이사장님이시더군요.
마리 뭐요?
강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 코흘리개까지 나서서 밭을 갈아야 하는 법입니다.
마리 코흘... (자기 코 만지고) 변호사님 진~짜 웃긴 분이시다!
강 알아보니까, 이사장님도 예전엔 이 학교 영어교사였더군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수정 (끼어들며)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어요? 저도 엄연히 담임을 맡고 있는데,
교사로서 하던 일 다 내놓고 부담임에만 전념하라구요?
강 부~담임이란 직함 때문에 그렇습니까? 그럼 담임을 하시겠습니까.
수정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암튼, 부담임을 꼭 해야 하는 거라면 제 일과 병행해
서 하겠어요.
강 (ol) 잘못된 생각입니다.
수정 ... 네?
강 교사의 역할이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까? 현재
맡고 있는 과목의 시간을 채우고, 특별반 부담임으로서의 시간을 채우면 그
만입니까? (고개 젓고) 우리 특별반에서는 안 됩니다. 특별반에서의 교사는
모든 시간을 학생과 함께 하며 함께 공부하고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어야 합
니다. 부담임을 하기로 약속했으면 성실히 지키세요. (마리에게) 이사장님,
특별반을 승인하신 이상,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마리 아! 그럼 차라리, 내가 특별반 부담임을 할게요. 한수정샘은 하던 거 그대로
하구요.
강 (마리를 빤히 본다)
마리 좋은 생각이죠. (수정에게/방긋)
수정 그건...
강 (동시에) 그건 안 됩니다.
수정 (흠칫 강을 보는)
마리 (일그러져) 왜요?!!
강 특별반에 필요한 분은 한수정 선생님입니다.
수정 (슬그머니 좋고)
마리 (입 딱 벌어져 말도 안 나오고)
강 ... 다음은 (결재 파일 펴며) 특별반 합숙에 대한 보고입니다.
마리 (버럭) 이건 또 뭐예요!
44. 병문고 앞 (낮)
전면 건물의 시계 다섯 시 십분 넘어섰다.
가방을 든 특별반 아이들, 터덜터덜 나온다.
찬두 (학교 돌아보며) 아! 여기 열흘이나 짱박혀야 돼?
풀잎 후...
찬두 튀까 그냥? (백현에게) 백현아, 우리 확 관두자. 응?
백현 (순간 갈등)
-2부 인서트.
-이자 대신 특별반에 들어오라던 강.
백현 (입술 깨물고) 쫌만 더 버텨.
찬두 엥? 웬일이야?
백현 개기기 귀찮아서.
현정 (백현 팔짱 끼며) 난 서방 하는 대로 할꼬얌. 서방이랑 합숙 기대돼~
풀잎 (미소)
백현 (찡그리며 팔 빼는)
봉구 흐흐. 그래도 저 샘 열의는 있어 보이지 응?
풀잎 샘이라고 부르지 말래잖아.
봉구 아... 그럼 뭐라 그러지?
백현 가자. (가는)
45. 특별반 옆 교실 (낮)
수정 (와서 교실 들여다보면)
강 (청소하고 있다)
수정 여기도 쓰시게요?
강 취침실로 쓰려구요.
수정 (쭈밋거리다/마지못한 척 슬쩍 돕기 시작하는데)
강 됐구요. (주머니에서 쪽지 꺼내주며) 여기에 기초해서 아침 저녁 식단
을 짜주세요. 급식 지원이 점심 밖에는 안 된다고 하는 군요.
수정 (쪽지 펴 보면)
<수험생에게 좋은 음식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수정 (보다가 갑자기 !!해) 근데, 밥은 누가 해요?
강 한수정 선생님...
수정 (ol) 이럴 줄 알았어.
강 (ol) 하고 제가 처음 며칠은 번갈아서 하고, 아이들이 합숙 생활에 적응이
되면 돌아가며 식사당번을 시킬 생각입니다. 수험생이라고 모든 일을 외면
한 채 공부에만 전념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요.
수정 (큼) 알았어요. 짜 볼게요 식단. ... 근데 꼭 합숙까지 하면서 해야 돼요?
밤늦게까지 공부 시키고, 아침에 일찍 오라 그럼 되잖아요.
강 태권도, 수영, 축구. 어떤 종목이든 대표 선수들은 시합을 앞두고
합숙을 합니다. 24시간을 시합을 대비한 훈련에 집중하려는 거죠. 우리 애
들도 마찬가집니다. 수능이라는 아주 중대한 시합을 앞둔 선숩니다. 특히
나 저런 오합지졸 선수단에게 합숙은 필수입니다.
수정 후... (말을 말자)
강 (손목시계 보고) 시간 좀 내 주시겠습니까.
수정 ??
46. 거리 (낮)
수정 (이불 보따리 머리에 이고 울상) 뭐예요 이게!
강 (양손에 이불보따리 들고 앞장서서 가는)
수정 배달 안 시키면 10프로 디스카운트 해 준다고, 덥석 그러겠다고 해요?
강 특별반에 책정된 예산이 빠듯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수정 (!!/막아서고) 가위바위보해요. 진 사람이 다 들기.
강 (빤히 본다) 후회 안 하시겠습니까.
점프.
수정 (손등 주름 잡아보는 등등 요란한 준비운동하며) 흥. 내가 가위바위보 달인
인 거 모르지?
두 사람 가위바위보 한다. 강이 진다.
수정 (좋아서) 우와아아!!
강 (무표정하게 있다가 / 수정의 이불보따리까지 들고 간다)
퇴근하는 중인 교사들, 일각에서 이 광경 보고 있다.
박귀남 이불은 왜 산 거야?
배영숙 둘이 그새 살림 차린 거 아니예요?
사도철 에? 안 되는데...
강, 이불 보따리 들고 가고, 수정은 룰루랄라 가는 모습.
47. 백현 거실 (저녁)
백현과 할머니 저녁식사 한다.
할머니 (돋보기 쓰고 가정통신문 보며) 그럼 오늘부터 당장 학교에서 자는 거야?
백현 응.
할머니 그 선생님께서 여러 모로 신경 써 주시는 구나. 아까 낮에는, 웬 변호사가
찾아 왔잖니. 그 선생님 소개라면서.
백현 ... 그래?
할머니 느이 학교 장학대출인가를 이용해서 집문제를 도와줄 수 있다구.
백현 장학대출? (갸웃)
할머니 응.. 느이 학교 재단에서 특별히 도와주는 거라구.
백현 (!!)
할머니 그 변호사 양반, 어뜩케나 자상하게 설명을 해 주는지... 다 느이 선생님 덕
분이지 뭐냐. 그게 또 (백현 엉덩이 두드리며) 잘 난 우리 손주 덕이구.
백현 무슨 내 덕.
할머니 에이구 이쁜 눔... (토닥여 주고)
백현 (생각하는)
48. 찬두 거실 (저녁)
찬두 (배낭 메고 내려오는데)
찬두모 찬두야!
찬두 어? (아버지도 있는 거 보고 흠칫)
찬두모 이리 와 앉아 봐.
찬두 학교 다시 가야 되는데.
찬두부 와 앉아.
찬두 (끙/와서 앉고/주머니에서 가정통신문 꺼내며) 오늘부터요...
찬두부 (ol) 미국 가라.
찬두 (!!) 에?
찬두모 작년부터 준비한 거... 그게 인제 됐어.
찬두부 반년 착실히 랭귀지 코스 하고, 거기 고등학교 편입해.
찬두모 (봉투에서 카탈로그 꺼내 보여주며) 너무너무 좋은 학굔 거 있지. 아버지가
애 많이 쓰셨어.
찬두 전 그냥 여기서...
찬두부 (ol) 그냥 여기서 뭐. 시시한 대학 들어가서, 집안 망신시키고, 에비 얼굴에
먹칠하게?
찬두 ...
찬두부 선생 대줄테니까, 내일부터 회화 레슨 받어. (찬두모에게) 얘 학교엔 곧 전
학 갈 거라고 해. 야자니 보충이니 쓸데없는 학교 프로그램에서 빼달라고.
찬두모 예.
찬두 저 미국 가기 싫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왜 저랑 의논도 안 하고 결정하세
요?
찬두부 니깐 놈이랑 무슨 의논을 해. 공부도 지지리 못 하는 놈이랑.
찬두 (모멸감 참는)
49. 카페 뮤즈 (저녁)
풀잎 (합숙 가방 메고 안에서 나오다/찡그린다)
풀잎모 (술 취해 춤추며 노래하는 중)
풀잎 ... 엄마!
풀잎모 (노래하는데 여념 없고)
남자들 (풀잎모 껴안으며 뽀뽀)
풀잎 (찡그리고/팍 나가버리는)
50. 봉구 고기집 (저녁)
손님들 북적이고 봉구부모 정신없이 서빙중이다.
봉구 (커다란 가방 메고 나오는데)
봉구모 (서빙하며) 봉구야, 3번 테이블에 야채 드려라!
봉구 네! (가방 멘 채 야채 나르고)
봉구부 (주방에서) 봉구야! 5번에 식사 나간다!
봉구 예! (식사 쟁반 나르고 돌아서면)
봉구모 (지나가며) 얘가 웬 가방은 메고 그래. (가방 벗겨가는)
봉구 (황당한데)
손님 갈비 2인분 추가요!
봉구 (저절로 신나서) 예! 2인 추가아! (주방으로 뛰어가는 위로)
(e) 비트 있는 음악 겹쳐지며.
51. 연습실
열정적으로 춤추는 남자애들과 찬두에서 점프.
멤버1 열흘?
찬두 그렇게 됐다.
멤버2 오디션 얼마 안 남았는데 빠지면 어떡해.
찬두 미안해. 밤늦게라도 올 수 있음 올게.
멤버1 여긴 계속 쓸 수 있는 거지?
찬두 당근이지 임마.
멤버2 그래두, 부자 친구 둬서 이런 데 꽁짜로 쓸 수 있어서 좋다 응?
찬두 내 꺼냐. 아부지 꺼지.
멤버1 니네 아부지가 좋아하시겠다? 너 맘 잡고 공부한다고.
찬두 (피식) 좋~아 하시지. (시계 보고) 야, 나 가야 되거든? 한 번만 더 해
보자.
멤버 오케이!
아이들 (신나서 연습하는)
찬두 (행복한 표정)
52. 병문고 외경 (밤)
53. 특별반 (밤)
수정 (아이들에게 두툼한 수첩을 나눠준다)
아이들 (수첩 살펴보며/갸웃)
강 (수첩 들어 보이며) 이건, 입시가 끝나는 순간까지 너희와 함께 할 수첩이
다. 그 날의 공부 계획, 얼만큼, 어떻게 공부했는지...
아이들 (수첩을 펴 보는 모습들 위로)
강(e) 어떤 수업을 했는지...
강 (백현을 슥 보며) 어떤 망신을 당했는지, 그 때 기분이 어땠는지... 모든 걸
꼼꼼히 적어라.
풀잎 일기처럼요?
강 그렇다.
백현 귀찮게...
강 황백현. 넌 귀찮아서 숨도 안 쉬냐.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냐.
현정 그거랑은 다른 거 아닌가?
강 다르지 않다. 수험 준비 동안 이 수첩은, 공기처럼 밥처럼 너희와 함께 해야
한다. 너희들 분신이 되야 한다.
아이들 (멍~)
강 지금은 실감이 안 날 거다. 하지만 언젠가 이 수첩이 너희들을 살려주게
될 날이 올 거다. (수정에게) 수첩 검사는 한수정 선생님께서 매일 해 주시
죠.
수정 일기 같은 걸, 제가 어떻게 봐요.
강 수첩 사용이 습관화될 때까진 어쩔 수 없습니다. 꼼꼼히 검사해 주세요. (교
탁 안에서 두툼한 꺼내 나눠주며) 이건 차기봉 선생님께서 맡기고 가신 문제
지다.
백현 그냥 간 게 아니구만.
찬두 천 문제?
강 단숨 계산 문제니, 취침 전까지 다 풀 수 있을 거다. (수정에게 스톱와치 건
네며) 10분에 100문제씩 풀게 하십쇼.
수정 제가요? (스톱와치를 낯설게 들고 보는데)
현정 (스톱와치 보며) 어? 아저씨도 그거 있네?
강 (휙 보면)
현정 맘대로 부르라매요.
수정 (쿡 웃고)
풀잎 근데... 오봉구는 안 와요?
강 (봉구의 빈자리 보는) ...
54. 봉구 고기집 (저녁)
손님들 북적이고.
봉구 (앞치마 두른 차림으로 분주히 오간다) 맥주 여깄습니다!
(e) 도어벨 소리.
봉구 어서옵쇼! (굳는)
강 (빤히 본다)
시간경과. 강과 봉구가족 마주앉았다.
봉구모 (웃고) 우리 봉구가 무슨 서울대예요. 즈인 그런 거 안 바래요.
봉구부 예. 저희는 다른 집 하고 달라요. 쯪 뭐, 대학 꼭 가야 됩니까? 본인이 행복
하면 그만이죠. 하하.
강 봉구가 지금, 행복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봉구부 예? ...
봉구모 얜 등심 먹을 때가 젤 행복한 애예요. 그치 봉구야.
봉구 (히죽)
강 (옆 의자에 놓인 봉구 가방 확 열어서 참고서들 꺼내 펼쳐놓는다)
봉구부 (여러 색 형광펜으로 잔뜩 칠한 참고서들 보고) 어우 이놈. 공부한거 봐? 하
하하.
강 이걸 보고 뭐가 느껴지십니까.
봉구부모 ??
강 (참고서 후루룩 넘기며) 이렇게 열정적으로 공부를 했건만, 봉구의 성적
은 좋지 않습니다. 봉구의 마음이 어떨 것 같습니까.
봉구모 얘가 우릴 닮아서 공부머리가 쫌. 흐흐.
강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대해 질문 드렸습니다. 봉구의 마음이 어떨 것 같습니
까.
봉구부모 ...
강 봉구는 등심 먹는 것 말고도 공부하는 걸 좋아합니다. 잘 해보고 싶은데 성
적이 안 나와서 속상합니다. 부모님을 닮아서 공부 머리가 없다구요? 머리
가 좋으면 얼마나 좋고 나쁘면 얼마나 나쁘겠습니다. 중요한 건 열정입니
다. 열정이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아이를 왜 자꾸 주눅 들게 하십니까.
봉구모 어머, 우리 얘 기죽인 적 없어요. 성적이 안 좋아두요, 단 한 번도 혼낸 적
없어요.
강 학생의 본분이 뭡니까. 공붑니다. 성적이 안 좋으면 혼나야 합니다. 혼도 나
고, 속상하기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에, 이렇게 방치해 두시는
거... 일종의 폭력입니다.
봉구부 예에? 폭...
봉구모 말씀 너무 심하시다.
강 모든 청소년들은, 학생들은, 꿈을 꾸고 키워야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자유를 준답시고 아이의 꿈을 무시해 버리는 게 폭력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봉구부모 (하...)
강 일손 딸리시면, 돈 좀 더 들여서 종업원 더 쓰십쇼. 봉구의 꿈을 위해 지불
하는 요금이 아까울 게 뭐 있겠습니까.
봉구 저 괜찮아요. 여기서 일하는 것도 재밌어요.
강 오봉구.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 니 열정을 불사를 기회 말이다.
봉구 (흠칫)
강 가게 일은 내년부터 도와도 늦지 않다.
봉구 ...
55. 봉구 고기집 앞 (저녁)
강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봉구부 예... (꾸벅) 근데, 아직도 좀 그렇네요. 서울대를 뭐, 꼭 가야 되는 건지,
거기가 뭐 그렇게 좋은 건지 전 잘 모르겠네요.
봉구모 (보자기로 싼 커다란 플라스틱통 들고 나오며) 봉구야, 이거 가져가. (강에
게) 돼지고기 재운 거거든요? 냉장고에 넣었다가 애들이랑 구워 드세요.
강 감사합니다. 가보겠습니다.
봉구 (가며) 엄마 미안해. 아빠 죄송해요.
봉구부 (웃고) 잘 먹구 임마.
강과 봉구 걸어오는데.
봉구부모 (여전히 서 있는)
봉구 (돌아보고) 들어가요! 미안해, 일 못 도와줘서.
봉구부모 (손 흔드는)
강 오봉구.
봉구 예?
강 뭐가 그렇게 항상 미안하냐.
봉구 에? (머리 북북 긁으며) 그냥... 여러 가지로...
강 ... 니가 제일 미안해해야할 사람이 누군지 아냐.
봉구 ??
강 ... 니 자신이다.
봉구 ... (갸웃)
56. 취침방 (밤)
가운데 커튼을 쳐 두 개로 분할된 방. 아이들, 잠자리 준비중.
봉구 (들어서자)
찬두 오우 뽕구!
백현 그만 둔 줄 알았잖아.
봉구 흐흐. 식당일이 밀려서... 걱정해줘서 고마워.
찬두 (봉구 몸 냄새 킁킁 맡으며) 아흐~ 이 고기내음~ (봉구를 깨물며) 앙! 먹고
싶다~
현정 (팩 붙인 얼굴로/커튼 촥 열며) 어디서 갈비 굽는 냄새가 난다 했드니. 왜
인제 왔냐?
봉구 흐흐.
찬두 (여자들 방 보고) 허억!!
현정의 커다란 트렁크 두 개, 일각에 있고, 간이옷걸이에 현정의 옷들 쫙 걸려 있다.
앙증맞게 꾸민 선반엔 화장품들. 그밖에 아기자기 꾸며진 공간.
찬두 나현정, 너 신혼여행 왔냐?
현정 음~ 신혼여행이람 얼마나 좋을까? (백현에게 손으로 총 쏘는 시늉) 우리 서
방이랑?
백현 자라... (벽에 기대는)
봉구 (구석 보고) 풀잎인 벌써 자네?
현정 (으쓱) 얜 음악을 들어야 잠이 온대.
찬두 풀잎이 음악 잘 안 듣는데? (백현에게) 그치.
백현 (풀잎 보면)
풀잎 (헤드폰 낀 채 눈감고 있는)
57. 교무실 (밤)
수정 (자리에서 일 한다/양쪽에 일거리 수북이 쌓인)
강 (이부자리 들고 들어온다)
수정 여기서 주무시게요?
강 예. 뭐하십니까.
수정 이사장님한테 업무 인계할 거 정리하고 있어요. 쯪. 잘 할 수 있을래나 모르
겠네.
강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버리십쇼. 이사장님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수정 어으... (비쭉) 주무실 데가 여기밖에 없으세요?
강 ... 불편하시면, 퇴근하셨다 내일 아침 일찍 나오셔도 됩니다.
수정 (비쭉) 합숙에 동참하라면서요.
강 마음대로 하십쇼. (일각 소파에 벌러덩 눕는다/*소파가 양쪽 편에 두 셋트)
수정 진짜 여기서 자요?
강 (눈감은)
수정 (중얼) 내가 잘라 그랬는데...
58. 취침방 (밤)
찬두와 봉구, 써라운드로 코 곤다.
백현 (귀 막으며 뒤척이다 일어나 앉는다)
59. 교정 일각 (밤)
백현 (바람 쐬며 걸어오다 선다)
풀잎 (벤치에 앉아있는/손에는 mp3)
백현 (보다가/다가오며) 자는 것 같더니? (옆에 앉는)
풀잎 잠이 안 와서.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봐. (표정 어두운)
백현 걱정 있어?
풀잎 그냥. 여기 들어온 게 잘한 건가... 잘 모르겠어서.
백현 (픽 웃고) 잘, 못 한 거야. 강석호 개구라에 다 놀아나는 거지.
풀잎 알면서 넌, 왜 들어왔는데?
백현 ... 글세다... (한숨) 그런 게 있다. (풀잎의 mp3 휙 가져다 음악 검색하다
가) 어!!
풀잎 (보고) 어머. 줘...
백현 (안 빼앗기려 하며) 하하. 땡벌, 백만송이 장미, 앉으나 서나 당신생각, 뱀
이다? 이야, 너 음악세계 독특하다?
풀잎 조오... 야아...
백현 (안 빼앗기며) 어디. (이어폰 귀에 꽂고 들으며) 오호! 죽이는데! 하하!
풀잎 조오...
두 아이, 귀엽게 장난치는데.
현정 (귀여운 파자마 차림으로 틱 나타나) 니네 뭐해?
풀/백 (흠칫)
현정 니네, 나 재워놓고 만나기로 했어?
풀잎 아냐 현정아. 바람 쐬러 그냥 나왔다가...
현정 (식식대며 노려보고)
풀잎 (난처해) 얘기 하고 와. (백현 한 번 보고/mp3 홱 빼앗아 들어간다)
백현 (일어나 들어가려는)
현정 (막아서며) 어디 가?
백현 자야지.
현정 왜 내가 오니까 자러 간대?
백현 (약간 찡그리고/외투 벗어서 현정한테 둘러주고) 감기 들어.
현정 (그 바람에 풀리고)
백현 가서 자자. (가는데)
현정 (팔짱 슥 끼려하고)
백현 (빼려하고)
현정 (어깨동무하려 하는 등 웃으며 실랑이하며 오는데)
풀잎 (오다가 슥 돌아보고/씁쓸)
60. 병문고 전경 (밤->새벽)
깊은 밤에서 새벽으로 변하는 정경.
61. 취침방 (새벽)
일각 CD 플레이어의 디지털시계가 ‘5:00’이 되자 댄스곡 귀 찢어지게 울려 퍼진다.
꿈틀거리며 못 일어나는 남자 아이들.
강 (꽹과리를 두드리며 들어온다) 기상! 모두 기상! (백현 귀에 대고 월드컵 리
듬으로 꽤괭괭괭괭!)
백현 (찡그리며 눈 뜨는) 아...
강 (여자들 쪽 커텐 너머로 꽹과리 친다)
현정 (커텐 걷으며) 아 시끄러...
풀잎 (눈 비비며 깨는)
강 다섯 시다 일어나라! (두드리며) 기상! 기상! (하다가 흠칫)
수정 (구석에서 시체처럼 부동자세로 자고 있다)
강 (수정의 귀에 꽹과리 두드리지만)
수정 (평온하게 자는)
강 강적이군.
62. 운동장 (새벽)
체육복 차림의 아이들, 잠 안 깬 얼굴로 간신히 서 있다.
강 기상 직후의 간단한 운동은 잠들었던 생체리듬을 일깨우고 뇌 운동을 활발
하게 해 준다. 자, 지금부터 열을 맞춰 운동장 세 바퀴를 걷는다. 구호는 집
중! 공부에 집중, 매사에 집중, 집중만이 살 길이다! 출발! (걸으며) 집~중!
아이들 (마지못해 걸으며) 집~중...
강 소리가 작다. 집~중!
아이들 집~중!
강 기운차게! 집~중!
아이들 집~중! (걷는데)
수정 (맨 뒤에서/눈 반쯤 감긴 채 몽유병자처럼 걷는)
강 (귀에 대고) 집~중!!!
수정 (혼자 튀게) 집쭝!
아이들 (일제히 돌아보고)
수정 흡...
시간경과. 규칙적으로 구호를 외치며 운동장을 도는 아이들.
63. 특별반 (아침)
아이들 (경악) 으엑~!!!!
칠판에 하루 계획표 동그랗게 그린 커다란 하드보드지 붙어 있다.
풀잎 12시 취침, 5시 기상...? 하...
강 수면, 식사, 샤워 시간을 빼고 매일 열여섯 시간을 공부한다.
현정 빡세다~~.
강 너희들의 생활은 이제 오로지 공부에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자나 깨나 공
부! 서울대에 합격하는 그 날까지, 이를 닦듯이, 밥을 먹듯이 공부가 습관이
되어야 한다.
풀잎 후...
봉구 그래도 낮잠 시간도 있네? (방긋)
찬두 에으. 긍정적인 놈.
강 너희가 서울대를 목표로 특별반에 들어온 이상, 너희들의 모든 시간과 자유
는 나에게 맡겼다고 생각해라. 서울대 논술고사가 끝나는 그 날, 맡아두었
던 시간과 자유를 돌려주겠다.
백현 완전 감옥살이이구만.
강 세상에 공짜란 없다. 더욱이 서울대라는 최고급 티켓을 얻으려는데, 어
찌 희생이 따르지 않겠나! 자! 자세 바르게 하고!
아이들 (바르게 앉고)
강 두 눈에 정기를 담아라. 오늘 하루를 이 악물고 최선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품어라. (축 쳐져 있는 풀잎에게 얼굴 슥 들이대고) 눈!
풀잎 (화들짝)
64. 가사실 (아침)
밥과 국, 세 가지의 반찬이 준비되어 있다.
수정 이걸 언제 다 하셨어요?
강 (아이들 식판에 음식 담으며) 네 시에 일어났습니다.
수정 (미안해서) 저녁은 제가 할게요.
강 당연한 거 아닙니까.
수정 (비쭉)
65. 특별반 (아침)
강과 수정, 아이들 아침 먹는다.
현정 (백현 밥에 반찬 놔주며) 많이 먹어 서방~~
백현 (난처한)
풀잎 (슬쩍 보는데)
찬두 (풀잎 밥에 반찬 놔 주며) 색시도 많이 먹엉~
풀잎 야아...
찬두 (찡긋) 헤헤.
백현 (슥 쳐다보는)
찬두 (돼지불고기 먹고) 우왕! 봉구야, 니네 고기 짱 맛있다!
봉구 흐흐. 고마워. 또 갖고 올게.
수정 (김치에서 양념 털어내다가 강과 시선 마주친다)
강 (다 먹으란 눈짓)
수정 (눈 질끈 감고 입에 다 집어넣는)
66. 병문고 교문 (아침)
학생들, 등교한다.
67. 복도 (아침)
모델처럼 씰룩쌜룩 걸어가는 긴 다리. 지나가던 남학생들 쫙 갈라지며 올~~ 본다.
수정 (맞은편에서 오다가 기막혀서 보는)
마리 (클럽룩 같은 미니원피스에 머리스타일도 바꿨다)
수정 이사장님, 어디 가세요?
마리 오늘부터 수업하잖아요. 간만에 애들 앞에 서는데 이 정돈
성의 아니겠어요? 우후. (모델처럼 턴해서 3-4 교실로 들어가고)
수정 하... (하면서도 자기 옷차림 슥 보는)
68. 3-4 (아침)
수정 (미안한) 그래서, 오늘부터 여기 계신 장마리 이사장님께서 너희들 담임을
맡아주실 거야.
남학생들 (ol/환호하며 축제 무드) 오~~~ / 오 예!!!
마리 (얼굴 빳빳이 들며 모델 포즈)
수정 너희들과 학년 끝까지 함께 못해서 정말 미안해.
곽종민 (ol) 괜찮아요 샘! (마리만 보고)
박건태 (마리만 보면서) 인생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수정 (서운한)
마리 수고 많았어요 한선생님. 그럼. (나가 보라고)
수정 (좋다고 떠드는 애들 멍해서 보고)
마리 한선생님?
수정 네?
마리 (가라고 손으로 튀기는)
수정 수고하세요. (나가는데)
마리 자~ 출석 한 번 불러볼까?
곽종민 샘 너무 섹시해요!
박건태 아 놔, 학교 너무 좋아져!
수정 (시무룩)
69. 3-4 교실 앞 (아침)
수정 (나오며 문 닫는데)
아이들(e) 와하하하!
수정 인정머리 없는 것들. (입술 꽉)
마리(e) 아이이잉~.
수정 하...
70. 풀잎 방 (오전)
풀잎모 (술에 쩌든 푸석한 얼굴로 하품하며 문 여는) 알아서 갔나보네. (문 닫으려
다 !!해 보면/침대와 책상 깨끗하다./!!) 외박?
71. 화장실 (오전)
풀잎 (손 씻는데 핸드폰 와서 보고는 찡그리는) 왜.
풀잎모 이눔 기지배, 외박한 거야?
풀잎 책상에 가정통신문 있어. 봐.
풀잎모 (보고) 열흘 동안... 합숙?
풀잎 앞으로 열흘 동안 집에 못 가니까 그렇게 알어.
풀잎모 ... (재빠르게 궁리하는)
풀잎 여보세요?
풀잎모 ...어...
풀잎 얘기 못하고 나와서 미안해. 가게 손님들 있어서.
풀잎모 어 그래... 공부 때문인데 어쩌겠니. 감기들지 않게 조심하구.
풀잎 어... (끊고) 걱정했나보네... (맘에 걸리는데)
72. 풀잎 방 (오전)
풀잎모 (핸드폰 끊고 앉아있다가/!!해 히쭉 웃고 핸드폰 하고는) 자기? 오늘부터
나, 열흘동안 해방이다? 풀잎이 캠프갔어. 큭큭. 올래?
73. 학교 일각 (오전)
찬두와 그룹 멤버들 모여 있다.
찬두 뭐?!!!
멤버1 어젯밤에 너 가자마자 바루 쫓겨났어 우리.
멤버2 니네 아버지가 다 쫓아내라 그러셨대. (폰카 보여주며) 봐.
찬두 (핸드폰 사진 보면)
연습실 앞에 엑스자로 각목 쳐져 있고 <출입금지> 팻말 걸려 있는 사진.
멤버1 아... 오디션 얼마 안 남았는데...
찬두 (불안한)
(e) 시작 종 소리.
74. 특별반 (낮)
차기봉 오늘은 중학교 과정 계산 문제를 완벽 마스터한다. (스톱워치 들
며) 준비! (누르며) 시작!
(e) 재깍재깍 초침소리.
아이들 (문제 푸는)
강/수정 (일각에 서서 지켜보는)
찬두 (문제 풀다/문득 생각에 잠기는데)
차기봉 (책상에 회초리 쌩! 내리치는)
찬두 깜짝야!
차기봉 정신 어따 팔아 먹었어! (노려보고)
찬두 (찔끔해 푸는)
점프.
차기봉 (시험지 채점하며 못마땅/고개 젓는)
강/수정 (옆에서 걱정스레 보고)
아이들 (걱정스레 보고)
점프.
차기봉 다시, 준비! (스톱워치 콱 누르며) 시작!
75. 병문고 교문 (낮)
고급승용차 교문 안으로 들어가고. 보통 승용차, 이어서 들어간다.
76. 병문고 주차장 (낮)
고급승용차와 승용차 거칠게 와서 서고.
기사가 고급승용차 문 열어주자 뒷자리에서 내리는 남자의 구둣발.
77. 특별반 (낮)
아이들 (문제 푼다)
풀잎 (입술 깨물고)
백현 (점점 짜증나 찌푸리는)
(e) 재깍재깍 초침소리 고조되며.
78. 학교 건물 계단 (낮)
계단을 저벅저벅 오르는 남자의 발.
그 뒤를 수행하는 비서.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사복경찰 둘.
일각에서 보던 사도철, 잽싸게 교무실로 간다.
79. 특별반 (낮)
차기봉 (걷은 시험지 보고/고개 설레설레) 에잉~~~~. 도대체 왜 100점을
못 맞는 거냐!
수정 (안타깝고)
풀잎 아까보단 많이 나아졌는데...
차기봉 이거 갖곤 안 돼! 100점! 만점이 아니면 소용없어! (풀잎 앞에 시험지 흔
들어대며) 왜 자꾸 실수를 반복하냐 말이다! 왜!
풀잎 (고개 푹/주눅드는데)
백현 (욱해) 더 이상 어떡하라구요!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계산 계산! 우리가
계산기예요?
차기봉 그거다! 계산 머신! 너희는 계산하는 기계가 돼야 한다! 말했쟎냐! 순간
적! 자동적! 기계적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백현 고만해요 쪼옴! 돌 거 같애!
차기봉 (회초리를 책상에 내리치며) 이노무 자식! 그렇게 대충 사니까 멍청이가 되
지! 하나 틀린 99점은 0점이나 마찬가지야! 99점이나 98점이나 뭐가 다르
냐! 그런 식으로 98, 97, 96, 끝도 없이 용납하게 돼!(백현 얼굴 가까이 대
고 소리치며) 만점! 만점이 아니면 아무 소용 없어!!
백현 (ol) 아아아! (확 일어나는)
강 황백현.
백현 (멈칫)
강 (차분히 다가오며) 성질부리고 뛰쳐나갈 거니. 지금까지 툭하면 그랬던 대
로? (가까이 다가서며 나직이) 니가... 멋대로 나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니.
백현 (부르르 노려보고)
강 (피식)
백현 에에잇! (책상을 옆으로 확 밀어 넘어뜨리는데)
수정 백현아...
동시에, 교실문 거칠게 열린다. 놀라서 쳐다보는 수정과 아이들.
강 (휙 보는)
차기봉 뭐야 당신들!
찬두부 (저벅저벅 들어선다)
찬두 (놀라고) 아버지...
봉구 (작게) 니네 아빠?
찬두부 (교실 내부를 쫘악 노려보다가 찬두를 한심하게 쳐다보고/강을 휙 본다) 강
석호 변호사님.
강 (담담히 보는) 예.
찬두부 (같잖다는 표정으로 노려보는)
강 (차분히 보는)
80. 특별반 앞 복도 (낮)
마리와, 교감, 교사들, 서둘러 걸어와서 본다.
81. 특별반 (낮)
찬두부 (고개 까딱 신호하자)
경찰1 (다가서서 신분증 보이며) 경찰입니다.
수정 (휘둥그레)
경찰1 같이 좀 가 주셔야 겠습니다.
아이들 (놀라고)
마리 (밖에서 들여다보며) 오 마이 갓!
강 (담담히 보는)
차기봉 뭐 하는 수작들이야 이게! (회초리로 때릴 듯 다가오면)
강 (한 손으로 제지하고) 잠시만요 선생님. (차기봉을 보며/처리하겠다는 눈
빛)
차기봉 (!!/멈추는)
강 무슨 일입니까.
경찰1 강석호씨. (고소장 보여주며) 사기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됐습니다.
찬두 (벌떡 일어나며) 아버지!
강 (찬두부를 휙 보면)
찬두부 (노려보는)
강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일단 가시죠. (차기봉에게) 수업 계속 하십쇼.
(앞장서 나가는데)
찬두 갈게요!
풀잎 (놀라서 보고)
찬두 미국 가면 될 거 아니예요! 갈게요!
수정/아이들 (휘둥그레져 보고)
교사들 (반가운 눈짓으로 마주보는데)
찬두부 (미소 감도는)
찬두 (가방 팍팍 챙기는데)
강 (차분히) 홍찬두. 앉아라.
찬두 죄송해요. (가방 챙겨들고 문으로 가는데)
강 홍찬두 거기 서!
찬두 (흠칫)
찬두부 (굳고)
강 누가 니 맘대로 나가랬니.
찬두 (강을 본다)
강 특별반에 들어 온 이상 너희들은 내 명령만을 따라야 한다는 말, 잊었니.
찬두 ...
강 (아이들에게) 똑똑히 들어라. 서울대에 합격하는 그 날 까지, 아무도 여기
를 나갈 수 없다. (버럭) 알겠나!
일동 (긴장해서 보고)
찬두부 (일그러지며 강을 노려보고)
강 (날카롭게 찬두부 쏘아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