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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의 남자] 07
S#1. 레스토랑. 밤
당황한 얼굴로,
승우 : 채, 채린아.
채린 : (입술을 꾸욱 다물고 노려본다)
승우 : 왜 이러는 거야? 응?
채린 : (원망스럽다) 지금 나한테 왜..냐구 묻는 거야?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오빠가.. 그렇게 물을 수 있어? 어떻게?
(휙 돌아서는 채린)
승우 : (갑갑하다) 채린아~
선행하는,
기풍 E : 야, 지금 왜 이러는 건데?
S#2. 호텔 앞. 밤
호텔 로비로 기풍의 손을 끌고 가는 찬비.
기풍 : 야, 놔 봐 좀!
찬비 : (돌아본다)
기풍 : 대체 어딜 가자는 거야? 너 지금 미쳤어?
찬비 : 어때? 오빠한테 선물하고 싶어서 그런건데~
기풍 : (어이없다) 그러니까~ 지금 (호텔 가리키며) 저기 가서... 응?
찬비 : (싱긋 웃으며) 오빠한테 뭘 해줄 수 있을까 엄청 고민 하다가 결정한거야.
기풍 : (어이없다, 어깨에 손 툭 올리며) 너 이러는 거 할마이도 아냐?
찬비 : 그럼~ 할마이 한테도 다 얘기했는데, 뭘.
기풍 : 뭐? 할마이가 뭐래?
찬비 : 오빠 같은 사람한텐 꼭 해 줄 필요가 있대.
기풍 손목을 잡아 와락 당기며,
찬비 : 빨랑 와~ 사람들 많으면 불편하단 말야.
기풍 : 야아~ (하면서 끌려간다)
S#3. 엘리베이터 앞.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서 있는 찬비와 기풍.
찬비 : (히죽) 재밌을꺼야. 그치?
기풍 : 찬비야~ 너 오빠 생각해주는 건 고맙지만 말야~? 넌 아직 말야, 어려서 말야. 응?
찬비 : (발끈) 이거 왜 이래? 나도 남자들이 뭘 좋아하는 지 쯤은 다 알어.
기풍 : 얘가 쪽 팔리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하는데 엘리베이터 띵동 열린다.
S#4. 엘리베이터 앞.
문이 열리면, 뛰쳐 나오는 채린. 벌건 눈으로 입술을 꼬옥 다물고 걸어 나온다.
다른 엘리베이터 열리면, 나오며.
승우 : 채린아! (달려 나간다)
S#5. 거리. 밤
달려 와 채린의 어깨를 붙잡는 승우.
승우 : 채린아..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말을 해야할 거 아냐!
채린 : (슬프다) 정말 몰라서 물어? 내가 왜 이러는 지 몰라서 묻냐구?
승우 : 그래, 모르겠어. 모르겠으니까. 차근차근 얘기 좀 해 봐. 응?
채린 : (점점 쏘아부치듯) 어떻게 아빠한테 그럴 수 있어? 아빠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했는 지 벌써 잊은거야?
벼랑까지 몰린 사람이 불쌍하지도 않았어?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오빨 찾아 갔을텐데..
그런 아빠를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게 내몰았냐구! 오빠.. 그런 사람이었어..? (눈물 핑글 돈다)
(비명처럼) 내가 알던 오빠가 고작 그런 사람이었냐구!
승우 :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그럼..?
채린 : (이제 알겠냐는 듯) 오빠.. 참 나쁘다.. 참.. 나쁜 사람이야.. (돌아선다)
눈물을 주룩 흘리며 걸어가는 채린.
승우, 채린을 잡을 생각도 못하고 멍하게 서 있다.
허적허적 가로등을 짚는 승우. 감당이 안된다.
뒷편에서 스윽 몸을 드러내는 복규. 히죽 웃는다.
S#6. 엘리베이터안.
세워진 허리 높이의 박스 앞에 서서 시계를 보며, 초침을 따라 읽는 찬비.
찬비 : 9.8.7.6.5
기풍 : (난감해져서) 야~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안되겠다)
찬비 : 4.3.2.1 !
순간, 전원이 픽 나가며 암흑으로 변한다.
기풍 : 어,어~ 이거 왜 이래? 엉! 찬비야~ 찬비야~
찬비 : (대답없다)
기풍 : (비명에 가까운) 으아~ 씨. 나 폐쇄공포증 있단 말야! (문 두들기며) 문 열어! 문 열라니까!
하는데,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승강이 옆쪽에서 불꽃놀이용 불꽃들이 점화된다.
기풍 : (놀라서 물러나며) 이,이게 뭐야, 씨~? (하는데)
촛불이 꽂힌 케익을 들고 쓰윽 돌아서는 찬비.
찬비 : 해피버스데이 투유. 해피버스데이 투유.
기풍 : 뭐, 뭐하는 짓이야?
찬비 : 해피 버스데이 마이러브 기풍~ 해피버스데이 투유.
기풍 : (얼빠져 본다)
찬비 : 오빠~ 생일 축하해! (하더니, 기풍 볼에 쪽 입을 맞춘다)
기풍 : 야! (닦으며) 이게 증말~
찬비 : (헤헤 웃고) 빨랑 소원부터 말하고, 불어. 응?
기풍 : (어이없다)
찬비 : 빨랑~ 하느님. 찬비랑 결혼하게 해주십시오. 해.
기풍 : (머리 쥐어 박고) 이게 미쳤나? (비상벨을 콱콱 누르며) 여보셔~ 여보시라니까!
찬비 : 암도 안 와.
기풍 : (보며) 뭐?
찬비 : 내가 연락 할때까진 열어주지 말랬어.
기풍 : (하~ 한숨만 나온다) 너 이 호텔 아는데야?
찬비 : (끄덕끄덕) 이 건물, 울 할머니한테 돈 빌려서 지은 거거덩.
기풍 : 잘 빠졌다~ (때릴 듯) 빨랑 연락 안 해!
찬비 : 오빠, 촛불 부터 꺼라, 응?
기풍 : 임마. 무슨 생일이어야 촛불을 끄든지 말든지 하지. 내 생일은 음력이란 말야, 마!
찬비 : (울상이 되며) 진짜야? 씨~ 오빠 축하해 줄려구, 며칠 전부터 계획 한건데...
봐~ (박스 가리키며) 여기 폭죽도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데.. (울 것 같은 표정이 되면)
기풍 : 에이 씨~ (촛불을 후우~ 분다)
어두워지면,
S#7. 백화점. 밤
어두운 거리를 비틀대며 걸어오는 채린. 아버지가 떨어졌던 흔적 앞에 털썩 무릎을 꿇는다.
채린 : 아..빠.. 나 원망 많이 했겠다.. 아빠 그렇게 간 줄도 모르고... 아빠, 미안해서 어떡해.. 아빠한테 미안해서.. (흐느낀다)
S#8. 차 안. 밤
굳은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승우. 신우그룹 본사를 향해 급하게 차를 몬다.
S#9. 복도
입술을 앙 다물고 걷고 있는 승우.
신팀장, 나오다가 승우를 본다.
신팀장 : 어~ 승우야. 퇴근 안 했어?
승우 : (뒤도 안 돌아 보고 걷는다)
신팀장 : ...? (불길한 느낌으로 뒤를 쫓는 시선)
S#10. 회장실.
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오는 승우.
퇴근 준비를 하면서 일어나던 최회장.
최회장 : 웬일이냐?
승우 : (문을 쾅 소리나게 닫는다) 아버지!
최회장 : (보면)
승우 : 송재환 사장님이 찾아왔었습니까?
최회장 : ....
승우 : 백화점 부도 직전에 아버지 찾아 온게 사실이냔 말입니다!
최회장 : (소파에 앉으며) 앉아라~
승우 : 찾아왔었느냐고 묻잖습니까?
최회장 : 버르장 머리 없는 놈. 어디서 함부로 목소리를 높이는 게야?
S#11. 비 서 실.
놀라 서 있는 비서 옆으로 들어오는 신팀장.
신팀장 : 드디어 터졌군.
S#12. 회장실.
승우 : (입술을 깨물며, 누르는) 다시 여쭙겠습니다. 삼송백화점 송재환 사장님께서..
최회장 : 그래, 찾아왔었다. 어쩔테냐?
승우 : (덜컥 가슴이 내려 앉는 것 같다. 겨우 눌러 참으며) 왜, 도와주지 않으셨습니까?
최회장 : 송사장. 넘어야 될 선을 넘었어. 몇 푼 적선으로 살아날 상황이 아니었다.
승우 : 아니오! 삼송 자산상태는 어느 백화점보다 튼튼했습니다. 그 상황만 넘기면, 송사장님 자살같은 거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최회장 : 그래서! 지금 내가 송사장을 죽이기라도 했다는 거냐!
승우 : ...아니라곤.. 못하겠죠.
최회장 : (벌떡 일어나 따귀 갈기며) 이 놈 자식이!
승우 : (고개 돌려진 채, 묵묵히 서 있다가) 가보겠습니다. (나가려하면)
최회장 : 그래, 이 놈아! 삼송이 탐이 났다!
승우 : (멈칫 선다)
최회장 : 지금이 아니면, 그만한 백화점 다신 못 빼앗을 것 같아서, 부도 안 막아줬다! 그게 어떻다는 거야?
승우 : (돌아보며) 송사장님, 제 약혼자 아버님이셨습니다.
최회장 : 다 지난 일이야!
승우 : 아뇨.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나간다)
최회장 : 이 놈아. 이 애비가, 내 욕심만 채우자고 그 짓을 한 거 같아? 엉? 승우야! 승우야! (문 닫히면, 털썩 주저앉는다)
승우가 처음 보이는 반항이다.
S#13. 사채 골목. 밤
비척대는 걸음걸이로 걸어 오는 채린.
S#14. 기풍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채린. 어둡다. 불을 켜지만, 켜지질 않는다.
몇 번 딸깍 거리면,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밝아지는 실내.
기풍이 케익을 들고 서 있다.
기풍 : 해피버스데이 투유~ 해피버스데이 투유~ 해피버스데이 디어 프레지던트 쏭~ 해피버스데이 투유~
멀거니 기풍을 보고 서 있는 채린.
기풍 : 어~ 뭐해? 소원빌고 촛불 꺼야지.
채린 : (말없이, 눈자위가 핑글 돈다)
기풍 : 뭐야~ 사람 성읠 이렇게 무시하냐?
채린 : 아, 아냐. 끌께.
채린, 촛불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여러 번 불지만, 흔들리기만 하는 촛불.
기풍 : 저녁 안 먹었어? 왜 그렇게 힘이 없어!
갑갑한 지, 대신 불려고.. 케익에 눈높이를 맞추는 기풍.
촛불에 반사되어 일렁거리는 채린의 눈동자. 주륵 눈물이 흘러 내린다.
얼굴이 굳는 기풍.
기풍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하는데, 채린 무너지듯 기풍의 어깨에 기댄다.
채린 : 이대로.. 이대로 조그만 있어 줄래..
채린의 어깨가 천천히 떨린다.
채린을 내려다보는 기풍의 눈에 안타까움이 드러난다.
케익에 꽂힌 촛농이 녹아내린다.
S#15. 술집 바.
알콜램프가 밝혀져 있는 바.
터엉 술 잔을 내려놓는 승우.
승우 : 더!
신팀장 : 승우야~
승우 : (빼앗아 따르더니, 벌컥 마시고, 다시 채운다)
신팀장 : 어쩔려구 이러니?
승우 : 흐흥~ 어쩔려구..이러냐구? 형은 뭘 어쩔려구 나한테 얘기도 안해줬어.
신팀장 : ...
승우 : (버럭) 도대체 나한테 어쩌라구,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았냐구! (와락~ 테이블을 쓸어 버린다)
나뒹구는 병. 깨지는 술잔들.
바텐더, 당황해서 치우고..
승우, 고개를 바에 쳐박고,
승우 : 그 자식..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배신한 줄 알고, 얼마나 아팠을까, 형. 그 자식.. 생각하면.. 채린이 그 자식 생각하면..
승우, 어깨가 낮게 흔들린다.
S#16. 기 풍 집. 거 실. 밤
새어드는 달빛에만 의지하고, 소파에 기대고 앉아 있는 채린과 기풍.
채린의 샴페인 잔이 비면, 따라주는 기풍.
채린 : 다 알고 있었지?
기풍 : (끄덕끄덕)
채린 : 왜.. 얘기 안했어?
기풍 : 당신들 사이, 그런 식으로 끼어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채린 : .... (한숨처럼) 나 많이 비웃었겠다.. 아빠가 어떻게 가셨는 지도 모르고..
기풍 : (O.L) 최승우 그런 친구는 아닐꺼야.
채린 : (씁쓸한 미소)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기풍 : 그냥 알아.. 숨길래도 잘 숨겨지지 않는게 있거든. 그 친구, 당신 보는 눈빛이 그랬어. 절대 안 숨겨지는..
채린 : ... (갈피를 못 잡겠다)
기풍 : 그 친구 보는 당신 눈빛도 그랬고..
채린 : (서글픈 미소) 그래서.. 더 힘들어..
알지만 마음 한 쪽이 서늘해지는 기풍. 채린의 잔을 빼앗아 내려놓더니, 손목을 나꿔챈다.
채린 : (돌아보면)
S#17. 사채 골목 밤.
스르르 멈추는 승우의 차.
S#18. 차 안.
운전하던 신팀장 돌아보며.
신팀장 : 여기 맞냐?
승우 : (창밖을 내다본다)
신팀장 : 별안간 여긴 왜?
승우 : (말없이 차에서 내린다)
S#19. 옥 상. 밤
채린의 손을 잡고 난간앞에 서는 기풍.
영문을 몰라 보는 채린 손에 폭죽을 쥐어 준다.
채린 : 이,이게 뭐야?
기풍 : 당신이랑 나랑 무슨 관계지?
채린 : 뭐?
기풍 : 우리가 무슨 관계냐구!
채린 : 비..지니스..
기풍 : 그래, 비지니스 관계야.. 당신이랑 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냐.
최승우도 그날 분명 그랬을꺼야.. 비지니스는 비지니스다..
채린 : ....
기풍 : 당신이 진짜 대한민국 최고의 백화점을 만들고 싶으면, 날려 버려! 시시껄렁한 감정따윈 담아두지 말고, 다 날려 버리라구!
채린 : (멍하니 보면)
기풍 : (채린의 폭죽에 불을 붙여준다)
쒜에엑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르는 불꽃.
하늘에서 퍼엉퍼엉! 터져 오르는 불꽃.
기풍 : (채린 손에 계속 불붙인 폭죽을 주며) 더 날려! 가슴에 응어리가 터질때까지 다 날려 버리라구!
채린의 손에서 날아가는 불꽃들. 하늘을 가르고, 수를 놓는다.
물끄러미 올려다 보는 채린. 눈에서 한방울 눈물이 툭 떨어진다.
채린 : 그..래.. 비지니스는 비지니스야..
기풍 : 뭐라구? 안 들려! 크게 말해 봐!
채린 : 비지니스는 비지니스다!
기풍 : 더 크게!
채린 : (호흡하더니) 비지니스는 비지니스다!
기풍 : 더 크게!
채린 : 난 송채린이다! 난 대한민국 최고의 백화점을 만들꺼다!
기풍의 손에서 여러개의 불꽃들이 파파팡! 하늘로 쏘아 올려진다.
S#20. 사채골목 밤.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 보는 승우.
신팀장, 차 문을 열고 나와 본다.
S#21. 동 옥상.
채린, 기풍의 손에 들린 불꽃을 빼앗아 들더니, 여러 개 심지에 한꺼번에 불을 붙인다.
파파팡! 하늘에 떠오르는 불꽃들.
기풍 : (고함을 질러댄다)
채린 : (고함을 질러댄다)
기풍 : (채린 보면)
채린 : (기풍 본다. 어색하게 웃고는 다시 고함을 지른다)
기풍 : (히죽 웃는다)
S#22. 차 안.
하늘로 치솟는 불꽃들을 보는 승우.
승우 : 가자, 형. 내일부터 할 일이 너무 많겠어..
출발하는 승우의 슬픈 얼굴에서.
(F.O)
S#23. 부사장실. 낮
소파에 앉아 있는 미라 앞에서.
복규 : 송채린이 최승우 귓방망이를 그냥 퍼억 날렸잖습니까? 으아~ 송사장 한뻔치 하던데요?
미라 : 그래서?
복규 : 예?
미라 : 그 담에 어떻게 됐냐구?
복규 : (70년대 영화처럼) 흑~ 오빠, 미워~ 하면서 송채린이 나가버렸죠.
미라 : 증말이야?
복규 : 뭐.. 직접 듣진 못했지만.. 어쨌든 두 사람 관곈 완전히, 퍼펙트하게 아웃됐을 겁니다. 수투라익~ 아웃~
미라 : (일어서며) 어디 송채린이 꼬라지 한 번 보러 갈까?
복규 : 보나마나라니까요. (따라 나서며)
S#24. 복도.
걸어오고 있는 미라와 복규.
복규 : 아, 지가 천년 묵은 능구렁이가 아닌 이상에, 지 부모 죽게 한 웬수 집안에 회살 팔아 먹겠습니까?
송채린이 자폭하는 건 시간문제라니깐요.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미라.
S#25. 사장실.
문을 열고 미라, 들어오는데, 쫘악하는 물세례 날아오고,
기겁을 하며, 뒤집어 쓰는 미라와 복규.
놀란 충선, 양동이를 들고 멍하니 서 있다.
미라 : (옷 털며) 지금 뭐하는 짓이야!
충선 : 죄,죄송함다. 사장님 외출하신다 길래.. 청소하느라고..
복규 : (나서며) 이 싸람아~ 당신 눈은 콧구멍에 박혔어? 부사장님 오시는 것도 못 봤냐구?
충선 : (콧구멍 뒤집으며 후빈다) 미안하다고 했잖아~
복규 : 미안? 그게 미안한 콧구멍이냐, 임마~ (하는데)
미라 : 시끄러워! (이 악물며) 사장 어딨어?
충선 : 신우그룹에 들어가셨는데요.
미라 : 뭐어? 신우엔 왜?
충선 : 오늘 매각합의 하는 날이잖아요. (이죽대는).. (부사장이) 것도 모르셨습니까?
미라 : (복규, 휙 노려보며) 어떻게 된거야?
복규 : 그, 글쎄요.. (진지하게) 사장님. 송사장 혹시.. 천년 묵은 능구렁이가 아닐까요?
미라 : 당신땜에 내가 천년은 늙는다. 늙어! 비켜!
미라, 분통이 터져 복규를 확 밀치고 나간다.
휘청 하는 복규.
복규 : (따라가며) 부사장니임~
하면서 따라 나가다, 앞으로 미끈하면서 닫히는 문에 코를 박는다.
주륵 바닥에 미끄러 지는 복규. 질퍽한 바닥에서 버둥대면,
충선 : 걸레가 따로 필요없겠구만~ 이왕 누운 김에 굴러라~ 청소 좀 되겠다~
복규 : (휙 노려보다가, 애절하게) 부사장니임~
S#26. 신우그룹 회의실.
정이사 : 이건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앉아 있는 채린, 정이사..
맞은편에 최회장. 승우. 신팀장이 앉아 있다.
최회장 : 뭐가 너무하다는 건가?
정이사 : (합의서 들며) 저희가 제시한 가격의 2/3 밖에 되지 않습니까? 세린느는 아시다시피, 연간 매출액이 총..
승우 : (O.L) 세린느가 삼송백화점 플라이빗 브랜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만큼 브랜드파워 가치가 평가절하됐다고 보는건 당연하잖습니까?
최회장 : (승우 본다.. 어제 그 불편했던 놈인가 싶다)
승우 : 제시액의 2/3 수준이면 적정하다고 판단됩니다.
채린 : (승우를 노려본다)
정이사 : 그렇다고 해도 이건..
채린 :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정이사 : 사장님.
채린 : 대신 세린느 직원의 고용승계 원칙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십시오.
최회장 : (승우보며) 괜찮겠나?
승우 : 예. 그건 지켜주도록 하죠.
채린 : (마지못해) 감사합니다.
승우 : (딱딱하게) 대금 지불 방법에 대해서 얘기 하도록 합시다.
채린 : (지지않고) 좋습니다.
그런 신경전을 보는 신팀장, 마음이 무겁다.
S#27. 산사로 향하는 길. 낮
산길을 걷고 있는 백부자. 땀을 훔치고, 허리를 들어 보면 멀리 산사가 보인다.
S#28. 경 내. 약수터.
경내로 들어서는 백부자. 약수터 옆에 몸을 부리고, 땀을 닦는데
백부자 앞에 스윽 들이밀어지는 조롱 바가지에 약수물.
백부자 : (보면)
동자승 : (천진난만한 웃음)
백부자 : (받아서 시원하게 마시고, 합장한다)
동자승 : (합장하면)
백부자 : 스님~ 사람 하나 찾을까 하고 왔는데..
동자승 : 할아버지가 아까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보살님.
백부자 : (귀엽다, 웃음) 그래요? (일어나며) 나 좀 안내해 주겠소?
S#29. 신우 그룹 앞. 낮
정문을 나오는 채린측과 승우, 신팀장.
삼송측 차가 다가오면, 차 문을 열어주는 승우에게..
채린 : (싸늘하게) 이 은혜 잊지 않도록 하죠.
승우 : (머뭇, 사무적으로)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손을 내미는 승우.
채린 노려보다가, 잡지 않고 돌아선다.
차 출발하는데, 정면만 뚫어질 듯 보고 앉은 채린.
지나가면, 그제서야, 안타까운 시선으로 차를 쫓는 승우의 시선.
차, 멀어지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신팀장 : 이거 원, 조마조마해서 죽을 뻔 했네.
승우 : (들은 척도 않고 돌아선다)
S#30. 복도
걷는 두 사람.
신팀장 : 마음의 정리가 된 모양이구나. 뭐, 회장님께선 흡족해 하시는 눈치더라만..
승우 : 당연히 그러셨겠지.
신팀장 : ....?
승우 : 이제부턴 철저하게 아버지 방식에 따르겠어.
신팀장 : ...?
승우 : 남은 방법은 하나 밖에 없으니까.
신팀장 : 무슨.. 의미야?
승우 : (멈춰서며) 무슨 일이 있어도, 백화점. 내 손으로 인수할꺼야. 그리고나서, 아버질 배신하겠어.
신팀장 : 뭐어?
승우 : 백화점. 인수하는 대로, 채린이에게 돌려주겠어.
신팀장 : 승우야..
승우 : 그 방법 밖에 없어. 다른 방법으로 채린일 설득하기엔 너무 늦어 버렸어.
신팀장 : 너... 진심이냐?
승우 : 이럴 수 밖에 없다는 거.. 나도 믿기지 않아..
선행하는,
정이사E : 최실장이 저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S#31. 달리는 차안.
앞만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채린.
조수석의 정이사..
정이사 : 최회장이야.. 워낙 소문난 사람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채린 : (말 없다)
정이사 : 그때 최실장 만났어도, 별 수 없었겠습니다.
채린 : 무슨.. 소리죠?
정이사 : 부도 직전에 말입니다. 사장님께서 최회장 만나기 전에, 최실장부터 만나려고 했거든요.
채린 : (당혹스럽다) 그런데요?
정이사 : 최실장 미주출장에서 돌아오질 않아서, 미쳐 만나지도 못했거든요.
채린 : ..(그럼..?)
정이사 : 사장님 돌아가신 후에, 사흘내내 분향소 지키면서 울기도 참 많이 울길래.. 저 사람만 먼저 만났어도 했는데..
채린 : (아득하다) 최실장은.. 부도 사실을 몰랐었나요?
정이사 : 아마, 그랬을겁니다..
채린 : (눈물이 핑글 돈다.. 바보같이.. 왜 얘기하지 않고).. (낮게) 오빠.. (돌아보지만..)
S#32. 삼부 거처 앞.
푸른 숲에 고즈넉히 앉은 산사를 배경으로.
(삼부 E) : 뭐하네? 빨리 못내놓겠네?
툇마루에 돌아앉아 새초롬한 백부자.
백부자 : 네레 미쳤네? 와 발을 자꾸 내놓으라 기래?
삼부 : (세수대야를 앞에 두고) 잔소리 말고 빨랑 내놓으라이~ 아님, 힘으로 하갔어.
백부자 : 왜 이러는기야? 남들 보면 어쩔라구 기래?
삼부 : 여기 임자하고 나 말고 암도 없어야. 날래 내놓으라니까니~
삼부, 백부자의 발을 억지로 당겨 잡더니, 버선을 벗겨낸다.
백부자 : (놓으라고 탁탁치며) 야아~ 이러지 말라. (얼굴 벌개진다)
삼부 : 나이가 몇인데 내외하고 난리네? 가만 있으라. 이거 소주에 송화가루 탄 물이야. 피로회복에 그만이야~
삼부, 백부자의 발을 세수대야에 담근다. 발을 씻겨주며,
삼부 : 아직도 곱다야.
백부자 : (부끄럽지만) 다 꼬부라져서 쭈글텅쭈글텅 한데 뭐이가 곱네?
삼부 : 내 눈엔 양귀비 전족보다 더 이쁘구만 기래. (정성스럽게 씻겨주며 부자발에 말을 건넨다) 이 놈, 먼길 오느라, 고생 많았디?
백부자 : (쑥쓰럽게 웃는다)
삼부 : 내 시 한 수 읊어 주까?
백부자 : (흐흥~) 이녘이 시도 아네?
삼부 : 들어 보라. (큼큼하더니) 말간 소주, 놋쇠 대야에 부어놓고 그 여자 발, 하얀 그 발 조심스레 씻겨주며
백부자, 스르르 눈을 감는다.
삼부 : 내 한 잔씩 떠 마시면, 아름답기에 갖는 번뇌. 내 혀에 와 닿겠네.
멀리 뻐꾸기 소리. 풍경 흔들리는 소리.
산사에 적막.
삼부 : 꼭 사십육년만이다. 부자야~ 사십육년동안 니 발 이렇게 꼭 씻겨주고 싶었더랬어.
백부자 : 망할 늙은이..
부자 눈에 회한이 어린 눈물이 돌고..
멀찌감치, 동자승 고개만 쑥 내밀고 소리없이 웃다가 노스님한테 머리 쥐어 박히며 사라진다.
S#33. 00 회사 앞.
입구에서 경비와 실갱이 중인, 사채업자들.
사채1 : 경비대장님. 우리 하루이틀 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경비대장 : 글쎄, 사장님 엄명이야! 당신 같은 고리대금업자들 발도 못붙이게 하랬어!
사채2 : 대장니임~
경비대장 : (손짓하면)
우르르 달려오는 덩치 큰 경비직원들. 사채업자들을 달랑 들어서, 바깥으로 내던진다.
이때, 쓰윽 화면에 들어오는 오달평. (변호사) 깔끔한 양복차림이다.
경비대장, 앞을 막으며.
경비 :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달평 : (명함 보이며) 사장실이 어딥니까?
경비 : (명함보고) 국제변호사? (긴장하며) 이쪽으로 오십시오.
S#34. 산사. 오후
툇마루에 앉아 다과상을 마주하고 있는 삼부와 백부자, 얼쩡대는 동자승에게 한과를 건네면,
냉큼 받아, 삼부 뒤에 숨어 먹는다.
백부자 : 여기 계속 살꺼야?
삼부 : 좋잖네~ 사람새끼 냄새 안 맡아도 되구. 부자 너도 일루 들어와 살라.
백부자 : (흐흥~ 웃고) 내가 너처럼 한가한 사람이네?
삼부 : 기풍이 놈한텐 무슨 일 시켰네?
백부자 : 어음할인.
삼부 : 어음할인이라.. 기업 파악하는데 그것 만큼 좋은게 없디. 그 간나 잘 할줄 모르겠구만~
S#35. 00회사 앞. 벤취
건달1을 앞에 앉혀두고, 야바위를 하고 있는 기풍.
카드 석장을 마구 헤집고, 눈을 부릅뜨고 쫓는 건달1.
카드 멈추면, 만원권 몇장을 펑 날린다.
기풍 : 무르는 거 없다~
건달1 : 걱정 마십쇼. 이번엔 진짭니다.
기풍 : (슬쩍 보고 카드 뒤집으면, 꽝이다)
건달1 : (많이 잃었는지, 얼굴이 벌개져있다) 하~ 씨. 분명히 봤는데.. 빨리 시작하십쇼! 형님.
기풍 : (히죽거리고, 카드 보여주며 섞는데)
건달1. 퍼억 지갑을 통째로 놓는다.
기풍 : (히죽 웃고, 카드 슬쩍 보면, 맞췄다. 당황스럽지만) 잘 생각해 봐, 따샤.
건달1 : (차 열쇠까지 올리며) 빨리 오픈하십쇼. 형님.
기풍 : 야, 야! 장난하는 거 가지고, 차까지 걸면 내 체면이 뭐가 되냐, 마. 거둬~
건달1 : 건달 주먹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형님.
기풍 : (미치겠다..) 야, 지금까지 딴 거 다 돌려줄께, 응?
건달1 : 형님. 저 노름한 걸로 땡깡부리는 그런 놈 아닙니다. 형님.
기풍 : 하~ 이거 죽갔구만 (어~ 뭔가 보고 일어나며) 야~ 떴다!
멀리서 걸어오는 달평과 중년남자.
기풍, 부리나케 일어나며 카드 정리하려고 한다.
건달1. 손으로 카드 콱 누르고...
기풍 : 손님 오셨잖아, 마!
건달1 : 확인부터 하십시오, 형님.
기풍 : 이 자식이~ 너 아니면 어떡할래? (꿈쩍도 안하는 건달에게) 좋아, 니가 오픈 해, 임마.
건달1 : (카드 뒤집으면, 꽝이다. 울상이 되며) 이럴리가 없는데..
기풍 : (지갑, 열쇠 던져주며) 엉기지 마라~ 다친다잉~
건달1 : 죄송함다. 형님.
기풍 : 기업연감이나 챙겨 와!
건달1 : (꾸벅하고 가면)
기풍 : (후우~ 한숨쉬고.. 소매에서 진짜 카드 흘려서 호주머니에 넣고는. 쭈볏쭈볏 오는 중년사장을 향해) 어서 오십쇼. 싸장님~
S#36. 사장실.
미라, 소파에 앉으며..
미라 : 그래, 매각은 잘 이뤄졌대며?
채린 : (끄덕인다)
미라 : 너무 싸게 판 거 아냐? 결혼해서 같은 집안 될 거라고 봐준 건 아니겠지?
채린 : 언니!
미라 : 얘는, 농담인데 왜 정색을 하고 그러니? 최실장은 잘 지내든?
채린 : (입을 다문다)
미라 : 뭐, 어쨌건 잘됐다. 이젠 경영정상화만 이루면 되겠네. (일어나며) 뭐 쉽지 않겠지만.. 너라면 잘 할 수 있을꺼야~
(미소짓고, 나간다)
채린, 복잡하다.
승우가 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채린.
S#37. 00회사 앞. 벤취
불안하게 앉아 있는 중년남자 위로 달평이 읽는 소리 들린다.
달평 : 주식회사 통일운수. 사업내용,운송보관 서비스업,부동산업. 자산총계 99년12월. 2918백. 유동자산 1832백. 고정자산1086백.
부채총계 3003백.. 자본금 470백. 자본잉여금 286백. 당기순이익 78백. 부채와 자본총계 2918백.. 이상입니다. (탁 덮는다)
기풍 : (손가락 두들기며) 괜찮겠나?
달평 : (건달1이 들고있는 연감 훑어보며) 영업이익이나 경상이익을 봐선 괜찮은 회산데요?
남자 : 대형트럭을 좀 무리해서 구입해서 그렇지, 어디 운수회사보단 튼튼합니다.
기풍 : 사장님. 요즘 운수회사 뭐 볼거 있습니까?
남자 : 예?
기풍 : 요새 건설업도 다 죽고, 어디 물량이나 제대로 받습니까?
남자 : 무,무슨 소립니까? 저흰 공기업 공사만 십년이 넘도록..
기풍 : 20%만 빼고 드리죠.
남자 : 아,아니 이봐요..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산데..
기풍 : 이봐~ 아이씨~ 현대,한진,엘쥐까지 택배사업에 뛰어들었어~
아이씨 회사, 강원도에서 배추나 실어다 품팔이해야 되는 상황이잖아~
남자 : (할 말을 잃는다)
기풍 : (가방 열어 보이며 현금다발 보인다) 월말 가까워지는데 직원들 월급은 어쩌려구 그래?
남자 : (망설인다)
기풍 : (가방 닫으려하며) 손님 가신다~ 바래다 드려라..
남자 : (가방 잡는다) 조,좋습니다. 20% 깡해주쇼.
기풍 : 21%!
남자 : 아깐 분명히 20%라고..
기풍 : 22%!
남자 : 아, 알았어요. 22%.
기풍 : 진작 그렇게 나오시지이~ (가방 열다가) 에이~ 기분이다. 19%!
남자 :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기풍 : 앞으로 나랑만 거래하는 거야~
S#38. 구멍가게 앞.
파라솔 아래 앉아 있는 기풍,달평,건달1.
기풍, 조그마한 수첩 페이지 넘기며..
기풍 : 에~ 너는 오늘 다섯 개 챙겨왔으니까, 일당 5만원에, 인센티브 만원씩 해서.. 십 만원깐다.
달평 : 그럼, 얼마가 줄어드는 겁니까?
기풍 : 니 빚?
달평 : 예..
기풍 : 주는게 아니라 늘었지.
달평 : 예에?
기풍 : 마, 삼억에 하루 이자가 얼만데.. 1%만해도 3백이야. 겨우 하루 깠으니까, 십만 빼면, 이억구천구백구십만원에 1%니까
이백구십구만원이 더 붙는거지.
달평 : (울쌍이 되며) 저 시간당 150불짜립니다. 사장님.
기풍 : 건 마, 변호사 할 때 얘기지.
달평 : 차라리 절 죽이십쇼. 이렇겐 못 삽니다. 이건 세계 변호사협회에 치욕이자, 오명이요, 언어도단입니다.
건달1 : (스윽 일어나며) 지금 처리할까요, 형님?
달평 : (기풍 붙잡고) 싸장님~ M&A하는데만 소개시켜 주십쇼. 정말 금방 갚을 수 있다니까요!
S#39. 택시 안.
교외로 빠져 나가는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는 채린. 무릎에 올려져 있는 안개꽃.
열린 창문으로 바람을 맞고 있는 얼굴위로..
정이사E : 사장님 돌아가신 후에, 사흘내내 분향소 지키면서 울기도 참 많이 울길래.. 저 사람만 먼저 만났어도 했는데..
채린 E : 최실장은.. 부도 사실을 몰랐었나요?
정이사E : 아마, 그랬을겁니다..
이마를 짚고 마는 채린.
S#40. 납골당.
송재환 영정앞에 놓여지는 안개꽃.
향불이 지펴오르고, 고개를 들면, 승우다.
영정을 바라보는 승우.
승우E : 죄송합니다. 아버님. 그렇게 가신 줄.. 정말 몰랐습니다.
S#41. 납골당 앞.
택시에서 내리는 채린. 납골당 앞에 세워진 차가 보인다.
무심히 지나치는 채린.
납골당 안으로 들어가면, 반대 방향에서 나오는 승우.
S#42. 동 납골당 안.
걸어오는 채린. 놓인 꽃을 본다. 무심히 옆에 꽃을 놓는다.
여전히 타고 있는 향.
채린 : 엄마 왔었나 부다. 그치, 아빠? (향불을 붙이려다가, 멈칫한다)
휙 고개를 돌려 보는 채린.
S#43. 납골당 밖.
뛰어 나오는 채린. 숨을 고르며 돌아보면.. 승우의 차가 멀어지고 있다.
눈물이 핑글 도는 채린.
S#44. 동 납 골당 안.
영정앞에 털썩 앉는 채린.
채린 : 아빠, 어떡해.. 그 사람.. 미워할 수가 없어. 아빨 이렇게 만든 사람들인데..
S#45. 승우 차안.
운전을 하고 있는 승우의 어두운 얼굴 위로.
채린E : 나 그 사람 미워 안해도 되지? 아빠, 나 용서해 줄꺼지?
S#46. 동 납골당.
처연하게 앉아 있는 채린.. 눈물을 쓰윽 닦으며..
채린 : 약속할께. 아빠가 처음으로 세운 공장.. 다시 찾을께. 꼭 다시 찾아올께. 응?
S#47. 납골당 밖.
석양으로 해가 지고 있다.
돌아서서 보는 채린.
채린E : 오빠.. 미워하지 마, 아빠. 그 사람도.. 몰랐대잖아.. 그래놓구두, 변명 한마디 안하는 사람이잖아.
내가.. 어떻게 미워해.. 아빠..
(F.O)
S#48. 백화점 공고 게시판 앞. 낮
웅성웅성 모여있는 사람들. '인사발령공고'판 앞에 모여 있다.
직원들 사이를 우격다짐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복규.
백화점 본부장 : 양미라. 비상기획실장 : 김충선 등등이 보인다.
입끝으로 읽던 복규. 휙 화면을 빠져 나간다.
S#49. 찜질방. 낮
불가마 앞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미라.
가운을 입고 들어오는 복규.
복규 : 부사장님. 인사발령 공고 보셨습니까?
미라 : (끄덕한다)
복규 : 근데 왜 가만 계십니까? 부사장님. 부사장에서 본부장으로 강등됐으면 당연히 어필을.. (해야지..)
미라 : 심과장 바보야?
복규 : 예?
미라 : 상품매입하고 영업을 묶어서 본부 하나를 만든거잖아. 송채린이 알아서 무덤을 팠는데, 뭐하러 어필을 해?
복규 : (긁적긁적) 그,그럼 백화점 매장구성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거네요.
미라 : 당연하지~ 송채린이 이렇게 까지 날 생각하는데, 나도 가만 있을 순 없지. 당신 부하중에 쓸만한 여자애 하나 없어?
복규 : 여자요?
미라 : 그래.. 여자. (음흉한 미소 띈다)
S#50. 세린느 매장.
여직원1 : 축하해, 언니. 어쩜 너무 좋겠다.
여직원들 정주를 둘러싸고 있다.
무덤덤하게 정리를 하고 있는 정주.
여직원2 : 판매직원에서 관리직으로 가는 건 언니가 첨이잖아.
정주 : 아직 정식 발령도 안났어. 공연히 입방아 찧지 말고, 고별상품전 준비나 해!
여직원들 입을 비죽댄다.
여직원2 : 또 누가 승진했니?
여직원1 : (생각하더니) 어, 용역과장 있잖아. 김충선 과장. 그 사람도 비상기획실장으로 올라갔어.
듣던 정주, 멈칫 하다가 다시 일을 한다.
S#51. 사장실
충선 : 사장님~ 제발 이번 인사이동 취소해 주십시오. 예? 일개 용역과장이 무슨 수로 비상기획실장을..(맡습니까)?
채린 : (O.L) 아버님 살아계실때 같은 부설 담당하셨잖아요.
충선 : 예? 그걸 어떻게..
채린 : (웃음) 헤어진 부인경력까지 말씀 드려볼까요?
충선 : (뜨끔하더니) 회사를 부도나게 한 놈입니다. 제가 무슨 낯짝으로 다시.. (그 자리를..)
채린 : (O.L) 그 문젠, 아버지 하나로 충분해요. (손을 잡으며) 도와주세요. 저한텐 김실장님 같은 분이 꼭 필요합니다.
충선 : (감격스럽고, 고마워서) 사..장님..
채린 : (웃음) 맡아 주실꺼죠?
충선 : (굳게 끄덕이며) 돌아가신 사장님 부끄럽지 않게 일하겠습니다.
S#52. 신우그룹 전경.
승우E : 기관투자가들 접촉 결과는 어떻습니까?
S#53. 신우그룹 회의실.
보고 하고 있는 신팀장.
승우와 최회장 듣고 있다.
신팀장 : 한별은행과 제일투신은 내락을 받은 상태이고, 나머지 제2금융권과도 접촉하고 있습니다. 별 무리 없을 것 같습니다.
승우 : 현재 삼송 주가는 얼마죠?
신팀장 : 부동산 매각이후에 가격이 상승, 8000원대에서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승우 : 한주당 13,000원씩 거래 하세요.
최회장 : 쓸데없는 낭비 아니냐? 만원만 해도 얼씨구나 할 놈들인데.
승우 : 삼송 백화점이 정상업무를 진행할때, 주당 평균가격이 2만5천원선이었습니다.
최회장 : (고개를 끄덕인다)
승우 : 주식 매입은 직접 나서지 말고 계열사들을 이용하세요. 우리가 나선게 밝혀지면, 개미군단까지 끼어듭니다.
신팀장 : 알겠습니다.
S#54. 복도.
걷고 있는 승우와 최회장.
최회장 : 아직도 날 원망하는 거냐?
승우 : ...
최회장 : 애비가 그런 건 다 너를 위해서..
승우 : (O.L)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저도 비지니스맨입니다.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최회장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저녁에 술이나 한 잔 할까? 너랑 술 마신지 오래된 거 같은데..
승우 : (O.L) 아뇨. 술은 다음에 하기로 하죠. 전쟁이 끝난 다음에요.
최회장 : (만족스럽게 웃는다) 그럼, 그럴까?
승우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앞서 나가는 최회장.
굳은 표정의 승우. 천천히 뒤따라 간다.
S#55. 증권 거래소. 낮
전광판에 등락이 끊임없이 기록되고, 증권사 직원들도 정신없다.
그 위로 들리는.
기풍E : 야, 주식할 돈 있으면, 카지노 하는게 낫대니까. 가자, 오빠가 빠징코 죽이게 터지는 방법 알려줄께.
기풍을 끌고 들어오는 찬비.
찬비 : 안돼, 할머니가 오빠 꼭 데리고 가라 그랬단 말야.
전광판 앞에 서는 기풍과 찬비.
급하게 돌아가는 증권사 직원들과, 고객들 사이의 주문상황과 어김없이 고개를 떨구는 개미투자자들의 모습이 몽타쥐로 보인다.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기풍. 그런 기풍을 슬쩍슬쩍 보는 찬비.
기풍 : 어느게 불량주냐?
찬비 : 어?
기풍 : 어떤 주식을 사면 망하느냐구?
찬비 : 왜, 오빠도 주식하게?
기풍 : 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주식을 하냐, 임마?
찬비 : 백억 있잖아?
기풍 : 백억은, 빌어먹을.. (하다가) 삼송백화점 주식은 얼마냐?
S#56. 컴퓨터 앞.
사이버 거래를 체크하고 있는 찬비.
찬비 : (확인하더니) 어~ 웬일이야 ? 주가가 왜 이렇게 튀었지?
기풍 : 어디 봐봐.
찬비 : 봐~ 오천원이나 튀었어. 거래량도 사십만주가 넘는데? 그 늙은 여우가 영업을 무진장 잘하는 모양이네?
기풍 : (뭔가 고민스럽다) 이상한데? 갑자기 주가가 이렇게 튀기도 하냐?
찬비 : 자회사 매각했다며? 그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
기풍 : 그래봤자, 빚잔치야. 남는 거 쥐뿔도 없고. (뚝 굳으며) 누가 장난치는 거 아냐?
S#57. 백화점 매장.
걸어가는 채린과 충선.
충선 : 그렇게 대단한 친굽니까? 전 그냥 무식한 칼잽인줄만 알았는데.. (옆을 힐끗대더니)
채린 : 95년도 강남에 갤러리아 신화를 만들어낸 최고의 바이어예요.
충선 : 그런 친구가 왜 자기 이력을 감추고 있었을까요?
채린 : 백화점 권력다툼에 희생되었던 적이 있었어요. 백화점을 떠날 순 없었겠지만, 나서기도 두려운거겠죠. (매장 모퉁이 돌며)
어쨌건 우리에겐 꼭 필요한 사람이예요. (하는데)
충선이 보이지 않는다.
채린, 돌아보면..
충선, 세린느 매장 앞에서 정주를 보고 서 있다.
피식 웃는 채린.
그제서야, 정신 차리고
충선 : (긁적긁적 다가오며)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 딸내미한테 딱 어울리는 옷이 있는 거 같아서요..
채린 : 세린느가 언제부터 유아용품으로 바뀌었을까?
충선 : (찔끔) 그,그게 아니라요..
채린 : (웃음) 가시죠. (앞장 선다)
정주 한 번 더 돌아보고 뒤쫓는 충선.
S#58. 검품 창고.
트럭에서 내려지는 고기들.
검사하고 있는 황과장.
뒷쪽에 채린이 서 있고..
충선, 눈치보며 다가와..
충선 : 얌마. 말짱 황~ 사장님이 부르시잖아~
황과장 : (버럭) 야, 이 자식아! 고기는 숙성도가 생명이야. 고객들이 드실 고기가 중요해? 사장면담이 중요해?!
채린 : (묵묵히 듣고 서 있다)
충선 : (낮게) 야, 목소리 안 낮춰?
황과장 : (충선 배 탁탁치며) 나 신경쓰지 말고 니 육질이나 신경 좀 써라, 짜샤. 기름이 축축 늘어진게 싸구려 해장국용이다, 임마.
충선 : 이게 왜 해장국용이야, 임마. (탕탕치며) 쫄깃쫄깃한 차돌배기지, 따샤~
채린 : (비식 웃다가 정색을 한다)
S#59. 정육 코너.
고기를 자르고 있는 황과장.
채린 : 상품구매부, 맡아 주십시오.
황과장 : 아, 글쎄.. 무슨 얘기 듣고 오셨는 지 모르겠지만요. 전 여기서 고기 자르는게 제일 좋다니까요.
(장소 옮기며) 야~ 이 멍청한 놈아! 고기결 따라 잘라야지. 그렇게 무턱대고 자르면 어떡해! 비켜! (직접 자른다)
채린 : 백화점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도와 주십시오. 황과장님.
황과장 : (고기를 탕 뒤집는다) 어떤 쇠고기가 맛있는 줄 아십니까? 사장님.
채린 : ..예?
황과장 : 여기 하얀 지방선이 보이시죠? 이게 마아블링이라는 겁니다.
이 마아블링이 전체에 실같이 퍼져 있는게 진짜 죽이는 고깁니다.
충선 : 임마, 누가 정육점 차린대냐?
황과장 : 가만 있어, 임마. 이 마아블링이 어떻게 생기는 지 아십니까? 한우라고 다 같은 한우가 아닙니다.
매어 놓고, 처먹이기 만한 소는 이런게 안 나와요. 적당한 운동을 시켜야지..
고기 전체에 이 마아블링이 꽃처럼 피어 나온다 이 말입니다.
채린 : (묵묵히 듣고 있다)
황과장 : 저, 여기서 일하는게 맘 편한 놈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채린을 지나치려 하면)
채린 : 저도 그런 백화점 만들고 싶어요.
황과장 : (멈춘다)
채린 : 꿈만 파는게 아니라, 꿈을 같이 키우는 곳. 직원들 하나 하나가 한 몸처럼 움직여 꽃을 피우는 곳.
그게 제 아버지의 꿈이었고, 지금 제 꿈이기도 합니다.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휙 나간다)
충선 : 사장님. (따라 가려다가) 야, 임마. 맡으라는 부서는 안 맡고 웬 고기타령만 하고 지랄이야? (휙 가면)
황과장 : (채린을 보고 피식 웃는다. 고기를 탕탕 치면서) 자식들아~ 니들이랑 이별할 때가 된 거 같다.
S#60. 커피숍.
마주앉아 있는 영숙과 승우모.
승우모 : 이쯤에서 끝을 내는게, 서로에게 불편하지 않겠다 싶어서 뵙자고 한겁니다.
영숙 : 사부인. 어디서 그런 소문 들으셨는 지 모르지만, 저희 가정교육 그렇게 허투로 시키는 집 아닙니다.
승우모 : 압니다. 아니까 더 속이 상하죠. 어디 자식들이 부모 맘대로 된답니까?
영숙 : 그럼.. 정말 파혼을...?
승우모 : (끄덕) 웃는 얼굴로 헤어지기가 영 민망하네요.
S#61. 백부자 집. 거실
찬비 : 글쎄, 함니~ 다른 사람들은 어느 주식 사야 돈 벌어요? 이러는데 오빠는 어느게 불량주야. 이러는 거예요.
백부자 : (웃음) 피는 못 속인다구, 그 놈 천성인게야.
찬비 : 참~ 삼송백화점 주가가 뛰었어요.
백부자 : (흠칫 보면)
찬비 : 전일장에 겨우 만사오천 주 거래되던게, 오늘만 사십만 주 넘게 거래됐다니까..
백부자 : (생각 하다가) 기풍이 놈은 어디갔냐?
찬비 : 주식 뛰었다니까, 바로 백화점 간다고 가던데?
백부자 : 지 눔이 간다고 무슨 수가 있을려구.. 쯧쯧.
S#62. 사장실.
채린 : 실장님 보시기엔 어떠세요?
충선 : 글쎄요. 누가 장난친다고 보기엔 그렇고.. 자구대책안이 통과된게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 거 같습니다.
채린 : 그럼, 다행인거군요. (웃음)
충선 : 이제사, 사장님의 진가를 알아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오는 영숙.
채린 : (일어서며) 엄마..
충선 : (꾸벅) 안녕하십니까, 사모님. (하는데)
영숙 : (다짜고짜) 너 어떻게 된거야?
충선 : (눈치 보더니, 바로 나간다)
채린 : (눈치 채고) 앉아서 얘기 해, 엄마.
영숙 : 지금 내가 누구 만나고 온 줄 아니?! 최서방 엄마 만나고 왔어, 이것아!
채린 : 엄마, 앉으라니깐~
영숙 :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니?
채린 : 엄마!
영숙 : (빽!) 엄마란 소리도 듣기 싫어! 징그러! 나쁜 기집애.. 니 아빠가 이거 아시면..
(털썩 앉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니 아빠 따라가는 건데.. 이런 세상 뭐가 미련이 남아서.. (눈물 훔치면)
채린 : 엄마! 그런게 아니라니까!
영숙 : 아니긴 뭐가 아냐! 장기풍이가 누구니? 어떤 놈이야!
S#63. 사장실 밖.
귀를 문에 대고 듣고 있던 충선.
인기척 느끼고 돌아보면, 쿡~ 기풍의 손가락에 볼을 찔린다.
충선 : (놀라며) 어, 여,여기 웬일이야?!
기풍 : 웬일은~ 볼 일 있어, 왔지. 송사장 안에 있어 ? (들어가려 하면)
충선 : (말리며) 아,안돼. 지금은..
기풍 : 뭐야~ 옷이라도 갈아 입는대? 그럼 더 봐야쥐이~
충선 : 글쎄.. 안 된다니까~
힘을 주고 막는 충선의 방향을 슬쩍 비키고 문을 확 여는 기풍.
S#64. 사장실.
기풍 : 어이~ 송사장.
영숙, 날카롭게 돌아본다.
채린 : (당황해서) 지,지금 바쁜거든? 이,이따가 얘기 할래?
영숙 : (일어서며) 니가.. 장기풍이니?
기풍 : (채린 보며) 누구야? 이 아줌마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어?
채린 : (암담해진다)
영숙, 천천히 기풍에게 걸어온다.
멀뚱히 보는 기풍의 따귀를 따악 갈기는 영숙.
영숙 : 나쁜 자식!
채린 : 엄마..
기풍, 그제서야 사태파악이 되지만.. 뻥하니 서 있을 수 밖에..
난감해져서 보는 채린의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