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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지금 총면적이 71,824보2인
군영(軍營)을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들려고 한다. 정사각형 한 변의 보수(步數)는 얼마나 될까? 답: 268보
今有營積七萬一千八百二十四步, 欲爲方營. 問: 方面步幾何? 答曰:
二百六十八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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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용(洪大容,
1731~1783)의 『담헌서(湛軒書)』 외집(外集)4 「주해수용 내편 상(籌解需用內編上)」 ‘군영개방법(軍營開方法)’ 둘째
예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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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수학에서, 면적이 알려진 정사각형의 한 변 구하기는
개평방(開平方) 또는 개평(開平), 부피가 알려진 정육면체의 한 변 구하기는 개입방(開立方) 또는 개립(開立)이라고 한다. 이때 개(開)는
분해한다[전개한다]는 뜻으로, 제곱된 결과인 면적 평방(a2)을 제곱되기 전의 변(a×a)으로, 세제곱된 결과인 체적
입방(a3)을 세제곱되기 전의 변(a×a×a)으로 분해한다는 말이다.
홍대용이 “개방(開方)의 산법이 많은데, 개평방과 개입방이
기본이다.”라고 했듯이, ‘개방’ 자체는 2차부터 고차까지 모든 제곱근 구하기를 포괄하는 개념이지만, 위 예제가 속한 조목의 이름
‘군영개방법(軍營開方法 정사각형 군영의 한 변 구하기)’에서 ‘개방’은
개평방의 줄임말이다.
전통 수학의 ‘개방[넓이를 아는 정사각형의 한 변 구하기]’과 현대 수학의 ‘제곱근 구하기[제곱된 수의 밑 구하기]’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이기는 하나, 계산 과정과 용어에
드러난 의미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 중학교 3학년 수학에서 다루는 ‘제곱근 구하기’가 주어진 ‘제곱근표’에서 답을 찾는 것인 데 비해
‘개평방’은 계산을 통해 제곱근을 구하는 것이며, ‘개평방’이라는 말에는 ‘제곱근 구하기’와 달리 기하학적 함의가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개평방술은 제곱근표 없이 제곱근을 구하는 계산법으로, 이를 이용하여 제곱근표를 만들 수 있다. 개평방술의 기하학적 원리는 다음과 같다.
x=(a+b+c)2일 때, (단, a는
100자리의 수, b는 10자리의 수, c는 1자리의 수) 개평방술은 x의 제곱근 (a+b+c)를 구하되 100자리의 수
a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아랫자리의 수 b, c를 구해 내려가는 방법이다. 이때 처음 구하는 100자리의 수를 초상(初商), 다음으로 구하는
10자리의 수를 차상(次商), 그 다음으로 구하는 1자리의 수를 차차상(次次商) 또는 삼차상(三次商)이라고 한다. ‘商[헤아리다]’은 나눗셈에서
몫을 어림으로 헤아려 잡듯이 개방술에서도 제곱근의 각 자리 수를 어림하여 정한다는 뜻으로 붙은 말이다.
위 그림은 가로, 세로의 길이가 모두 (a+b+c)인
정사각형의 총면적이 면적 A, B, C의 합으로 이루어짐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각 면적은 다음과 같으므로, 면적
A(정사각형) =a×a
면적 B(‘ㄱ’자형) =2×(a×b)+(b×b)=(2a+b)×b
면적 C(‘ㄱ’자형) =2×(a×c)+2×(b×c)+(c×c)=(2a+2b+c)×c 다음과
같은 (a+b+c)2의 전개식에서 ㉠, ㉡, ㉢에 각각 대응된다.
(a+b+c)2=a2+b2+c2+2ab+2bc+2ac
=a×a
…………㉠ +(2a+b)×b …………㉡ +(2a+2b+c)×c
…………㉢ =A+B+C
위 그림에서 개방술은 우선 100단위 수 중 가능한 한 큰
수 a를 헤아려 면적 A(㉠)를 제거한 다음, 10단위 수 중 가능한 한 큰 수 b를 정하여 면적 B(㉡)을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1단위 수
c를 정하여 면적 C(㉢)를 제거함으로써, 총면적을 차례로 소거해 나가며 변의 길이를 구하는 방법이다.
세제곱근을 구하는 개입방술, 그리고 일차항의 계수가 0이
아닌 이차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개대종평방술(開帶從平方術)도 모두 이와 유사한 기하학적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전통 수학서는 산대를
이용하여 초상, 차상, 차차상을 어림하고 면적 A, B, C를 차례로 제거해 나가는 개방술의 계산 절차를 상세히 제시했을 뿐, 그 근저의
기하학적 원리는 숨기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방술은 전통 산법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였으니, 조선 초에 자주적 국가 운영을 위해 천문 역법을 정비할 때 봉착한 난제 중 하나가 개방술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후에 이 난제는
국왕과 학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를 통해 극복되고 더욱 발전하여 숙종 대에는 고차 방정식 계산법에 대한 조선의 자부가 대단할 만큼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위 예제는 『구장산술(九章算術)』 소광장(少廣章) 14번째
예제의 수치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군영(軍營)이라는 설정을 더한 것으로, 전통 수학의 계산법을 따르고 있다. 편찬 방향을 당대(當代)의 실용성에
맞추어 송·원대의 수학과 서구 영향의 새로운 수학을 비중 있게 다룬 『주해수용』에서 고대의 개방술을 옛 산법 그대로 다룬 것은 이것이 송·원대의
수학과 서구 수학의 빈틈을 메워준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홍대용은 36세 때 사절단의 일행인 작은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가서 서양 문물을 접한 뒤에, 선교사들이 중국에 전한 서양 천문학의 우주 체계론을 넘어서서 지구 자전설과 우주 무한론 등의 독창적인 천문
이론을 주장하였다. 그는 나경적(羅景績)·안처인(安處仁)의 도움으로 만든 혼천의(渾天儀)와 서양의 후종(候鍾 자명종)을 설치한 자신의 농수각(籠水閣)에서 천문 관측을 진행하는 등 천문 현상의 실제에
접근하고자 노력했는데, 『주해수용』 역시 양전(量田)·회계·군무(軍務) 등에 필요한 수학 지식의 정리라는 측면에 더하여 이와 같은 맥락에서 수학
연구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이기도 하다. 당시에 사대부인 그가 중인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천문·수학의 구체적 연구에 매진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그는 당시에 결여되었던 학문의 사회적 효용성 및 여러 학문 분야의 균형 잡힌 발전을 역설하였다.
“마음을
바루고 뜻을 참되게 하는 것이 배움과 실천의 중심[體] 과제임은 물론이지만, 개물성무(開物成務 만물의 이치를 두루 깨달아 구체적인 사무를 잘 처리함)가 배움과 실천의 효용이 아니겠소?
예의 절차의 강구가 개물성무의 급선무임도 물론이지만, 율력(律曆)·산수(算數)·전곡(錢糓)·갑병(甲兵)이 개물성무의 중대한 일이
아니겠소?”(『담헌서』 내집3 「어떤 사람에게 보낸 편지[與人書]」) |
글쓴이강민정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주요
번역서 및 논문
- 『승정원일기』(인조/고종대)
번역에 참여
- 『무명자집』,『명고전집』,『농암집』,『북학
또 하나의 보고서, 설수외사』,『주석학개론』,『교감학개론』등 번역에 참여
- 『구장술해(九章術解)』의
연구와 역주,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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