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는 봉우리고 꽃망울은 봉오리다. 아마도 ‘우’와 ‘오’의 어감 차이는 덩치가 크고 작음에 있지 싶다. 창원은 해안가 분지형도시다. 도시를 에워싼 산이 높거나 험하진 않아도 빙글 다 돌려면 꽤 멀다. 전문 산악인일지라도 사격장 뒤 정병산을 올라 비음산 거쳐 대암산, 용제봉, 불모산, 장복산을 다 밟으려면 하루해로는 힘들지 싶다. 그런데 주변 지인가운데 그런 사람을 보았다.
한 해가 저무는 십이월 마지막 주 일요일이었다. 사흘째 꽁꽁 얼어붙은 날씨였다. 오전에 시립도서관으로 나가보려다 몇 줄 글을 남겼다. 오후는 햇살이 번져 날씨가 차가워도 바람이 없어 그렇게 추운 줄 몰랐다. 나는 집에서 멀지않은 도청 뒤 새로 생긴 창원중앙역으로 나가보았다. 마산까지 KTX가 개통되면서 기존 철로의 선형이 바뀌어 창원대학 뒤쪽과 비음산 밑으로 터널을 뚫었다.
창원중앙역은 예전 용동저수지 둑에 새로 들러선 역사였다. 철로공사 중 임시로 ‘북창원역’이라고 이름 붙였으나 개통을 즈음하여 정식 역명이 창원중앙역으로 되었다. 나는 열차를 이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 밀양이나 대구에 가끔 들리나 서울 행차는 드문 편이다. 집 앞에서 창원중앙역으로 다니는 버스노선도 생겼다. 나는 역까지 걸어서 감직도 했다만 220번 버스를 타니 금방 도착했다.
덩그런 역 광장은 산뜻한 모습이었다. 아래로 창원대학과 경남도청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역사에 들어서서 열차시각표를 훑어보았다. 서울행 KTX가 하루에 몇 차례 정차했다. 마산 기점 KTX가 창원역에 정차하면 창원중앙역은 건너뛰었다. 경전선 열차시각을 살피다가 순천발 포항행 열차가 하루 1회 왕복함을 알았다. 방학하면 경주 산내 친구를 찾아갈 때 그 열차를 이용할 생각이다.
경전선을 타고 진주 거쳐 순천이나 목포까지 간 적 있다. 부산진역까지도 가 보았다. 그런데 포항까지 가는 선로는 아직 한 번도 타보질 않았다. 노무현 생가 옆 동네 화포천을 지나면 삼랑진이다. 낙동강 언저리를 따라 내려가면 물금이고 화명이다. 부전역에서 동래로 꺾어 들어 해운대로 가면 바다가 나온다. 기장을 지나는 동해남부선을 따라가면 친구가 기다릴 경주에 닿을 것이다.
창원중앙역이 들어서니 용추계곡 입구가 많이 달라졌다. 25호 대체국도가 완공되면 예전보다 더 다른 모습이지 싶다. 용추계곡에는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새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적막한 응달계곡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볼이 얼어 홍조를 띄었다. 용추5교를 오를 즈음 안면이 익은 사람이 인사를 건네 왔다. 수년 전 같은 학교 근무했던 동료가 딸과 함께 내려왔다.
앞서 언급한 창원을 에워싼 산에 여러 봉우리가 있다. 산정을 빼고 봉우리를 헤아려보면 정병산 서북쪽에 촛대봉이 있다. 그곳으로 내려가면 동읍 용잠이다. 용추계곡을 들어서서 비음산 오를 때 가파른 봉우리가 날개봉이다. 대암산에서 용제봉을 가다보면 신정봉도 만난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뱀과 달리 발이 달렸다. 용제봉의 ‘제’가 발굽 ‘蹄’로 용의 발굽 형상이라 붙은 이름이다.
용제봉에서 상점고개를 지나면 불모산으로 이어진다. 불모산에서 안민고개를 지나 덕주봉에 서면 진해와 창원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마산 일부도 보인다. 창원을 둘러친 산에서 봉우리로는 촛대봉, 날개봉, 신정봉, 용제봉, 덕주봉 등 다섯 개다. 이 가운데 날개봉을 빼고 나머지 넷은 모두 골산으로 암반 지형이다. 날개봉만이 육산으로 흙이 깔려 풀과 나무가 자라는 산세를 보여준다.
나는 용추5교에서 괴산약수터 가는 숲속 나들이 길로 접어들었다. 희망근로사업으로 내는 둘레 길이었다. 얼마 전 소목고개 약수터에서 창원대학 뒤를 거쳐 용추5교까지는 걸어보았다. 그때 진례산성으로 오르는 바람에 새로 난 길은 걸어보질 못했다. 날개봉은 산세가 함한 비탈이라 길을 내는 사람들이 고생하였지 싶었다. 이미 여러 사람이 다녀가 길이 반질반질했다. 내 발자국도…. 10.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