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12회 등산 자지산(467m) 2013-42 (충남 금산군 제원면)
대전-진주 고속도로상 금산 I.C를 빠져 나올 때 동쪽으로 피라미드 형상으로 뾰족하게 불끈 솟구쳐 눈길을 끄는 산이 있다. 바로 금강 물길이 휘감아 돌아가는 곳에 위치한 바위산인 자지산이다.
영동 천태산 쪽에서 바라보면 산줄기가 서쪽으로 뻗어나가다 자지산에서 머리를 불끈 들어올린 모양이 마치 남근이 발기한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한자로 쓰여진 자지산이란 의미는 민망한 한글 이름이 아니라 흔히 지치라고 불리는 자주색 영지를 의미한다.
특히 자지산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과 승병이 왜적과 대적한 싸움터로 조헌선생과 영규대사의 숨결이 배어있는 산이다. 자지산 9부 능선에는 성재산성이 있고 지금은 허물어져 성의 윤곽만 보이나 성안에는 주먹만 한 강돌이 무수히 흩어져 있어 애국충정에 불타 맨주먹으로 왜적과 대항했던 당시의 처절한 흔적을 어림할 수 있다.
자지산 산줄기는 금남정맥의 산 인대산(666m)부터 시작된다. 인대산 남봉(622m)에서 정맥을 벗어나 동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이 월봉산을 빚어놓고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9Km를 뻗어나가 금성산을 들어올린다. 금성산에서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달려가는 산줄기는 닭이봉을 일으키고 북쪽으로 북진하며 서대산 남쪽 봉우리를 빚어놓는다.
서대산 남봉에서 남쪽방향으로 남진하는 산줄기는 국수봉을 일으키고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충남과 충북의 경계를 이루는 천태산 북봉에 닿는다. 산줄기가 갈리는 북봉에서 남쪽으로 2.5Km를 더 뻗어나가 천태산 정상을 솟구친 다음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경계를 이루며 남쪽으로 약 3.5Km를 달리다가 나지막한 봉우리에서 서쪽으로 곁가지를 친 능선이 약1.5Km를 뻗어 들어 올린 산이 자지산이다.
자지산의 산줄기는 음산인 부엉산을 빚어놓고 남은 여맥을 금강에 가라앉힌다. 인대산남봉부터 월봉산, 금성산, 닭이봉, 서대산남봉, 국수봉, 천태산북봉, 천태산정상을 경유하여 자지산까지는 도상거리로 약 39.5Km가 되며 실지거리는 약 47.4Km가 된다.
◈ 대전광역시 태권도 청도회의 자지산 등산
투철한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에게 인성교육과 태권도의 좋은 기술을 전수하고 있는 청도관 소속 태권도 지도자들의 단체인 청도회(회장 송연호 -대전태권도협회 부회장) 회원 30명중 15명이 2013년 4월 28일 자지산 등산에 나섰다.
자지산 표지석이 서있는 들머리서 기념촬영을 하고 왼쪽의 작은 산등을 향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11:03) 경사 급한 산길을 오르니 무덤이 연이어 나타난다. 전망이 시원한 무덤에서 뒤돌아 조망을 하니 금산의 진산 진악산이 뚜렷하고 진악산 오른쪽으로 도립공원 대둔산이 날카로운 톱니처럼 암골미를 뽐내고 있다.
곧이어 산길은 임도와 만난다.(11:10) 임도를 따라 8분쯤 진행하다가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11:18) 급경사 산길로 2분 정도 오르니 산길은 완만해진다.(11:20) 완만해진 길로 2분쯤 나아가니 산길은 다시 급경사 오르막길이 나타난다.(11:22) 급해진 산길로 5분 정도 올라서다가 시야가 트이는 암릉에서 쉬어가기로 한다.(11:27)
전망을 하니 덕유산 향적봉이 뚜렷하고 남덕유산까지 뻗어나간 장쾌한 백두대간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5분 정도 쉰 다음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11:32) 밧줄이 매여 있는 급경사 암릉을 타고 산을 올라간다.
조금 후 성터가 나타난다. 임진왜란 당시 조준 장군이 영규대사와 함께 이곳에 성을 쌓고 석전을 벌이며 왜적과 싸웠다고 한다. 2002년 6월 30일 처음 자지산을 찾았을 때 여러 개의 강돌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남아 있지 않았다. 성터가 있다 해서 자지산을 성재산이라고도 부른다. 성터를 뒤로하고 급경사 산길을 타고 올라 자지산 북봉에 올라선다.(11:45)
청도회원들은 전부 태권도 고단자들이기 때문에 급경사 산길인데도 불구하고 5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모두들 올라왔다. 자지산 표지석이 박혀 있는 북봉의 조망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동쪽으로 가깝게 천태산이 뚜렷하고 대성산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길게 펼쳐진다.
천태산 뒤로는 삼봉산(930m) 각호산(1178m) 민주지산(1242m) 산줄기가 하늘금을 긋는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니 덕유산의 웅장한 산줄기가 눈길을 사로잡고 덕유산 오른쪽으로 운장산(1126m)이 우람하다.
금남정맥의 맹주 운장산은 동봉, 정상, 서봉의 세봉우리가 영락없는 기와지붕 모습이고 운장산 오른쪽은 연석산(920m)이 버티고 있었다. 서로는 진악산과인대산 뒤로 대둔산이 힘찬 기운을 보여주고 대둔산서 운장산으로 이어진 금남정맥 산줄기가 볼만하다.
북쪽 조망은 충남 1봉 서대산(904m)이 거대한 장벽처럼 우뚝하여 늠름하고 서대산 왼쪽으로 닭이봉과 만인산이 뚜렷하다. 눈앞은 음산인 부엉산과 월영산이 한줄로 서있고 월영산 왼쪽으로 갈기산이 선명하다.
예로부터 우리에게 산은 삶의 의지 처였다. 산은 이 땅 모든 생명들의 젖줄이 되고 둥지가 된다. 사방 거칠 것 없이 아스라이 물결치는 첩첩 산마루의 풍경에 세속의 시름을 날려버린다.
10분 정도 조망의 즐거움을 누린 다음(11:55) 정상인 봉우리를 향해 3분쯤 올라가 삼각점이 박혀있는 정상에 선다.(11:58) 정상의 산줄기는 왼쪽에 나있는 길로 부엉산으로 뻗어나가지만 13시 원골식당에서 청도회 회의가 있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하산 길도 급경사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하지만 사람의 발길을 찾아볼 수 없는 자연미 넘치는 기분 좋은 길이었다.
얼마 후 자지산의 암벽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사진촬영을 한 다음 하산을 이어간다. 조금 더 내려서니 고사리가 나타난다. 고사리를 채취한 후부터 산길은 완경사의 길로 바뀐다. 산을 내려오니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타난다.
피로한 손과 발을 씻은 다음 부엉이산 하단에 나있는 평평한 길로 진행한다. 이 유순한 길은 평안하고 풍요로움이 가득한 명품 산길이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잰걸음으로 진행하다보니 어느새 베네스타 수양관 뒤 널찍한 길에 닿는다. 이제 차도를 따라 원골식당까지 금강과 벗 삼아 콧노래를 부르며 진행하여 행복했던 산행을 마친다.(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