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씨_너대니얼 호손
2020.06.30. 오산 문서원
헤스터 프린은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에 주홍 글씨를 달고 다녔지만 딤즈데일 목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 주홍 글씨를 달았다. 주홍 글씨는 두 사람들의 가슴에 아픔을 주었지만 둘의 아픔의 차이는 겉으로도 확연히 드러났다. “딤즈데일 목사는 공포에 휩싸였다. 마치 온 우주가 그의 가슴에 있는 주홍 글씨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독이 든 이빨이 그 부위를 갉아 들어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주홍 글씨 中) 이처럼 그의 아픔은 헤스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져버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드러난 죄와 드러나지 않은 죄. 나는 사람들의 눈을 중요하게 생각했었기에 나의 잘못이나 죄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그렇기 때문에 헤스터를 가엾게 여겼으나, 딤즈데일은 벌을 받고 있지 않으니 편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과는 정반대로 이야기가 흘러갔기 때문에 왜 그가 괴로워했는지를 알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며 읽게 되었다. 결국 나는 양심의 가책 때문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이유도 몇 가지 있을 것이다. 그는 목사였기 때문에 설교할 때에 자신은 사악한 죄인이라 고백했다. 그러나 그 발언은 성도들에게 겸손의 표시로 다가왔으며 존경을 사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존경을 받는 것이 그에게는 죄에 대한 형벌이 되었던 것이다.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존경하는 성도들로 인해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으며 괴로움도 배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로저 칠링워스와 대면하며 살았기 때문에 그 괴로움은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지경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칠링워스는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처럼 딤즈데일에게 다가갔다. 그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 데에 8할은 차지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이런 사람이 곁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나의 잘못을 매일 들추는 사람, 나의 죄와도 같은 사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물론 눈에 보이는 벌을 받지 않았기에 그 정도는 감수해야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은근히, 언제 죄가 드러날지 모르는 상황 보다는 죄를 드러내고 벌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원래 죄를 감추는 것을 좋아했는데 나의 생각이 책을 통해서 바뀌게 된 것 같아 살짝 놀랐다. 또한 죄의 결과인 그의 딸 펄은 이름 그대로 진주, 보석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죄를 상기시키는 존재였다. 죄를 감추었을 때 내면의 갈등이 더 커졌던 경험이 있는데, 그렇다 할지라도 감추는 편이 훨씬 나았다. 하지만 죄를 드러내는 용기와 솔직함이 나에게, 또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할 것 같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야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다. 이 책에서의 그 원동력은 바로 ‘펄’이다. 딤즈데일과 헤스터에게 속죄의 상징이 되었던 펄처럼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끌어주는 존재. 그렇기 때문에 진주이고 보석이 아닐까 싶다. 나도 몰랐는데 이 감상문을 쓰면서 내 안에도 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안의 펄은 주님이시다. 내가 죄를 지어서 돌아가셨기에 그 분을 보면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죄를 짓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앞에서, 뒤에서 끌어주시는 내 안의 진주 같은 주님을 생각하며 더욱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