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0. 쇠날. 날씨: 푹푹 찌는 뜨거운 기운이 땀으로 목욕을 하게 한다.
아침열기-텃밭 농사-글쓰기-점심-그림그리기-청소-다 함께 마침회- 5, 6학년 학교살이
[5,6학년 학교살이]
정말 더운 날이다. 아침부터 뜨겁다. 아침 산책길에 딴 산딸기로 드디어 산딸기 효소를 담는다. 아침나절 텃밭 공부는 날이 워낙 더워
그늘 찾아 조금 하고 조금하는 수밖에 없다. 날은 더워도 텃밭은 늘 일이 있다. 풀 잡고 토마토 따고 상추 뜯는 일까지 얼른 마무리하고 교실로
들어가 텃밭 일지를 쓰는데 시 제목이 뜨거운 햇볕이다. 점심 때는 안식년인 최명희 선생이 맛있는 감자전을 해줘 모두 맛있게 먹었다. 낮 공부로
움직이는 사물 그리기를 마치고 청소 한 뒤 다 함께 마침회를 한다. 마침회에서는 특별한 칭찬 이야기로 모두가 즐겁다. 수인이가 동생들에게 춤도
가르쳐주고 스스로 배운 우크렐라도 가르쳐주며 자신이 지닌 재능을 나누는 것을 본받자는 이야기인데, 5,6학년이 되어 더 깊은 배움을 열어가는
스스로 공부에 관한 규칙과 <배워서 남주자>는 정신을 자연스레 나누게 된다. 아이마다 저마다 학교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재능을 나눌
수 있는 게 있다. 피아노, 축구, 음식 조리법, 해금, 비석치기, 자치기까지 나눌 게 정말 많다. 1학년 윤태가 말한다. "저는
놀이요. 저랑 재밌게 놀 수 있어요."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수인이 덕분에 더 많은 아이들이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지닌 재능을 생각해볼 수
있어 좋다. 배움을 나누는 사람은 자꾸 칭찬하고 격려해서 모두가 따라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애쓰는 게 교육이다.
드디어 학교 마치고 5, 6학년 아이들이 기다리던 학교살이가 시작됐다. 6시까지 자유시간, 다 함께 천막 치기, 저녁 먹기, 자유롭게
카느나 판놀이, 모닥불 감자 구워먹기, 밤탐험, 마침회와 자유시간으로 이어진 저녁과 밤은 길다. 4시 30분 교사마침회를 하는 동안 자유 시간에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작은 천막(텐트)을 내주고 천막을 쳐보라고 했는데 마침회 마치고 가보니 다 완성을 못하고 있다. 덕적도 여름 자연속학교에서
천막 치고 잠을 자곤 했는데 세 해 동안 그러지 않았으니 아이들이 천막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어서 그렇다. 그래서 이번 학교살이에서 천막치는
법을 가르쳐주고 미리 자연속학교 준비를 하는 셈인데 숲 속 놀이터에 천막을 치고 야영, 캠핑하는 맛과 운치가 좋다. 선생이 갖다 놓은 작은 천막
두 개는 오래되고 아이들이 치다가 부서지거나 고장나도 상관없는 연습용으로 주기에 알맞아서 일부러 꺼내놓았는데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뼈대를 세우는
법을 가르쳐주다 보니 오랜된 것인데도 아직 쓸만하다. 후딱 두 개를 쳤는데 숲 속 놀이터 나무와 어울려 정말 야영장 같다. 6시가 되자 5,
6학년 모두를 불러 10인용 큰 천막을 친다. 그런데 처음 텐트 폴대와 천막을 끼웠는데 아무래도 작다. 그래서 천막 가방을 살펴서 다른 천막
천에 맞추니 맞다. 예전에 천막 해체하고 다시 정리해서 가방 넣어놀 때 잘못넣어 놔둔 것이다. 또 천막 천 위쪽이 찢어져 있다. 천막을 어떤
단체에서 요청해 빌려준 적이 있는데 밖에 학교 시설을 빌려줄 때 더 꼼꼼히 확인할 일이다. 그래도 큰 천막 설치는 금세 마무리되어 아주 큰 바깥
잠집이 만들어졌다. 큰 천막과 작은 천막이 어울린다. 큰 천막이 들어서니 작은 천막에서 권진숙 선생과 같이 잔다던 민주 생각이 바뀌었나 큰
천막에서 자고 싶다고 한다. 따로 자고 싶다더니 큰 천막을 보니 마음이 바뀐 거다. 남자 아이들이 자고 권진숙 선생이 가운데 자고 본인이 끝에서
자면 괜찮다고 한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어 그렇게 하자고 하니 좋아한다. 사실 민주는 언니들하고 함께 할 밤을 기다렸는데 언니들은 동생들 없이
오롯이 6학년끼리만 오붓하게 수다를 떨고 싶어해서 잠은 따로 자기로 했다. 언니들 마음도 이해되고 우리 민주 마음도 알기에 잠집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게 도울 일이다. 두꺼운 바닥깔개를 날라서 천막 속에 깐 뒤 누워보니 푹신한 게 자기에 좋다.
"선생님 우리도 천막에서 잘래요."
"아 오늘은 5, 6학년 학교살이라 안되고 다음에."
둘레에서 놀던 낮은 학년 아이들도 몰려와 천막 치는 것을 구경하고 천막에서 잔다는 형들을 부러워한다.
나중에 그네를 타는 강산이와 정우에게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강산아 정우야 그런데 너희들 왜 숲 속 놀이터 관리소장을 그만 둔거야?"
"아니 애들이 자꾸 더럽히고 말도 안들어요."
"아 숲 속 놀이터를 자기들 마음대로 해놓도 정리도 안 해 놓는 단 말이지."
"예."
"그러니까 관리소장님들이 할 일이 있는 거지."
"에이 귀찮아요."
"그럼 두 관리소장님을 위한 천막을 선생님이 쳐주면 어때? 움집은 눕고 놀기에는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지."
"정말요. 진짜 텐트 쳐줄 거예요?"
"그럼. 관리소장님들이 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생각해 볼게요."
그러더니 나중에 저녁 먹으러 올라가는 선생을 부른다.
"선생님 움집 저희가 정리해 볼까요?"
"와 좋지. 너희들 마음대로 꾸며봐."
밥 먹고 내려와보니 움집 바닥에 있던 것들을 모두 꺼내고 깨끗하게 움집을 치워놨다. 숲 속 놀이터 가꾸는 일에 마음이 동했나보다.
저녁 먹고 준비해 놓은 장작을 꺼내 우뭍터 시멘트 바닥에 모닥불 피울 준비를 하는데 아이들이 장작을 패고 쌓는 것을 해보겠다며 달려든다.
아이들 손과 몸을 놀릴 게 참 많다. 드디어 불이 타오르고 뜨거운 여름 밤에 뜨거운 불이 오르니 열기가 대단하다. 온 몸을 씻은 아이들이라 더운
열기가 덜한가 본데 선생 몸에서는 열이 난다. 지우와 희주가 기타를 들고와 아르페지오로 연주해 모닥불 운치를 돋운다. 이어진 진실놀이에서
아이들은 사춘기 아이들답답게 누구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많고 기대한 답이 나올 때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소녀가 된다. 녀석들 정말
이성을 생각하는 청소년 맞다. 구운 감자를 맛있게 먹고 다음은 아이들이 바라는 밤탐험 담력놀이 시간이다. 선생들은 그다지 생각없는데 담력 놀이
한 판은 해야 한단다. 그래서 원하는 사람은 하고 무서운 사람은 하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하기로 했다. 우면산 들머리 길가 가로등 아래서 차례로
100미터쯤 거리에 무덤까지 가서 절하고 돌아오기로 했는데 수인이가 번쩍 손을 들고 나선다. 겁이 없다며 성큼 성틈 어둠 속으로 사라지더니
오지를 않고 뒤따라 성범이, 소현이, 원서가 가는데 지우와 희주, 유하와 민주는 안가겠다고 하더니 선생이 가니 갑자기 뒤에서 달려와 네 아이가
선생 양팔과 손과 목, 허리를 꽉 잡고 따라 나선다.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덕분에 한바탕 웃으며 천천히 밤 길을
걷는다. 산딸기를 따러 다니고, 약수터를 가고, 쑥을 뜯는 길이라 잘 알지만 밤에 걸어가는 맛은 또 다르다. 예전 더운 여름 밤에 동네 아이들과
무서운 귀신 놀이를 하며 오싹함에 더위를 잊던 어릴 적이 떠올랐다. 무덤가에 가는데 먼저 갔던 수인이와 원서가 숨어있다 모두를 놀래킨다. 꺄악
외치며 선생을 잡는 지우 덕분에 또 한바탕 웃는다. 무덤가에 가서 절하고 돌아가는 길에 이번에는 소현이가 모두를 놀래키려 한 쪽에 숨어있다
갑자기 튀어나온다. 학교까지 오는 길에도 줄곧 숨어있다 뛰어나오는 놀이를 아이들은 줄곧 한다. 모두 돌아가며 온 몸을 씻고 밤 새참 먹으며
마침회를 하는데 정말 재미있는 학교살이라며 잠자리에서 수다 떨 생각에 행복한 얼굴들이다. 아이들이 웃으면 선생들은 행복하다.
6학년은 3층에서 자고, 5학년은 숲 속 놀이터 천막에서 자는데 모두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자고 당부했다. 보통 학교살이 때도 다음 날을
위해 늦어도 11시를 넘기지 않는데 높은 학년들이고 내일이 토요일이라 부담없이 12시에 자기로 약속을 했다. 잘 채비 마치고 잠깐 아이들 자유
시간을 준 뒤 12시에 천막에 들어가니 선생을 기다리며 잠을 안 자고 있다. 약속한 시간이라 모두 선생이 알려주는 직녀성 별빛이 천막 안에서는
안 보인다는 말, 잠꼬대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둥 말을 하더니 어느새 규칙있는 숨소리를 낸다. 더운 여름 날 긴 하루를 보냈으니 금세 잠이 들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