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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사랑방
 
 
 
카페 게시글
―‥‥세계엔n 스크랩 손님들의 선물, 그리고 송년 단상
권종상 추천 0 조회 38 09.12.19 14:4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올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이뤘는지.. 매일 매일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내가 적지 않은 휴식을 가졌었다는 것, 그리고 그 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영어의 Happy Holidays 라는 말은 지금 연말이 성탄과 새해라는 명절이 겹친 것에 대한 인사라고 봐야 하지만, 사실은 크리스마스가 기독교의 명절이기 때문에 여기서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들의 인사방식으로 보면 됩니다. 카드에 Season's Greeting, 즉 '좋은 계절'이라는 말이 써 있는 경우도, 이게 원래는 유태인들이 사용하던 연말 카드 방식이랍니다.

 

Holiday Spirit 이라고 하는 말을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명절분위기' 쯤 된다고 봐야 할 겁니다. 아무리 명절 분위기가 실종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 해라는, 인생에서의 또 한 마디가 지나간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같은 경우는, 연말의 이 명절 분위기를 사람들의 선물로부터 느끼곤 합니다.

 

올해도 벌써 몇 병인가의 와인을 선물받았습니다. 한 라우트에서 몇년동안 일을 하니, 이제 친한 사람들도 무척 생기고, 그들은 내가 뭘 좋아하는가를 알고 있는 듯 합니다. 덕분에 그 흔한 커피카드는 들어오지도 않고, 메일 박스 안에 와인이 놓여 있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또 와인 선물권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방식은 여러가지입니다. 그러나 '감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은 특별합니다. 나의 일이 그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그래서 그들은 내게 그 감동을 이런 식으로 표현해주고, 그러면 저는 다시 감사함을 느끼며 아무래도 신경을 더 쓰게 되지요. 이런 감사하는 마음들의 왕래와 교류는 결국 우리를 우체부와 수취인이 아닌 인간과 인간으로 이어주기 마련인 듯 합니다. 그게 몇 년이 되니, 이제 이렇게 '좋아하는 걸 챙겨주는' 정도가 되는 모양입니다. 하하...

 

올해 한 해가 모두에게 어려운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그들의 우체부도 챙겨주려 하는 벗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할 뿐입니다. 그리고 보니, 이들이 나의 '손님'이 아닌 '벗'이 된지도 꽤 됐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저는 아침마다 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셈입니다.

그냥, 사는 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하. 조금 부끄럽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들이 내게 선물한 와인 한 병을 따 놓고 치즈와 함께 즐기면서 고마워했답니다. 꼬뜨 드 블라이 것을 따 마시면서, 그 흙내음을 즐기면서... 스틸튼 치즈, 꽁떼 치즈를 잘라 엷게 썰은 사과와 고구마 위에 올려 먹으면서, 올해 한 해를 추억해 봤습니다.

 

더 열심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그들을 위해 해 주고 싶습니다. 내 일은 내 힘의 원천입니다. 마치 우리 가족들이 내게 힘의 원천이 되는 것처럼, 내가 일하며 만나는 그들 역시, 나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들은 나의 존재를 더욱 아름다운 것으로, 가치있는 것으로 규정하도록 해 주기 때문에 더욱 감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최선을 다해 그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이구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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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12.19 21:37

    첫댓글 세상에, 고마우셔라~~~
    권 형을 위해 주민들이 그렇게 챙겨주시다니...
    세상 살 맛 납니다요.
    우리 짱짱이 님은 뭘 선물 받으셨을까???
    지금 옥탑방 아래 대청소하신다든디... ><

  • 09.12.20 17:43

    한국같지 않은 정서에 따스함을 느낍니다. 이러함도 노력을 통한 훈련으로 자연스러울 수 있겠지요.. 우리도 저렇게 투영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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