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10분 대전역에서 기차를 탔습니다.
마을에서 역까지 규리 아버지가 데려다 주셨습니다.
하윤이 엄마가 김밥과 간식을 챙겨주셨습니다.
아이 한 명 한 명 좋아하는 간식을 조사하셨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이주은 최하영 선생님이 환영 카드를 들고 계셨습니다.
쑥쓰러워하시는 듯했습니다만 그 모습마저 고마웠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경복궁으로.
여유롭게 경복궁을 둘러보았습니다.
걷는 만큼 앉아서 쉬었습니다.
긴 의자에 누워 가을 낙엽을 보고
성벽에 기대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놀이했습니다.
따뜻한 가을날 궁궐 나들이 참 좋았습니다.
또 가고 싶습니다.
경복궁 제일 안쪽까지 둘러보고
동쪽 문으로 나와
하윤이 할아버지가 주신 용돈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팀 선빈이가 찾은 식당은 길에 서서 먹는 떡볶이 집이었습니다.
친절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곳이었습니다.
길거리에 앉아 먹었습니다.
낭만이었습니다.
정독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소품 가게가 많았습니다.
5분이면 지나갈 거리에서 30분 넘게 머물렀습니다.
정독도서관에 도착할 즘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비오는 가을 풍경과 고즈넉한 도서관이 참으로 어울렸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아이들 책보는 사이 정세진 선생님이 도착했습니다.
정세진 선생님과 근처 고급 커피숍 브루보틀에서 차를 사왔습니다.
선생님과 둘이서 걷는 골목길이 좋았습니다.
한강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지옥철의 매운맛을 기대했으나 마라탕으로 따지면 0.5 단계 정도의 맵기랍니다.
덥고 습하고 좁은 지하철에서 낄낄낄 웃었습니다.
다음엔 더 매운 지하철을 타보고 싶습니다.
빗방울이 굵어지고 날이 캄캄해졌습니다.
한강에 가니 높은 건물의 끝이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계 도시 강가에 온 호숫가마을 새앙쥐들이 편의점 뒤꼍에서 라면을 끓였습니다.
비 들이치는 파라솔 테이블에 둘러 앉아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 웃으며 라면을 먹었습니다.
대전행 기차 출발시각까지는 3시간이 남았습니다.
비 오고 이미 어두워 자전거는 탈 수 없었습니다.
최하영 선생님이 근처 백화점행을 제안하셨습니다.
호숫가 새앙쥐들은 빗속에 우뚝 선
거대하고 찬란하지만 왠지 슬픈 불빛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타하.. 이게 다 사람이구나.
이렇게 살고 있구나.
우리도 이제 그 중 하나구나.
털신을 신은 규리가 '나 백화점 처음와 봐'
그 옆에 완두콩물들다 염색 티셔츠를 입은 서로가 '우와 저거 명품이야'
고급 찻집에 들어가 메뉴를 둘러본 식사팀 은우가 '여기엔 우리가 마실 게 없어'
비에 젖은 머리로 부산히 움직이던 하윤이가 '저 인형 잃어버렸어요 ㅠ'
거대한 기계 도시 정중앙에는 새앙쥐들 머물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백화점 지하 구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거기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서울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아이들이 다음 여행을 이야기했습니다.
여행이 끝나기 전에 다음 여행을 그리는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버스는 한강 다리를 건너 한참을 달렸습니다.
저 멀리 비 내리는 강변에 불꽃놀이가 보였습니다.
버스 안 무표정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시간이 멈추었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끝없이 넓은 궁궐과
골목골목 신기한 거리
편안했던 정독도서관
0.5 단계 지하철
비 오는 한강
그 뭐냐 이름도 어려운 백화점
서울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모르겠으나 저는 행복했습니다.
함께해준 아이들이 고맙고
보내주신 어른들이 고마웠습니다.
기계 도시에서도 뜻을 좇고 있는 정세진 이주은 최하영 선생님, 든든했습니다.
저 참 행복했습니다.
첫댓글 기계도시에서 만난 아이들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서울역 플랫폼에서 기다리며 떨리고 설렜는데 다 티가 났군요..
언제든 기회가 되면 또 함께하고 싶어요.
하윤이 할아버지가 주신 용돈으로 떡볶이도 같이 먹고, 최선웅 선생님이 커피와 라면 사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서울을 이렇게도 즐길 수 있구나, 아이들에게 배웠습니다.
고향이리고 생각해본 적 없으나 알고 보니 제 고향이었던 도시를 우리 아이들이 갔다는 사실이…. 뭐랄까…. 반갑고 이상하고 그래요.
파란 병 아니고 브루잉한 병 ㅎㅎㅎㅎ
괜히 오타에 민감한 아지메가 관장님 놀리고 싶음 ㅎㅎㅎㅎ
최고 토익 500점 이상 이해 농담이군요.
저는 토익 점수가 없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