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사과학
우리나라에서는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고 여기는 믿음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A형은 꼼꼼하고 신중하며 배려심이 있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하다.’ 라거나 ‘B형은 사교적이지만 짜증을 많이 내는 등 자기중심적이다.’, ‘O형은 열정적이지만 다혈질이다.’, ‘AB형은 판단력이 뛰어나지만 잘난 척을 잘한다.’와 같은 ‘혈액형 성격 론’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사과학이며 가짜뉴스라는 전문가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신앙처럼 뿌리가 깊다.
다소 오래된 설문 조사이긴 하지만, 2004년 12월에 한국갤럽이 전국 13~64세 700명(남녀 각 350명)을 대상으로 혈액형과 성격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혈액형 성격 론에 깊이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전체의 75.9%가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가 밀접하다고 여겼고, 23.3%는 대인관계나 학교 혹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혈액형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심지어 이성 교제나 결혼할 때 혈액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자도 20.3%에 달했다.
다른 어떤 곳보다 과학적이어야 할 교육기관까지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서울 강남교육청은 2007년 2월에 중학교 신입생 안내 책자에 ‘혈액형별 공부법’을 실어 관내 중학교에 배포했다가 할부모 등의 항의가 거세지자 문제의 책자를 회수하는 물의를 빚었다.
강남교육청은 이 책자에서 A형은 ‘신중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성실한 사람’으로 ‘B형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감각파‘로, O형은 ’신념이 강하고 이상이 큰 사람‘으로, AB형은 ’자신의 주관을 갖고 정한 길을 걷는 사람‘ 등 혈액형별로 아이들의 성격을 규정하고 그에 따른 공부 방법을 소개하는 어이없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ABO식 혈액형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가 1901년 발견했다.
의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꼽히는 혈액형을 알아냄으로써 이후 수혈이 가능해져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됐으며, 그는 이 공로로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혈액형이 다른 피가 섞이면 적혈구가 엉기는 응집 현상이 일어나 모세혈관을 막기에 수혈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란트슈타이너가 이런 사실을 밝혀낼 때까지 인류는 수혈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실패해 부상이나 수술•출산 중에 과다 출혈로 숨지는 비극을 벗어나지 못했다.
유대인으로 태어난 란트슈타이너는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법령이 유대인은 의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해 대학 때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 병리해부학 연구소에서 자신과 연구원들의 피를 뽑아 여러 가지 조합으로 실험해 본 결과 피를 엉기게 하는 응집소가 두 가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각기 다른 응집소를 보유한 혈액형을 각각 A형과 B형으로 구분하고, 두 응집소와 섞여도 엉기지 않는 혈액형은 C형이라고 명명했다.
란트슈타이너는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 ‘정상인 혈액의 응집 현상’을 1901년 11월 14일 발표했고, 이듬해에는 그의 제자들이 두 응집소와 모두 반응하는 AB형을 찾아냈다.
1923년 미국 록펠러 의학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란트슈타이너는 그때까지 1,2,3,4 혹은 A,B,C,AB로 나라마다 다르게 불리던 혈액형을 A,B,O,AB로 통일하자고 제창했다. C형은 응집원이 모두 없다는 의미로 숫자‘0’형으로 불렀다가 나중에 알파벳 ‘O형’으로 굳어졌다. 란트슈타이너는 ABO식 혈액형 말고도 1926년 MN식 혈액형과 P혈액형을 더 발견했고 1940년 RH혈액형도 발견했다.
지금까지 여러 학자의 노력으로 추가 발견된 혈액형은 모두 15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국제수혈학회가 주요 혈액형 분류법으로 고지한 것은 30여 가지이며, 수혈 때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혈액형은 ABO와 RH뿐이다.
혈액형 성격 론을 믿는 두 나라, 한국과 일본
이런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 짓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라고 한다.
혈액형 성격 론은 1970년 일본의 방송 프로듀서인 노미 마사히코(能見(のみ) 正比古(まさひこ)가 쓴 ‘혈액형 성격설’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혈액형에 따라 반 편성을 하는 유치원이 생길 정도로 혈액형 성격 론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자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됐고, 현재는 혈액형 성격 론의 본산인 일본보다 더 혈액형별 성격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혈액형과 성격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으며 전혀 관련이 없다.
이런 사실은 전 세계 ‘O’형 혈액형 분포도를 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북미와 중남이 등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국가는 O형이 70~100%로 대부분이다. 특히 인구 1,825만 명의 과테말라는 O형이 100%에 가깝다. 그렇다고 과테말라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다.
혈액형 성격론도 폭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 개인의 성격은 여러 가지 유전적 특성이나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는 것이다. 혈액형이나 별자리에 의존하는 성격 유형학은 검증되지 못한, 흥밋거리 수준의 주장일 뿐이다. 사람을 외모, 나이, 출신 지역, 혈액형처럼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선천적인 것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단정 지어 버리는 것은 위험천만한 폭력행위임을 명심하자.
참고서적; ‘What am I’, 나흥식 지음, 이와우 출판사.
글; 서한기 기자(연합뉴스) / 국민건강보험공단 블로그 전문 기자단
봄에 조심해야 할 나물과 조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때문에 유난히 길고 힘들었던 겨울이 가고 어느덧 봄이 왔다. 날씨가 풀리면서 바람이 솔솔 부니 기분이 상쾌해지고 입맛도 돌아오는 듯하다.
이맘때면 나들이나 야외활동이 늘면서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제철 음식을 찾아 먹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가지 못하는 탓에 집에서라도 좋은 재료로 정성 들여 요리해 즐기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
봄에 조심해야 할 봄나물의 종류와 특징
하지만 봄철에는 특히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식재료가 있다. 바로 나물과 조개류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 주인공인 나물을 자칫 잘못 쓰면 식중독으로 고생할 수 있다. 조개류도 마찬가지다. 봄철 조개는 여느 때와 달리 독소를 품고 있어서 사람이 먹으면 설사나 마비가 생길 수 있다.
봄에는 식물들이 꽃을 피우기 전 싹이 돋는 시기다. 이럴 때 봄나물인 줄 알고 무심코 채취한 식물이 독초인 경우가 적지 않다.
언뜻 보면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생김해만으로 봄나물과 독초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봄나물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야생 식물을 함부로 채취해 섭취하는 건 그래서 위험하다.
고기 구워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명이 나물은 ‘박새’라는 독초와 혼동된다. 명이나물의 본명은 ‘산 마늘’인데, 마늘 냄새가 강하고 줄기 하나에 잎이 2,3장만 달린다. 그러나 박새는 줄기에 잎이 여러 장 어긋나게 촘촘히 달려 있고, 주름이 뚜렷하다.
담백한 맛을 내면서 식감이 부드러운 원추리는 봄나물 반찬으로 인기가 많다. 그런데 원추리는 꼭 봄에 채취한 어린잎으로만 요리를 해야 한다. 자랄수록 독성 성분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또 원추리는 ‘여로’라는 독초와 비슷하다. 차이는 요리하기 전 잎을 보면 알 수 있다. 원추리 잎에는 털이나 주름이 없다. 반면 여로 잎에는 털이 있고 주름도 파여 있다.
원추리와 달리 맛이 쌉싸름한 곰취는 ‘동의나물’과 헷갈리기 쉽다. 이 둘은 잎 끝을 보거나 향을 맡으면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구별된다.
곰취는 향이 좋고 잎 끝이 꼬리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지만, 동의 나물은 향이 나지 않고 잎 끝이 둥그스름하다. 또 곰취는 잎에 고운 털이 나 있고, 동의 나물은 잎의 앞뒤 면에 광택이 난다.
잎이 우산처럼 퍼져 자라는 우산 나물은 초봄에 나는 어린 순을 먹으면 씹을 때 연하고 독특한 향이 난다. 그리고 잎 가장자리가 깊게 두 개로 갈라져 있다. 우산나물과 언뜻 보면 비슷하게 생긴 삿갓나물은 가장자리가 갈라지지 않은 잎이 6~8장 돌려난다.
식품의약 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86명이 독초를 나물로 잘못 알고 먹어 안전사고를 겪었다. 이 중 3명은 사망했다. 이 같은 사고는 2~5월 주로 발생했다.
봄나물인 줄 알고 독초를 먹었다가 배가 아프거나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 갈 때는 남은 독초를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봄에 조심해야 할 조개의 특징
바닷가로 나들이 갔다고 조개나 굴, 홍합 등을 임으로 채취해 요리하는 건 이맘때 특히 절대 금물이다. 봄철인 3~6월에는 바다에 서식하는 조개, 굴, 홍합 같은 패류와 멍게, 미더덕 같은 피망류의 체내에 독소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냉장이나 냉동, 가열해도 이 같은 ‘패류 독소’는 파괴되지 않는다.
패류독소는 해마다 3월부터 남해안을 중심으로 생기고 점차 동해안과 서해안으로 확산된다. 바닷물 온도가 15~17도일 때 패류 독소는 최고치를 찍고, 6월 중순경 해수가 18도 이상으로 따뜻해지면 비로소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사람은 물론, 조류와 포유류 같은 고등동물이 패류 독소가 들어있는 조개 등을 섭취하면 마비나 설사, 기억상실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이 마비성 독소가 들어 있는 조개를 먹으면 30분 안에 입술 주위가 마비되고 얼굴과 목으로 퍼지면서 심한 경우 근육마비, 호흡곤란까지 올 수 있다.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설사성 독소가 있는 조개를 섭취할 경우엔 메스꺼움, 설사, 구토, 복통 같은 소화기계 증상이 생겼다가 3일 정도 지나 회복된다.
그 때문에 바닷가에 ‘패류 채취 금지 해역’이라고 안내돼 있는 곳에선 조개를 채취해선 안 된다. 식품 안전당국은 6월 말까지 국내에 유통되는 패류와 피망류를 관리해 독소 함유량이 허용 기준을 넘으면 판매를 금지하고 회수해 폐기 조치한다.
만약 패류 독소가 있는 조개류를 먹은 뒤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인근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도움; 식품의약품 안전허
글 : 임소형 기자(한국일보) / 국민건강보험공단 블로그 전문 기자단
출처 :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해드리는 건강한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