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조카가 넷 있어요.
큰언니네 애들은 이미 대학생이 되었고 작은 언니네 아이들은 이제 초5.초4가 되지요..
큰 언니는 어릴때부터 늘 엄마 같았아요.
시험때면 공부계획을 세워주고 식구들이 시끄럽지 않도록 단칸방에서 늘 쉬,쉬,하며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죠.
은행에 입사해서는 난생처음 레스토랑엘 데려가 주고 좋은 책이며 좋은 영화를 보여주느라 늘 바빳습니다.
하지만 7년 이라는 나이터울은 왠지 모르게 자상한 언니여도 어렵게 느껴지곤 했지요.
작은 언니는 친구 같았어요.. 결혼전에도 같이 사는 자매가 뭐 그리 할말들이 많은지 새벽을 꼬박 새며 수다를 떨고도 모자라 다음날 시내서 만나 또 주절주절... 떡볶기를 푸짐히 시켜놓고 배를 채우고 쇼핑하기도 하고 호젓한 오이도에 가서 시련맞은 동생의 마음을 대신 울어주기도 하고...그래서 언니가 결혼할때는 정말 언니가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들이 간절했습니다.
그런 언니에게 너무나도 예쁜 요셉이 한나가 태어났어요.. 전 한 주가 멀다하고 언니네 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에쁜 옷을 사주며 뽀뽀하고 사진찍고 정말 내 아이들처럼 사랑해 줬어요..
하지만 저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요셉이와 한나는 훌쩍 자라있었고 왠지 모르게 어수선하고 깔끔하지 못한 아이들이 그닥 에뻐보이지 않았어요.. 언니는 자꾸 뭔가 이상하다 이상하다 했고 난 아이들이 다 그러지 뭐.. 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가장 잘 아는건 역시 엄마인가 봅니다. 밤이 되면 일어나 앉아 이유없이 불안해하며 울어대는 요셉이를 소아정신과에 데려갔고 결국 경계성지능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전화기로 언니의 작은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아무날도 해줄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지나쳐 가는 일이겠지... 나아지겠지.. 그런데 은하야 의사는 평생가는 거래... 어쩌지 우리 요셉이...
요셉이는 성인이 되어도 6학년정도의 수준밖에 유지할수가 없습니다. 보기에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평범해 보이지만 이해력이 떨어지고 절제력이 부족해 나이가 들수록 자존감과 자신감이 낮아진다고 합니다.
언니는 그간 요셉이를 다그쳤던일 ,유아기때 많이 놀아주지 못한 일들을 자책하며 괴로워 했습니다. 요셉이를 대하려면 주위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이 요구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엉뚱한 행동을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여 보지 않아야 하고 아이가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느낄때 괜찮다며 다독여 주어야 하고 단어가 짧아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을 수 있으므로 쉬운 단어를 사용해 대화를 시도하여 아이가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시로 변하는 틱 현상들을 나무라지 말아야 하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봐서도 안됩니다... 언니는 요셉이의 상황을 알고 나서는 요셉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려고 노력햇습니다. 아이가 철부지처럼 던지르 소리지르고 악을 써도 화를 내지 않고 요셉이의 화나는 마음을 읽어주려고 했고 나누기를 방학내 설명해줘도 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요셉이를 데리고 오늘도 나누기를 가르칩니다. 공교육이 뭔지... 서로 힘들어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보다 떨어진다고 해서 넋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언젠간 나누기를 쉽게 풀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괜찮아 괜찮아를 언니 자신과 요셉이에게 수도 없이 말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모인 저는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언니와 달랐습니다.요셉이를 보고 있으면 요샙이의 행동들이 다 거슬렸습니다. 언니가 안따까웠고 떨어져 있으면 요셉이가 마음 아팟지만 그건 언니가 아니여도 요셉이가 아이여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였어도 동일하게 느낄 동성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 제 아이들이 요셉이와 놀고 싶다고 해서 3일 언니네 가 있었습니다. 첫 날 부터 요셉이는 제 성질을 슬슬 건드리며 화를 나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모 바보.. 이모 멍청이.. 난 이모가 제일 싫어.. 우리집에 오지마... 이런 소리를 30여분이 지나도록 멈추질 않았습니다. 언니는 막아도 소용없는 일인줄 아니 그냥 그만해 그만해를 몇번 하기는 했지만 듣는 저는 졸졸 쫓아다니며 5학년 된 아이가 하는 헛된 소리들을 맨 정신으로 받아주기만 할 인격이 못되었습니다. 딴 생각도 해보고 웃어 보이기도 했는데 정말 머리 끝까지 화가 오를때로 올랐을때 폭발하려는 순간 한번만 더 참자 더 참자 하는데 요셉이가 버럭 저를 껴 안고는 이모 안아줘,,, 합니다. 그때 알 수 없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한마터면 그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고 요샙에게 상처를 줄뻔했습니다... 이모 이모... 하며 가슴팍으로 파고 드는 요셉이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무단히 참았습니다. 아이를 안고 보니 그제야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아이를 어쩌나... 천사 같은 이 아이를 어쩌나... 5학년이니 되었어도 품안에 쏙 들어오는 이 갸날픈 아이를 어쩌나... 사람이 얼마나 간사한지... 살면서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라...를 가르침받앗고 제 아이에게도 가르치고 있는데 정작 위기엔 순간엔 곤두서잇는 내신경에만 모든게 집중되 버린겁니다. 안아줘라는 아이의 한마디에 정말 벼락을 맞은것처럼 정신이 들었습니다..
요셉이의 손이 이렇게 에쁜 줄 몰랏습니다.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진 사람이 손등을 때리는 게임을 하는데 한대 맞고도 벌겋게 피어오르는 저녁 노을 같은 아이 손이 너무 에뻐서 자꾸 가위 바위보 놀이를 하지고 졸랐습니다.
그럭 저럭 3일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날 요셉이가 웁니다. 왜 자구 내겐 이런 사랑의 빚을 지게 하는지... 결국 요셉이를 데리고 저희 집에 와 버렸습니다. 좋아하는 연근도 해주고 돈가스도 만들어 주고 스티커도 사주고 얼굴에 로션도 발라주고... 애기처럼 춥다고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요셉이를 꼭 껴안고 하룻밤을 잤습니다..
요셉이를 많이 사랑해 줬다고 생각했지만 보이지 않은 사랑은 받고 있었던건 정작 제 자신이였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자신의 세계에서 나름의 삶의 방식을 찾고 있을 요셉이에게 이젠 저도 작지만 견고한 지원자가 되어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 아이를 사랑하는 일... 그리고 엄마가 되는 일...
왜 어머니가 위대하다고 하는지... 그 대열에 감히 내가 설 수 있을지... 요즘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첫댓글 나무계단님...님의 마음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울면서 님의 글을 읽었어요...
어째요..어쩐데요..눈물만 나네요...미안해요..
요셉이를 향한 나무계단님의 마음이 너무도 소중하고..귀하네요...
나무계단님...함께하고 싶습니다...
느동도 작지만...요셉이를 지원해줄수 있는 지원자가 되고 싶습니다...
나무계단님의 작은언니도..힘내셔요...
그런데..정말 경계성 지능장애라는 것이 평생 가는 것일까요?...
저도 함 알아볼께요...
노을같이 예쁜 아이손이라는 말에 한참을 머물러 봅니다..님의 글을 읽으며 진심을 다해 응원드립니다...사람을 사랑하는 일..아이를 사랑하는 일..그리고 엄마가 되는 일...늘 저도 고민하고 고민하는 것들이라 공감이 되네요..귀한 글 감사합니다..
언니께서 이미 많은 것을 알고 계시겠지만 다음까페에 발달장애정보나눔터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는 요셉이보다 어린 아기부터 20살이 넘은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 아빠들의 나눔터예요. 경계선급이라면 많은 성공적인 사례들도 있으니까...희망밖에 가질게 없으니까...그리고 나무계단님의 가슴으로 안은 요셉이는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는 아이라고 믿어요. 간단하고 즐겁게 생각하시라고 언니에게도 전해드리고 싶네요. 우리 벗찌가 그렇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