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계묘년(癸卯年)
12월 31일
마지막 날, 늦은 오후
업무차
지리산 거림계곡
조용한
어느 기도처를 찾았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나름대로
할 일이 끝난 사람들은
각자의 스케쥴에 따라
다음 행선지로 떠났는지
아니면,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는지
인적 조차 거의 없어
분위기가 휑 하기만 하다.
게다가,
벌써
날이 저물어
해가 뉘엿뉘엿
서산(西山)으로 넘어가
녹았던 물이
다시 얼기 시작하고
바람 또한
눈바람 되어 아주 거세다.
나도
본능적으로
얼른
이것저것 내려 놓고
할 일을
급히 서두른 후
하산 하는 길...
본래
탐험심 많은 나는
스스로 자극하는
탐험심이 발동하게 되는데...
이야기만 듣고
아직 가보지 못한
진주 진양호(晉陽湖)
호반로(湖畔路)가
바로
그것이다.
귀가하는 길은 맞지만
정상 코스가 아닌
돌고 돌아가는
그 길로 들어서기 위해
전통 한옥마을인
남사예담촌 삼거리에서
기수를
야수(野獸)처럼 우회전하여
대평(大坪) 마을로 향해
속도를 내었다.
오르락 내리락
좌회전 우회전을 반복하여
국립
산청 호국원을 지나
관정 마을
영농 딸기 비닐하우스 농원을
빠른 속도로
가로 건너 지르니
대평면
입구를 알리는
대관교(大觀橋)가
나를 반긴다.
약 700m에 해당하는
대관교는
진양호
상류 지역 위치하여
대관교 그 위에서
바라보는
진양호의
깊고 검푸른 물결과
상큼한
겨울 찬바람을
더 만끽할 수 있게
차창을 완전 내리고
대관교를 마음껏
신나게 달린다는 것이
그만
정신까지 혼미해져
명석(鳴石)까지
오버런(Over Run)을 범하여
되돌아 나오는
그 행복
그것도 잠시,
대평마을 삼거리
로타리 우측 9시 방향으로
진입한 순간
진양호의 신세계
좌측으로는
다시 펼쳐진 진양호,
우측으로는
대평 영농 딸기 비닐하우스 농원,
정면으로는
있는 줄도 몰랐던
청동기 문화 박물관이
본격적인
호반로(湖畔路) 입구임을
직감한다.
그 호반로를 따라
또 신나게 따라가니
대평교(大坪橋)가
나를 또 다시 반겨준다.
약 1km 해당하는
대평교에 오르는 순간
거친 나의 숨소리와
내 몸속 불순물들은
진양호에
절로 빨려 녹아들고
움추렸던
내 영혼(靈魂)과
조금 식은
뜨거운 나의 피는
어느새
생기(生氣)를 찾아
하늘을
나는듯 한다.
그러는 중,
진양호
차디 찬 가장자리
저 혼자
묵언(默言)으로 부딪치며
언제부터인가
목숨걸고 살아 온 나무들과
무릎까지 물 차 오른
나무들은
천년 홍매화(紅梅花)로
보여지고
겨울 바람에 닳아버린
저 죽림(竹林)들 사이로
수평선 멀리
지평선과 연결되는
저 겨울 바다...
겨울 바다
진양호 수호신이시여!
이 율천
손 한번 잡아주소서!
이 간절함
이 간절함...
마음에 담아
시그널(Signal)을 던지며
온갖 잡념
소멸되어 날아가는 동안
호반로를 따라
하행(下行)은 계속 이어져
상촌 마을, 하촌 마을
당촌 마을에 이르기까지
강원도
소양호에 온 듯한
그 경관,
그 기분,
그 느낌이였으며,
바라 볼수록
물길 속을 알 수 없는
진양호의 물결은
영락없는
내 마음속 겨울 바다였다.
어느듯,
호반로 약 10km 내달려
막바지에 이르니
군데군데
이름난 팬션들이
하나 하나
시선에 들어 오면서
호반로 종착역을
알리는
진수대교(晉水大橋)가
또 다시
진양호
감동의 파동을 일으킨다.
약 1km에 이르는
진수대교는
진양호를 중앙으로
사정없이 횡단하는
진양호의 백미(白眉)로써,
과연
진양호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연발하게 되고
차창 밖으로
가급적 손을 멀리 내밀어
손가락 사이로 스치며
잠시 머무는
진양호 수호신의 체온을
알 수 있게 하였으며
그러다
그러다...
숨이 멎으져
잠시 기절까지 갔다.
내가 사는 고장에
이런 명소가 있었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내 발로 직접
찾아 올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했다.
비단같은
진양호 겨울 호반로와
진양호에
조용히 내려 앉은 노을빛,
그리고,
매화 향을
함부로 팔지않는
진양호의 수호신을
뒤로 하고
진양호를
무사히 벗어났다.
아직도
가슴속으로 불룩 올라 온
진양호의 그리움과
진양호의 상감(賞鑑)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음...
그 뿐만 아니다.
진양호의 수문(水門)은
진주 시내를 돌아 흐르는
남강을 향한 수문과
사천 선진항(船津港)으로
향한 수문이
2개가 있는
어느 다른 댐과 다른
1971년 건설된
독특한 다목적 댐이면서
박정희 대통령님과
육영수 여사님께서
함께
친히 다녀 가신
그 기운, 그 온정
그대로 남아
더더욱
감동의 시간이였다.
이 감동
이 행복 그대로
2024
갑진년(甲辰年) 한 해
쮸쮸 패밀리를
설레게 하는
새롭고 진지한 날들을
발원 합니다.
甲辰年
新年 新早
一月 第一天
寓居泗川 灑落堂
律天 ~♥♥
카페 게시글
일반 게시판
진양호 호반로 따라...
律天
추천 0
조회 33
24.01.01 11:23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