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이 외식하고 싶다고 하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돼지갈비 식당을 가려고 하는데 준이는 또 거부. 아침사건도 있고해서 준이기분도 풀어줄 겸 외식하기로 했는데 어떤 말로도 통하질 않습니다. 지난 일주일 집에 다녀오더니 휴대폰 중독에 더 빠져들었습니다. 아침과 낮시간대, 자야할 시간에는 휴대폰 단속을 해서 잘 따라주었는데 이번에 보니 중독증세가 커졌고 집에 있는 시간 휴대폰 중독환자처럼 행동합니다.
중독의 기준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뭔가에 빠져 다른 일을 모두 거부하거나 회피한다면 심각한 수준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준거가 됩니다. 욕구와 중독 사이의 큰 차이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고싶은 것이 무엇이든 다른 해야할 일과 병행이 되어야하고, 그 욕구행위를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통제를 할 수 있는 것은 중독이 아닙니다.
태균이도 똑같이 휴대폰보면서 유튜브보기, 학습하기, 노래듣기 등 비는 시간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긴 하지만 다른 할 일이 우선입니다. 휴대폰말고도 더 좋은 일이 많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준이가 휴대폰에만 더욱 빠져드는 것은 그것 외에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먹는 것에는 반응이 좋았는데 그것마저 거부하는 것으로 보아 이제는 억지로 자제시켜야 하는 단계에 온 듯 합니다.
바지 입히는데 또 큰전쟁이 될 것 같아 일단은 놔두고 나오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돌아보면 유독 토요일에 힘들게 하는 게 있습니다. 아직 요일개념은 없지만 과거 오랫동안 주말에는 늘 집으로 돌아갔기에 주말에는 집에만 있다는 것을 체득화해버린 느낌입니다. 밖에 나가서 경치보고 운동하고 하는 활동이 체득화되어 있지않으면 뭔 재미가 있겠습니까?
체득화의 형태나 방향, 선호도 등은 역시 가정의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유홍준의 명작 '나의 유산문화 답사기' 첫권에 언급된 것처럼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고, 느끼는 만큼 이해하고, 이해하는 만큼 알게 된다"는 말도 진리이지만 그 후속 편에 언급된대로 "아는만큼 사랑하게 된다"라는 것도 진리입니다.
알아야 즐길 수도 있는 것인데 다양한 활동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작업이란 가정에서, 아이가 좀더 어릴 때 함께 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준이가 저와 함께한 세월이란, 평일동안 교육과 숙식제공이었고 온전한 세월을 함께한 것이 제주도에서부터 였으니, 만시지탄 (晩時之歎)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물론 시작이 완전 다른 별개의 유전자탓도 있겠으나 나의 옥시토신호르몬이 작동되는 사안들이 '그냥 놔두라'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개입하면 갈등이 되기에, 자식을 향한 애정에는 단속과 꾸지람, 질책 등도 일상이기에, 이런 애정의 한 측면들이 허용되지 않는 것은 다 큰 남의 자식 키우기일지 모릅니다.
'제가 다 옳다'라는 생각을 버려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갈등이 있더라도 행동수정을 해보자!라는 마음이 듭니다. 지금까지 추구해온 준이와의 갈등회피적 양육이 덩치가 커지는 준이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것 같아 내심 속상했는데 결론이 명확해집니다. 지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말자! 어제 괴력을 다해 침대를 뒤집고 난 후의 결론입니다.
태균이와 신나게 연탄구이 양념갈비에 냉면까지 거하게 먹고는 우리의 마음달래기 장소, 성산일출봉이 훤히 보이는 섭지코지 뒷편 바닷가로 가서 자연을 감상합니다. 거셌던 비가 막 갠 참이라 무지개라도 있으려나? 했는데 비구름들을 뚫고 나오는 멋진 일몰장면과 해무에 휩싸여 모습이 사라졌던 성산일출봉이 아주 조금씩 나타나는 진풍경을 목격!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을 때까지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성산일출봉!
저도 사진 한번 찍어보겠다고 설쳐대는 태균이, 아직 자연풍경의 참맛을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무수한 이런 경험을 통해 추상사고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둘이만 보기에 너무 아까운 이 진풍경들을 영상으로 올려놓습니다.
첫댓글 멋진 사진과 영상 감사합니다.
태균씨는 정말 자연을 알고 교감하네요.
준이가 안타깝습니다.
덩치도 크고, 기운도 셀텐데 행동 수정이 가능할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부디 좋은 길, 방법이 보였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