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얹어 '꿀꺽' ‥ 밥도둑 된 서산 '어리굴젓'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김진순'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입장과는 상이할 수 있습니다. . . 굴. 땅속에 파는 굴이 아니라 해마다 이맘때 대한민국 미식가들을 홀리는 바다의 우유 ‘굴’ 말이다. 오늘 도민리포터는 서해 간월도로 굴 여행을 하면서 굴을 따는 어촌의 모습, 명품 어리굴젓을 파는 굴젓 인증 명인 소개, 유명한 책에 소개된 일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해 어리굴젓의 시식까지 굴에 관한 모든 것을 파노라마처럼 소개하고자 한다.
충청남도의 굴은 그 어느지역 굴보다 최상위품으로 치는데 굴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조선 왕조 건국 무렵 이태조와 친분이 있었던 무학대사 이야기를 빠트릴수가 없다.
무학대사는 서해 앞바다 간월도의 간월암에서 득도했다. 간월도라는 섬 이름도 그가 달을 보고 도를 깨쳤다고 해서 붙었다. 그러나 간월도 주민들은 무학대사의 득도 보다는 그가 이태조에게 굴젓을 보냈다는 사실을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 이후 간월도 굴젓은 조선시대의 명품 마크인 ‘왕실 진상품’ 목록에 들어갔고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간월도 어리굴젓이 제철이다. 그래서인지 매콤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뒷맛이 일품인 어리굴젓도 사고 겨울바다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즈음이면 간월도로 줄을 잇는다. ▲ 천수만 간월도 포구 천수만 A지구 방조제를 지나면 곧바로 간월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 간월도 어리굴젓 기념탑 그리고 만나는 이곳 간월암. 조선왕조의 도읍을 서울로 정한 무학대사가 고려 말 암자를 처음 짓고 정진하던 중 공민왕3년(1353년)에 깨달음을 얻어 지은 절이다. 밀물 때에는 물이 차 섬이 되었다가 썰물 때에는 물이 빠져 작은 자갈길로 육지와 연결된다. 간월암 법당에는 무학대사 등이 곳에서 수도한 우리나라 고승들의 인물화가 걸려 있으며 2백년 가량된 사철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이 암자의 운치를 더해준다.
이곳에서 해마다 음력 대보름에 ‘굴 부르기 군왕제’가 치러지기도 한다. '굴부르기제'는 이 곳에서 생산되는 어리굴젓이 유명 특산물로 부상되면서 어리굴젓 담글 굴이 많이 모이라고 기원하는 부녀자들 사이에 이어진 토속 민속이다. 굴부르기제는 가장 정결하고 부정한 곳에 가지 않은 아낙네를 제주로 선정, 굴 풍년을 기원하는 제로 시작된다. 이 때 마을 남정네는 물론 임신 또는 생리 중인 여자는 일체 참석치 못한다. 돼지 머리와 청과물을 올려놓고 해안가에서 제주가 제를 올리면 소복을 입은 아낙네들은 손에 횃불을 들고 불을 밝힌다.
굴부르기제가 모두 끝나면 부녀자들이 어우러져 풍물을 두드리며 신명나는 한 마당놀이로 끝을 맺는다. ▲ 너른 바닷가에서 굴을 채취하는 모습 ▲ 어민이 채취한 작고 거무스름한 굴 ▲ 굴을 채취하는 도구를 '조새'라 부르는데 그걸로 굴을 까보니 ▲ 요렇게... 작고 탱글한 굴 살점이 나온다. 어리굴젓의 고향답게 너른 펄에서 바람막이용 자리를 둘둘 말아 잔등에 둘러맨 새끝이 휘어진 꼬챙이 모양의 ‘조새’를 사용해 굴 채취에 여념이 없는 섬마을 사람들이 먼저 방문객들을 반긴다. 굴은 하루 4~7시간정도 개펄 속에 묻혀 햇볕을 받고 자라는데 이 때문에 양식한 굴은 1년이면 엄지손가락만하게 크지만 간월도 굴은 3년 정도 큰 뒤 캘 때에도 2~3cm밖에 안 되고 거무스름한 빛깔을 띈다. 자연산 그대로의 이 굴을 어민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한겨울에 이렇게 채취를 한다. 우리가 맛나게 먹는 어리굴젓이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이다.
정성들여 채취한 굴은 작업장에서 깐 후 바닷물로 씻어내고 2주 정도 발효시켜 건져낸 다음 태양초로만 갠 고춧물에 버무려 일주일 정도 숙성시켜 판매한다.
서산 어리굴젓이 특히 이 지역 궁중 진상품이 될 정도로 맛을 인정받은 이유는 이곳의 굴이 다른 지방의 굴에 비해 색깔이 거무스름하고 알이 잘기 때문이다. 굴은 햇볕을 쬐면 생장이 중단되는데 이런 굴을 두고 보통 '강굴'이라고 부른다. 간월도 강굴은 적당한 기온과 염도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자란 다른 지방의 굴보다 훨씬 고소하며, 물날개(굴에 나 있는 명털)가 잔잔하고 그 수가 많아 고춧가루 등 양념 배합률을 높여주기 때문에 독특한 맛이 특징이다.
어리굴젓은 이렇게 자란 굴을 이물질이나 땟국물을 빼내기 위해 깨끗한 바닷물로 씻은 뒤 7% 정도의 소금으로 희석시켜 섭씨 15~20도 정도의 발효실에 보름간 넣어둔다. 여기에는 태양초 고춧가루가 주된 양념으로 들어가 맛을 내 준다.
어리굴젓이라는 말, 이것도 ‘얼큰하다’는 맛의 표현이 불리는 과정에서 변화되어 ‘어리어리한 굴젓’이 된게 나중에 어리굴젓으로 굳혀졌다. ▲ 서산 어리굴젓을 대표하는 섬마을간월도어리굴젓 회사. 허영만의 책 '식객'에 실제 모델로 등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며 허영만씨가 직접 스태프들과 함께 굴 채취과정부터 굴젓 담그는 과정, 굴을 맛본 소감과 추억 얘기 등을 책에 자세하게 소개한 회사다. ▲ 매장 안에서 쇼핑하는 고객들 간월도 어리굴젓으로 유명해진 분이 한분 있다. 그러고 보니 그분 이름도 유명근씨다. 농어민 후계자 출신인데 역시 세상 일은 일정부분 이름대로 가나보다. 유명근씨가 유명해진 것을 보면...
유명근씨는 과거 섬이었던 간월도 부근에서 살던 어린시절, 날이 궂으면 육지로 나가기 힘들었다. 굴은 지천으로 깔렸는데 제때 나가 팔지 못하면 금방 상해버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젓갈을 만들었는데 굴 팔러 나간 엄마를 부둣가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이젠 성인이 되어 어릴적 생활 추억을 사업으로 키웠다. 유명근 씨는 서산에 섬마을간월도어리굴젓 회사를 차려 개인적으로도 성공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충남 서해의 굴, 특히 어리굴젓을 대한민국 만방에 알리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어떻게 해서일까? 신문 방송에 엄청난 양의 광고를 한걸까?
아니다. ▲ 서산어리굴젓을 자세히 소개한 허영만의 책 '식객'제 17권 ▲ 서산 어리굴젓을 소개한 식객의 사진과 내용 국내 최고 만화작가 허영만씨가 쓴 ‘식객’. 이 책 제 17권에는 서산 어리굴젓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고, 그 만화를 그리기 위해 직접 서산에 내려와 섬마을간월도어리굴젓에서 굴젓 채취, 굴젓 담는 모습, 굴젓 맛보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전국에서 날개 돋친듯 팔린 베스트셀러였으니 허영만씨 덕분에 충남 서해의 어리굴젓, 제대로 홍보가 됐다. 물론 우리 굴젓이 맛있기 때문인 것은 기본이고... 이렇게 서산시 어리굴젓을 최고의 반열에 올린 섬마을간월도어리굴젓은 대표 유명근씨를 서산시 인증 명인으로 등극하게 해 주었고, 지난 2006년도에는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으로부터 수산지식인 인증을 얻어 표장까지 받았다. ▲ 캔에 담긴 섬마을간월도어리굴젓의 대표상품 ▲ 병에 담긴 굴젓 판매상품 ▲ 어리굴젓 상품 포장 그리고 간월도 어리굴젓은 미국시장에 수출도 한다. 이미 미국 로스앤젤러스,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열린 한국식품전시회 때 간월도 어리굴젓과 조개젓 등이 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수출한바 있고 현지에서도 우리나라의 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서 어리굴젓이 세계인의 입맛에 한발 더 다가가는데도 일조했다. 이젠 더 이상 군침만 흘릴 수 없다. 어리굴젓을 한통 사들고 집에 돌아와 풀어 헤친 후 접시에 담아놓고 한젓가락 꿀꺽. 밥한술에 얹어 또 한번 거침없이 꿀꺽. 이어서 부침개를 만들어 또 거기에 굴젓을 얹어 또 꿀꺽.... 이것으로 올해 겨울은 제대로 난 것이다. 더 바랄게 없다. 이 굴로 다음에는 굴석박지와 굴톳밥, 굴 된장찌개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겨울 바다의 내음이 밥상을 가득채우고, 굴이 다양한 음식과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더해주는 명품 갯벌 서해, 우리 충청남도는 그래서 복받은 축복의 땅이다. |
출처: 충남도청 원문보기 글쓴이: 충남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