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세 할머니가 동영상 편집…
74세 할아버지 “해외직구도 해요”
2021년 6월 1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안길주(74) 씨가 스마트폰에 있는 앱을 통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서울 강북구에 사는 유성주(68)씨는 올 4월부터는 은행 창구에 가지 않는다. 돈 보낼 일 있으면 스마트폰에서 ‘카카오뱅크’ 앱을 켜서, 손으로 ‘패턴 암호’를 쓱 그리고 돈을 보낸다.
유씨는 “작년까진 돈 보낼 일 있으면 무조건 은행까지 걸어가 송금했는데, 이젠 아주 편하게 산다”고 했다. 16일에는 자녀들이 가르쳐 준 ‘위메프’ 앱으로 오메가3, 루테인, 마그네슘 등 3종의 약도 샀다.
유씨는 “앱에서 사람들 후기를 보면서 비교하는 게 참 재밌고 그렇게 고르면 내가 정말 잘 산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의 스승은 ‘스마트폰 교육 자격증’을 딴 동네 노래 강사였다. 유씨는 스마트폰으로 영상 편집을 배워, 치킨집 하는 아들 가게의 홍보 영상과 손자 생일 축하 영상까지 만들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안길주(74)씨는 별명이 ‘안도사’다. 친구들이 스마트폰 이용법이 막힐 때마다, 안씨를 찾아와 “안도사, 문자 메시지 어떻게 보내?” “나 유튜브 보는 법 좀 알려줘”라고 묻는다고 한다.
그는 송금은 물론이고 ‘알리 익스프레스’ 앱을 이용해 해외 직구(직접 구매)까지 한다. 심심하면 스마트폰의 팟캐스트(라디오) 앱 ‘팟빵’을 켜서 성경 의미를 해석해주는 종교 방송을 듣는다.
최근엔 스마트폰으로 드론(무인 비행체) 날리는 법까지 배웠다. 그는 “나이 든 사람이 계속 뒤처지면 골방에 들어가게 되고, 골방에 들어갈수록 손해니 무조건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노인들이 스마트폰 쓰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젊은이 못지않게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스마트 노인’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수시로 스마트폰을 열어 온라인 쇼핑을 하고, 직접 사진·동영상을 편집하고, 식당에선 ‘삼성페이로 해달라’며 간편 결제까지 한다.
2019년 동네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스마트폰을 배운 김순자(71)씨는 “남편과 9년 전 사별하고 우울증이 왔는데, 요샌 유튜브로 트로트 듣고 친구들과 단톡방 만들어서 사진, 좋은 글 주고받는 재미에 산다”고 했다.
‘스마트 노인’들은 동년배 노인을 위한 몇 가지 ‘꿀팁’을 알려줬다. 첫째는 ‘겁내지 말고 장난감처럼 갖고 놀라’는 것이다.
심현용(69)씨는 “주변 친구들 보면 자꾸 스마트폰 망가질까봐 걱정하는데 그럴 일 없으니 일단 만져보라”고 했다.
스마트폰 교육 강사인 문종국(66)씨는 “어르신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돈 날리고, 사기당할까 무섭다는 것인데 스마트폰이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했다.
둘째는 ‘창피해하지 말고 계속 물어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잘 쓰는 노인들의 특징은 친절한 자녀를 뒀다는 것이다. ‘배워보라’고 적극 권유하고, 노부모가 물을 때마다 귀찮아 하지 않고 몇 번이고 잘 알려주는 자녀들이다.
한 70대 노인은 “처음에 스마트폰 보고 ‘덜덜’ 떨었는데, 아들이 용기를 불어 넣어줘 이젠 별 두려움이 없다”고 했다.
마지막은 ‘교육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현재 정부·지방자치단체들은 노인을 위한 다양한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 배움터(1800-0096), 서울디지털재단 ‘어디나 지원단’(02-570-4653)에 문의하면 오프라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어르신을 위한 슬기로운 디지털 생활’을 검색하면
카카오톡 영상통화,
스마트폰 장보기,
전자출입명부 QR코드 쓰는 법 등을
영상으로 배울 수 있다.
앱스토어에서 ‘서초구 키오스크 교육용 앱’을 내려받으면, 스마트폰으로 구청 무인 발급기, 패스트푸드점 주문 기기, KTX 승차권 발급기 등 각종 무인 기기 이용법을 체험·연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