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산막이 옛길에서 ‘연하협 구름다리’를 건너면 충청도 양반길이다.
양반 길 출렁다리를 지나 흙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갈은구곡
이 시작된다.

괴산의 명필 靑山 정순오 선생과 ⌜仙局嵒 선국암(바둑 바위)」을 탐방
하기 위해 갈은구곡 입구에 다다랐을 때, 하늘은 드높고 청명했다.
거대한 암벽에 ‘갈은동문’이란 한자가 새겨져 있는데, 신선의 세계에
들어선다는 제1곡.

갈은동문이란 한자가 큰 바위에 새겨져 있다. 제1곡.
계곡 건너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조금 올라가면 신선이 내려 왔다는
‘강선대’ 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제3곡.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떠받친 바위에 한자 음각)'
암각 된 시를 읽다보면 옛 선비들의 자연사랑이 어떠하였지를 읽을
수가 있다.

바위에 새겨진 시.
충청도 양반 길 갈은구곡은 아직 많은 이들이 찾지 않은 오지의 흙길을
고스란히 보존해 걷는 맛을 북돋아 준다.
靑山 선생의 해박한 지식을 들으며 구곡 길을 오르노라면 마치 신선의
세계로 들어서는 듯하다.
이마에 땀이 송글 맺힐 때쯤, 제7곡 ‘고송유수재’ 가 천혜의 자연과 어우
러져 나타난다.

왼쪽 바위 위에 '고송유수재' 라고 음각. 화전민이 살았던 흔적이란다. 제7곡.
경관은 단연 압권이다.
제8곡 칠학동천.

제8곡 칠학동천.
학이 노닐던 곳이라니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
조선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 기분이다.
저절로 힐링이 되는 건 덤.
갈은구곡의 마지막 상류 쪽에 신선이 바둑을 두던
제9곡 ⌜仙局嵒선국암」이 장엄하게 그 모습을 드
러낸다.

보이는 큰 바위가 제9곡 ⌜仙局嵒선국암」
태곳적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선국암’ 바둑판에 靑山 정순오
선생과 필자가 마주 앉았다.

괴산의 명필 청산 정순오 선생과 필자의 신선대국.
마치 신선처럼.
한줄기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를 스쳐간다.
선국암 바위 이마에 ‘仙局碞선구암’이라 음각되어 있고, 그 상단부에
아름다운 시구가 새겨져 있다.

' 仙局碞선구암 ' 이란 한자가 바위에 음각되어 있다.
玉女奉頭日欲斜옥녀봉두일욕사
殘棋未了各歸家잔기미료각귀가
明朝有意重來見명조유의중래견
黑白都爲石上花흑백도위석상화
옥녀봉 산마루에 해가 저물어
바둑을 못 끝낸 채 집으로 돌아갔네
이튿날 날이 밝아 다시 와보니
흰 꽃 검은 꽃이 돌 위에 피어 있네
(디카로 찍어 왔으나 잘 보이지 않아 사진 생략)
멋과 풍류가 있지 않은가.
바둑판 양모서리에 움푹하게 바둑돌을 담는
구멍도 파놓았다.

네 귀퉁이에는 ‘四老同庚사노동경’ 이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는데,
동갑내기 노인 넷이 바둑을 즐겼다는 이야기. * 同庚동경: 같은 나이

오른쪽 하단에 '四'자가 보인다.

바둑돌 아래 '同' 자는 보이고.
신선들의 놀이터였던 ‘선국암’에서 바둑을 두니
마음과 마음이 정화된다.

맑은 물이 흐르는 청산유곡에서 ‘신선놀음’ 이
펼쳐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산자수려한 풍경을 눈앞에 두고 詩를 짓고 시
조를 읊고 바둑도 두었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이 선국암에서 2015년 ‘제
1회 괴산 선국암 바둑 한마당’ 행사가 진행됐다.

그때,
갈은구곡의 꽃인 선국암에서 김인 國手와 유창혁 왕위가 초청되어
50수 가까이 신선대국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김인 국수와 유창혁 왕위가 청산 정순오 선생과 잠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조선시대 선비들의 복장으로 서예가 靑山 정순오 선생의 서예 퍼포먼
스와 더불어 은은자적 대금소리로 당시의 풍류를 생생하게 재현했다.
靑山 선생과 필자는 두던 바둑을 그대로 남겨 두고 갈은구곡을 내려왔다.

‘선국암의 비경과 괴산의 숨겨진 문화유적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만든
대회’ 가 2015년 제1회 행사로 멈춰 선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괴산 관계자들의 무관심과 예산 등 어려움이 뒤따라서겠지만, 선국암
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해 괴산을 알리는 행사가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
이 갈은구곡을 떠나 오는 내내 떠나질 않았다.
어찌 필자만의 생각 일까마는.
선국암을 알리고 홍보하는데 필자의 알량한 기행문 한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미미하다.
괴산군 관계자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많은 여행을 다니면서 틈틈이 글도 쓰고 있지만, 없는 것도 만들어 홍보
하는 세상 아닌가.
바둑을 사랑하는 애기가라면 괴산 갈은구곡에 있는 선국암을 꼭 한번
탐방해 보시기를 희망한다.
‘선국암’에 앉아
조선시대의 신선이
되어보는 것도 바둑人의
자긍심 일 테니.
첫댓글 타임머신 타고 전설속으로 다녀오셨군요 기회가 닿는대로 가보고싶네요
'바둑 人의 자긍심 일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