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상과 국가발전 전략을 러시아 학자의 시각으로 분석한 책 '노무현 대통령, 한국발전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가 모스크바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김 나탈리아 모스크바대학 교수. 러시아고등경제대학교 한국학 과장을 지내면서 한국과 남북한, 남북한-러시아 관계 등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한 여성학자다.
책 '노무현 대통령, 한국발전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구상하고 펼친 정책들을 △한국정치지형 △남북관계 △한미관계 등 세 분야로 나눠 분석하고 평가한다. 김 나탈리아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서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에 못지 않게 정치 지도자로서 큰 영향을 주었고, 남북관계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정책을 펼쳤으며, 대미 관계에서는 자주권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연구하고 책을 낸 것은 처음으로, 주목할 만하다. 김 교수는 “해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연구 자료가 거의 없어 한국 자료들을 바탕으로 집필했다"며 "책이 해외 학자들의 한국 진보주의 연구에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책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박학연구소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동 지원으로 출간됐다.
김 나탈리아 교수/본인 제공
다음은 저자와의 이메일 인터뷰 내용이다.
- 책을 내게 된 동기는?
"'노무현 대통령'은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 못지않게 한국 정치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한국학계에서 노무현의 사상과 정책에 대해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늘 아쉽게 생각했다. 러시아에서도 '노무현 대통령'과 한국의 진보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해의 폭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 노무현 전대통령의 사상과 정책을 짧게 평가한다면.
"기존의 판을 뒤흔드는 정치개혁과 대미관계에서의 자주권 확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한 대북관계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의 대표적인 정책들도 이미 오랫동안 논의되고 존재했던,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으로서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 정치지도자로 차별화된다. 생전의 남긴 많은 글 속에서 그가 관심을 가졌던 주된 정책적 방향을 찾아내고, 대통령으로서 이를 어떻게 실현에 옮기고자 했는지 비교 평가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한 사람의 여성학자로서, 노무현 집권기에 여성의 활발한 정치 참여를 위해 추진된 진보적인 정책들과 남녀평등권 보장을 위한 정책들이 법제화된 것 등을 높이 평가한다".
- 노무현 전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권력이 필요했던 사람이었다. 만일 그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권력을 추구했다면, 커다란 정치적 성취도 없었고, 비극적 서거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에 태어났다면, 분명히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 러시아학자로서 부러울 뿐이다."
-책 저술에 어려움은 없었나?
"너무 많은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한국외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러시아어는 물론, 영어로 된 자료도 별로 없다. 한국자료를 주로 참고할 수 밖에 없었다. 방대한 한국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한국 정치지도자들 특유의 발언과 그 뉘앙스를 외국학자로서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랐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
"2016년에 펴낸 책 '1945-1948 남한 정치사'가 러시아에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가 주는 '올해의 책' 2등으로 뽑혔을 때다. 러시아(소련 포함)에서는 그동안 북한 정권의 출범이나 발전에 관한 책은 적지 않게 발간되었지만, 한국의 최근대사를 본격 조명한 것은 '1945-1948 남한 정치사'가 처음이다. '올해의 책' 2등상 수상이 그래서 더욱 뜻깊었다.
이번에 펴낸 책 '노무현 대통령, 한국발전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에, 몇 년전에 작고한 유리 바닌 교수(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한국·몽골과장)에 대한 헌정사를 넣은 것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한국학 학자 1세대로, 생전에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겼고, 남북한 정부로부터 훈장(표창장)을 받은 역사학자다."
김 나탈리아 교수/본인 제공
-이름(나탈리아 김)만 보면 고려인 같은데,
"아니다. 순수 러시아인이다. 원래 성은 '플로트니코바'인데, 러시아의 관습대로 남편의 성(Kim)을 따라 쓰고 있다. 남편은 모스크바한인회장과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을 지낸 김원일 박사(정치학, 모스크바국립대학)다. 남편이 러시아에서 미개척 분야인 한국 현대사, 그중에서도 한국 분단사를 연구하도록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최대의 지원자다".
김 나탈리아 교수는 러시아고등경제대 한국학과장을 거쳐 모스크바국립대학 교수로 재임중이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연구소 연구원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