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청초호변 청년몰 갯배st(구 속초수협)와 로데오2주차장 사이 부둣가 길을 걷다보면, 조금은 생경한 공간을 마주한다. 어선이 정박해 있는 부둣가 맞은편에 자리한 네 칸의 컨테이너에 앙리마티스의 레플리카(원작을 복제한 모작)가 전시되어 있다. 동원냉동의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동원냉동’이다. 동원냉동의 담벼락을 허물고 지은 곳으로, 속초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어수선한 부둣가에 문화공간을 마련한 이는 동원냉동의 박정준 대표이다.
박 대표는 3년 전 동원냉동 사업을 물려받으며 속초로 돌아왔다. 속초에 온 지 1년이 지날 때쯤, 그는 동원냉동 앞 부둣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그가 뛰어놀던 아름다운 부둣가는 각종 폐기물과 주차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으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내가 나서자’는 마음으로 안내문을 제작하고 담벼락을 허물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스페이스 동원냉동’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아름다운 부둣가를 되찾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둣가의 옛 모습을 알던 사람들조차 ‘이제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곤 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이곳을 잘 활용한다면 청년몰 ‘갯배스트(갯배st)’부터 이어지는 ‘속초의 새로운 문화거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터였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는 ‘문화’가 필요하다 믿었던 그는 공간 ‘스페이스 동원냉동’을 만든 뒤 속초문화재단을 찾아갔고, 재단 또한 이 공간의 취지에 공감하고 이곳을 적극 운영하면서 공간 안에 문화가 담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약 한 달 간 속초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 성과공유회 <문화도시갤러리 Part2 - 연결(Connect)>이 진행되면서 숨겨진 공간이 시민들에게 새롭게 알려졌고,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아왔다. 이에 힘입어 지난 3월25일부터 4월3일까지 속초문화재단 주관으로 문화가 있는 날 기획전시로 <앙리마티스 레플리카전>이 진행되었고, 오는 15일부터 29일까지는 <속초이야기! 시(詩)·화(畵)·서(書)로 만나다>가 진행될 예정이다.
박정준 대표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페이스 동원냉동을 시작으로, 냉동공장의 두 동 중 하나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150평 규모에 층고가 7미터인 냉동공장은 여름에도 시원한 온도 유지가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43년 된 공장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문화예술을 담는 특색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키고자 한다.
주민들로부터 ‘부둣가가 많이 깨끗해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는 그는, 속초의 옛 추억을 간직한 청초호 부둣가가 더욱 깨끗하게 관리되어 속초시민들을 위한 길이 되기를 바란다.
“한 번의 전시로도 변화가 보여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오랫동안 씨름한 청초호 뒷길을 향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깨끗한 부둣가를 위해 문화를 넣어가는 과정에 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정미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