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어탁 방법
깨끗하게 세척된 고기와 탁본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가 준비되었으면 한 장의 화선지 위에 어떻게 탁본을 할 것인가. 기록용으로 제작할 것인가, 겹치기를 할 것인가, 유영도를 제작할 것인가, 또 고기의 자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입은 어느 정도로 벌릴 것인가, 등지느러미는 어느 정도나 펴야하는지, 고기의 방향은 어느 쪽으로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하고 또한 고기의 외형상 특징이나 습성도 고려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작품의 크기나 구도도 생각해야 한다. 직접법 어탁을 기록 어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대개는 대어를 낚은 후 먹물을 사용하 여 직접법으로만 어탁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먹물 어탁이라도 먹이 화선지 에 번지는 성질을 잘 이용하여 농담 처리를 자연스럽게 하면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준비물: 탁지, 먹과 벼루, 물감, 붓과 판모, 안정판과 점토, 물감 개는 접시, 붓 씻는 그릇, 건 조기, 분무기, 스펀지 방망이, 포스트잇(풀), 갱지(받침종이), 핀, 가위, 켄트지, 헌 신문지, 약 품 등. |
1. 재료와 도구를 준비한다.
2. 고기를 깨끗하게 세척한 후 수분을 제거하고 다듬는다.
3. 마음 속에 구상한 대로 자세를 고정하고, 안정판과 고무 찰흙을 이용하여 판자 위에 움직 이지 않도록 고정한다.
4. 각 지느러미 밑에 받침종이를 3∼5장 넣는다. 채색하는 과정에서 각 지느러미에 먹물이나 물감을 칠할 때, 아무리 조심을 해도 경계선을 벗어나 안정판에 먹물이나 물감이 묻기 쉽다. 안정판에 묻었던 물감이 탁지를 씌우고 문지 를 때, 물감에 쉽게 탁지에 묻기 때문에 받침 종이를 만들어 지느러미 밑에 깔아주는 것이 다. 갱지나 신문지로 지느러미 크기보다 조금 크게 잘라서 각 지느러미 밑에 3∼5장 정도 깔고 경계선 밖까지 칠한 후 신문지를 한 장씩 빼내면서 탁본을 하면 안정판에 물감이 묻지 않기 때문에 경계선 밖의 탁지에 물감이 묻지 않는다. 깔아둔 받침 종이의 수만큼 어탁을 할 수 있는데, 너무 많이 깔게 되면 받침종이의 두께 때문에 지느러미의 위치가 높아져 안 정감을 잃게 된다.
5. 먹물이나 물감을 준비한다. 먹물이나 물감은 채색하는 도중 부족하지 않도록 농담을 구별하여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먹물이나 물감이 부족하면 탁본을 하는 도중에 먹을 다시 갈거나 물감을 개야 하는데, 같은 색일지라도 먼저 칠한 부분과의 농도 차이 때문에 색깔의 층이 생겨 자연스럽지 않다. 특히 동일한 어종으로 겹치기를 하거나 군영도, 또는 컬러 어탁을 만들 때 고기마다 채색의 차이가 나면 자연스럽지 못하므로 충분한 양의 물감을 미리 준비하여야 한다.
6. 분무기로 탁지에 물을 뿌린다. 지금까지 어탁에 사용하는 탁지는 대부분 문방구에서 시판하는 창호지나 화선지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막상 탁본을 하고 보면 어체에 생동감이 없었다. 그러나 수분이 잘 퍼지는 한지의 성질을 이용하여 탁본을 해보면 지금까지 제작했던 어탁과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면서 살아있는 어탁이 제작됨을 알 수 있다. 미리 탁지에 물을 뿌려놓았다가 적 당하게 건조되면 탁본을 한다. 물 뿌리는 작업은 뿌려지는 물방울의 입자가 작은 분무기(스프레이)를 사용하면 된다. 이 때 너무 많은 양의 물을 뿌리게 되면 물이 처음 의도했던 것보다 지나치게 번지기 때문 에 어체의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먹물 어탁에서 조심해 야 한다. 반대로 너무 적은 양의 물을 부분적으로 뿌리면 물감이 퍼지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구분이 생기기 때문에 역시 자연스러운 탁본이 되지 않는다. 물을 뿌릴 때는 탁지 전체에 골고루 물을 뿌려야 하며, 어탁을 하기 알맞는 70% 정도의 건 조 상태를 탁본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야 한다. 탁지의 수분이 덜 마른 상태에서 물감을 칠하거나, 탁지는 탁본하기에 알맞게 건조되었는데 어체에 채색이 덜 되었다면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탁지의 건조 시간을 맞추는 것은 많은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7. 어체에 물감을 칠한다. 직접법으로 탁본하는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고기가 살아있을 때의 상태, 즉 실 물과 똑같이 채색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러 색깔을 혼합해서 채색을 해야 어체의 본 래 색에 가까운 색이 나타나는 어종이 대부분이지만 열대어류처럼 원색에 가까운 어종도 있 다. 탁본에서의 채색은 제작자의 색 배합에 따라 각각 다른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어체의 색을 살펴보면 대체로 측선 위쪽 등 부분은 진하고, 복부는 중간색, 하복부는 옅은 색을 띤다. 탁본에서도 이와 같이 가급적이면 자연 그대로의 농담대로 채색해야 하는데, 이것을 농도삼 색이라고 한다. 그러나 예술어탁에서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더욱 강 하게 채색하는 경우도 있다. 물감을 칠하는 범위도 문제가 된다. 어체의 형태는 대부분 타원형이기 때문에 등 아래쪽까 지 깊이 칠을 하게 되면 실물보다 크게 보인다. 그러므로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부분에만 채색을 해야 한다. 고기의 윤곽에 받침종이를 대고 칠하면 윤곽선을 갈끔하게 처리할 수 있 다.
8. 눈 크기에 맞게 종이를 동그랗게 오려서 눈동자 위에 놓는다. 고기의 눈은 탁본으로 표현할 수 없는 수정체로 되어 있다. 눈 부위에 색을 칠하여 표현을 하게 되면 눈을 그리는데 많은 지장이 있다. 특히 먹물 어탁일 경우에는 전체를 버리는 경 우도 있으므로 눈 크기에 맞게 종이(신문지)를 동그랗게 오려서 눈이 있는 위치에 덮어놓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9. 각 지느러미 밑에 넣어둔 받침종이를 한 장씩 빼낸다. 어체에 물감을 칠하는 작업이 끝나면 지느러미 밑에 깔아놓은 받침종이를 빼내는 일을 잊어 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받침종이 빼내는 것을 잊어버리는데, 이렇게 되면 받침종이에 묻어 있던 물감이 탁지에 묻어 나오기 때문에 어탁 전체를 버리게 된다. 물감이 묻은 받침종이를 빼내고 어탁을 해야 지느러미 끝부분 경계선 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각 지느러미 밑에 깔았던 받침종이를 빼낼 때는 지느러미가 흐트러 지지 않도록 한 장씩 조심스럽게 빼내야 한다.
10. 탁지를 씌우고 양손으로 문질러 채색한다. 직접법 어탁을 하고 탁지를 벗겨보면 고기의 방향이나 위치 등 전체의 구도가 실제 어체와 는 반대로 찍혀있기 때문에 탁지를 씌우기 전에 모든 구도를 반대방향으로 구상하며 작업을 해야 한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둔 탁지가 적정 수준(70∼80% 정도)으로 건조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탁 지의 양 끝을 수평이 되게 두 손으로 잡고 물감이 칠해진 어체 위에 생각한 구도에 따라 살 며시 덮어 씌운다. 대물을 탁본할 때에는 탁지 또한 크기 때문에 물을 뿌려 놓은 탁지를 들 때 자연히 탁지의 가운데 부분이 늘어나게 되어 주름이 많이 생기거나 심지어는 찢어질 수도 있으므로 보조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탁본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분이 배어 있는 탁지를 물감이 칠해진 어체 위에 씌우면 물감이 빠른 속도로 탁지에 배어 든다. 먹물로 탁본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빠른 속도로 먹물이 배어들기 때문에 손으로 문지 르는 작업도 탁지를 씌우는 즉시 해야 한다. 우선 손가락을 모아서 등에서 꼬리지느러미까지 쓸어내리듯이 문지른 다음 머리 부분으로 옮겨 주름이 덜 생기도록 문질러 준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탁지에는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주름이 생기게 되는데, 이 주름은 가능 하면 아래쪽(아래턱과 하복부)으로 내려가도록 유도하면서 문질러 준다. 그 이유는 하복부에 색을 엷게 칠했으므로 주름이 약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복부를 문지르고 나서 등지느러미, 가슴지느러미, 배지느러미의 순으로 문질러 탁본한다. 이 때 입술이나 머리 부분이 부정확하게 탁본이 되면 어탁 전체가 이상하게 보이기 때문에 주둥이 부분은 조심스럽게 문질러야 한다. 인물화를 감상할 때도 얼굴을 먼저 보게 되는 것 과 같이 어탁도 인물화의 얼굴과 같은 머리부분에 사람들의 시선이 먼저 가기 때문이다. 또 어체의 전체 윤곽선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업이야말로 어탁의 성패 가 좌우되므로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탁지를 씌우고 어체를 문지르다 보면 어체에 칠해진 물감이 건조된 부분은 색이 제대로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물에 적신 가재 수건을 잘 짜서 탁본이 덜 된 부분에 대고 두 드리면 건조되었던 물감이 탁지에 스며들면서 탁본을 용이하게 마무리 할 수 있다.
11. 탁지를 벗기고 건조기로 즉시 완전 건조시킨다. 손으로 문지르는 작업이 끝나면 어탁 제작의 중요한 과정은 거의 다 끝난 것과 다름없다. 탁지를 벗길 때는 탁지가 찢어지지 않도록 머리 쪽부터 천천히 조심스럽게 벗긴다. 반대로 꼬리 쪽부터 탁지를 벗기면 등지느러미의 침 끝이나 아가미 덮개에 탁지가 걸려 찢어질 수 있다. 탁본이 끝난 탁지를 일단 벗겨내면 바로 건조시킨다. 이 때 탁지에 묻은 물감이 번지는 속 도를 살피면서 덜 번진 곳은 천천히, 빠르게 번지는 곳은 즉시 건조시켜 탁본 전체에 물감 이 고르게 번지도록 조절해가면서 완전 건조시킨다.
12. 배지느러미는 잘라서 별도로 탁본한다.('어탁의 기본과 종류②' 참조)
13. 눈을 그린다. 어탁 작업에서 유일하게 붓을 대는 것을 허용하는 부분이 눈이다. 눈 이외의 다른 부분에 가필하는 것은 어탁의 정석에서 벗어나는 행위이므로 삼가야 한다. 눈은 어종에 따라 크기나 모양은 물론 색깔도 다르다. 체구에 비해 작은 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체구는 작은데 눈이 큰 어류도 있다. 눈을 그릴 때는 고기의 종류에 상관없이 같은 모양의 눈만 그리거나 지나치게 눈을 과장해 서 그려서도 안된다. 또한 물고기의 눈은 살아 있을 때의 상태와 죽은 뒤의 상태가 다르고, 신선도가 좋을 때와 떨어질 때에도 각각 차이가 있다. 가능하면 어탁을 할 대상어가 살아 있을 때 물고기의 눈을 자세히 관찰해둔 후 사실에 가깝게 그려야 한다. 직접법 어탁에서는 눈을 강하게 그리는 것이 직접법 어탁의 장점을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먹물 어탁은 먹물로 그려야 하며, 컬러 어탁에는 눈에도 색상을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눈동 자 전부를 검정색으로 마무리하면 눈 먼 물고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눈동자에 반사되는 빛을 표현하는 흰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흰점의 위치에 따라 고기가 주시하는 방향이 달리 표현되기도 한다. 이 때 눈을 그릴 부분에 분무기로 물을 뿌린 다음 흡수지로 눌러 70% 이상 수분을 제거한 후 눈을 그려야 살아있는 눈을 그릴 수 있다.
14. 어탁을 끝낸 탁지에 누런 얼룩이나 이물질이 배어있으면 약품을 사용하여 제거한다. 선도가 좋지 않거나 세척이 덜 된 어체를 탁본했을 때 누런 얼룩이나 이물질이 탁지에 배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어체에 있는 끈끈한 점액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거나 입, 코, 항문, 아 가미의 세척이 덜 되었을 때, 또는 마무리 손질이 안되었을 경우 탁지에 이물질이 배어 나 온다. 심할 경우는 다시 세척을 해야겠지만 얼룩이나 이물질이 배어 있는 부위가 작을 때는 약품 으로 얼룩을 제거할 수 있다. 과산화수소를 휴지나 탈지면에 묻혀 얼룩 부분을 여러 차례 두드리면 얼룩이 어느 정도 제거된다.
15. 기록을 넣거나 서명하여 낙관한다. 기록을 목적으로 어탁을 제작하였을 경우에는 탁본한 고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전체 어탁에 손상이 없도록 어종, 크기, 장소, 일시, 조사 등을 꼬리 밑부분 적당한 곳에 써넣는 다. 미술 어탁일 경우에는 탁본한 사람의 호나 성명을 쓰고 낙관한다. 낙관을 할 때도 어탁 전체의 구도를 고려해서 적당한 여백에 보기 싫지 않게 해야 한다. 이 역시 꼬리 하단에 하 는 것이 좋다.
16. 마지막으로 탁본이 끝나면 잘 건조시킨 뒤 표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