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송림오거리 이내과
얼굴 기미.잡티.평편사마귀등 200개 레이져
가면을 벗어야지. 나는 어여뿐 천사, 날개는 옷 속에 숨겼지요. 오늘은 개피곤, 마음 아프지? 내일은 꽃밭에서 뒹굴뒹굴, 부럽지? 어제는 조랑말 타고 한강을 건넜어요. 비는 처벅처벅 내렸고요. 눈은 주룩주룩 내렸지요. 제 얼굴 어때요? 이쁘쥬? 웃지 않았다고 삐짐하지 마세요. 언제나 제 마음은 당신과 함께하지요. 여기저기 당신들이 함박웃음을 짓네요. 블랙 썬!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오지 못하지. 목을 조심하세요. 핏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쭈욱~ 드링킹, 맛 죽인당. 내일은 어떤 미끼로 뉴페이스를 낚을까나. 똥눈이면 어때. 다다익선이지. 아 오늘도 배부른 하루가 중천에 걸려 있네. 먹다 남은 뼈다귀는 개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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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해가 뜨고, 아침엔 해가 진다. 아침해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고, 저녁해는 낮은 곳으로 숨어 든다. 사방이 유리벽에 갇혀 있다. 눈을 감았으나 또렷이 다가온다. 오늘도 저녁해는 떠오른다. 양의 탈을 쓴 여우는 여전히 허연 이를 들어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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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적 있었던가. 뜨거운 불기둥 속으로 담담하게 걸어 들어가라. 미워했던 적 있었던가. 차디찬 얼음장을 깨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라.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저주하는 당신마저 사랑해야지. 새벽은 아직 멀어 어둠이 무서워도 아직 말하지 못한 설음까지 안고 가야지. 나불거리는 주둥이를 촘촘히 실로 꿰매 천장에 매달아 놓고 물소의 뿔처럼 걸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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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맵게 버틴 마늘이 제 살을 찌우며 굵어간다. 그 옆으로 더덕이 곧추세운 줄기를 비틀어 하늘을 가린다. 빽곡히 들어찬 상추들은 영토를 넓히고, 여린 고추가 아슬하게 땅을 붙잡고 있다. 할미꽃은 제 역할을 끝내고 파뿌리 닮은 꽃술을 늘어트리며 늙어간다. 블루밸리 꽂지고 열매 속을 막 채우려는 참이다. 탐스러운 수국이 주먹만 하다. 하얗게 피어오르던 꽃들이 꽃비 되어 내리더니 수줍은 앵두 파리한 입술 수줍게 내밀고 있다. 느티 버섯은 참나무 속에 봄잠을 자고 있다. 곰취 몇 포기, 기억나지 않은 이름들이 눈앞에 다가섰다 멀어진다. 산들바람이 봄 살을 찌우는 한낮이 옥상 위로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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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 없는 만남이란 없다. 우리는 만나고 또 헤어진다. 헤어짐에는 예외가 없다. 연인, 친구, 지인, 동창, 형제,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그렇다. 죽지 않는 생이란 없듯이 우리는 죽음을 향해, 헤어짐을 향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 슬퍼지려나. 그러나 현실이고 사실이다. 그래서 연애는 슬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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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버린 기억은 다시 재생되지 않았다. 뒤로 감기를 눌러도 멈춰버린 현재에 달라붙어 붉은 불만 껌벅거릴 뿐이었다. 긴 생머리에 빼어난 미모는 아니었지만, 웃을 때 자연스럽게 입꼬리를 따라 올라가는 그녀의 눈웃음은 처음 보는 이에게 경계의 긴장을 일순 풀어버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거기 까지가 그녀에 대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전부다. 세세하고 정확한 형체를 더 이상 떠올릴 수 없었다. 기억은 시간이 만든 넓은 공간 속에 점들로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가 호명하면 하얀 도화지 위에 어릿한 형체로 모여들었지만, 낡고 헤진 빛바랜 흔적들은 제대로 된 어제의 기억이 아니었다.
그녀는 떠났지만, 현실인지 꿈인지 아직 분간을 못 할 때가 많다. 그러고 보니, 한참을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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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는 황혼 무렵에야 날갯짓을 시작한다.
- 헤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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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진짜로 안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