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만화가로 일하고 있는데 생계가 어렵습니다. 예전에 스님께 질문했을 때 만화 그리는 일이 좋으면 굶더라도 해보라고 하셔서 계속 만화를 그려왔습니다. 그런데 계속 수입이 불안정한 탓에 일을 하다가 숨이 잘 안 쉬어질 정도로 불안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지쳐서 더 이상 만화를 그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일을 하려고 지원했다가도 일을 할 생각만 하면 무서워서 눈물이 납니다. 단순노동도 해보았지만 고함 지르는 환경이 불안을 자극했습니다. 약도 먹고 있고, 무서워도 계속 시도해 보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지금 질문자가 겪는 어려움은 만화 그리는 일을 해서, 직업이 없어서, 젊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정신질환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그래서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입니다. 둘째, 매일 아침마다 절을 하면서 ‘저는 편안합니다’ 하고 자신에게 암시를 줘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묻는 건 지금 자신이 불안하다는 겁니다. 지금 내 상태가 불안하지만 ‘저는 편안합니다’ 이렇게 자꾸 자기 암시를 줘서 편안함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만화를 그리고 싶으면 만화를 그리면서 밥을 적게 먹으면 됩니다. 정말 먹을 양식이 없으면 정토회에 도움을 요청하면 양식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옷이 없다고 요청을 하면 재활용 센터에서 옷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실제로는 직업이 없거나 수입이 불안정해서 심리가 불안한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지금 질문자가 사는 삶이 지금 시리아 난민들이나 부탄에 사는 시골 사람들과 비교하면 열 배는 더 부유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시리아 난민들이나 부탄의 시골 사람들에게도 ‘의식주만 해결되면 물질적인 것은 너무 추구하지 말라’ 하고 이야기하는데, 질문자가 불안한 것이 과연 경제적인 원인 때문일까요?
부탄 사람들은 집안 내부 시설이 너무 열악하거나 집이 아예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제가 집짓기와 집안 내부 시설 개선을 지원해 줄 테니 같이 해보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시리아 난민들에게 집을 짓자고 하는 건 JTS가 도저히 부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시리아 난민들에게는 ‘우선 텐트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살더라도 내 아이들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니까 지금 당장 집 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상기시켜 줍니다. 아이들은 커버리면 교육받을 기회를 놓치게 되니까요.
질문자가 불안감을 극복하려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불안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확고하게 가져야 합니다. 만화 그리는 일을 하느라 수입이 없어서 내 심리가 불안한 것이 아닙니다. 계속 그렇게 접근하면 질문자는 죽을 때까지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만화를 그리고 싶으면 ‘밥을 얻어먹거나 옷을 주워 입고 살더라도 나는 만화를 그리겠다’ 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도를 전하기 위해서 먹는 것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자도 좋다. 그러나 나는 이 법을 괴로워하는 중생을 위해서 전하겠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평생 걸식을 하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가셨습니다. 지금 제가 전 세계를 이렇게 다니는 이유는 기후 변화가 더 악화되면 전 인류와 만 생명이 고통을 겪으니까 우리 모두가 소비를 줄이도록 사람들의 의식을 각성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여기저기로 놀러 다니다가 결국 우리 후손들까지 다 공멸한다면, 과연 그것이 잘 사는 길일까요? 먹고 입고 생활하는 것은 간소하게 하더라도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길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더 나은 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나 살면서 자꾸 경제적 부족함을 얘기하면 불만이 끝이 없습니다. 본인이 만화를 그리고 싶으면 만화를 그리면 돼요. 밥은 얻어먹고 옷은 주워 입더라도 만화를 그리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만화를 그리고 살면 됩니다. 남보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을 더 잘하고 싶으면 만화 그리는 것이 아무리 좋아도 그만둬야 합니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 일을 못 하는 공사장이나 슈퍼마켓에 가서 일을 하면 됩니다. 그래서 10만 원 벌어서 5만 원짜리 음식을 사 먹든지 하는 식으로 살면 됩니다. 그런데 시리아 난민촌에서는 하루 만 원 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 질문자의 심리 불안 문제는 만화 때문에 오는 것도 아닙니다. 직업을 못 구해서 오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일자리가 많지만 일할 사람이 없어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와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자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적게 일하면서 돈은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면 그런 일은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고 싶다면 돈을 잃어버릴 각오를 해야 합니다. 누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은행에 천만 원을 넣으면 십억을 준다고 해서 넣었다가 날렸다면, 그건 내 욕심이 자초한 일이 아닐까요? 허황된 생각이 큰 손실을 불러온 겁니다. 그래서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욕심이 내 눈을 어둡게 했구나! 다음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지!’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첫째, 지금 질문자의 어려움은 정신적인 질환에서 생긴 문제입니다. 그래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둘째,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팔다리가 없거나 눈이 안 보이는 것보다는 정신적인 결함이 조금 있는 것이 낫다는 관점을 가져 보세요. 그리고 약만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조건에서 내가 조금 더 나를 위하는 길은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 저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이렇게 자꾸 자신을 안심시키는 암시를 줘서 편안해지는 겁니다. 셋째, 질문자가 중요시하는 것이 의식주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좇기보다는 돈이 벌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면 먹고 입고 자는 것은 좀 포기하고 살아도 좋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가지면 비록 육체적인 한계로 인한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능히 극복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는 지금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제 얘기를 들으면 답답할 거예요. 그러나 제가 얘기하는 대로 관점을 딱 갖고 살아가 보세요.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서 또 도전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루를 살더라도 내가 주인이 되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