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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실패한 북미 정상회담
가을하늘 ・ 2019. 3. 1. 16
한반도에서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동족 간의 군사적 대결이 지속되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는 하루속히 이런 소모적인 전시체제가 종결되고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체제가 구축되기를 소망한다.
지난 625전쟁의 휴전협정 당사국은 한국이 배제된 미국과 북한 양국이므로 북미 간의 평화와 협력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곧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 간의 문화적 화해와 경제적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었다.
어제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렬된 북미 간 정상회담은 그래서 우리 민족에게 각별한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참석한 뒤 남측에서 대북특사가 평양을 방문하면서 남북화해의 분위기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정상 회담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의미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연내 종전선언,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및 이산가족 상봉 등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 얼마 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한 건국 후 최초로 북한과 미국 간의 정상이 만나는 1차 북미회담이 개최되었다. 북미 정상은 상호 합의한 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 미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희망에 따라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한다.
- 미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한반도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에 동참할 것이다.
- 북한은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 간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
- 미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이미 확인된 사람들의 즉각적인 본국 송환을 포함하여 포로 / 실종자들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해 노력한다.
1차 북미회담 직후 북한은 핵 실험장을 폭파하는 등 협정문 이행을 위한 비핵화 선제조치를 취했으나 미국은 지난 8개월 동안 그에 상응하는 ‘경제제재 완화’ 또는 ‘외교 정상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로 진입하지는 못했으나, "불과 진노(Fire & Fury)", "꼬마 로켓맨“ 등과 같은 전쟁 수사는 트럼프의 입과 미국 언론들에서 사라졌다. 이때 이후부터 한국에서 보수 코스프레를 하는 주류 언론들의 내러티브가 대북 ‘공격’에서 ‘경계’로 변경되었다. 북미 간 2017년 초반과 같은 일촉즉발의 대결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지만, 북미관계는 여전히 실질적으로 개선될 기미 없이 지루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2차 북미회담의 핵심 이슈 : 비핵화와 제재 완화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953년 전쟁을 잠시 쉬겠다는 휴전 협정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완전히 종식되었다는 것을 선언하는 ‘정전협정’과 나아가 ‘평화협정’ 체결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기 위해 북측에서는 비핵화를 이행하고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와 불가침 조약을 체결해주는 것이 필요했다.
과거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등 주변국이 모두 참여한 ‘6자 회담 체제’에서 지속적으로 논의가 되어 온 핵심이슈는 “북한의 핵과 WMD에 대한 사찰과 폐기를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불가침조약체결”과 교환하는 것이었다.
북한의 요구는 미국이 자신들을 침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체해주면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사찰과 더불어 비핵화(폐기)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때 미국은 먼저 무기 사찰과 비핵화를 해야 불가침과 경제제재 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북한은 불가침조약이 먼저라는 것이었다.
2003년 이라크와 2011년 리비아의 경우 미국이 원했던 데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핵 폐기) 요구를 수용한 후 핵 사찰과 WMD 폐기 등을 거쳤으나 미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 침략을 해서 두나라 모두를 파괴하고 점령했다. 더구나 이라크는 처음부터 핵무기가 없었는데도 굳이 핵사찰 요구조건을 명시해서 마치 이라크가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국제여론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또한 이라크가 가지고 있던 화학무기 조차도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고 미국이 이란에 사용하라고 판매했던 것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UN사찰 등으로 무기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는데도 미국은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보유했다고 우겨대며 침략을 했다. 미국은 나중에 이 나라들이 WMD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때는 이미 온 국토가 파괴되고 수많은 국민들이 살해당했으며, 국권마져 강탈 당한 후였다.
그랬던 미국이 북한에게 CVID 수용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파렴치해 보인다.
그래서 북한에서 협상을 위해 들고 나온 방식은 CVIG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 비핵화를 했을 경우 미국이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안전 보장)은 단계별 해체와 보상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핵과 ICBM 등의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사찰에 응하면 외교를 정상화하며, 불가침 조약과 함께 정전협정 때는 핵과 장거리미사일 폐기, 평화협정 전후로 보유 무기의 리스트를 완전히 공개한다는 식이다.
북미회담과 한반도 체제 및 운전자론(대리운전)
앞에서 언급했지만 현재 남한은 한국전쟁의 피해자(논란의 여지는 있다)이면서, 휴전협정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매년 많은 군사비용과 청년들의 의무 병역 등의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있으면서도 이와 관련해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 (물론 천안함 때, 조선일보의 인간 어뢰 묘사처럼 낮은 인식수준에서, 유치한 내러티브의 허튼소리는 마음껏 할 수 있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 협상에서 한국은 종속변수일 뿐이다. 북미 당사국 간의 회담 결과에 따라 바라지 않던 대가를 치루 게 되든지, 아니면 혜택을 누리던지 일뿐이다. 물론 현 정부가 하는 것처럼 치어리더로서 판촉활동은 좀 할 수 있다. 물론 이때도 미국이 설정해둔 선을 넘을 수는 없다. 허락을 받은 만큼만 노래하고 춤추는 치어리더,
2018년 9월 18일에서 20일 3번째로 열린 평양 남북정상 회담 당시 (평양 연설에서 자신의 표현처럼) 남쪽의 대통령인 문재인은 원래 차량을 이용해 판문점을 지나 북한 방문을 진행하고자 했다. 그런데, 대한미국의 국가 원수이자 최고지도자이신 대통령 각하의 명령을 미군 장성이 간단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비행기로 갔다. 남북 관계에서 남한은 운전자가 맞는데, 맛이 간 미국 승객(MAD IN USA)을 태운 대리운전자이다.
2차 북미회담의 결렬
이 회담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 국내외 언론들의 의견을 요약하면 대충 2가지로 압축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제재 문제이고 둘째는 마이클 코헨의 의회 증언 문제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추가하고 싶은 세 번째 이유가 있다면 “흥행 실패”를 들고 싶다.
우선 제재 문제에 대해서 트럼프는 회담 결렬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모든 규제 해제를 원했기 때문이다”라고 했지만, 북한은 “우리는 부분적인 규제만을 원했을 뿐이다”라고 다른 주장을 했다. 위에서 비핵화와 불가침선언 등과 관련된 양측의 입장을 언급했지만 북한의 입장이 CVIG(단계별 조치)였기 때문에 “제재의 해제 규모”는 분명히 회담결렬의 원인이 아니다.
그럼 북미 정상회담 마지막 날에 날에 맞춰 자신의 오래된 집사이자 거의 모든 사생활을 알고 있는 마이클 코헨을 의회에 출석시켜 트럼프를 공격하게 한 것이 그의 심리를 위축시킨 걸까? 진행하고 있던 회담을 중단시킬 만큼 큰마음의 부담을 주었을까? 물론 트럼프가 이런 사건이 벌어질 것을 몰랐다면? 당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기대했던 것보다 북미 정상 회담이 현재 국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이슈들을 덮을 만큼의 폭발적 흥행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행기로 가도 되는 길을 긴 시간을 들여 기차로 이동한 것도 세상의 이목을 좀 더 집중시켜 보려는 의도였다고 본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되었지만 예상보다 흥행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판단이 되자, 좋은 성과를 내서 얻는 효과가 비용편익분석 상 손실이라고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무슨 행동을 하고 현 문재인 정부가 어떤 말을 하던지 변하지 않는 게 있다. 국제 구도의 틀에 따라 짜인 동북아의 구도 그리고 거기에서 북한과 남한에게 주어진 역할, 여기서 북한은 강력한 무력을 갖추고 호전적이며, 예측불허 한 '서방의 적'이란 역할이 주어졌며, 남한은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며, 실속은 차릴 수 없는 게 그 역할이다.
이라크를 침공하기 직전 미국의 부시는 이라크와 이란 그리고 북한을 “악의 3대 축”이라고 부르며, 이라크를 침공했고 이란과 북한을 위협했다. 이란은 북한보다 먼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했고, 과거 북한 핵문제를 논의했던 6자 회담과 같은 틀에서 이란은 2015년 미국과 러시아,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핵감축협정(JCPOA)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스라엘 네타냐후의 사기 프레젠테이션 직후 미국은 이 협상의 탈퇴를 선언했다.
북미 평화협정은 체결되기도 어렵지만, 막상 체결되었더라도 지켜지기는 더욱 어렵다. 미국이 필요한 것은 평화가 아니고 동북아시아의 안보를 지속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예측불허의 강력한(하지만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적이다. 그래야만, 록히드 마틴, 보잉, 등 군수품 회사와 금융회사 등 군산복합체가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구조적으로 평화와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그 반대이다.
2015년 이란과 체결한 JCPOA 탈퇴 선언과 얼마 전 러시아와 1987년에 체결한 INF(중거리 미사일 개발 제한) 협정의 탈퇴 등은 협정 당사국이 조약을 위반하지 않더라도 미국은 얼마든지 일방적으로 협정을 깰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지금 국제사회에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경우도 미국이 국제법뿐 아니라 남의 나라 내정에도 법과 규범 등에 전혀 개의치 않고 개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미국이 현재 북한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경제제재는 과거 이라크와 리비아 등과 현재 예멘과 베네수엘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UN 인권위원회 조사관은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행위라고 규정한 것이다. 실제로 이 경제제재로 인해 이라크에서는 170만 명이 넘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결론
북한은 이번 북미 간 정상회담에서 과거 베트남과 같은 경제제재의 완전 해제 등을 기대했을 수 있다. 이런 협상에서 미국의 원칙은 자신들의 ‘이익’이다. 북한을 친구로 하는 게 이익이면 그렇게 하고 적으로 두는 게 이익이면 또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럼 왜 만났을까? 그것은 북한을 만나는 게 자신들의 이미지(세탁) 등에 이익이 될 것 같았는데, 국제여론을 보니 결렬시키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되어서 끝낸 것뿐이다.
북한의 선택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더 나을 것이다. 이제 막 국방에서 자위를 달성하자마자 서둘러 그것을 포기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더구나 지금 세계는 역사상 그 유례가 없던 경제 대공황에 직면해 있고, 이에 따라 거대한 국제질서의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이다. 국방에서 자위를 달성했듯이 경제에서도 자립을 이뤄야 한다. 특히 식량문제에서,,
그리고 한국은 미국의 치어리더 역할을 하면서 술 취한 승객의 차를 몰고 대리운전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민족 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는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또 반드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주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화려한 수사와 더불어 펼친 멋진 춤 구경들은 덕분에 잘했다.
지난해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푸틴과의 단독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되었다는 의혹은 그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다"라며 자국의 정보기관과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했었다. 그러나 백악관으로 돌아온 그는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또 “미국의 정보기관을 신뢰한다.”라고 자신이 전 세계언론 앞에서 했던 말을 하루만에 180도 바꿔야 했다. 왜 그랬을까?
특히 정보기관을 언급한 대목에서 그의 방에 정전이 되었다. 백악관에서,,, 대통령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정전이 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왠지 이 정전은 “너 자신을 알라”는 묵시적 메시지처럼 보인다. 어쨌건 트럼프는 이번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 참가하면서 짬을 내 보잉사의 비행기를 157억 달러 어치 팔았다. 그래도 밥값은 하고 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북한에서 한 짓을 잊어버렸다.
"한국 전쟁에서 미국은 제 2차 세계 대전 중 태평양전체에 떨어뜨린 모든 폭탄보다 더 많은 폭탄을 북한에 떨어 뜨렸다. 32,000 톤의 네이팜탄을 포함하는 이 융단 폭격은 민간인과 군사 목표물을 의도적으로 겨냥하여 전쟁 승리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국가를 파괴했다. 또한 전 도시에서 무고한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살해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굶주렸다. 전쟁의 후원자이자 국가 비서관인 딘 러스크 (Dean Rusk)는 "우리는 북한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것과 땅위에 서있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라고 말했다. ( "우리 미국인들은 우리가 과거에 북한에서 한 일을 잊어 버렸다", Vox World https://www.vox.com/2015/8/3/9089913/north-korea-us-war-cr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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