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트라우마'라고 정신적 외상을 뜻합니다. 상처란 모두 아물었던 것 같아도 날씨만 우중충하여도 상처난 곳이 슬그머니 아파오거나 최소한 간지럽고 그러지 않던가요. 이젠 잊었다고 자신했는데, 그리고 억지로라도 잊고 싶었는데도 느닷없이 기억의 저편에서 그 상처가 디시 결리곤 하는 것을 우리들은 늘 겪는 일입니다. 단비와의 기억도 그러하였습니다. 잊을만 하면 뇌리를 스치곤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뜬끔없이, 그 녀석에게 멋진 영정 사진(요즘은 장수 사진이라고 함)이라도 찍어 줄 것을, 하는 후회 비슷한 생각이 스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주 동물원 사진 찍기의 동기는 이처럼 전혀 엉뚱한 기억 저편이 되돌아 오는 것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래, 이미 저 세상으로 가버린 단비 그 녀석 대신 전주 동물원 식구들의 영정 사진이라도 폼나게 찍어 주자는 것이 바로 전주동물원 사진찍기가 돌발사태로 발생한 것입니다.
이 사진을 찍은 3월 초, 전주동물원은 봄맞이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연초록색의 이파리들이 언 땅을 뚫고 솟아나기 시작합니다. 계절은 이렇게 정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늘 정직하지 않으니 왜 그럴까요. 게다가 먹물일수록 정직성은 더 높지 않고....
첫댓글
동물들의 영정사진전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있었던것으로 아는데
동물원 촬영 배경에
특별한
동기가 있으셨군요. .
게리 위노그랜드(1928~1984)는
사람 뿐만 아니라
센트럴 파크 동물원과 코니 아일랜드의 뉴욕 수족관에서
동물들을 촬영했습니다.
그리하여 The Animals(1969)이라는 사진책으로
상업적으로 실패했으나
1970년 MoMA에 전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