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유월이면 햇보리가 나온다. 보얀 햇보리 쌀로 밥을 지어 열무김치에 고추장 넣어 발갛게 비벼 한 입 먹는 열무 보리밥 비빔은 친구 영숙이가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것인데 해마다 유월이 오고 햇보리 날 때면 영숙이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리다.
영숙이는 새댁시절 만난 친구인데 자식들 시집 장가 다 보낼 때까지 변치 않은 우정으로 지냈었다. 운명인지 나와 같은 해에 암이 발병하여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위로하며 투병을 하던 차 병이 깊어져 먼저 떠난 불쌍하고 무정한 친구기도 했다. 항암도 둘이 비슷하게 받으면서 그 고통을 나누고 했는데 항암 하는 사람이 제일 힘든 건 먹는 거였다. 아무거나 먹을 수가 없으니 음식은 상상만 하고 독한 약과 싸워야 하는 거라 우리는 만나면 주로 먹는 얘기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진철이 엄마야” “니는 제일 먹고 싶은 게 먼데”?
“난 얼큰한 매운탕과 낙지볶음에 밥 비벼서 입술이 발갛게 물들 때까지 먹어 보는 거야”
내 대답에 영숙이는 아련한 눈빛을 하고 허공을 쳐다보더니 “진짜 속상해! ”속상하다구!
“난 말야! 난 당장이라도 보리밥에 열무김치 넣고 썩썩 비벼 한 양푼이 다 먹어 봤으면 죽어도 소원이 없겠어! 정말이지 너무 먹고 싶다! 그렇게 말하는 친구 눈에 눈물이 고였다.
영숙이는 햇보리 쌀이 나오고 여린 열무가 장바닥에 나오는 유월에 이승을 떠났다. 동변상련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던 친구가 나만 남겨 놓고 가다니, 유월의 햇살이 바늘처럼 따가운 그 날의 장례식장 입구 뜰 앞, 그날 나는 그곳에다 그녀와 나의 반생을 남겨두고 돌아왔다.
올 유월도 머지않았으니 나는 햇보리 쌀을 살 것이고 푸릇하게 여린 열무 단을 사서 보리밥 갈아 넣은 찰박한 열무김치를 담글 것이다. 새콤하고 들큰하게 익은 열무 건져 고슬하게 지은 보리밥이 안 보일 만큼 열무김치 많이 넣어 맛있게 비벼 먹을 것이다. 생전에 영숙이가 그렇게 먹고 자 했던, 그래서 더 맛나게 ...
영숙아 이젠 아프지 않고 잘있지?
오늘 점심메뉴는
열무김치 비빔밥으로 정했습니다.
벌써 입안에 침이 고이네요.ㅋㅋ
한달 전에 담근 열무김치가
맛있게 익었더라고요
오우! 제라님 한 달 전에 담근거라면 지금 사금사금 한창 맛있겠어요
국수 말아도 좋고요 전 옛날에 열무김치를 국물없이 빠작하게 담그었어요
그냥 집어 밥에 걸쳐 먹으려구요 언제부턴가 국물이 자작하니 하여 국물까지
퍼 먹으니 그 맛이 또 괘안터라고요 어서 맛있게 많이 드세요
항상 변함없는 삶의 방 제라님 ㅎㅎ 감사합니다.
노지 열무 연한 것으로 담근 열무김치 쓰임새는 참 다양합니다.
보리밥 비벼먹기, 열무김치 비빔국수 등등.
더구나 울운선님처럼 특별한 사연이 있다면 더욱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겠군요. ^^*
울 수피님 이렇게 찾아 주시니 반갑습니다 ㅎㅎ 요즘도 그렇게 바쁘시나요?
항상 댓글로 수고해주시니 그 감사를 어찌 모르겠어요 우리 카페 댓글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최고의 회원이십니다 또 한번 새삼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야 합니다.
우리동네엔 영숙이가 둘이 있어서
키크고 훤칠한 쌀 영숙이
작고 통통한 보리 영숙이로 부르게 되더라고요.
경숙이도 둘이 있어서
하나 는 쌀경숙이
하나는 보리 경숙이....
그런데 경숙이 둘은 서로 비슷한 모습이어서
자기가 쌀경숙 이라고 서로 싸우기도...
보리밥 은 물에 불리지 말고 바로 물에 씻어서
바삭하게 밥을 지어야 열무 넣고 꼬창에 비벼
먹을때 맛난 보리 비빔밥이 됩니다.
ㅎㅎ 쌀 보리 쌀이 귀빈 대접 받을 때니 당근 서로 쌀 하겠다 했겠지요 보리밥은 고슬해야 비비기 좋지요 옛 어른들은 치아가 좋지 않아서 질척하게 지은 밥을 주걱으로 꾹꾹 짓눌러 떡을 만들어 푸더군요 뭔 맛인지 ㅎㅎ 소화는 잘 될거 같아요 저도 아직까진 고슬한 밥을 좋아 하지요 무악산님 고맙습니다.
다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긴 한숨 휴~!!
그렇네요, 운선 작가님...
현재 진행형이라..,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힘내보자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얼릉 3번째로 추천(推薦)~!!.,^&^
그래요 삼족오님 저도 늘 어려움 맞닥뜨리거나 앞이 불투명 할 때는 그래 최선을 다 해보자! 최선을 한다음 결과가 나쁘게 나온다 해도 그건 하늘의 뜻이라 받아 들이자 하는 주의 입니다. 그렇게 이겨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누군들 열무 비빔밥 향수가 없겠습니까만
지금은 집에서도 안 하고 식당에서도 맛을 볼 수가 없습니다.
영푼에 보리 쌀밥 한 덩이 넣고 열무김치는 두 배 넣고, 고추장에 참기름 뿌려
시멘트 섞듯 마구 비비면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돕니다.
된장국, 창젓과 함께 영원한 지난 날 먹거리 트리오였습니다.
지금은 맛보고 싶어도 화중지병이나 같습니다.
먼저 가신 친구 분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