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찾아가던 곳이었는데 올해들어 처음 가봤습니다.
주변에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좀 서먹한 분위기였는데 그런대로
옛 정취 나더군요.
길 양 옆으로 늘어선 장이 있고 안쪽으론 상설장이 있습니다.
상설장 샛길엔 할머니들이 포대기 깔고 푸성귀 같은 걸 늘어놓고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립니다.
팥 몇 홉, 달래 대가리만 있는 것 몇 줌, 풋고추와 빨간 고추 몇 개,
더덕 깐 거 몇 뭉치, 강낭콘 깐 거 한 사발 등...
먹거리장터 비슷한 곳도 있습니다. 닭발부터 돼지껍질, 닭 튀긴 것과
곰장어, 돼지내장을 비롯한 갖가지 돼지부속들이 죽 펼쳐져 있습니다.
옷전도 있습니다. 여성 바지 하나에 오천 원, 브래지어 엄청 많이
펼쳐놓고 삼천 원씩 팝니다. 화장품도 팔고 콩크리트 못 밖는 것, 절굿대,
소쿠리... 하여튼 없는 거 빼놓고는 죄다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해가며 이것도 물어보고 저것도
물어봅니다. '강낭콩 이천원어치 주세요.' '청국장 새로 뜬 건가요?'
'땅콩 중국산 맞죠?' '돼지껍질 하나하고 쇠주 하나 주세요.'
'찐빵, 다섯 개 이천원? 그럼 주세요.' '어? 요즘도 쑥 나와요?'
사람 사는 맛이 납니다. 마트도 많고 백화점도 많은 일산인데도 이런 장터가
살아 남았다니 신기합니다. 이 곳, 노점에서 파는 값싼 속내의 등 옷가지며
신발, 화장품까지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게 더욱 신기하고 그 많은 먹거리
점들이 골목마다 밖혀 있는데도 이곳 장터에 나와 먹어준다는 사실이 더더욱
신기할 뿐입니다.
정이 아쉬워 그런가 봅니다. 사람 사는 풋풋함이 그리워 그런가 봅니다.
마트나 백화점 가는 차림이 아니고라도 얼마든지 갈 수 있고 얼마든지
흥정도 해보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까지 할 수 있는 곳, 장터. 사람들
표정이 즐겁습니다. 툭툭 가슴으로까지 사람 건드리며 가도 넉넉하게
지나칩니다. 발을 밟혀도 그냥 고개만 끄떡한 채 툭툭 털고 갑니다.
일하다 머리 콱 막히고 아무 생각 [안나] 할 땐 좋습니다. 가서 쇠주 한 잔
턱 걸치고 기분 얼얼해져 이런 저런 것들 구경도 하면서 맘에 들면 천 원짜리
몇 장 꺼내 까만 비닐봉지 달고 다닙니다.
집에 가져와 그냥 말라비틀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 이런 걸 뭣하러
사왔냐고 핀찬 얻어먹기 싫어 툭 던져놓으면 며칠 그대로 갑니다. 못 봤다는
거죠. 말도 안돼 언젠가는 한바탕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버릇, 장바닥에
가 할머니들이 파는 푸성귀 한두 가지는 꼭 사옵니다.
들풍님 말씀대로 정말 맛깔스럽고 상큼한 글이죠? 저도 장날 구경 가는 거 엄청 좋아합니다. 그래서 친구들하고 여행할 땐 그 곳 장날부터 알아 가지고 갑니다. ^^ 장날 가면 정말이지 [안나]오는게 없다니까요. 흐흐..풀씨님도 참, 제 이름은 왜 들춰내세요> 그래서 웃긴 했지만요.
첫댓글 서정리장 2,7일.송탄장 4,9일. 평택장 5,10일. 제 주변에서 서는 장마당입니다.요즘은 볼게 없어요.풍물이 없어서 그런가봅니다.그래도 가끔은 갑니다.사람냄새 찾아서요.
풀씨님 영종 신도시에도 벌써 부지기수로 음식점들과 마트가 생겨서 흡사 유흥가 같습니다. 그래도 버스 정거장에서 사무실 오는 길에 조그만 장이 서지요. 요즘은 추워서 작은 모닥불 피워놓고 과일이랑 상추랑 뭐 아가들 신발 옷가지 이런거 팔아요. 저역시 오며가며 이용하지요. 까만봉지 달랑달랑 들고 뛰어 와요.
맛깔스런 글입니다. 거기 장터에서처럼 머릿속에 치장하고 사는 거 다 별 볼 일 없습니다. 별 볼 일 없어도 때로는 백화점 가는 것처럼 또 머릿속을 치장합니다. 잡탕으로 사는 거죠. 그러다가 간단한 콩나물국이라도 먹으면 후련해 하구요.
들풍님 말씀대로 정말 맛깔스럽고 상큼한 글이죠? 저도 장날 구경 가는 거 엄청 좋아합니다. 그래서 친구들하고 여행할 땐 그 곳 장날부터 알아 가지고 갑니다. ^^ 장날 가면 정말이지 [안나]오는게 없다니까요. 흐흐..풀씨님도 참, 제 이름은 왜 들춰내세요> 그래서 웃긴 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