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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문화·복지 공공시설 조성에 640억 원 투입…여력 없어
올해 공무원 인건비 2개월분 미확보…인수위, 고강도 행정혁신 주문
민선 9기 울산 동구 재정 상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돈은 줄었는데 나갈 돈은 오히려 더 늘었기 때문이다.
앞서 민선 8기가 주민 문화·복지 공공시설에 6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것도 민선 9기 재정 상황 악화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이에다 시설이 늘어난 만큼 인건비와 유지관리비, 프로그램 운영비 등 지속적인 고정 지출이 함께 증가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재정 상황 악화로 동구는 올해 공무원 인건비 2개월분, 약 65억 원까지 편성하지 못한 상태다. 오는 9월 추경에서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11월과 12월 공무원 인건비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시행된 중복·저효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울산 동구 민선 9기 인수위원회(위원장 한승현)가 19일 동구청 기자회견을 통해 “민선 9기 출범을 준비하며 구정 전반에 대한 재정 상황을 파악한 결과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재정 현실에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며
“강도 높은 행정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수위가 이날 제시한 행정혁신은 주로 중복·저효율 사업 전면 재검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 인수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동구의 주요 세입원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교부세가 지난 2022년 340억 원에서 지난해 170억 원으로 절반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에다 동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순수 가용재원인 순 세계 잉여금도 지난 2024년 306억 원에서 올해 17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민선 8기 동구가 어려운 지방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재원 대책 없이 각종 센터를 잇달아 설치하고, 기간제 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방식으로 행정을 운영해 온 결과로 분석된다.
구체적인 예로 동구는 민선 8기 4년 동안 워케이션 센터, 노동자지원센터, 책 놀이터 북적북적, 아픈아이 돌봄센터, 권역별 마을관리소, 동부 체육센터 등 주민들의 문화·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시설을 20곳 이상 새롭게 조성하거나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들 시설을 조성하는 데만 약 640억 원이 투입됐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또 시설이 늘어난 만큼 인건비와 유지관리비, 프로그램 운영비 등 지속적인 고정 지출이 함께 증가해 현재 동구는 신규 시설 운영에만 매년 약 50억 원의 추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렇게 세입은 줄어들고 있는데 고정 지출이 계속 늘어나면서 결국 올해 동구 공무원 인건비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동구는 올해 당초 예산에 공무원 인건비 2개월분, 약 65억 원을 편성하지 못한 상태다. 오는 9월 추경에서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11월과 12월 공무원 인건비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인수위는 이날 “이런 문제는 단순한 예산 부족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리한 사업 확대와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재정 운영, 그리고 한 번 만들어진 조직과 시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장기적인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어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기존 조직과 사업을 유지하는 데 대부분의 재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재정 구조로는 주민에게 꼭 필요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여력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부담은 새로운 행정을 시작한 현 민선 9기 집행부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며 “방만한 동구청 산하 조직과 사업의 통폐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수위는 기능이 중복되는 센터, 실효성이 낮은 사업, 막대한 예산 대비 주민 체감도가 낮은 사업 등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또 “사업의 목적이 지금도 유효한지,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지,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충분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통합하고, 축소하고, 폐지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민들을 향해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미래의 부담을 키우는 행정이 아니라 조금 어렵더라도 지금 바로잡아 다음 세대에 더 건강한 동구를 물려주는 책임 있는 행정”이라며 “지금의 개혁은 오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위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