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타석, 한 타석. 한 구, 한 구. 끊임없이 누적되는 기록. 하지만 숫자를 읽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기록에 담긴 의미를 쉽게 알 수 없습니다. 2017년 KBO리그를 더욱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복잡한 기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합의판정' 도입 4년차, 올해부터는 판독센터를 통해 검토 과정을 거친다고 하여 아예 '비디오판독'으로 이름까지 바꾼 KBO의 오심방지책. KBO 리그는 합의판정과 비디오판독(이하 '비디오판독'으로 통칭)으로 이전보다 정밀한 판정 제도를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판독센터가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감독 별로 얼마나 제도를 잘 이용하고 있는지 등을 비디오판독에 관한 통계를 낱낱이 확인했다. 가십 거리에 그칠 내용이지만 어떤 선수가 비디오판독의 주 대상이 되었는지, 또 자주 번복을 당했는지(?)와 같은 내용도 한 데 모았다.
성근매직과 상군매직
2017년 비디오판독 번복률이 가장 높은 두 수장(감독대행 포함)은 김성근 전 감독과 이상군 현 감독대행으로 한화가 이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 비디오판독 번복률이 높다고 감독 또는 감독대행으로 마냥 좋게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군 감독대행이 팬들로부터 단단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높은 비디오판독의 번복률 때문이 아닌 것처럼. 더구나 전임 감독은 현임 감독대행보다 비디오판독 번복률이 높았음에도 그 지지세는 예년 SK 감독 시절만 못 했다.
22.9%로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NC 김경문 감독의 사례도 위와 같은 명제와 궤를 같이 한다. 팬들은 비디오판독의 높은 번복률보다 경기의 높은 승률을 원하기 때문에 비디오판독에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수년간 NC를 강한 팀으로 이끌어온 김경문 감독의 낮은 번복률을 그 이유로 들어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선수의 강력한 요청에 비디오판독을 신청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감독의 번복률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도 위와 같은 판단에 한 이유가 될 것이다.
비디오판독이 남용되고 있다 1
앞 그래프에서 표기한 것과 같이 2017년은 30.6%의 번복률을 보이고 있다. 이 수치는 비디오판독이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번복률(30.6%)이다. 2014년은 40.7%였는데 이후 39.4%(2015년), 33.1%(2016년)를 거쳐 올해 30.6%까지 해가 갈수록 번복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를 개선해서 신청 기회가 더 늘어서인지 2014년 113건(후반기부터 시행), 2015년 421건, 2016년 718건, 2017년 399건(742건 추세)으로 매년 그 신청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가뜩이나 오래 걸리는 판독에 신청 횟수까지 늘어버리니 경기 시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판독에 시간제한을 도입하자는 감독이 등장했다. 헌데 시간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 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 보였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2016년에 무려 102건이나 신청하며 전체 합의판정 중 7분의 1에 해당하는 지분을 차지했다. 이 102건은 역대 단일시즌 최다 신청 1위에 올라 있는 기록이다. 2016년 당시 2위는 KIA 김기태 감독이었는데 84건 신청에 불과했다. 거기에 번복률도 양상문 감독의 21.6%보다 10% 포인트나 더 높은 33.3%를 기록했다.
또,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 2017년도 49건(93건 추세)을 신청하며 단독 1위로 앞서나가고 있다. 심지어 시즌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2015년 신청한 횟수와 동률을 이루고 있다. 현재까지 총 214건을 신청하여 이 부문 역대 1위(2위는 김기태 감독의 177건)에 올라있다. 그렇다고 번복률이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다. 통산 번복률은 29.4%로 총 21명의 감독(감독대행 포함) 중 18위에 머무르고 있다.
비디오판독에는 홈콜이 있다?
결론부터 내리면, 비디오판독에서는 홈콜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지난 4년 통산 홈팀이 2.3% 포인트 더 번복을 이끌어냈지만 수치상 유의미한 차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
특히 2016년을 제외하고는 홈팀이 더 많은 번복을 이끌어냈는데, 애초에 홈팀에 유리한 콜이었다면 홈팀은 비디오판독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고, 홈팀에 불리한 판정이었기에 홈팀이 신청한 비디오판독이 어웨이팀보다 높은 번복률을 기록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홈팀에 유리한 오심을 많이 쏟아냈었다면 어웨이팀이 홈팀보다 더 많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4년 통산 1,651건의 비디오판독 중 홈팀은 813건, 어웨이팀은 838건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홈팀이 유리한 판정을 선물 받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왜 나만 갖고 그래
대상이 된 플레이의 타자 또는 주자를 기준으로, kt 이대형은 최근 4년 동안 총 34건이나 비디오판독의 대상이 되면서 여러 차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누구보다 판정 대상에 이름을 많이 올렸지만 판정이 번복되는 일 자체는 많지 않았다. KBO 리그 통산 번복률이 34.6%였지만 이대형이 대상일 때에는 32.4%에 그쳤다. 심판은 이대형과 관련해서 평균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갖춰 판정했다는 것이다.
이대형의 뒤를 이어 서건창(2위), 박해민(4위), 고종욱(5위) 등 빠른 주자가 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스피드 스코어(SPD)라는 주자의 주력을 평가하는 스탯을 놓고 볼 때 스피드 스코어가 8.4로 KBO 리그 36년 통산 1위인 박해민, 7.6으로 통산 7위인 서건창, 7.3으로 통산 12위인 이대형이 오른 것으로도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 하고 있다. 비디오판독 주 대상 명단에 오르며 빠른 주자는 보통 이러한 의심을 많이 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데에는 도루에서 세이프/아웃 판정, 내야 땅볼 타구에서 1루 세이프/아웃 판정으로 의문을 살 여지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도 이대형과 박해민은 2017년 각 7번씩 판정 대상이 되었는데 이중 1루심과 2루심이 판정한 횟수가 6번씩이나 되었다.
강한울(삼성)은 18번이나 비디오판독 대상이 되었는데 그 중 12번이나 판정이 번복되면서 번복률 1위를 기록했다. 이쯤 되면 웬만한 상황에서는 거의 다 번복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치다.
두산 오재원과 SK 김성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두 선수도 60% 이상의 번복률을 기록했는데, KBO 4년 통산 34.6%라는 비디오판독 번복률과 비교했을 때 수치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통산 총 10건의 비디오 판독 대상이 된 KIA 나지완은 단 1번도 번복 없이 원심이 유지되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비디오판독 무번복, 최다 유지 횟수"라는 기록을 수립한 셈이다.
비디오판독이 남용되고 있다 2
합의판정을 포함하여 비디오판복이 도입된 2014년 이래 이와 관련 된 통계 중 특히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표가 있었다. 이 역시 비디오판독의 남용과 관련된 지표라고 생각한다.
1회부터 연장까지, 경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판독이 뒤집어질 확률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단순한 우연은 아닐까?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경기 후반이 되면 신중함을 기하기보다는 확실하지 않은 때라도 남은 비디오판독 횟수를 소진하기 위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청을 남발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반면 경기 초반에는 확실하지 않은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도 경기 초반의 신청 횟수(517건)가 후반의 신청 횟수(592건)보다 적었다.
하지만 신청을 인위적으로 막을 방도는 없을 것이어서 딱히 해결 방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비디오판독의 미래는?
김풍기 심판은 총 42건의 비디오판독 대상이 되는 판정을 내렸고 그 중 21건이나 번복이 되면서 50.0%라는 높은 번복률로 모든 심판을 통틀어 번복률 1위에 올랐고, 이용혁 심판은 13건의 비디오판독 대상 중 단 3건만 번복이 되면서 23.1%의 번복률로 가장 좋은 수치를 보였다. 그 뒤를 이어 김병주 심판이 53건 중 13건이 번복이 되면서 24.5%로 최저 2위를 기록했다.
아무리 통산 34.6%라는 평균 값이 있다고 해도 심판마다 기여한 공헌이 다른 것이다. 특히 40건이나 넘는 판정 대상 횟수도 적지 않은 숫자인데 그 중 절반이나 번복이 된 사례는 비디오판독이라는 제도가 왜 도입될 수밖에 없었고, 유지될 수밖에 없는지를 잘 설명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비디오판독은 잘 정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6월 21일 신본기(롯데)는 정대현(kt)을 상대로 투수 앞 땅볼을 쳤고, 1루심의 세이프 선언으로 출루했다. 공을 더듬다 1루수에게 송구를 늦게 한 정대현에게 실책이 부여될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kt 김진욱 감독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판독센터는 세이프를 결정하며 원심을 유지시켰다. 하지만 판독센터의 원심 유지 결정이 선언되자 아웃임을 가리키는 방송사 리플레이가 재생되었다. 판독센터를 거쳤음에도 오심이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주인 6월 29일 삼성 대 KIA 경기에서는 심판이 선언한 아웃이 비디오판독을 거쳐 세이프로 바뀌며 오심이 되었다.
판독센터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은 사실 심판의 판정을 보충하는 일이어서 비디오판독이라는 제도가 도입된 이상 KBO의 판독센터는 심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오히려 심판의 정심을 오심으로 둔갑시키는 일까지 발생했다는 것은, 판독센터의 기능을 다시금 한 번 되짚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KBO나 판독센터에 흉흉한 뜬 소문으로 오해를 살 일이 없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