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성어에 '우이독경(牛耳讀經')이라는 말이 있는데 보통 우리 말로 '쇠 귀에 경 읽기'라고 합니다. 지금은 소가 사람과 친숙한 동물이라고 얘기하기가 부담스럽지만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소는 인간에게 아주 친숙한 동물이었고, 인간의 말을 잘 알아듣는 가축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는 길들이기 쉬운 가축이었지만, 반면에 한번 길들이면 버릇을 쉽게 바꾸지 못하기 때문에 미욱한 사람이나 고집이 불통인 사람에게 좋은 말로 아무리 훈계를 해도 잘못 든 버릇을 고치기는 어려움을 소에 경을 읽어주는 것으로 빗대어서 표현했던 것입니다. 즉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을 뜻하는데 이젠 이 말도 없어질 것 같습니다.
저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저 사람들은 정말 안전에 대한 사고(思考)를 바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 났을 때 쉽게 흥분하지만 그게 지나고 나면 바로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안전에 대한 대처는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지름길입니다.
이번 장맛비에 강원도 진동 계곡으로 트래킹을 갔다가 급류에 휘말렸다는 열 명의 사람들과 엊그제 진천 농다리를 건너다가 구조가 된 두 사람을 보면서 정말 무슨 생각으로 산에 가고 물을 건너는지 긍금했습니다.
안전에 대한 사고는 자신의 행동에서 비롯될 때가 많습니다. 비가 많이 온다고, 위험하다고 하는데도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가는 사람들이나 주의사항을 듣지 않고 행동하다가 생명을 잃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무모한 짓을 해놓고도 잊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볼에 손을 대 보아야 뜨거운 것을 안다면 그게 어떻게 사람의 지능이겠습니까?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 없는 일, 그게 바로 '소귀에 경 읽기'입니다.
요즘 서울시내 버스를 타면, 뒷문 위에 '뒷문으로 승차하시면 위험하오니 반드시 앞문으로 승차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쓴 문구가 대부분 붙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승차는 앞문으로, 하차는 뒷문으로 하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구를 붙여 놓고도 대부분 바스들이 뒷문 승차를 한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그 문구를 떼어내면 더 낫겠는데 버젓이 붙여 놓고 뒷문 승차를 허용하는 것은 기사의 책임인지 그 문구를 못 본 척하는 승객의 책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마이동풍인 것 같습니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은 따뜻한 봄바람이 불면 사람들은 기뻐하는데 말의 귀는 봄바람이 불어도 전혀 느끼는 낌새가 없다는 뜻으로 남의 의견이나 충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버리는 태도를 말합니다. 고집이 센 사람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하여,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해 주어도 ‘마이동풍’일 뿐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한 후에야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하는데 사고가 난 뒤에 이를 수습하기 보다는 지켜야할 규정을 먼저 지키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지름길입니다.
정치판에만 우이독경이고 마이동풍이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자신은 그렇게 행동하고 있지 않은지 늘 돌이켜 보면서 생활하면 안전 사고 팍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