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다 진한 가족애(愛) 꽃
어머니께서 추석에 집에서 음식 먹는 자체를 귀찮게 여기신다.
자녀들이 나서도 뒤치다꺼리할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명절날 식당 섭외가 어려워 나주 ‘약선 명가’로 예약했다.
갈바람이 살랑거렸다.
벼가 무르익었다.
들꽃이 밉지 않은 햇살을 머금었다.
두 눈이 시렸다.
열심히 살아온 자들에게 쉼을 선물할 공간이었다.
동생 가족과 딸 식구가 기다렸다.
12명이 모인 반가운 자리였다.
새벽에 묵상한 말씀을 퍼냈다.
‘형제 사랑 계속하라.
손님 대접하고, 갇힌 자, 학대받은 자 생각하라.
혼인을 귀히 여기며, 침소를 더럽히지 말라.
돈을 사랑치 말고, 있는바를 족한 줄로 알라.
하나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고 떠나지 아니하며 돕는다.
인도하는 자들을 생각하고 믿음을 본받으라.
항상 찬미의 제사를 하나님께 드리자.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눠 주기를 잊지 말고 즐거움으로 하자.’
감사 기도 후 능이버섯 백숙을 달게 삼켰다.
어머니와 조카들, 손자, 손녀에게 작은 용돈을 기분 좋게 건넸다.
명절 잔소리 메뉴판을 소개하며 스트레스받지 않게 도왔다.
‘애인 있어! 10만 원, 돈 얼마 모았어! 10만 원,
살 빼면 예쁘겠다! 20만 원, 좀 꾸미고 다녀봐! 25만 원,
너 요즘 관리 안 하니? 30만 원, 결혼 슬슬해야지! 50만 원,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65만 원..’
서로 웃고 꼰대 같은 어른들에게
궁금하면 ‘돈 내고 물어 보라’ 일렀다.
‘손님 대접하라’ 말한 자가 밥값 내야 옳으나 동생이 치렀다.
어머니 집으로 가서 과일 상을 차려 삶을 나눴다.
어머니가 기운을 얻었다.
‘병원 치료비에 보태라’고 준 자녀들 용돈을 흔쾌히 받았다.
어머니가 잘 드신 물김치와 과일을 동생이 챙겨왔다.
‘힘들게 오지 말라’ 말려도
다녀가면 또 기다린 어머니 마음을 읽었다.
둥근 보름달이 어두움 밀어 내고 밝게 비췄다.
가족이 한시름 잊고 옹기종기 모여 덕담 나눈 한 가위였다.
다음 날,
4개월 전 결혼한 큰 조카가 신랑과 함께 할머니를 찾았다.
서산에서 4시간 운전한 발걸음이 아름다웠다.
싱글벙글하고 사글사글한 조카를 두고 보기에 아까웠다.
보통 사람으로 살기 어려운 미녀를 취한 신랑은 용감한 외아들이었다.
귀한 손님으로 서진주 한정식에서 만났다.
명절 뒤 손님이 북새통을 이뤘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며 선물을 주고받았다.
음식 맛도 비싼 값에 질이 떨어졌다.
소중한 가정 위해 축복하고 값진 대화를 이었다.
‘몇 년간 교제했는지?
행복한 만남으로 사는지?
대흥침례교회 부목사님을 어떻게 주례자로 세웠는지?
주례 말씀을 기억하는지?
어떤 일에 종사하는지?
신앙생활 잘하는지?
시부모님은 가까이 사는지?
아침은 먹고 출근한 지?
동생은 언니 신혼집을 자주 찾는지?
부부가 어떻게 갈등 없이 살 수 있는지?’
좋은 성품에 만족한 답을 얻고 권면했다.
친정 가는 길을 안내하고 어머니는 내 승용차로 모셨다.
초저녁, 비단결 마음 제수씨의 문자였다.
‘토요일, 바쁘실 텐데 성경이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찬희 착한 사위와 알흠다운 딸!
저녁 시간 만남으로 행복하길 바래욤.’
아내가 사과와 배를 깎아 내었다.
‘성경이가 선물한 거예요. 다른 과일보다 맛있네요.’
예비 신랑 때는 한우 세트 선물로
두 가정이 먹고 남았는데 그래도 감사할 일이었다.
요즘 시대 어른 찾아뵌 자체를 드러내 칭찬할 부부였다.
주일 준비하는 주말,
손님 맞은 조급함에 운동장을 못 나갔다.
한 주간 시작이 설렜다.
그리움 익어 가는 아침 바람이 사뭇 달랐다.
이틀 쉰 발이 가벼웠다.
충분히 스트레칭하고 뛰었다.
1킬로 6분 10초, 2~3킬로 5분대로 달렸다.
전남대 운동장에서 4킬로부터 4분대로 들어섰다.
가속이 붙어 빠르게 달려도 몸의 반응이 괜찮았다.
마지막 10킬로 욕심이 생겨 3분대 기록을 꿈꿨다.
전력 질주로 헐떡거리며 뛰었는데 4분 3초였다.
만족한 결과였다.
10킬로 평균 4분대로 마쳤다.
몸 풀기 위해 4킬로 더 달리며 돌아왔다.
60대 중반,
음식과 체력 관리하면 기록 경신은 시간문제였다.
사실 운동장 둘레가 몇 미터 인지 모르고 살았다.
우연한 기회에 독립군으로 달렸다.
뜀질 경력 10여 년이 쌓이고 쌓여 건강한 몸을 만들었다.
더없이 감사할 따름이다.
사흘 뒤 누이가 어머니 보려고 방문한다는 말 듣고 문자를 보냈다.
‘누님, 좋은 아침이네. 마음 바쁜 시간이지.
광주 몇 시쯤 도착해. 궁금해서 그래’
‘출발할 때 전화할게..’
어머니 집에 가서 기다렸다.
조카와 함께 왔다.
어머니 좋아한 것을 바리바리 싸 들고 나타났다.
누워 계신 어머니를 일으켜 앉히며
‘엄마, 왜 이렇게 말랐어,
뭘 통 못 드신 구만?
어디가 그리 아파? 울 엄마!’
엄마도 울고 딸도 부둥켜 앉고 흐느꼈다.
난 코끝이 찡해 등을 돌려 눈물을 훔쳤다.
애틋한 누님의 얼굴에 가슴이 메어 서러움이 북받쳤다.
어머니 간병하다 매형 불치병을 도맡은 누님 속을 알아냈다.
피는 물보다 진해 포옹했다.
어머니가 외손자에게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
첫 월급 탈 때 할머니 찾아와
50만 원 용돈 드리고 간 사실을 알았다.
점심시간 지나 ‘솔빛 마루’ 한정식으로 갔다.
음식이 정갈하고 탁월한 맛을 냈다.
누이가 생선 발라 주었다.
‘동생, 천천히 많이 먹어! 엄마 모시고 고생 많다’고 밥을 샀다.
행복한 만남에 조카에게 기름값을 줬다.
돌아가 ‘시간 내줘 고맙네.
담에 은혜 갚을 게, 덕분에 잘 도착했어..’
‘그래 누님! 수고했어.
매형과 함께 만났으면 더 좋았을걸.. 좀 아쉽네..
어머니가 누님 보고 힘을 얻었네.
꽃처럼 늘 행복하게나..’
2023. 10. 6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