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장영주양의 브람스 협연을 듣고난 후, 통영 공연을 예매해 두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그날의 장영주양의 연주가 그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반증이었습니다.
장영주...이제는 대 바이올린 주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는만 그녀의 이름뒤에 '양'이라는 결례의 호칭을 쓸 수 밖에 없는건 워낙 어렸을때 부터 그녀의 연주를 들었었고 음반,기사들을 모아왔던 터이라 '씨'라는 호칭이 저에게는 어색하기 때문입니다.(아마 한참 나이가 들어도 저에게는 '양'일듯...^^;)
제가 좋아한 만큼 한번도 실망을 느낀적이 없는 연주자였지만...31일 그녀의 연주가 끝났을때 제대로 박수를 보내줄 수 없었습니다. 인터미션 시간에 담배연기를 날리며 그녀가 몇년전 했던 인터뷰를 떠올렸습니다.
"브람스와 베토벤의 협주곡은 기교 이상의 무엇이 있는것 같다. 이 곡들은 나이가 좀 든 후헤 연주하고 싶다..." 그만큼 나이가 든걸로 생각한 걸까요? 아님 자신의 연주가 완숙의 경지에 오른걸로 생각했을까요? 어쨌든 고국의 팬들에게 브람스라는 큰 선물을 들고 왔고, 해외에서는 베토벤을 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그녀의 처음 얘기대로 나중에 들었으면 좋았을걸 이란 아쉬움만 남아있고 그것은 통영 공연때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통영 공연이 좀 낫게 들린것도 객석 위치 때문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울 공연에서는 1층 5번째줄 중앙열중 왼쪽으로 약간 치우친 좌석으로 그야말로 장영주양 연주를 보기위한 자리였고(말러를 듣기에는 별로인 좌석임에도 불구 이 자리 끊었습니다.) 통영에서는 2층 중앙열 두번째줄...
지난 달 kbs향과 협연한 블라허의 연주를 들으면서도 동시에 장영주양의 소리를 내내 떠올려보며 들었습니다. 윤기있고 매끄럽기만한 블라허의 연주와는 다른 무엇을 기대했건만, 이도저도 아닌... 정확하지도 않은, 깨끗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농염하지도 않은 연주였습니다.
오늘자 모 신문에 어느 기자분께서 장연주의 브람스 해석이 돋보였다고 하셨던데 대체 어느 부분에서 그런 느낌이 드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휘자, 단원들과의 호흡도 제대로 맞지않아 애처롭고 위태한 느낌이 시종 이어졌습니다. 그나마 통영 공연 2,3악장에 이르러서 이러한 부분들이 어느정도 해소됨을 느끼게 하더군요.
브람스 바협만을 놓고본다면 빈필의 연주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습니다. 통영공연 1악장 도입부의 대형 미스톤(삑사리^^;)를 비롯 유독 이 곡에서 혼이 계속 불안했고 2악장 도입부 오보에 독주도 통영연주에서 삐끗하는 모습을 보였고 무엇보다도 협연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은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장영주양의 의욕과잉(?)도 작용한듯 합니다만...
서울공연 말러 1번의 경우 메타의 해석 여부를 떠나 빈필의 연주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연주였다는 생각입니다. 1악장 총주부에서부터 느껴진 '박진감'은 시종 이날 공연을 이끌어간 키워드란 생각입니다. 실연으로 듣는 오케스트라 연주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는 생각이며 엄청난 규모의 크기로 시작한 4악장에서 그 페이스를 잃지않고 촘촘히 차곡차곡 음들을 쌓아나가 일거에 터트려 버리는 부분은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연주가 이러했기에 메타의 해석에 회의를 갖는 분들도 계실것이란 생각도 듭니다만(마치 솔티경의 6번 1악장에서 처럼...) 그러한 불만은 빈필의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상쇄되리라는 생각입니다.
메타의 베토벤... 조합에서 극히 생소함이 느껴진것 처럼, 통영에서의 베토벤 '영웅'은 그저 무난한 연주였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무난함 이란것이 메타의 해석에서 기인한 것이지 빈필의 연주가 무난한 것으로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영웅'에서 느껴져야할 웅대함은 와닿지 않았지만 기저에 흐르는 기품은 역시 명불허전임을 느끼게 했습니다.
통영공연에서는 2곡의 앙코르를 들려 주었습니다. 서울 공연에서 연주했던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J.쉬트라우스 '봄의 소리 왈츠'...
통영시민문화회관의 음향환경은 주위 환경이나 외관에 한참 못미치는듯 했습니다. 지어 놓은지 얼마 안되는 공연장인데 새 공연장 신축 얘기가 거론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애초에 처음 만들때 공을 들였더라면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없을 일입니만. 통영 국제 음악제가 더 커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떨칠수 없었습니다.
첫댓글주빈 메타 온다고 했을 때부터 해석은 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저만 그런 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감상의 포인트는 역시 빈 필의 연주가 아니었을까요..? 그런 점에서 전 말러 1번만으로도 대 만족였습니다. 이런 것이 실황이구나!!! 하는 깨달음이랄까요..
첫댓글 주빈 메타 온다고 했을 때부터 해석은 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저만 그런 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감상의 포인트는 역시 빈 필의 연주가 아니었을까요..? 그런 점에서 전 말러 1번만으로도 대 만족였습니다. 이런 것이 실황이구나!!! 하는 깨달음이랄까요..
주빈 메타가 아니라 유럽 순회 지휘자인 하이팅크가 아시아 투어까지 했었다면 많은 분들이 제기한 지적사항들이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듭니다....저와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기에 반가운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