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손톱이 오랜만에 항의했다
오늘 점심,
친구 집에서
신발을 신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했다.
신발 뒤꿈치가
발을 순순히 받아주지 않기에
손가락을 살짝 넣어
뒤꿈치를 밀어 넣으려 했다.
예전 같으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 넣고,
발을 쑥 밀면
신발은 알아서 굴복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신발은 버텼고,
발은 밀고 들어갔고,
손톱은 그 사이에서
억울한 희생자가 되었다.
순간,
손톱 끝이 찌릿하더니
살짝 갈라졌다.
나는 손톱을 들여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야,
너도 이제 버티는 힘이
많이 줄었구나.”
그때 손톱이
조용히 말하는 것 같았다.
“형님,
저는 도구가 아닙니다.”
아,
맞다.
나는 그동안 손톱을
너무 막 부려먹었다.
스티커도 긁게 하고,
박스 테이프도 뜯게 하고,
귤껍질도 까게 하고,
심지어 오늘은
신발 뒤꿈치까지 맡겼다.
손톱 입장에서는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할 만했다.
생각해 보니
나이 들수록 몸의 작은 부위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허리는 회의를 열고,
무릎은 결재를 미루고,
눈은 초점을 늦게 맞추고,
이제는 손톱까지
업무 범위를 따지고 든다.
“형님,
뒤꿈치는 구둣주걱 부서 소관입니다.
왜 자꾸
저희한테 시키십니까?”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젊을 때는
몸 전체가 한 회사처럼
무조건 야근을 해줬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고,
무리해도 대충 넘어갔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조금만 과하게 쓰면
어딘가에서 바로 연락이 온다.
허리는 문자 보내고,
무릎은 공문 올리고,
손톱은 민원을 넣는다.
처음엔
조금 서글펐다.
손톱 하나 갈라진 일에도
괜히 나이를 생각하게 되고,
“내가 영양이 부족한가?”
“몸이 많이 약해졌나?”
이런 생각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심각하게만 볼 일은 아니었다.
손톱도 피부처럼
세월을 탄다.
마르고,
얇아지고,
예전보다
쉽게 갈라진다.
그건 몸이 망가졌다는 신호라기보다
“이제는 조금
부드럽게 살아라.”
하고 알려주는
작은 안내문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힘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줄어들어야 한다.
신발 하나도
손톱으로 억지로 해결하려 하면
손톱이 먼저 상한다.
사람 관계도 그렇고,
하루의 일도 그렇다.
억지로 끼워 넣으려 하면
어딘가가 꼭 갈라진다.
조금 돌아가고,
도구를 쓰고,
천천히 맞추면 될 일을
괜히 예전 습관대로
밀어붙이다가
작은 상처를 만든다.
그래서 오늘 나는
긴 구둣주걱 하나를
마음속 장바구니에 넣었다.
구둣주걱은
나이 든 사람의 패배가 아니다.
그건
몸과 화해하는 도구다.
오늘,
손톱이 오랜만에 항의했다.
하지만 나는
그 작은 항의 덕분에
하나를 배웠다.
몸은 늘
큰 병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갈라진 손톱 하나로도
충분히 말한다.
“형님,
이제는 억지로 끼워 넣지 말고
살살 살아갑시다.”
그래,
손톱아.
오늘은
네 말이 맞다.
앞으로 신발은
손톱으로 신지 않고
구둣주걱과
의논해서 신으마.
나이 든다는 건
약해지는 일이 아니라,
손톱 하나까지도
내 몸의 식구처럼
아껴 쓰는 법을
배워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첫댓글 ㅎㅎ 몸과의 화해.
저는 허리가 민원을 제기해 주걱 애용자입니다.
그것도 긴 놈으로.
손톱과의 화해를 위해
남자도 네일샾에 가봄직 하군요
허리 민원이 들어오면
긴 구둣주걱은 거의 필수품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하.
예전엔 그런 도구 쓰면
괜히 늙은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몸과 사이좋게 지내는 지혜 같기도 합니다.
손톱과 화해를 위해
네일숍 이야기까지 나오니
오늘 손톱이 꽤 대접받는 기분이겠습니다.
유쾌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허리가 왜 아픈가 했더니 회의를 열었고, 무릎도 결재를 미뤘고요.ㅎㅎ
재치 넘치는 글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남은 세월 몸을 살살 잘 달래가며 소중히 아껴 쓰도록 하겠습니다.
몸도 오래 같이 살다 보니
이제는 각 부서에서
회의도 하고 결재도 미루는 모양입니다. ㅎ
예전엔 무조건 밀어붙여도 버텼는데,
요즘은 몸이 먼저
“천천히 갑시다” 하고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남은 세월은 몸과 너무 싸우지 말고,
살살 달래가며 지내야 할 나이인가 봅니다.
웃으며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19금 ㅋㅋㅋㅋㅋㅋ
하하.
손톱과 뒤꿈치 사이의
오해가 조금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이 들면 몸 여기저기서
은근히 항의가 들어오다 보니
가끔 이야기가
19금 직전까지 가는 것 같습니다. ^^
웃고 지나가 주셔서 고맙습니다.
@탁구시인 ❤️
스케쳐스 운동화 신으세요
손톱도 손가락도
허리도 모두
감사합니다
할겁니다
저도 얼마전 스케쳐스 신상하나 샀습니다
저는 족저의 반항때문
아치핏으로요 ㅎ
스케쳐스 권유에
읽으며 웃음이 났습니다. ㅎㅎ.
정말 나이 들수록 신발 하나도
디자인보다 몸이 먼저 투표하는 것 같습니다.
손톱도,
손가락도,
허리도 모두 감사해할 신발이라니 괜히 마음이 솔깃해집니다.
예전에는 멋으로 신발을 골랐다면,
이제는 몸이 편한 것이 제일 좋은 기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댓글 덕분에 손톱 민원도 조금 잠잠해질 것 같습니다.
유쾌한 처방 고맙습니다.
저희집도
곳곳 몸을 위한 배려가득입니다
당연히 긴~~~주걱도 준비구요
쓰레기통까지도
키높이 센서통입니다
허리반항을 미리 대처입니다
긴 주걱부터
키높이 센서통까지 준비해 두셨다는 말씀을 보니,
이제는 몸과 싸우며 사는 것보다
몸을 배려하며 사는 쪽이
훨씬 지혜로운 나이인가 싶어집니다.
예전에는 그런 도구들이
괜히 늙음을 인정하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오히려 몸과 오래 사이좋게 지내기 위한 생활의 기술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댓글에서도
살림 속 따뜻한 사람 냄새가 느껴졌습니다.
웃음 섞인 공감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늘 손가락 주걱을 쓰지만 한번도 손톱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안 해봤습니다.
역시 시인님의 통찰력은 손톱과 구두 주걱의 관계까지 꿰뚤으시는 군요.
아주 특별하고 휘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읽으며 웃음이 먼저 났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손톱을 참 다용도로 부려먹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엔 손톱이 작은 항의를 해준 덕분에
저도 뒤늦게 “아, 얘도 몸의 한 식구였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손톱과 구둣주걱의 관계까지 통찰이라고 봐주시니 오히려 제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유쾌하고 따뜻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요즘 손톱에 물기가 빠졌는지
잘 부러집니다.
부러지고나면 조심해야지 뒤늦게
다짐을 하지요. ㅎ
다행히 장시간 운전에 편한 운동화를
신는데, 헐렁해서 손가락이나 주걱
도움없이 쑥쑥 발이 잘 들어갑니다.
가까운 곳, 작은 관심으로도 많은
배움을 얻습니다.
탁구시인님의 시선을 좋아합니다.
손톱도 몸의 작은 신호라
부러지고 나서야 조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편한 운동화처럼
이제는 몸이 편한 쪽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은 지혜인 듯합니다.
좋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삶의 지혜로운 말씀을 우화적으로 알려 주시는 분께서 그간 오래 적조 하셨습니다
자주 들러 주세요 손톱의 반격으로 시인님은 새로운 깨우침을 얻으셨군요
그걸 또 저희들에게 나누시고요 고맙습니다 저희도 제 몸과 주변을 다시 돌아 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운선 님,
따뜻한 말씀에 마음이 환해집니다.
오랜만에 삶의이야기 방에 글을 올렸는데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시니
손톱의 작은 항의가 괜히 고마워집니다.
살다 보면 큰 깨달음보다
이런 사소한 불편 하나가
오히려 몸과 마음을 돌아보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손톱 하나도 몸의 식구인데
그동안 너무 함부로 부려먹고 살았나 봅니다. ㅎ
앞으로는 자주 들러
사는 이야기, 웃음 나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마음에 조금 남는 이야기
함께 나누겠습니다.
정성 어린 댓글 고맙습니다.
손톱의 반항, 그리고 각종신체의 관리문제등
아주 재미나는 글을 잘 잀어보았습니다.
만장봉 님,
재미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손톱 하나가 살짝 반항했을 뿐인데,
생각해 보니 허리, 무릎, 눈까지
몸의 여러 부서들이
저마다 관리 요청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ㅎ
나이 들수록
몸을 부려먹기보다
잘 달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뜻한 발걸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