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루이지애나주 최대 도시이자 재즈의 고향인 뉴올리언스(New Orleans) 거리 풍경.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Louisiana)주(州) 뉴올리언스(New Orleans)를 대표하는 단어를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재즈’다. 17세기 말부터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와 그 자손이 민속음악을 밴드 형태로 연주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재즈로 진화했다. 도시 곳곳에 음악이 흐르는건 당연한 일. 공항, 길거리, 라이브 클럽, 레스토랑 어디서든 현장감 넘치는 밴드연주를 마주할 수 있는 곳, 남부도시 특유의 여유가 가득한곳이 뉴올리언스다.
1 매년 2월 개최되는 ‘마디그라(Mardi gras) 축제’에 이어 4월 말에는 ‘재즈&헤리티지 페스티벌’이 열려 다양한 뮤지션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2 재즈의 성지 프리저베이션 홀에서는 매일 밤 재즈 공연이 펼쳐진다. 루이 암스트롱을 비롯해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이 이곳에서 연주했다. 3 구 합중국 조폐국 2층에 자리한 재즈 박물관.
재즈(Jazz)를 따라
공항에 도착한 순간 재즈의 고향에 왔다는걸 실감했다. 뉴올리언스 공항 이름은 ‘루이 암스트롱 에어포트’. 재즈 계의 전설적인 연주자 루이 암스트롱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것만 봐도 이 도시의 자부심을 가늠할 수 있다. 멕시코만과 미시시피강을 끼고있는 항구도시이자 남미와의 무역 중심지이며, 남부 최대의 상공업과 금융 중심 도시인 뉴올리언스는 17~18세기 강대국의 식민지 전쟁과정에서 스페인계, 프랑스계, 아프리카계 혼혈 등 다양한 인종이 이 도시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남북전쟁 때 병사의 사기를 북돋워준 흑인 군악대가 전쟁이 끝나고 뉴올리언스에 자리잡았고, 이들은 생계를위해 꾸준히 밴드활동을 했다. 악보없이 즉석에서 호흡을 맞추는 즉흥연주, 장례행렬 맨앞에서 관악기 연주를 하는 브라스 밴드 모두 뉴올리언스에서 시작됐다. 노예들의 노동요, 블루스, 흑인영가, 군악대음악 등이 이 지역 특유의 크레올 문화와 결합해 재즈로 발전했다.
공항 로비에서 즉흥연주를 선보이는 밴드에 마음을 뺏기기엔 아직 이르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큰공연장인 것 처럼 어디서든 흥겨운 멜로디가 울려퍼지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떠들썩한 도시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은 더욱 색다르다. 뉴올리언스 ‘재즈&헤리티지 페스티벌’은 1970년대경부터 시작된 축제로 약 2주간 재즈와 자이데 코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페 스티벌을 위해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올해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축제가 열린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자연스레 재즈의 흔적과 멜로디를 따라 여행하게 된다. 구 합중국 조폐국 2층에 자리한 재즈 박물관에는 전설적 재즈 연주자의 손때 묻은 악기가 전시되어 있다. 루이 암스트롱이 사용한 금관악기 코넷앞에 관광객이 몰려있다. 곳곳이 찌그러지고, 찍힌자국이 선명한 이 작은 뿔피리로 루이 암스트롱은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썼다. 이외에 1917년 녹음한 최초의 재즈음반, 연주자의 사진, 테이프와 포스터, 출판물 등 재즈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둘러볼 수 있다.
1 버번 스트리트, 프렌치 쿼터 등 거리 곳곳에서 여러 악기의 조합으로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연주가를 쉽게 볼 수 있다. 2 내부 인테리어, 음악 스타일도 각기 다른 재즈 클럽 역시 많으니 취향껏 골라 매일 다른 음악을 즐겨보는 것도 뉴올리언스를 여행하는 재미다.
프리저베이션 홀(Preservation Hall)은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 공연장이다. 1817년에 지은 건물은 본래 술 집과 화랑 등을 겸하다 1961년 음악홀로 바뀐후 재즈의 성지와 다름없는 곳이 되었다. 워낙 유명해서 미리 예약하거나 줄을서서 자리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낡고 허름한 건물이어서 주변을 한참 헤매다 들어갈 수 있었다. 공연은 저녁에 1시간 단위로 3번 정도 열린다. 무대랄 것도없이 관객이 앉은 좌석 바로 앞에 놓인 의자가 연주자의 자리다. 촬영금지, 어떤 음료도 취식금지. 오롯이 음악을 위한 장소다. 연령대도, 인종도 다른 밴드가 저마다 트롬본, 클라리넷, 피아노를맡아 연주를 시작한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온전히 몰입하게 하는 연주자의 열정에 감동이 밀려온다. 감탄도 잠시 피아니스트의 손짓에 맞춰 손뼉을치며 공연장의 모든 사람이 음악과 어우러진다.
버번 스트리트(Bourbon St.)에는 재즈 클럽과 레스토랑, 길거리 예술가가 즐비하다. 낮에도 밤에도 음악소리는 끊이지 않지만 재즈에 낭만을 더하는 시간은 저녁이다. 라이브 클럽도 좋지만 거리의 밴드마저 아우라가 남달라 걸음을 옮기기 어렵다. 격정적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플라스틱 통을 악기 삼아 두드리는 합주가 인상 깊었다. 반짝이는 금관악기가 없어도 종이박스와 흔한 물통도 악기가 될 수 있는곳. 직접 개조한 악기를 들고 나와 개성 강한 무대를 자랑하는 이가 많은 로열 스트리트,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도 찾는 재즈 클럽 스포티드 캣(The Spotted Cat)이 자리한 프렌치맨 스트리트에서도 음악은 울려퍼진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귓가, 발길을 붙잡는 리듬을 따라가는 것도 뉴올리언스의 밤을 즐기는 방법이다.
1 도시의 중심가 프렌치 쿼터. 2 1718년 지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세인트루이스 대성당. 3 프렌치 쿼터에는 저명한 조류학자이자 화가였던 존 오듀본의 이름을 딴 오듀본 아메리카 수족관과 오듀본 동물원, 오듀본 공원이 있다.
별명은 빅 이지(The Big Easy)
뉴올리언스를 지칭하는 별명이 있다. 바로 ‘빅 이지(The Big Easy)’. 일상을 음악과 함께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시민과 도시분위기에서 나온 단어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분주하게 지냈던 일상은 잊고 베짱이처럼 하루를 흥청망청 보내는 것이 미덕이다.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 거리의 건물은 과거 프랑스인이 세웠지만 1780년대의 화재로 소실됐고, 당시 거주하던 스페인 사람이 다시지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영향덕에 프렌치 쿼터거리를 걷노라면 마치 유럽에 온 듯하다. 거리화가가 모여드는 잭슨 광장(Jackson Square) 맞은편에 세인트루이스 대성당(St. Louis Cathedral)이 있다. 1722년 허리케인, 1788년 대화재를 겪으며 소실된 성당은 1794년 복구됐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성당으로 다사다난한 역사가 무색하게 내부벽화와 스테인드글라스가 매우아름답다.
오듀본 아메리카 수족관(Audubon Aquarium of the America)에는 400종의 해양생물 약 1만 마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주로 미시시피강과 멕시코만에사는 동식물이고, 수중 터널을 따라 걸어가면서 바닷속 동물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수풀이 우거진 전시관에는 빛깔이 아름다운 새가 날아다니고, 물속에는 식인물고기 피라냐도 있다. 작지만 알찬 아쿠아리움이다.
도시가 마주한 미시시피강을 배타고 투어하는 일정도 빼놓을 수 없다. 길이가 3,700km가 넘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긴강이다. 선착장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따라 운항하는 유람선이 즐비한데, 요금은 배 위에서 보내는 시간, 식사 유무에 따라 각기 다르다. 선상에 울려 퍼지는 음악을 감상하면서 출출한 배를 채우고, 유람선 옆으로 지나가는 거대 화물선을 보다 보면 한두 시간 은 훌쩍 지나간다.
1 뉴올리언스 대표 간식 비넷은 튀긴 도넛에 슈거 파우더를 잔뜩 묻힌 빵. 달콤하면서도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누구나 먹으면 반하는 맛이다. 2 증기선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유영하며 라이브 재즈 공연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뉴올리언스처럼 여러 인종과 문화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도시에서는 특별한 음식을 기대해도 좋다. 도시풍 요리 크레올(Creole)과 매콤한 향신료를 넣은 케이준(Cajun) 요리가 남부 미식을 대표한다. 미시시피강 하구와 멕시코만에서 잡은 싱싱한 어패류에 라틴풍 특유의 향신료를 가미한 요리가 다양하다. 그중 새우나 닭, 소시지에 쌀을 넣어 만든 수프 검보(Gumbo)는 한국 음식의 따끈한 국물이 그리울 때 안성맞춤이다. 가게마다 검보 맛이 달라 맛보는 재 미가 쏠쏠한데, 감칠맛 있는 국물과 쌀을 먹다 보면 국에 밥을 말아 먹은 것 처럼 든든하다. 뉴올리언스인에게는 검보가 소울푸드라고. 각종 야채와 밥을 볶다가 육수를 넣고 익힌 미국식 볶음밥 잠발라야(Jambalaya)도 놓칠 수 없 다. 악어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가게 ‘카페 드 몽드(Café du Monde)’의 디저트는 꼭 먹어보자. 튀긴 도넛에 슈거 파우더 를 잔뜩 묻혀먹는 간식 비넷(Beignets)이 대표 메뉴인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해 지칠 때 먹으면 눈이 번쩍 뜨인다.
“재즈는 그냥 듣기만 하는 음악이 아니에요. 다들 얼마나 목숨걸고 하는지 직접 봐야 해요. 모든 연주자가 새로 작곡하고 편곡하면서 선율까지 들려주죠. 이들은 매일 밤이 초연이에요.” 영화 <라라랜드>에서 주인공 세바스찬이 재즈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낮과 밤, 거리에서도 배 위에서도 재 즈가 흐르는 뉴올리언스는 낡은 건물과 풍경에 언뜻 촌스럽게도 느껴지지만 인종, 언어,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으로 모두가 하나 된다. 느긋한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빅 이지’의 매력을 경험해보자.
뉴올리언스(New Orleans)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가장 큰 시이다. 미시시피-미주리 수계의 어귀에 있는 주요항구이자 관광지이며, 산업·교육·의학의 중심지이다. 시를 가로지르는 미시시피 강은 서쪽에서 흘러들어와 남동쪽 하구까지 180㎞를 흘러 멕시코 만으로 유입된다. 주요 주거지역은 강의 동쪽 기슭에 있다. 기후는 온화하며, 지면이 해수면보다 1.5m 낮고 평균강수량이 1,425㎜이기 때문에, 방파제와 적절한 방수장치가 중요하다. 1717년 미시시피 강이 급격히 굽어 흐르는 지역의 동쪽 기슭에 최초의 시가지가 생겨났다. 1958년 그레이터뉴올리언스 다리가 건설되어 강 동쪽과 서쪽이 연결되었다.
[참고문한 및 출처: 글과 사진: 《KB 국민은행 GOLD &WISE, 2023년 04월호(에디터 이지윤)》, 《Daum, Naver 지식백과》|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