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별이 된 얼굴들을 보다가
오늘은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2025년 별이 된 연예인〉이라는
영상을 한 편 보았다.
나와 직접 만난 사이도 아니고,
서로 안부를 묻던 사이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했다.
텔레비전에서 오래 보아온 얼굴들이라 그런지
낯선 사람 같지 않았다.
어떤 분은
친근한 이웃 같았고,
어떤 분은
오래전 친구 같았고,
또 어떤 분은
내 젊은 날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름과 얼굴이
하나씩 지나가는데
문득 마음속에
서늘한 바람 하나가 스쳤다.
이제는 그분들이
나보다 몇 살 많거나,
나와 비슷한 나이거나,
혹은 나보다 어린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는
텔레비전 속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늘 무대 위에 있고,
늘 화면 속에 있고,
나와는 다른 시간표를
사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세월을 건너왔고,
같은 나이를 지나왔고,
결국 같은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훅 들어왔다.
모든 사람에게 끝이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끝이 내 나이 주변으로
가까이 와 있다는 걸 느끼면,
몸 어딘가가
먼저 조용해진다.
아마 두려움이란 것도
아직 살아 있는 마음이
자기 하루를
아까워한다는 뜻인지 모른다.
영상을 보다가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내가 살아오면서
연예인 중 딱 한 사람,
직접 악수해 본 사람이 있다.
가수 남진 선생님이다.
옛날에는 극장에서
‘쇼쇼쇼’ 같은 무대가 열리곤 했다.
그때 남진 선생님이 부르던 노래 중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그 노래가
어린 내 마음을 얼마나 흔들었는지 모른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마음속에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 하나가
덩그러니 세워진 것은.
푸른 초원,
그림 같은 집,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삶.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꿈이 내 노년을 어렵게 한
원인 중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건
남진 선생님을 믿은 내 잘못인지,
아니면 그 노래가 너무 아름다웠던
죄인지 모르겠다.
물론 보상 청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노래 덕분에
내 젊은 날 한쪽이
참 푸르렀으니까.
그래도 사람 마음이
참 우습다.
만약 그 노래가
이렇게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저 강남 빌딩 숲에
소박한 건물 하나 짓고……”
아마 내 인생도
조금 달라졌을지 모른다.
초원 위 그림 같은 집을 꿈꾸는 대신
강남에 무조건 한 발을 담그겠다고
이를 악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지금쯤 나도
강남 어디쯤에
작은 빌딩 하나 바라보며
“역시 노래 가사가 중요해.”
하고 앉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어디 그렇게 흘러가던가.
우리는 노래 한 줄에 꿈을 꾸고,
사람 한 얼굴에 세월을 느끼고,
한 편의 영상 앞에서
자기 나이를 새삼 확인한다.
생각해 보면
그 푸른 초원도
완전히 틀린 꿈은 아니었다.
비록 그림 같은 집을
현실에 짓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 한쪽에는
아직도 그런 초원이 남아 있다.
글을 쓰는 자리,
커피 한 잔 놓인 책상,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
그리고 가끔
내가 나에게 웃어줄 수 있는 시간.
어쩌면 그것도
내 방식의 초원인지 모른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믿었던 노래의 방향으로
조금씩 걸어간다.
누군가는 돈을 향해 걷고,
누군가는 명예를 향해 걷고,
누군가는 사랑을 향해 걷고,
누군가는 조용한 하루를 향해 걷는다.
나는 어쩌다 보니
초원 위 그림 같은 집 대신
글 한 줄 속에
작은 집을 짓고 있는 사람으로
늙어가고 있다.
오늘 별이 된 얼굴들을 보며
나는 조금 쓸쓸했고,
조금 무서웠고,
마지막에는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사람은 모두 끝을 향해 가지만
그 길 위에서
노래도 부르고,
농담도 하고,
꿈도 꾸며 간다.
그러니 끝을 너무 차갑게만
바라볼 일은 아닌 것 같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오늘을 더 허투루 쓰지 말라고
조용히 알려주는 것이라면,
그것도 삶이 주는
마지막 친절일지 모른다.
초원 위 그림 같은 집은
끝내 짓지 못했지만,
그 노래를 따라 걷던 마음만은
내 안에 아직 푸르게 남아 있다.
남진 선생님,
보상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 노래 덕분에
내 젊은 날 한쪽이
참 푸르렀습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첫댓글 국민배우 안성기의 비교적 빠른 돌아가심은 나를 안타깝게 합디다
그분은 연기만 잘하는게 아니고 인간성도 좋았던 분 이었다고 합디다
남진의 저 푸른 초원 위에 라는 노래는 남진을 가수왕으로 만들어준 노래 랍디다
남진이라는 가수도 부자집 아들 답지 않게 성격도 좋은 가수 라고 합디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안성기 선생님과 남진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니
한 시대를 함께 지나온 얼굴들이 더 또렷이 떠오릅니다.
화면 속 사람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세월을 건너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기억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충성입니다.
최근의 가수 유열씨 기사.
폐가 망가져서 폐 이식을 해야 사는데
첫번째 기증자는 폐 상태가 안 좋아서 못하고
두번째는 기증전 부검 판정으로 못하고
죽음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뇌사자의 기증으로 기적적으로 이식하여
유퀴즈까지 나올 정도로 회복된것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유열 씨 이야기는 저도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죽음을 받아들일 만큼의 순간을 지나
다시 삶 쪽으로 돌아온 이야기라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깊은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누구나 반드시 가야 하는 길,
내 삶의 종착역과 그 때를 아무도 모르니 그것이 감사하지요.
언제 어느 때 내가 죽을 지를 알 수 있다면
그 공포와 절망감이 인생 전체를 지배할 수도 있으니까요.
별이 된 스타들의 이야기와 가요 님과 함께의 가사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신 글을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
맞습니다.
끝을 모른다는 것이
때로는 두려움이 아니라
삶을 견디게 해주는 배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날과 시간을 다 알고 산다면
오늘의 평범한 밥 한 끼도 마음 편히 넘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인님 글에 공감합니다 젊은 날엔 무엇이든 목적이 되었고 그래서 살아갈 구실도 핑계도 다양했지요 노년에 접어 들어 생각하니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씁쓸한 웃음만 날뿐입니다 단순해져도 사는데 지장 없다는 걸 늙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겠지요 시인님 오늘도 글 잘읽고 갑니다.
젊을 때는
꼭 붙잡아야 할 것처럼 보였던 일들이
지나고 나면
의외로 담담해지는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단순해져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나이가 들어서야 조금씩 배우게 되는 듯합니다.
씁쓸한 웃음도
어쩌면 세월이 남긴 작은 여유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함께 마음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