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세대교체론에 대한 허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한국축구의 현주소는 '위기'라는 이 한마디로 모든것을 말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에 있다. 불과 2년전 월드컵 4강 신화까지 만들었던 한국축구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어찌보면 월드컵 4강에 대한 자만의 탓도 크지만 지나친 과거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축구가 늘 위기상황이라는 분위기로 돌아갈때 그 해결책은 언제나 감독의 교체였다. 물론 그 팀의 축구의 중심에는 감독이 있고 그만큼 감독의 역량에 따라서 그 팀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한국축구가 위기감을 느낀 후 리빌딩이라는 과정속에서 항상 과거의 잘못된 과정을 되풀이 함으로서 남들이 저만치 앞서가는 동안 한국축구는 제자리를 맴돌거나 얼마 못가는 악습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의 근본원인은 리빌딩이 언제 필요한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즉 한국인의 기질상 조그마한 것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긍정적인 것은 더욱 칭찬으로서 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모습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작은 것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가장 큰 중요한 것은 잃어버리는 소탐대실에 빠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리빌딩에 대해서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수동적 태도를 취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아시안컵과 올림픽,그리고 월드컵이다. 항상 메이져 급 대회가 열리면서 아시아에서는 강자였으나 정작 중요대회에서 참패를 거듭했고 심지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아시안컵에서조차 참담한 모습을 보여 줬을때 과연 축구협회는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축구협회는 항상 감독의 교체로 소위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그동안 거친 감독들의 이름을 일일히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감독의 교체후에 늘 행해지던 것은 언제나 소수엘리트정예라는 개념이었다. 이러한 개념은 박정희 정권때부터 시작되었고 사실 군사정권의 스포츠 정책의 잔재임은 길게 설명을 안해도 알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러한 시작에서 부터 축구협회의 개입이 심화되었고 정작 감독 개개인의 축구철학은 50%도 반영되지 못한채 늘 패장이라는 이름만 안고 물러나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감독조차도 그러한 잘못된 리빌딩과정을 당연시 여기면서 팀을 운영했고 , 크라머나 비쇼베츠 역시 그러한 부분에서 희생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게 과거의 모습이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한국축구가 지금의 참담한 모습을 겪는 가장 큰이유중 하나를 꼽는다면 한국축구가 필요한 리빌딩의 시점을 우리가 놓쳤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에 오른 순간, 그때부터 한국축구의 리빌딩은 이미 시작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월드컵과 같은 메이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것은 곧 그 팀의 구성원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적어도 월드컵 멤버들의 가치가 높아졌을때 새로운 감독을 중심으로 기존의 월드컵 멤버들은 배제하고 새로운 신예를 중심으로 조금씩 기존멤버들과의 호흡을 맞춰가면서 다음 월드컵을 대비하는 기민한 모습을 갖췄었다면 과연 2년이 지난 지금 어떤 결과를 낳았을지.
나는 독일이 행했던 과거의 부첨들을 교훈삼았다면 지금의 한국축구가 위기라는 단어가 나올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독일이 노장들이었던 90년 이태리 월드컵 우승멤버들로서 94년 미국 월드컵에 나왔다가 불가리아에 어이없는 덜미를 잡혔고 98년 월드컵 역시 96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멤버들로 대비를 했다가 또다시 좌절하는 등 똑같은 실수를 2번이나 반복하고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준우승까지 했지만 결국 유로2004에서 또다시 쓴잔을 마셨던 모습등은 우리 한국축구의 리빌딩에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독일이 이러한 모습을 반복하면서도 유럽의 강자로서 버티고 있는 이유를 그들 특유의 자존심이라고 이야기 하려 한다. 그들이 과거이지만 월드컵을 3번이나 제패하고 분데스리가라는 훌륭한 프로리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기회란 언제든지 생길수 있으며 의지만 가지면 충분히 우승도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독일 축구의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되는 것이다.
최근 새로운 감독이 된 위르겐 클린스만에 대해서 독일축구계 내부에서는 그의 개인행동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정작 브라질과 비기는 등의 좋은 모습등으로 그의 조기경질을 주장하지 못하고 독일축구협회장인 루메니게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독일축구가 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모습등을 볼때 한국축구 역시 늦었지만 제대로 된 리빌딩만 해준다면 2006년 독일 월드컵도 희망적일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물론 리빌딩에는 적지 않는 난관도 있다, 축구협회가 얼마나 행정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느냐이다. 지금의 독일이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서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독일축구의 제2의 중흥의 계기로 만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그 중심에 독일 축구협회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국축구협회 역시 올바른 자세만 가지면 얼마든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참고로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현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은 내가 이야기 하는 리빌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많은 이유중 한가지만 대자면 리빌딩의 주도적 역활을 할 감독은 인내는 물론 팀의 장악력과 선수들간의 커뮤니케이션, 즉 인화도와 리더쉽이 강해야 한다.그런데 지금의 본프레레 감독은 그러한 측면에서 너무 직설적이고 책임의식에 있어서 지나치게 권위적인 모습이 많다고 느낀다.
특히 아시안컵에서 이란에게 참담한 패배를 당했을때 그는 선수들의 정신자세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고 베트남전에서의 부진한 모습 이후에도 선수들의 정신자세에 비판을 가했고 심지어는 기존멤버의 절반이상을 물갈이하겠다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취했다가, 주전공격수를 신뢰한다는 발언등으로 무마시키는 모습까지 취했다.
솔직히 한번 위기감을 느낄경우 그 다음부터는 자존심이라는 모습까지 가져서라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감독이 선수탓을 하기전에 스스로의 전술이나 준비에 대해서 소홀한 점은 없었느냐 하는 부분이다. 그러한 반성이 없었다면 과연 그 책임을 누구에게 돌렸어야 할까?
이러한 모습은 감독이 과연 팀을 제대로 장악하고 리빌딩을 할 수 있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국가대표 감독보다는 유럽의 빅리그의 상위권 감독들이나 취할 수 있는 거드름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권위적인 행동도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빛이 나는데,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지 못하고 선수탓부터 하는 감독에게 과연 선수들이 제대도 믿고 따를수 있을까? 이 점이 본프레레 감독을 보는 나에게는 답답한 부분이다.
한국축구가 언제 리빌딩이라는 과제를 안고 수행할 지 모르지만 적어도 리빌딩을 할 것이라면 제대로 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유럽의 강호들도 리빌딩에 있어서 처음에는 부진을 겪지만 올바른 방향임을 믿고 과감하게 추진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었고, 지난 월드컵 역시 그러한 히딩크의 생각을 믿었기에 월드컵 4강이라는 결과를 얻었음을 생각할때 축구협회나 축구팬들이 이제는 선수 개개인만을 생각하는 축구보다는 팀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아울러 한국축구의 리빌딩을 누가 주도하든 그 중심은 감독이 될수 밖에 없고 감독이 그 팀을 장기적 관점에서 얼마나 장악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그 팀의 리빌딩이 성공이냐 실패냐를 가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
참고로 레바논전을 앞두고 한국축구가 몰락이나 부활이냐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는 레바논전에서 우리가 승리하리라 보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잘해야 1~2골정도의 차이일거라는 이야기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본프레레 감독을 믿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의 대표팀은 리빌딩을 할 준비가 된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조재진 발탁 헤프닝까지 나오면서 선수 차출에 대한 허술한 행정의 모습이 또 나왔는데 현재의 국가대표팀이 리빌딩이 될 준비가 안되있음은 당연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