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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모두가 혐오정치란 물타기와 본질 흐리기
살인의 직접 의도를 가진 계획적 정치테러 충격
한국 사회 곳곳서 확인된 병리적 반응 '더 충격'
'이재명 악마화' 윤석열 정부와 국힘 핵심 전략
조국·윤미향 ·문재인·이재명을 겨냥한 마녀사냥
혐오정치의 구조와 이득 얻는 세력들 약화 절실
며칠 전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살인미수 정치테러 사건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칼이 경정맥이 아니라 조금만 더 경동맥 쪽으로 들어갔다면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유사 사건들과 비교해도, 우발적인 사고나 행동이 아니라 이처럼 살인의 직접적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벌어진 정치테러는 찾기 어렵다.
사랑하는 이를 잃을뻔한 가족이나 주변인에게 이것은 그야말로 상상만 해도 살 떨리는 이야기다. 누군가를 너무나 증오한 나머지 오랫동안 살인을 계획하고 연습까지 했을 범인의 머릿속을 생각하면 아득해지지만, 한국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 반응은 더 참담했다. 족벌언론들이나 네이버의 기사들, SNS와 댓글들을 보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지지자들 상당수는 도리어 기뻐하며 환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2024.01. 02 연합뉴스
혐오, 저주, 조롱의 막말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자작극이고 쇼’라는 반응도 많았고, ‘칼이 아니라 나무젓가락’이었고, ‘별문제도 아닌데 헬기까지 타고 특권을 누리고 세금을 낭비하냐’고 시비 거는 이들도 많았다. 그 속에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이재명 대표나 그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거나 감정 이입하려는 노력은 찾기 어렵다.
그나마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은 공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유감과 위로의 말을 했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사고 직후에도 신년 행사와 퍼포먼스, 축하의 건배, 기념 촬영 등을 대부분 그대로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중대 범죄급 부정부패의 정점”이라고 또다시 이재명 대표를 비난했고, 참석한 국민의힘 당원들 속에서는 축하의 박수와 “쇼입니다”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대부분 언론은 이런 반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유감을 표하고 폭력에 반대했다는 것만 지적했다. 또 ‘여당과 야당이 모두 대립과 혐오의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는 평가들을 내놓고 있다. 범인이 오랜 보수우파 지지자라는 것이 밝혀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자신도 “양극단의 혐오정치가 불러온 사건”이라며 “(어느 쪽 지지자였느냐는) 불필요한 논쟁은 지금 상황에 어떤 도움도 될 수 없다”고 물타기를 했다.
그러나, 혐오정치를 부추긴 것으로 악명 높은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도 막상 증오범죄가 벌어지면 항상 유감을 표시하며 폭력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혐오정치를 이용하고 선동하는 어떤 우파 정치인과 정치세력도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살인과 파괴를 주문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히틀러조차 ‘유대인을 죽여라’는 말을 직접 명시적으로 한 경우는 찾기 어렵고 그것이 '역사 부정주의'의 근거가 된다.
문재인, 이재명이 종북좌파라고 주장하며 적대하는 극단적 뉴라이트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의 주변이 아니라 핵심 요직들에 들어가 있다 - MBC '스트레이트'가 취재 보도한 뉴라이트 인사들 현황
여성혐오와 장애인 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성장해 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언제나 ‘내가 언제 여성혐오나 장애인 혐오를 했냐, 나의 말과 글에서 그런 표현과 문구가 있으면 가져와 보라’면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그것은 혐오정치를 부추겨 표적이 된 사람들에게 고통과 피해를 가져온 이들의 책임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지금 이 나라의 정치검찰과 족벌언론, 극우 유튜버 들에 의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형제간의 인륜도 저버린 사람, 조폭뿐 아니라 북한이나 간첩과 손잡은 정치인, 수많은 엄청난 부정부패와 비리를 저질러 왔고, 가족 전체가 범죄자들이고, 측근들의 계속되는 죽음도 압박하거나 사주한 파렴치하고 철면피하고 냉혈한 괴물 같은 사람’으로 그려져 왔다. 이런 편견과 혐오는 중도층에서도 영향을 끼쳐 지난 대선을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로 만들었다.
물론, 이런 편견과 혐오는 우파 지지층 속에서는 특히 더 강력하게 형성돼 있고, 그래서 이번 사건 이후에 수많은 우파 지지자의 댓글들 중에서 ‘이재명의 행보는 영화 <아수라>와 너무나 똑같다’는 내용이 곳곳에서 베스트 댓글로 올라왔다.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 족벌언론들이 이러한 기본 프레임과 논리를 제공했지만, 그것을 더욱 극단적 방식으로 강화해 온 것은 바로 극우 유튜버들이다.
그런데 이런 극우 유튜버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 ‘공적’을 인정받아서 빠짐없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을 뿐 아니라, 그 후에도 명절이나 국경일 때마다 대통령실의 선물과 감사 편지를 받고 있음을 툭하면 과시하며 자랑해 왔다. 이것은 당연히 극우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나 우파 지지자들 속에서 자신들의 주장과 행동이 정권 차원의 승인과 지지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단지 그것을 부추긴 권력자와 권력 기관들이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원래부터 증오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2016년 촛불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정치경제적 상황의 변화와 양극화 속에서 혐오정치가 보수우파의 위기와 분열을 해소하면서 지지기반을 유지, 결집, 확대하고 권력을 되찾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핵심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조폭 연루설을 앞장선 퍼트렸던 '조선일보'가 지금 '혐오정치와 가짜뉴스가 문제다'라며 절정의 유체이탈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굴종하고 북한에 퍼주고 있다는 혐중 선동과 종북몰이는 여전히 중요했고, 여성가족부와 잘못된 페미니즘 정책 때문에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갈라치기는 ‘이대남’을 대선에서 보수우파의 지지층으로 포섭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장애인 운동 단체를 ‘시민의 출퇴근길을 볼모로 한 불법 행위자들’로, 건설노조와 노동자들을 ‘건폭’으로 낙인찍는 것은 윤석열 집권 초기의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공세를 위한 무기로써 필요했다.
물론, 촛불 이후 등장했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다시 정권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조국 전 장관, 윤미향 의원 등을 혐오스럽고 파렴치한 위선자와 범죄자들로 만들어가는 마녀사냥이 언제나 그 중심에 있었다. 예컨대 조국 전 장관은 끝없는 조롱과 비아냥에 시달렸고, 서민 교수는 윤미향 의원을 “K악마의 끝판왕”이라고 낙인 찍으며 “윤미향 잡으러 갑시다”라고 선동했다.
그것은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에서 결국 대선 후보가 된 이재명에 대한 지난 2년간의 마녀사냥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족벌언론과 극우 유튜버들은 표적을 정해서 낙인찍고 집단적 공격과 괴롭힘을 선동하는 21세기판 ‘서북청년단’과 같은 구실을 했다.
자유주의적 중도 세력으로서 민주당이 보수우파의 이런 공세에 제대로 맞서지 않고 타협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씨를 비판하면서 민주당의 일부 지지자들과 친민주당 유튜버들이 부적절한 인신공격적 방식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혐오정치와 팬덤정치에 있어서 양당이 똑같았다’고 말하는 것은 이 모든 과정을 망각하고 삭제하는 억지이고 물타기일 뿐이다. 민주당의 지도부가 특정 정치인에 대한 강한 비판을 넘어서 혐오를 부추겼고 소수자 집단을 낙인찍고 혐오를 부추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살인미수 정치테러 사건은 ‘신검부’-족벌언론-뉴라이트 연합세력의 혐오정치와 선동이 낳은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그들은 “확정적 중범죄자”, “공산전체주의”, “반국가 세력”, “이권 카르텔”, “운동권 특권세력”, “개딸 전체주의” 등의 낙인을 찍으며 정치검찰의 칼과 족벌언론의 펜을 통해 이재명을 제거하려고 총력을 다했고, 이번 사건의 범인은 직접 칼을 들고서 자신이 그것을 완수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것은 편견 -> 혐오 표현 -> 차별 행동 -> 증오범죄로 나아가는 ‘혐오의 피라미드’ 현상을 다시 확인해 준다. 편견을 부추기며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을 증오하도록 만들면, 그들이 인간으로서 존중할 가치가 없는 괴물이라는 생각은 어느 순간 그 사회의 ‘상식’이 되고, 누군가는 그것을 가장 극단적 수준으로 신념화하기 시작한다. 결국은 ‘괴물’을 제거하기 위해 직접 행동함으로써 자기가 세상을 구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조선일보'는 '문재인은 간첩이고 윤석열은 김일성 추종자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취지의 막말과 혐오가 넘치는 댓글들을 차단하기는커녕 스스로 장려하고 부추기면서 '토론마당'이라고 따로 올려주기도 했다.
전광훈 목사나 신자유연대 등의 극우 유튜버들이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거나 가까이서 구경해 본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당혹스러울 정도로 살기등등한 분위기를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과거에 '태극기 집회‘에서 "문재인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것은 그런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한 증오의 감정은 쉽게 전염되고, 증오범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결국 혐오정치와 선동에 의존하는 정치세력은 내일의 비극을 준비하는 셈이다. 실제로 여러 취재를 통해 확인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범인은 족벌언론과 극우 유튜브를 주로 보면서 ‘태극기 집회’에도 참가했고 평소에 ‘문재인은 빨갱이이고 민주당의 쓰레기 같은 새끼들이 나라 망친다. 이 나라가 공산주의가 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당원이었다가, 얼마 전 이재명 대표의 일정을 확인하고 접근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했을 공산이 크다. 물론, 이번 사건의 정확한 실체가 무엇이고 범인만의 단독행동이었고 공모자나 배후세력이 없었는지 등은 앞으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더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검찰과 경찰을 믿을 수 있는지 자신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정치검찰과 족벌언론들이 앞장서 부추긴 극우적 혐오정치가 그 배경이라는 사실은 여전하다.
이번 살인미수 사건의 충격으로 이런 흐름이 바뀌게 될까? 하지만 강력한 권력과 유무형의 수단을 가진 사회의 지배적 세력이 만들어낸 혐오의 소용돌이에서는 누구도 자유롭지 않고,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검찰이 300번의 압수수색을 하며 괴롭히는 데도 거꾸로 ‘사법 리스크’라며 ‘사법살인’의 피해자를 비난하고, 한 달이 넘는 단식을 해도 ‘방탄용’이라고 조롱하는 일은 상식적으로 보면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사자가 이재명이라면 그런 취급을 당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수많은 주요 언론들이 동조하고 같이 돌을 던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유튜버와 시위대가 누군가의 집 앞에서 몇 달 동안 진을 치고 “간첩”, “사형”, “총살”을 말하며 잠도 자지 못하게 괴롭힌다면 상식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당사자가 “문죄인”이라면 모른 척하거나 “표현의 자유”라고 퉁치는 ‘진보적’ 지식인까지 나타나게 된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문건 중에서 - 조국몰이와 윤미향 마녀사냥 등이 단지 우파 지지자들이 아니라 억압적 국가기구 차원에서 준비되고 진행된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장애인 활동가들을 ‘시민들의 출퇴근길을 볼모로 불법을 저지르는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낙인찍고 혐오를 부추겼던 이준석 같은 정치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권력 다툼하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전장연에 대해서 내가 지적한 것이 1년 지나서 보면 역시 맞지 않았느냐’고 하는 데도 개혁언론들까지도 ‘보수의 혁신을 이끌 차세대 정치인’으로 주목하며 평가해주는 게 지금의 한국 사회다.
지금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과 대부분 언론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더 이상 혐오정치에 의존하거나 방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 ‘개딸도 문제고 태극기부대도 문제’라는 식으로 물타기만 하고 있다. 물론, 민주당과 진보 야당들도 자신들을 지지하는 일부 사람들과 유튜버 등에서 과도하게 증오를 부추기며 소수자 혐오 표현으로 반대편과 권력자를 비판하는 것을 항상 경계하고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극우적 혐오정치와 거기서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는 구조와 세력을 개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수년 동안 검찰-언론-포털-유튜버-지식인들에 의해서 전 사회적 증오의 대상이 됐던 또 다른 누군가에게 또 다른 비극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처 : 이재명 살인미수 정치테러 부른 극우 혐오정치 < 정치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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