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저희반에서 꼴찌를 하던 필규가 있습니다.
필규는 자기 스스로를 단순한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의 다른 친구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바보라고 생각했지요. -_-;
1. 지구과학 시간에
선생님께서 "삼엽충은 주로 언제 번성했지?" 라고 질문하셨습니다.
5교시여서 그랬는지 많은 학생들이 자고 있었고,
깨어있는 몇몇 친구들도 수업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 화가 나셨는지 자던 학생들을 모두 깨우셨고,
그 중에 하나였던 필규를 시범 케이스로 불러내셨습니다.
"너! 삼엽충이 주로 언제 번성했는지 알어, 몰라?"
필규는 여전히 눈만 껌뻑거리면서 분위기 파악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분필을 주면서 정신이 들면
그 때 칠판에 답을 적으라고 하셨습니다.
한참 후에 필규는 칠판에 답을 적었습니다.
...1950 년
우리반 학생들은 모두 크큭거리며 웃고 있었지만,
선생님은 필규에게 아주 많이 화가 나셨습니다.
"이 새끼야, 삼엽충이 살던 때가 1950년대냐?"
필규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답을 고쳐 적었습니다.
...B.C 1950 년
2. 시험 기간에
필규는 중간고사 첫째날부터 지각을 했습니다.
헐레벌떡 교실로 뛰어들어 온 필규는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
10분 동안 벌을 선 후에야 비로소 책상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1교시 시험이 끝나고 필규가 푸념이 섞인 말을 했습니다.
"아, 씨발...이번 시험은 진짜 자신 있었는데..."
우리반 모두는 웃었습니다.
시험을 50분 치르던, 5분 치르던 상관 없는 녀석이었으니까요.
호기심 많았던 반장이 필규에게 물어봤습니다.
"오오...필규, 공부 열심히 했나보네?"
"그럼! 당연하지!
어제 밤새도록 예상답안 찍어서 컨닝 페이퍼도 만들었다."
친구들 모두가 "오올~~~!" 하면서 감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컨닝 페이퍼도 공부를 한 사람이나 만들 수 있는거니까요.
그래서 반장은 그 컨닝 페이퍼를 한 번 보여달라고 꼬셨습니다.
필규는 어제 밤새도록 고민해서 찍어둔 거라며 조금 거리껴했지만,
"이러면 안되는데..." 라고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1 - (2), 2 - (4), 3 - (1), 4 - (4), 5 - (1), 6 - (2), 7 - (3),
8 - (3), 9 - (1), 10 - (2), 11 - (3), 12 - (3), 13 - (2), 14 - (4)
필규가 만든 컨닝 페이터는 예상 문제의 답안이 아니고,
그냥 예상 답안이었지요.
시험 전 날에 미리 연필 굴려서 찍어둔 예상 답안...-_-;
3. 하교길 버스에서
필규와 저는 집이 가까워서 가끔씩 함께 버스를 탔습니다.
저희 동네까지 가는 버스는 자주 오는 버스가 아니라서 무척 불편했습니다.
어느 화창한 토요일이었습니다.
그 날 따라 버스가 유난히도 오지 않더군요.
필규는 늘 그렇듯이 뭔가를 중얼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거의 40분 정도를 기다리니까 그제서야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필규는 많이 화가 났었는지 버스에 오르며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이 빌어먹을 놈의 버스는 왜 이렇게 늦게 오는거야!!!"
그러자 버스 기사 아저씨께서 필규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뭐야 임마?!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엉?! 너 지금 뭐라고 그랬냐구!!!"
그러자 필규가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아뇨, 왜 이렇게 버스가 안 오냐구요..."
4. 편지 보내기 시간에
어버이날에는 학생들이 부모님들께 편지 보내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고등학생들에게 그런 걸 시키는 것이 미안하셨는지
"대강 써. 그렇다고 뽀뽀뽀 가사 같은 거 쓰는 놈 있으면 죽어.
고등학생 쯤 됐으면 말야, 좀 고상하게 한자도 섞어 가면서 써야지 말야."
이렇게 말씀하시며 편지는 대강 쓰게 하시고,
20분 정도 후에 모두 걷으시더니 자습을 시키셨습니다.
10여분이 지났을 무렵, 선생님은 불현듯 외치셨습니다.
"필규! 나왓!"
"예?"
"니가 니 편지 한 번 읽어봐!"
필규는 머뭇거리다가 이내 자신이 쓴 편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
(여기까지 읽고 필규는 선생님께 이렇게 부연설명을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나, 어머니 아버지께라고 쓰면 한글이고,
또 지난번처럼 누구를 먼저 써야되는지 부부싸움 하실까봐서
이번에는 제가 머리를 좀 써서 부모님께라고 적었습니다." 라구요...)
이 엄동설한에 (어버이날은 5월 8일입니다.) 저를 키우시느라
노심초사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저 또한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그럼 부모님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 필규가 지금쯤 뭐하면서 살고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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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방
필규이야기....
멋진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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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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