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져버린 내 단골식당이 아쉬웠지만, 저녁은 먹어야 했기에...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을 먹을 수는 없었지만, 해물 볶음밥으로 아쉬움과 허기를 달랬다.
저녁을 해결하고, 응위엔 거리를 향해 걸었다. 지난번 여행때 남겨두었던 추억을 회상하며..
작년에 '호치민'에 머무는 동안, 내 단골까페였고, 대화상대가 되어주었던 '하'가 운영하던 까페...
그때는 그렇게도 썰렁하던 곳이... 지금은 피자가게로 변모하여 대 성업중이다.
들어가볼까 생각하다... 그냥 발길을 돌렸다.
당시에 한달 임대료가 200만동이라고 했었는데...
처음 들었을때, 200만이라는 숫자만 생각하고,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비싸구나 생각했는데...
다시 계산해보니... 우리나라 화폐로 15만원도 안되는 금액이였다.
아무리 장사가 안되도... 그 정도가 부담스러울까? 라고 생각했었다.
1F이였고, 그것도 코너에 위치하여 양쪽으로 오픈되어있는 가게인데...
그런데도 그 200만동의 임대료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영업이 안된다고 했었다.
물론 베트남 현지인이기에 그 금액에 임대가 가능했으리라...
당시에 난 잠깐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녀의 이름을 빌어서 그 가게를 운영해볼까하는...
그러나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바로 문을 닫아버렸고, 지금도 사실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당시 그녀의 이름을 빌어 운영을 하겠다고, 결정을 했어도 많은 문제가 있었으리라...
그런 추억을 생각하며, 벤탄시장쪽으로 걷는데, 눈에 아주 익은 처자가 마주 걸어온다.
세상에... 그녀는 '하'였다. 그녀도 나를 알아보고 놀란다.
작년에 그녀의 카페가 문닫던 날, 직원들과 마지막 파티를 하고, 나와 저녁을 먹었다.
당시, 나는 여행중이였기에... 다음날 호치민을 떠나야 했었다.
그녀는 캄보디아 여행하고, 다시 호치민으로 돌아오라고 했었는데...
난, 씨엠립에서 호치민을 경유하는,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어버렸다.
그때, 호치민의 '탄손넛'공항에서의 전화통화가 마지막이였는데...
1년여가 흘러... 이렇게 '호치민'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 이다.
그녀와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응위엔'거리로 들어섰다.
그녀가 운영할때, 그렇게 썰렁했지만, 지금은 성황중인 피자가게를 바라보며, 건너편의 카페로 들어갔다.
그녀와 함께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근황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녀는 현재 'New World Hotel'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또 여행을 왔냐고 묻는다.
난, 뻔뻔스럽게... 여행이 아니고, 니가 보고싶어서 왔다고 했다. ㅡㅡ;;
'하'는 한참을 웃더니, 언제왔냐, 어디어디 다녔냐, 언제 가냐... 등등을 묻는다.
역시, 전과 다름없이, 그녀에게 실없는 농담은 안통한다. ㅡㅡ;;
'달랏'에 다녀왔고, 이번 여행은 그렇게 길지 않다. 그리고 며칠뒤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녀는 이번 일요일이 자기 휴일이라고, 그날 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자고, 약속하고, 그녀의 핸드폰 번호를 다시 받고, 헤어졌다.
호텔로 돌아와 리셉션을 지나는데... 한눈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난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지나치는데... 이친구 아주 반가운 표정으로 나에게 인사를 한다.
'곤방와'... 리셉션의 직원이 그에게 살짝 'Korean'이라고 한다.
난 어색한 그에게 같이 '곤방와'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이친구 금세 나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호감이 가는 친구이다. 하긴... 과거의 역사로야... 우리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같은 나라가 일본이지만,
여행을 하다가 만나게 되는 일본인들중에 불쾌한 기억을 남겨주는 이들은 없다.
간혹, '역시, 쪽발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너무 얍삽한 일본인들은 봤어도, 불쾌하게 만들진 않는다.
여행중에 만나서 불쾌한 기억을 만들어주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와 같은 한국인들이다...
아마, 나 역시도... 많은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 나도 모르게 불쾌한 기억을 만들어줬던적이 있을 것 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예전에 일본에 체류하던 시절... 읽었던 책의 내용중에...
'아시아에서 가장 서구적 사고의 민족성을 가진 나라는 한국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민족성을 이야기 할때, 단결심이 강하고.... 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본 지성의 눈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개인적 성향이 강한, 개성 뚜렸한 나라로 비춰지나보다.
일본인들이 부러워하는 모습들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난, 혼자서도 잘해요'사상이란다.
혼자여도, 할 말하고, 기죽지 않고, 누구와도 쉽게 가까워지고, 그러면서도, 또 자기들끼리 잘 뭉치고...
우리는 '나 혼자만 잘해요'라고 생각하는데... 쟤네들은 '난 혼자서도 잘해요'란다...
좋게 말하면, 자립심과 개성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기적이고, 독선적인거다...ㅎㅎㅎ
어쨌든 이 '다까'라고 자신을 소개한 일본친구는 6개월정도 베트남어를 배우기 위해, 오늘 왔다고 한다.
베트남은 이번이 첫방문이다. 동경에 있는 디자인관련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데...
베트남어를 배워두는것이 미래에 자신의 직장생활에 분명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휴가를 내고 왔단다.
쩝... 늘 일본과 우리나라의 근무환경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건 아닌것 같다.
이 친구와 벤탄시장을 갔다. 샴푸와 비누등 잡다한 물품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다까'는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그리고 많은 단어를 알고있다.
그런데 한국을 방문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한다.
그는 대만에서 6개월, 중국에서 3개월정도를 머물면서 중국어를 배워, 중국어는 꽤 구사한다.
한국어는 일본에 한국친구들이 있고, 그들과 '신오오꾸보'의 한국식당에 자주 다니면서 배웠단다.
'신오오꾸보'는 동경의 코리아타운이라고 하면 될까?? 원래는 차이나타운에 가까웠는데...
몇년전 부터, 한국식당이 들어서고, 한국관련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반반씩 양분된 느낌의 거리이다.
어쨌든 이친구는 한국을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지만, 한국적 정서에 상당히 능통하다.
34살의 '다까'는 내 나이를 묻더니, 바로 나에게 '형'과 '형님'이라는 한국어를 말한다.
얍삽한 놈...ㅡㅡ+ 그런다고, 내가 너 밥 사줄것 같으냐...!! ㅡㅡ;;
벤탄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이 친구와 이야기를 더 나누기로 하고, 카페에 들어갔다.
아까 '하'와 잠깐 들렸던 카페이다. 그다지 크지 않고, 손님들도 없는게...
딱, 작년 '하'가 운영하던 카페 같아서... 앞날이 심히 걱정되는 곳이다.
'다까'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이 카페는 커피가 아메리카스타일이다.
베트남커피는 없다. 그래서 늦은 밤, 커피를 마시기에는 부담이 없어서 좋다.
'다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쪽에 앉아있던, 여주인이 대화에 끼여든다.
이 카페의 여주인은 '싱가폴'국적의 화교이다. 서빙을 하는 두명의 아가씨들은 chiness-vietnamise이다.
37살의 '링'이라는 이 여주인은 '싱가폴'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작년에 베트남으로 들어왔단다.
처음에는 여행을 왔다가, 작년에 전부 정리하고, '싱가폴'을 떠나, 이곳에 카페를 오픈했다고 한다.
'홍콩'출신의 화교친구 1명과 '하노이'출신의 베트남인 친구 1명 이렇게 3명이서 운영하는 동업이다.
'링'은 베트남어는 간단한 단어외에는 전혀 모른다. 서빙하는 아가씨들과는 중국어로 이야기한다.
'호치민'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었다.
'다까'는 저녁을 못먹어서 배가 고프다고, 중국식 면 요리를 주문하여 먹는다...
'다까'는 내일 베트남어를 배울 학교를 알아보러 간다.
'링'은 나에게 내일 뭐하냐고 묻는다. 그녀는 오랜만에 신선한 여행객들을 만나서 반가운듯 보였다.
난 내일 구치에 간다고하자, 그녀는 금새 자기가 아는 여행사가 있으니까 일일투어를 알아주려한다.
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그냥 혼자서 버스를 타고, 다녀오려고 한다고, 사양했다.
아쉬움이 남은 듯해 보이는 '링'을 그녀 가게에 혼자 남겨두고, '다카'와 나는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여전히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잠에서 깨었다.
이번 여행기간 내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무래도... 어머니 혼자 남겨두고 온게 마음에 걸린것 같다.
샤워를 하고, 호텔을 나와, '데탐'스트리트 입구의 서양식 식당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웠다.
오랜만에 보는 맑은 아침하늘이라 그런지, 거리가 복잡하다.
'데탐'답게... 이른시간부터 온갖 투어버스들과, 호객꾼들의 목소리...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걷는 여행자들...
드디어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늘은 지난번 여행때 캄보디아로 넘어가면서, 다음에 꼭 들르겠노라고 맘 먹었던 '쿠치(Cuchi)'에 간다.
벤탄시장 맞은편의 벤탄터미널에서 13번 버스를 타면, '쿠치'에 갈수 있다.
(여행기간 : 2007년10월29일 ~ 11월08일)
동남아여행중 하룻밤 8$짜리 숙소면, 호강하는거다... ㅡㅡ;;
'싱가폴', '홍콩'. '베트남'의 동업으로 이루어진 '링'의 카페...
'홍콩'친구가 주방을 담당하고, '베트남'친구가 베트남허가부분을 담당하고,
'링'은 그냥 얼굴마담이다... 작지만 깨끗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곳이다.
바쁘게 오고가는 오토바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호치민'답다.
배낭을 메고 다니는 외국인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여행자라는 의식이 된다.
'데탐'스트리트 입구의 공원에서...
늘 반가운 '벤탄마켓'의 건물... 변함없는 모습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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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와의 인연도 참 끈질기군요. 다시 만나는 사람을 보면 세상은 참 좁게 느껴지지요.
맞아요... 정말 세상 참 좁다는 느낌이지요...^^
비날님이 다시 갔다온 베트남을 저도 다시다녀온 느낌입니다. 여행기 쭉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덕분에 벳남 여행 잘 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구치여행 이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