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여행... 박 종호 (朴 鐘澔) 국내 최초의 클래식 전문 매장인 '풍월당(風月堂)대표. 정신과 전문의이자 음악 칼럼니스트. 병원을 운영하면서 한림대와 한양대 의대 외래교수로 재직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LP 음반 컬렉션을 시작했고, 매년 유럽 각지의 공연장, 오페라하우스,음악제를 찾아다닐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일간지와 각종 음악 잡지에 칼럼을 써왔으며, 오페라 동호인 클럽인 '광장 클럽', '마리아 칼라스소사이어티', '라 돌체 비타' 등을 만들었다. 클래식 전문 감상실 '무지크바움'을 공동 설립하였으며, 예술의 전당 등에서 오페라 해설을 하고 있다.
풍월당(風月堂)... 풍월당은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즐긴 선조들의 낭만을 상징하는 '청풍명월(淸風明月)'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현재 2 만 장이 넘는 희귀음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백 건우와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등 거장들의 사인회가 열렸고, 음악 잡지에 풍월당의 음반 판매순위가 게재될 만큼 클래식 애호가들의 명소가 되었다.
'책 쉼 터'...아들이 이름 지은 곳이다..
1986년...황홀한 여행..베네치아, 이딸리아 영국의 사립학교에서 수학여행 온 여학생들과 사진을 찍었다.. 여릿여릿 앳되고 수줍어 하는 소녀들.. 밀짚모자가 인상적이었다.. 늦가을쯤으로 기억한다.. 운하의 습한 기운이 피부 속으로 파고 들었지만 오랫동안 키워온 베니치아, 세레니시마(Serenissima)로의 동경이 눈 앞의 풍광으로 펼쳐짐에 그까짓 추위 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 베네치아의 골목골목을 미친 듯 헤매고 다녔다. 어느 이름 모를 골목 모퉁이를 돌아서면 마치 '에리카 종'의 소설'세레니시마'에서처럼 나 또한 세익스피어의 ' 베네치아의 상인' 속으로 들어가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베네치아는 야릇하고도 묘한 동방의 향기와 섞인 신비로운 자태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산 마르꼬 광장'에서... 아무리 발돋움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망루.. 아직도 그곳의 비둘기는 관광객들의 친절한 친구였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자그마한 노천카페들...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생기를 회복한 나는 또 다시 골목 속으로 들어가 사랑하는 베네치아를 쑤시고, 헤집고 다녔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앞에서.. 이딸리아의 커다란 도시마다 '두오모 성당'이 있다.. 밀라노의 두오모는 14 C에 건축이 시작되어 아직도 짓고 있다 한다.. 이 또한 아무리 아무리 각도를 잡아도 똑딱이 니콘 자동 필름 카메라로는 건물 꼭대기 조차 잡히지 않았다...
피렌체...바실리카 성...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둔탁하리 만치 탄탄하게 지은 성곽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과 조각들은 아릿한 연무에 쌓여 쉬폰 커튼 너머로 보이듯 가늘게 하느적거렸다.
동료들과 함께 빠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루프트 한자' 기내에서 찍은 사진.... 베네치아 여행을 마치고 난 다음 스케줄이었다.. 화장이나, 옷차림이 이젠 낯설다..
추억을 부르는 가을.. 그 속에서 아직도 이십 대로 남아 있는 나.. '프랑크푸르트'의 호텔에서..
곤돌라..사공들이 부르던 뱃노래(바카롤레였던가, 오 솔레 미오 였던가..)는 아직 생생한데...
리알토 다리..
지난 2008년 가을은 이 두 권의 책들과 그 안에서 울리던 음악과 더불어 깊어갔다. 헉..! 숨을 들이마실 만큼 진부하나...제목..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이 책과 걸맞을 법한,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이리저리 비튼, 마땅하다 싶은 제목이 달리 떠오르지 않았다. 역시...!!! 박 종호 선생 다운 正功法이라고나 할까.. 그 역시 제목의 진부함을 두고 수없이 고민했으리라.. 하다.. 마침내, 놀라우리 만큼 솔직하게 이름짓기로 결정했으리라 미루어 짐작해 본다..
그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흠잡을 데 하나 없는 멋쟁이다.. 한치 흐트러짐 없는 계산된 코디네이션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순전히, 아주 순전히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신의 영역이다..ㅎ) 그의 음성..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그의 목소리를 듣고 안타까운 나머지 울고 싶었다.. 나는 깊고 울림이 큰, 파장이 넓은 목소리를 좋아한다.. (박 종호 선생님...외람되다 여기시고..부디 용서를..호호)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세팅이다.. 미나리 김 충순 선생이 만드신 머그잔..절대 나만의 것이다.. 마포 장애인 복지관의 '도전할 거리가 남보다 많고, 조금 느리게 걷는' 친구가 만든 꽃병.. 나무결 무늬 독서대..정선 産 돌로 만든 펜대..그리고 노란 색 HB 동아 홍당무 OFFICE PENCIL.. 그리고 사방을 둘러쳐진 책, 책, 책장들..
이쁘다..너무 이쁘다.. 그녀가 내게 바치는 한 몸 분량의 커피는 말 할 수 없이 커다란 위안..
이쁜 뒷태도 자랑해야지... *^_^*
앞으로도 매번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박 종호 선생의 책들을 끼고 살아야 할 것 같은 운명적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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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ishing to be a Super Mom!! 원문보기 글쓴이: 슈퍼맘
첫댓글 베네치아 때문에 최윤의 '하나코는 없다'를 읽는 느낌이네요.
멋쟁이 박종호 선생 목소리가 그렇군요. 목소리, 하면 난데..
생긴 거두 아니구 멋쟁이는 더더욱 아니지만 타고난 목소리, 언제 제 목소리 들어보세요 ㅎㅎ (슈퍼 맘 빅토리아님의 아가씨 모습 정말 괜찮은데요. 야구점퍼가 씩씩함을 너끈히 받쳐줍니다.)
에또..저도 회사 다닐 때 방송을 하다 보니 쓸 만 하다는 얘기 듣곤 했습니다..(쑥스럽습니다..ㅎㅎ)..다음 정모 때는 헤리자님과 마틸다님 함께 별아저씨와 목소리 높여 소통을 할 수 있겠지요? ..아가씨 때..씩씩하다 못 해..생략생략..ㅎㅎ..저 점퍼는 이딸리아 사람들도 멋지다더 군요..
베네치아...가끔 꿈을 꿉니다.. 별아저씨는 보물창고...!! 맞지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