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해명산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석하 정용수
섬은 뭍 사람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섬에는 뭍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의 섬 여행이라면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람과 자연이 가장 아름답게 하모니를 이루는 곳 섬.,
오늘은 무성의 산우들과 석모도의 최고봉 해명산(327m)을 오르는 날이다
방학동을 거쳐 아차산역에 도착한 승산고속은 산우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이미 만석이 되었다
궁여지책으로 정수원 명예회장의 도움으로 15인승 승합차를 증차하여 석모도를 향한것은
예정보다 늦은 8:00경.
한강을 끼고 달리는 버스차창으로 스쳐지나는 가로수와 김포들녘은 겨울의 끝자락에 밟혀
아직도 봄의 태동이 미약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어쩌면 우리가 너무 성급하게 봄을 기다린건 아닌지 모르겠다
숨이 막힐것 같은 도회지 생활에서 향수를 불러 일으켰던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의 배경이었던
양촌리를 조금 지난 도로변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강화 외포리 선착장에 도착해 도선한
시간은 10 40분경
뱃전 주위를 날며 인간이 건네는 먹이를 낚아채려는 갈매기들의 평화로운 모습과는 달리
썰물이 시작된 탁한 바닷물이 야속하기만 하다
석모도 선착장에서 하선하여 5여분 남짓 달려 산행을 시작할 진득이 고개에 도착한다
예정시간 보다 훨씬 늦은 11시 50분.
진득이 고개 북측 등로를 따라 나무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산행은 시작된다
참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등로변은 아직도 봄 소식이 담긴 보따리를 풀어 놓지 않고 있다
작은 바람에도 사각대는 마른 낙엽들의 몸짓만 가득할뿐, 생강나무의 노란꽃에서 쏟아지는
환한 미소가 가라앉은 산우들의 기분을 걷어내 주고 있다
오르고 내려서며 끝없이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걷다 사위를 둘러보면 오른쪽으로는 강화도 전경과
서쪽으로는 불음도와 주문도를 중심으로 점점히 흩어진 작은 섬들, 갯벌과 맞닿은 염전과 농경지,
그와 어우러진 어촌, 포구주변을 나르는 갈매기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쉬지않고 오른 탓일까?
더러는 옷을 벗어 배낭에 챙기는 산우들의 모습도 보인다
때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등로변 양지녁에선 진달래가 퇴색 되어가는 겨울의 영혼들을 잠재우며 고추세운 가녀린 가지끝에서
한 두 송이씩 꽃 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아마 유난히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으리라
이제 이들도 얼마 않있으면 또 다른 전설을 만들며 봄의 향연을 벌일것이다
그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게 다가온다
해명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직은 산우들은 양지바른 곳을 찾아 저마다 가져온 음식들을 펼쳐놓는다
언제나 정상에서의 간식시간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간식시간을 끝내고 낙가산을 연하는 등로를 따라 걷는 길위에 뿌연 대기를 뚫고 내려 앉은 햇살이
움추렸던 마음의 빗장을 다소나마 열어주고 있다
무명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는 동안 잔잔한 해풍이 쉴새없이 얼굴과 목덜미를 간지르고 있다
더러는 참나무와 진달래 가지를 살며시 건드리기도 하고, 곧게 자란 노간주 나무속으로 숨어들기도 한다
방개고개를 거쳐 새가리 고개를 지나니 등로가 제법 가파르다
뭇 생명들이 피어나는 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노라니 힘든 줄도 모른다
그것은 정담을 나누는 무성 산우들의 밝은 얼굴빛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더구나 바람까지도 온화하게 느껴져 조금 여유로워진 마음에 석모도의 매력에 오롯이 빠져든다
서서히 저려오는 무릎을 달래가며 무심의 경지로 걷다보니 어느새 석가산과 이어진 무명봉이다
발아래 북서쪽으로 폴짝 뛰어내리면 닿을것 같은 보문사가 고즈녁히 자리하고
북쪽 나뭇가지 사이로 언듯 언듯 스치는 눈섭바위의 석가모니 좌불앞에서 불공을 드리는
불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눈섭바위 위를 지나 좌회하여 눈섭바위로 연결되는 등로를 찾으려 했으나 용이하지 않다
등산객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등로왼쪽을 따라 철조망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는 입장료를 받기위해 지자체와 사찰에서 설치한 구조물이 틀림없을 터,
왠지 마음이 씁쓸해진다
아쉽지만 어찌하겠는가?
오묘한 매력이 살아 숨 쉬는 눈섭바위를 먼 발치서나마 보는것으로 만족하며 하산을 서두르다 보니,
어느덧 주차장이다
주차장 앞 식당을 빌려 강화특산인 쌀막걸리를 반주로 점심식사를 하는 산우들의 얼굴빛은
무사산행에 대한 만족감으로 가득하다
우리나라 제일의 낙조명소로 알려진 섬 석모도.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며 잠시 잊고 있던 감성을 일깨우고도 싶지만, 이제는 떠나야 한다
16:00 .귀경을 위해 서둘러 차에오른다
석모포구와 외포리 선착장을 거쳐 김포들녁을 달리는 국도는 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아니, 어쩌면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무성산우들과 함께한 석모도 해명산의 정기산행도 끝이 났다
쏟아지는 졸음을 애써 참아내며 오늘의 산행을 반추한다
참으로 낯 설면서도 가슴 설레이게 하는 곳, 섬
이제 얼마안 있으면 석모도 해명산 등산로에서 만났던 진달래도 봄볓과 훈풍이 꽃몽우리를 간질으면
꽃 대궐을 이루겠지
20100404
첫댓글 아기자기하고 자상한 산행후기 항상 올려주셔서 고마워유,,,,
좋은글 올려주셔서 잘 읽고 갑니다